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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76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7.25 23:55
조회
43
추천
0
글자
8쪽

계획된 허락

DUMMY

현수는 연경이 빌라로 간 사이 혼자 연경의 부모의 집을 찾았다.


“아유, 자네가 웬일이야?”

“어머님 얼굴 뵈러 왔죠. 아버님도 잘 지내셨어요?”


현수가 문간에 슬쩍 과일상자를 내려놓으면서 싹싹하게 인사했다.


“이게 웬 거야? 이런 거 안 들고 와도 괜찮은데.”

“두 분 다 과일 좋아하시잖아요. 제가 과일 볼 줄 몰라서 맛있을 진 모르겠지만..”

“됐어, 갖고 온 것만 해도 좋지. 일단 앉아있어.”


연경의 엄마가 분주하게 과일 몇 개를 집어 들고 부엌으로 향했고, 현수는 연경의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버님,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이정도 가지고 뭘, 별 거 아냐. 그나저나 갑자기 찾아오고, 무슨 일 있어?”

“..그게.. 상담드릴 일이..”

“안 앉고 서서 뭐해?”


연경의 엄마가 과일 칼과 접시를 내려놓으며 한 말에 현수가 멋쩍게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상담? 당신도 그만하고 좀 앉어.”



연경의 부모가 현수의 진지한 표정을 진심인지 의심하는 것처럼 한참을 보다 말했다.


“정말이야?”

“...”

“진심으로, 그러길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경씨는 자신만 행복해질 순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건 어쩔 수 없지. 수현이랑 보현이 생각하면..”

“그렇긴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 두면 연경이는 평생을 혼자 살 거야.”

“...”


연경의 엄마는 내심 기뻤다.

자신들에게도 싹싹한 현수가 예전부터 맘에 들었었고, 시기가 안 좋긴 했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연경이 하루빨리 현수와 결혼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혼자 견뎌낼 수 있는 슬픔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연경의 아빠는 달랐다.

연경의 아빠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자 현수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아버님? 혹시 제가 부족한 게 있다면 말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연경의 아빠가 눈을 들어 현수를 직시했다.

눈앞엔 단정하고 자신의 딸을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싹싹한 중년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스스로조차도 무엇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지 모를 정도였다.


‘기분 탓인가.’


요새 몸이 좋지 않아서 이런가, 싶어 연경의 아빠는 눈을 꼭 감았다 뜨는 것으로 불안한 감정을 밀어냈다.


“나도 솔직히 말하면, 자네같은 사람이 연경이랑 결혼하고 싶다는 데 말릴 생각은 없지 문제는..”


연경의 아빠가 아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표정을 보니 아내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이미 연경이한테 큰 잘못을 저질렀어. 원치 않는 결혼을 억지로 강요했고, 결국 그 애는 행복할 수가 없었지.”

“너도 알고 있겠지만 그 애는 이미 한 번 이혼을 했어. 아무리 첫인상이 좋고 우리한테 잘 대해 준다고 해서 그렇게 경솔하게 판단하는 게 아니었는데..”


연경의 아빠는 아내가 고개를 돌리고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아내만큼이나 자신도 크게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의 본질을 눈치 채지 못한 건 자신들의 잘못이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지금이라도 그 애의 의견을 전적으로 존중해주고 싶어. 심지어 얼마 전에 자식들까지 잃었는데 더 이상 그 애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아. 이해해주겠지?”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건강하기고,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현수가 허리를 푹 숙여 인사하는 동안 두 부부는 말없이 앉아있었다.


“저는 그럼 이만 연경씨한테 가보겠습니다. 혼자 둘 수가 없어서요.”


현수가 몸을 돌려 문으로 향하는 순간 연경의 엄마가 벌떡 일어나 현수를 붙잡았다.


“잠깐만! 연경이..”

“...”


현수가 가만히 말을 기다리는 모습에 더 마음이 굳어진 연경의 엄마가 말했다.


“설득은 해볼게. 그렇게 연경이를 걱정하는 데 그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결혼이요? 무슨 말을..!”

“사실 그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말할 생각이었는데 네가 많이 힘들어 할 것 같아서.”

“싫어요. 몇번이나 말했지만 애들이 죽었는데 저만 행복할 수는..”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은 하는 거잖니? 나는 네가 힘들어 하는 걸 두고 보기가 너무 힘들어. 내 이기심이지만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한다.”

“...”

“물론 네 인생이니까 더 이상 간섭할 생각은 없어. 나는.. 우리는.. 네가 행복해 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연경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상하게 마음이 아팠다.

이혼했을 당시에도 이랬었다.

부모님은 항상 자신의 행복을 바랐었다.


“...”

“연경아?”


자신의 부모는 이런 사람이었다.

이 나이 먹고 이혼하면 주위의 시선이 어떨지 알면서도 이혼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사람들이었다.


“..연경아, 무슨 일 있니?”


재혼한 여자를 주위에서 어떻게 보는지 알면서도 자식의 행복을 바라면서 오히려 등을 떠미는 부모였다.


“..알았어요.”

“어..?”


휴대전화 저편에서 어머니가 심하게 놀라는 소리를 듣고 연경이 살짝 미소지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셨겠지.’

“현수씨라면 저도 믿을 수 있어요. 그 사람이랑은 다르니까요.”



현수는 방에 돌아와 넥타이를 풀었다.

이렇게까지 연기를 열심히 한 건 오랜만이었다.

현수는 들어올 때 사온 맥주 두 캔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

예상대로 남자가 소파에 몸을 파묻고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다.

아마 이 남자의 관심을 끌려면 어중간한 소식으론 부족할 터였다.


“기다리던 니 차례야.”

“...”


현수가 말과 함께 남자에게 맥주를 건넸다.

남자가 맥주를 따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드디어.”

“얼마나 걸린 거지?”

“몰라, 그런 건.”

“말주변 없네.”

“그래서 너한테 부탁한 거 아냐. 여자 좀 꼬셔달라고. 장모님은 뭐라셔?”


현수가 남자의 말에 피식, 웃었다.


“쌍수 들고 환영하던데.”


남자가 맥주를 마시는 동안 현수가 말을 덧붙였다.


“미련하게.”

“그래도 오래 걸렸네.”


남자가 맥주를 삼키고 툭, 던지듯 말했다.


“니가 중간에 불만 안 질렀어도 더 일찍 끝났을 거야.”

“그렇게라도 안하면 못 견딜 것 같았어. 그 년이 살아있는 게 너무 가증스러웠거든.”

“끝까지 본인 잘못은 없다, 이거지?”

“너야말로 어제 저질렀잖아.”


남자의 말에 현수가 뜨끔한 표정을 지으면서 캔을 내렸다.


“알았어?”

“내 차 썼는데 당연히 알지.”

“하아.. 안 들킬 줄 알았는데.”


현수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한숨을 쉬었다.


“뒤처리는 어떻게 했어? 들키진 않았지?”

“내가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실수 저지를 리가 없잖아.”


말을 하면서 현수는 어제 이상하게 여자의 힘이 세지거나 누가 잡아당긴 것처럼 칼이 손에서 빠져나갔던 것을 떠올렸다.


“왜 그래?”

“..그냥..”


현수가 고개를 저었따.


“아무것도 아니야. 뒤처리는 깔끔했다고.”

“그래야지. 괜히 뒤 밟혀서 나까지 걸리면 넌 내 손에 죽어.”

“연쇄살인범한테 협박이라니, 배짱하난 두둑하네.”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농담으로 들려?”

“알았어, 앞으론 자중할게. 계획이 끝나기 전까진 더 이상 안 죽일테니까 화 좀 죽여. 진짜 얼마 안 남았잖아.”

“...”


남자가 한동안 현수를 째려보다가 맥주를 들이켰다

이 이상의 말다툼은 하등 이득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엔 빠져나갈 수 없을 거다, 연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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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새옹지마 17.07.31 46 0 8쪽
26 고통 17.07.30 45 0 7쪽
25 추격 17.07.28 50 0 8쪽
»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23 인식의 변화 17.07.23 44 0 7쪽
22 드러나는 범죄 17.07.21 45 0 9쪽
21 행복 17.07.18 50 0 8쪽
20 엄마 시집보내기 17.07.14 57 0 9쪽
19 우한 17.07.12 50 0 8쪽
18 17.07.07 6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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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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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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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들을 찾아 17.06.28 47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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