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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65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23 23:55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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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7쪽

인식의 변화

DUMMY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은 아무 도움도 되지 못했고, 오히려 가만히 있었다면 여자는 납치될지언정 목숨을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민수를 옥죄어 왔다.


“...”


귀신인데도 불구하고 민수는 속이 울렁거리는 기분이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욱..!”



“치우지 말랬지!”

“죄송합니다!”

“이건 또 뭐야! 이렇게 깔끔한데 어떻게 여기가 ‘귀신의 집’이겠냐고!”


짜증이 극에 달해 더래더래 화를 내는 청소장을 두고 귀신들이 속닥였다.


“또 무슨 일이길래 저러는 거야?”

“현석이가 그 책 돌려달라고 해서 그런 거 아니야?”


다리가 없는 귀신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듣기론 그것도 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저승사자님이 아닌가 해.”

“저승사자님은 미련을 못 찾거나 길을 아는 귀신들은 인도를 안 하시잖아. 여기 오긴 하셨었어?”

“어제 오셨다고 하더라. 최근에 청소장님이 악령 잡으러 가는 일도 맡기로 해서 그것 때문인 것 같던데.”

“...”


귀신들은 더러운 대걸레로 바닥을 더 더럽게 만들고 있는 청소장을 보면서 잠시 말이 없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하겠지.”

“난 저승사자님이랑 얽히는 건 좀..”

“슥, 슥..”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자 귀신들은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푹 숙인 민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쟨 왜 저런데.”

“글쎄.”


민수의 머릿속은 생명이 꺼져가는 여자의 눈빛으로 가득했다.

살아있을 땐, 발은 생채기투성이에 심지어 남자한테 납치를 당하던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눈빛이 생생했지만, 죽어가는 순간은 달랐다.

잊을 수 없었다.

마치 반짝이던 구슬의 빛이 순식간에 바래는 것처럼, 여자의 눈도 그 빛이 사라졌다.

빠져나가는 피 만큼 생명이 빠져나갔던 걸까.

민수는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고 걷다가 다리가 없는 귀신과 부딪히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야,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청소장님은..”

“...”


다리가 없는 귀신은 의아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가 말없이 뒤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


민수는 다리가 없는 귀신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청소장에게 향했다.


“저기, 청소장님.”

“바쁜 거 안 보여?”“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청소장은 소리를 버럭, 지르다가 다 죽어가는 표정의 민수를 보고 대걸레를 휘두르려던 손을 멈췄다.


“뭐야.”

“제가.. 좀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



“털썩!”

“뭔데.”

“...”


민수의 방에서, 청소장은 자신의 방인 마냥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물었다.

평소에도 그렇게 기가 센 쪽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민수는 계속 바닥만 보고 있는 게 평소 이상으로 기가 죽은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

‘..지옥..’

“인생이 부질없는 것 같아서요.”

“귀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청소장은 코웃음을 쳤고, 민수는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주려고 한 건데.. 그..”

“...”


청소장은 말을 질질 끄는 민수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죽어서..”

“뭐가.”

“...”


민수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뭐에 겁먹은 거야.”

“저는.. 제가.. 사람이..”


이제는 목소리까지 떨리는 민수였다.


“사람이 죽는 걸 보기라도 한 거야?”

“...”

“도와주려고 했고?”

“...”


입을 꽉 다물고 시선을 피하는 민수를 보고 청소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모르겠는데, 넌 귀신이야.”

“...“

“니 주위에 있는 귀신도 전부 죽은 인간이고.”

“..직접 본 게 아니잖아요.”

“직접 보든 간접적으로 보든 죽은 ‘인간’이란 말이야.”


청소장은 의자에서 일어나 민수에게 다가갔다.


“물론 이렇게 말한들 설득력은 없겠지.”


청소장은 민수의 어깨를 툭, 툭 쳤다.


“인간이 죽는 걸 아무렇지 않게 느끼는 존재야 말로 귀신이고, 괴물일 테니까.”

“...”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평소답지 않게 청소장은 날이 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네가 올바른 일을 했다고 믿어.”



수현은 지하로 가는 계단을 내려갔다.

평소엔 항상 이 시간이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달랐다.


[귀신으로 살면 행복해질 거라 생각하냐고!]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수현은 뛰지 않는 심장에 손을 올렸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아야할 심장이 콕콕 쑤시는 것 같았다.


[우리가 계속 이승을 떠돌아다니면 가장 슬퍼할 사람은 엄마라고!]

‘정말일까?’

“수현아, 오늘은 좀 늦었네.”


보기만 해도 서늘해지는 것 같은 캄캄한 복도에서, 얼굴이 비이상적으로 창백해 보이는 것 빼곤 멀쩡해 보이는 키가 큰 귀신이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었어?”“..잠깐 보현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안에 안 계시고 여기서 뭐하세요?”

“아아, 좀..”


키가 큰 귀신은 자신도 모르게 눈알을 굴렸다.


“별일은 아니고, 암튼 들어가.”

“...”


안 그래도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차에 귀신이 시선을 피하자 수현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평소 보던 귀신들이 의자에 앉아 두런두런 말을 나누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현이가 온 모임은 대부분이 흡혈귀 담당의 학생이 주인 ‘귀신주인’ 모임이었다.


“오늘은 좀 늦었네? 무슨 일 있었어?”

“별 일 없었어요. 늦는 날도 있는 거죠, 뭐. 아저씨랑 아줌마들이야말로 매번 정시에 오는 게 신기할 정돈데요?”

“우리야 이게 일과니까 그렇지.”

“자자, 그만하고. 다들 이번 주 성과는 어때? 많이 괴롭혔어?”


모임장이 꺼낸 말에 방안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해졌다.

다들 마을에 내려가 사람을 놀래키거나 괴롭힌 일들을 자랑스럽게 말했고, 평소에는 그 이야기들을 재밌게 들었었던 수현은 오늘따라 이상하게 웃을 수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이런 모임에서 그동안 즐거웠었는지 이해를 못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사람을 괴롭힌 일이 재밌을 수 있지..?’

“방금 전에 나는 파란 지붕 집에 가서..‘

‘나는 왜 그동안 이 얘기를 들으려고 매일같이 여길 왔던 거지?’

“그 여자가 비명을 지르는데..”

‘기분 나빠..’

“물건 깨부수는 것도..”

‘이건 이상해.’

“역시 인간들은 우리보다 하등한..!”

“그만하세요!”

“...”


수현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밌으면 여기에 오지 말고 영원히 마을에 있었으면 됐잖아요!”

“...”


소란스러웠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갑자기 귀신들의 표정이 싸해졌다.


“이 녀석 ‘사람’이라는데?”

“규칙을 어겼어.”

“사람이 아니라 ‘인간’이잖아. 그런 ‘종’이라고.”


수현은 자신을 빙 둘러싸는 귀신들에게 눈을 부라렸다.


‘당신들은 항상 누군가의 위에 서서 관심을 바라는 것뿐이야! 우월주의에 빠져서 제정신이 아니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 때문에 겁에 질려 수현은 차마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수현을 잡을 생각인지 귀신들이 서서히 수현과의 간격을 좁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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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새옹지마 17.07.31 45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49 0 8쪽
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4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50 0 8쪽
18 17.07.07 6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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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9 범인 찾기 17.06.28 43 1 12쪽
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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