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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귀신의 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작뚜
작품등록일 :
2017.06.26 10:16
최근연재일 :
2021.07.29 10: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7,561
추천수 :
16
글자수 :
402,336

작성
17.06.30 00:00
조회
41
추천
1
글자
8쪽

움직이는 마음

DUMMY

성란은 입을 쩍, 벌리고 움직이지 못했다.

눈앞에 멀쩡히 살아있는 주한이 움직이고 있었다.


“...”

“괜찮으세요?”

[정신은 안 돌아온 거 아냐?]

[방금 아프다고 했잖아요.]

[그러고 다시 나간 거 같은데?]


성란은 서서히 입을 움직였다.


“..정주한..?”

“네, 맞는데요..?”


민수가 맞다고 하자마자 성란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뒤로 더듬더듬 기어갔다.


“아니야.. 죽었는데..”

“그게..”


민수는 아차 싶었다.

자신이 주한의 모습으로 있다는 걸 자각한 민수는 당황했다.

누구라도 자신이 죽인 사람이 나타난다면 놀라 까무러질 터였다.


[야, 몸 넘겨.]

[갑자기 뭘 하려고요?]

[됐으니까 넘겨. 답답해서 못 봐주겠다.]


민수가 뭐라고 하기 전에, 이미 몸의 주도권은 완전히 작은 쥐에게 넘어갔다.

애초에 작은 쥐가 봐주고 있던 터라 민수가 손 쓸 방도는 없었다.


“야, 너 저 남자 알지?”

“...”

“야! 내 말이 말 같지가 않냐? 저 남자 알고 있냐고!”


작은 쥐는 다짜고짜 벌벌 떨고 있는 성란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만 둬요!]

[지금 살인자한테 동정하는 거냐?]

“주, 주한아.. 미안해..”


민수는 성란이 살인자치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민수가 생각하는 살인자는 냉혈한에 타인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사이코패스였다.

그리고 성란은 민수가 생각하기에 주한의 마음을 갖고 논, 상종하지 못할 살인자였다.

주한의 일기에 따르면 매번 성란은 주한의 선물을 받기만 하고, 주한은 존재하지도 않는 양 무시했었다.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갑자기 성란은 표정이 바뀌면서 목을 더듬거렸다.

성란이 꺼낸 것은 반지였다.

반지를 잡고 있는 성란의 손은 덜덜 떨고 있었다.

반지 안에 어렴풋이 거뭇한 글자를 본 민수는 깜짝 놀랐다.


[어, 그거 설마..!]

“이거봐봐. 니가 주려고 했던 반지도 아직까지..”

“그런 거 말고! 저 남자에 대해 아는 거 있냐고!”


격하게 반응하는 민수와 다르게, 작은 쥐는 당연히 반지 같은 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성란의 얼굴을 청소장이 안간힘을 다해 막고 있는 차 쪽으로 거칠게 돌렸다.

인간인 성란의 눈엔 청소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바퀴가 헛돌고 있는 차 안에 타고 있는 남자친구가 보였다.


“아, 아는데.. 왜 저러고.. 그리고 아파.”

“안다니까 다행이네. 저 남자가 정신이 확 들만 한 거 뭐 없어?”

“뭐..?”


성란은 덜덜 떨면서 잠시 말이 없었다.


“아, 답답해. 뭐 없냐고!”

[기다려 봐요! 지금 생각하는 중이잖아요!]

“미안해, 주한아. 미안해..”


성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계속 미안하다는 소리를 반복할 뿐, 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정말로, 도움이 안 되네.”


작은 쥐는 성란의 멱살을 잡은 손을 풀었다.

성란은 제대로 서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분명히 아플 텐데도 불구하고 성란은 계속 흐느낄 뿐이었다.


[그렇게 대하면 당연히 겁먹죠!]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살인자를 달래라고? 생각만 해도 역겨워.]

[...]

[가망성도 안 보이고, 니가 알아서 해라.]


작은 쥐는 민수에게 몸을 넘기고는 조용해 졌다.


“...”


민수는 엎어져서 울고 있는 성란을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성란이 주한을 죽이는 데 동조했으면 했지, 반대한 사람은 아닐 터였다.

그건 경태가 악령이 되어 성란을 죽이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민수의 모습은 주한이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울면서 사과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민수는 성란이 아무리 사과를 해도 성란이 가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민수가 아까 성란을 때리지 않은 것도 여자를 때리면 안 된다는 생각과 작은 쥐가 종용하는 탓에 든 반항심뿐이었을 뿐, 사실 성란의 죄는 울면서 사과한다고 없어질 만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때리면서 크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민수는 갑자기 일기장이 떠올랐다.

일기장 속에서 성란은 세계에서 가장 값진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주한이 생각하기에 얼마의 돈을 써도 가질 수 없는, 구름 위의 여자였건만, 지금 성란은 민수의 발치에 엎드려 계속 미안하다고 울먹이고 있었다.


‘주한이가 바란 게 이런 거였을까? 자기가 좋아했던 여자가 울면서 비는 거?’

“...”


민수는 머리가 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주한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자신의 몸은 주한의 몸이었다.

주한이 바라는 대로 성란을 대하고 싶었다.


“그만 울어.”

“..?”

“그 반지, 내가 만든 거 맞지?”

“..어..”


민수는 쭈그려 앉아 성란과 눈높이를 맞췄다.

성란은 주한이 화를 내지 않자 계속 흐르는 눈물을 쓱, 쓱 닦아내고 주한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죽은 걸 자신의 눈으로 봤는데, 주한이 정말 살아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피로 가득 찼던 차 안이나 자신이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것이 떠올라 지금 자신이 제정신인가 의심스러웠다.


“소중하게 갖고 있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저 사람을 구해야 하거든.”


민수는 뒤쪽을 가리켰다.


“니 도움이 필요해. 저 사람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만한 게 뭐 없을까?”

“..어..”

“뭐, 그게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소중히 대하는 거나, 아니면 깜짝 놀랄 만큼 무서워하는 거나..”

“..소중한 건 잘 모르겠고, 천둥소리를 엄청 무서워한다는 건 알아.”

“그래?”


민수는 몸을 일으켰다.

천둥소리로 남자의 정신이 돌아올지는 몰랐지만 일단 해봐야 했다.

민수는 청소장이 소리도 만들 수 있나, 걱정하면서 성란을 두고 청소장에게 향했다.


“저기..!”


민수는 다시 뒤돌아 성란을 보았다.

성란은 이젠 많이 기운을 차린 건지 다리가 후들거리긴 해도 일어나서 말했다.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오늘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았지?”

“...”

“꿈속이라고 생각 해.”

“..꿈..?”


성란은 이상하게 차가운 공기나,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차의 엔진 소리가 너무나 생생한 탓에 꿈 일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꿈이길 바랐다.

아니, 꿈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주한의 장례식까지 갔었다.

주한은 분명히 죽었다.

5년 전, 바로 이 도로 위에서.


“꿈..이면 안 돼.”

“?”

“너가 죽었다는 건 내가 죽였다는 소리야. 지금이 꿈이 아니게 되면 내가 널 죽인 게 돼.”


민수는 얼굴을 찡그렸다.

성란이 뺑소니를 하고 자수를 하지 않은 이유가 짐작이 됐다.


“도망친다고 해서 자유로운 게 아니야. 니 죄를 스스로 시인하고 벌을 받아야지. 너는 주한..내 부모님 생각은 안 해? 얼마나 괴로워하셨는데.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죽인 범인을 찾고 있다고.”

“...”

“5년이 지나도 알 수 있어.”


민수는 벤치에 혼자 앉아있던 경태를 떠올렸다.

외로워 보였다.

그리고 경태의 집에 몰래 들어갔을 때, 아무것도 치우지 않은 고등학생 남자애의 방, 주한의 방도 떠올렸다.

주한의 책상에는 주한이 갑작스럽게 죽은 탓에 방에 남아있던 주한의 머리카락을 모아 책상위에 올려 둔 상태였고, 그 옆에는 싱싱한 흰 국화꽃이 놓여있었다.

주한의 부모는 아직 주한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니가 5년 동안 무슨 마음으로 살았는지는 몰라. 하지만,”

“...”

“우리 가족은 니가 니 죄를 모른척하고 살아온 5년 동안 단 한순간도 날 잊은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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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계획된 허락 17.07.25 4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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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같은 목적, 다른 무대 17.07.01 115 1 10쪽
13 아버지의 눈물, 외전 17.06.30 101 1 13쪽
» 움직이는 마음 17.06.30 42 1 8쪽
11 기억 17.06.29 51 1 15쪽
10 과거와 바람 17.06.29 4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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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아들을 찾아 17.06.28 46 1 16쪽
7 새로운 귀신 17.06.27 52 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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