퀵바

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57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07 23:55
조회
62
추천
0
글자
7쪽

DUMMY

“드문 일은 아니지. 생전 기억을 찾아가면서 점점 그 때의 자신에게 맞게 귀신의 형태도 변하니까.”

“엣.”

“그럼 전에 얼굴에 있던 화상은..”

“그건 니 기억의 착각이 만들어낸 거겠지. 불에 탔다고 하니까 얼굴에 화상이 있다, 라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잖아?”

“아..”


쌍둥이가 궁금증을 풀고 일어나자 민수도 따라 나설 것처럼 하다가 쌍둥이가 방을 나가자 문을 닫았다.


“..뭐야?”“왜 여태까지 그런 중요한 걸 안 알려주신 거예요?”“무슨 소리야? 내 말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라고. 일반적으로는 실제 귀신으로서의 모습이 죽었을 당시의 모습이야.”

“전 어떤데요?”“...”


갑자기 입을 다무는 청소장을 보고 민수는 의혹이 점점 확신으로 기우는 걸 느꼈다.

처음 몇 일간 계절감을 혼동했던 것과 가끔씩 떠오르는 이질감이 자신의 죽음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전 어땠는데요!”

“..미안.”

“또 그 망할 ‘방침’이에요?”

“그래, 귀신의 집 방침이라 내 입으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어.”


어찌 보면 분한 듯 입술을 깨무는 청소장을 보고 민수는 흥분을 가라 앉혔다.

그간 귀신의 집에서 지내면서 느낀 거였지만 청소장은 다른 귀신 선생님들과는 달랐다.

흡혈귀처럼 귀신들에게 귀신으로서의 새로운 목표를 찾도록 하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서양 처녀귀신이나 프랑켄슈타인처럼 담당 학생들을 나몰라라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소장은 귀신의 집의 모든 방침에 동의하고 있지 않았다.

민수는 아마 귀신의 집에서 진짜 미련을 찾도록 돕는 귀신 선생님이 있다면, 그 귀신이 청소장일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

“..적어도, 지금 제 모습이 제가 죽었을 당시의 모습이랑 다르다는 건 알았네요.”


허리를 숙이는 민수를 보고 청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본인이었다면 날뛰고도 남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청소장은 큰 움직임은 취하지 않고 가만히 민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


한 단어만 남기고 방을 나가려는 민수를 청소장이 불러 세웠다.


“잠깐만!”

“네?”

“어째서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나는 진실을 알면서 너한테 말을 안 하고 있잖아? 아무리 방침이라고 해도..!”“청소장님이 말을 못 한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사정이 있는 거겠죠. 제 이기심 때문에 청소장님을 곤란하게 만들 순 없잖아요.”

“이기심?”

“네.”

“너.. 지금 본인 얘기인데도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거야? 너에 대한 거라고! 저번에 숲속에서 말한 것처럼 나는 니 몸에 대한 건데도 오로지 귀신의 집 방침 때문에 니 몸을 처리한 장본인이란 말이야!”


청소장이 잔뜩 흥분해서 대걸레를 바닥에 내리치며 화를 내자 오히려 민수는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왜 화내시는 거예요?”

“너는 왜 화를 안 내는데? 저번처럼 막 화를 내라고!”

“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이타적인 척하지 말란 말이야!”

“쾅!”

“...”


민수는 청소장이 평정을 잃은 것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문 옆에서 돌처럼 굳어있었다.

뭐라고 말해도 화를 내니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전부 이기주의로 꽉 차서 타인이 어떤 상황이건 보지도 않아야 되는 거 아니야?”

“...”

“눈앞에서 비틀비틀 걸어가는 사람이 있어도 모른 척하고, 얼마나 힘든 상황이든 제 이기심 때문에 본인 갈 길이나 가는 거 아니냐고!”

“...”


민수는 청소장이 점점 다른 걸로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단순히 겁에 질려 슬쩍 빠져나갈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언제나 그랬다고. 행여 행색이 안 좋기라도 하면 멀찍이 떨어져서 웅성웅성 거릴 뿐이지, 누구하나 도와준 적 없었어..”

“...”


청소장은 점점 말을 흐리다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민수를 보고 제정신을 차렸다.

너무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 청소장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폐가 부풀어 오른다거나 정신이 맑아진다고 느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화는 좀 식는 것 같았다.


“방금 건 혼잣말이었어. 기억하지 마.”

“그게 제 맘대로..”

“이런 때에 근신이라니, 되는 일이 없어..”


청소장은 민수의 말은 듣지도 않고 벽을 통과해 방을 벗어났다.



새카맣게 타버린 3층은 더이상 예전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아니, 사실 집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연경은 국화 두 송이를 빌라 입구에 내려놓았다.

이젠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앞에서 연경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아이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효녀들이었으니 분명 하늘에서도 두 아이를 반길 터였다.


“연경씨, 계속 서 있으면 몸 버려요. 연경씨도 좀 쉬어야죠.”

“저는 괜찮아요. 보현이랑 수현이만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너무 많이 흘려서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눈물이 다시 연경의 볼을 타고 흘렀다.

그런 연경을 보고 수현은 가만히 연경의 어깨를 토닥였다.


“어라, 연경씨 아니세요? 오랜만입니다!”

“...”


연경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황급히 눈물을 닦고 고개를 들었다.

수현은 웬 남자가 연경을 친근하게 부르자 연경의 어깨를 자신도 모르게 꽉 잡았다.


“안녕하세요.”

“잠깐 못 본 새에 많이 수척해지셨네요. 무슨 일 있었나요?”


남자의 질문에 수현이 잔뜩 날이 서서 자신의 앞을 막아서자 연경은 급하게 수현을 슬쩍 뒤로 보내고 대답했다.


“집에 불이 나서 제대로 쉬질 못해서 그런가 봐요.”

“불이요? 아..”


남자는 그제 서야 연경의 뒤에 서 있는 새카만 빌라에 시선이 갔다.

그동안 연경의 집이 어디인 줄도 몰랐던 남자는 이젠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 연경의 집이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큰일이셨겠네요. 애들은 괜찮은가요?”

“...”


연경이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입을 다물자 남자는 고개를 드는 불안감에 연경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많이 다쳤나요?”

“저희가 좀 급한 일이 있어서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니, 애들은..!”


수현이 연경을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하자 남자는 반사적으로 손을 내밀었지만 수현은 울기 시작한 연경과 함께 차에 올라 빌라 앞을 떠났다.

남자는 잠시 차를 눈으로 쫓는 것처럼 시선을 움직이다 빌라에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빌라에 들어가려는 찰나, 남자는 국화를 밟기 직전에 발밑에 꽃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국화가 두 송이..’

“...”


연경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 떠오름과 동시에 남자는 두 아이가 더 이상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의 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보복과 고통 17.08.22 54 0 9쪽
35 끌림 17.08.18 54 0 8쪽
34 용기가 필요한 이유 17.08.15 53 0 8쪽
33 쓰레기 17.08.11 49 0 7쪽
32 기회 17.08.07 45 0 7쪽
31 단서 17.08.06 47 0 7쪽
30 물이 무서운 이유 17.08.03 44 0 8쪽
29 부조리한 현실 17.08.02 45 0 9쪽
28 결정 17.08.01 46 0 8쪽
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3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49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49 0 8쪽
» 17.07.07 62 0 7쪽
17 17.07.04 47 0 8쪽
16 죄책감 17.07.02 45 0 8쪽
15 결과의 의미 17.07.01 52 0 11쪽
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1 1 13쪽
12 움직이는 마음 17.06.30 41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1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