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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78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12.23 12:00
조회
4,146
추천
73
글자
11쪽

56화: 날개를 꺾어라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6화: 날개를 꺾어라 (3)


관동군 경계병들이 무력하게 쓰러진 뒤, 특전소대원들은 곧장 비행장 안으로 진입했다.


[모두 잘 들어라. 놈들은 애당초 제정신으로 근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백열등을 끈 적도 없었지. 그렇지 않은가?]


[맞습니다, 소대장님. 경계병끼리 서로 사이좋게 담요 덮고 잔 적은 종종 있었지만, 불까지 끄고 밤을 보낸 적은 없었습니다.]


경계병 관찰 임무를 수행했던 소대원이 말했다.


[작전 시작하기 전에 감시탑에서 몇 대 맞았던 놈 기억하지?]


[근무 마치고 막사로 돌아가던 놈 말입니까?]


[그래, 다른 병사들 때리면서 들어갔던 놈. 며칠 동안 관찰해봐서 알잖아. 놈들이 근무 중에 맞으면 어떻게 하는지.]


[바로 잠들 생각을 안 하지요.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다음에-]


[그다음에 합류하지 말고 그냥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 뭔가 알아차린 낌새가 보인다 싶으면 바로 방아쇠 당길 준비해. 밖으로 뛰쳐나오면 바로 쏴버리고.]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대성은 소대원 일부를 병사 막사에 남겨두었다. 작전 중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관동군의 ‘군기 잡기’는 감시탑의 백열등과도 같았다. 말 그대로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고참이 일과 중에 머리를 박게 되면 후임은 개인 정비 시간 내내 머리를 박고 있어야만 했고, 근무 중에 정강이를 걷어차인 고참이 있으면 그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얻어터져야 했다.


막사에 다다른 소대원들은 방아쇠에 검지를 얹은 채 주변을 살폈다. 대성은 그들을 뒤로 한 채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한 곳은 비행장의 중추신경과도 같은 곳, 지휘통제실과 관제탑이었다.


관동군이 정확히 어떤 명칭을 쓰는진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한 부대의 명줄을 쥐고 있는 곳임은 틀림없었다.


대성은 안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을 피해가며 조심스럽게 건물 입구까지 다가갔다.


그리고는 당길 듯 말 듯한 손놀림으로 문고리를 천천히 잡아당겼다.


안에 있는 관동군 장병이 인기척을 느끼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인기척은 둘째 치고 침입자가 발생했다는 사실까지 알리고 남을 시간이었다.


당직자는 총을 들고 침입자를 막아설 것이고, 통신병은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하여 다른 부대에 관련 사항을 전파할 것이다.


제정신으로 근무했다는 가정하에.


대성과 마주한 관동군 장병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럴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끼이이이익···-


[······]


-푸슉!-


[······]


지휘통제실과 관제탑에서 근무하던 관동군 장병들은 경계병들과 마찬가지로 저항 한 번 못하고 쓰러졌다.


아니, 애당초 저항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근무 일지가 쥐여 있어야 할 장병들의 손에는 담요 자락이나 일기장, 쓰다만 편지가 쥐여 있었고, 권총이 올려져 있어야 할 선반에는 찻잔 세트가 보란 듯이 올려져 있었다.


하다못해 부대의 눈 역할을 해야 할 관제탑은 아예 비어 있었다.


대성과 함께 건물에 들어온 소대원은 대비할 생각조차 없던 적이 한심했는지 열심히 혀만 찼다.


[볼 때마다 느꼈지만, 여기서 근무하던 놈들, 여러모로 대단한 놈들이었습니다. 정말 해 뜰 때까지 안 일어나더라고요.]


[날밤 까고 싶을 리가 없지. 이렇게 따뜻하고 아늑한 곳에서 말이야.]


대성은 통신 장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는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죽은 장병을 옆으로 밀어낸 다음, 미리 챙겨왔던 절단기를 꺼내 들었다.


[놈들은 애당초 그럴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을 거야.]


[네?]


[근대화 이래 패배다운 패배를 해본 적이 없는 놈들이야. 우리가 이렇게 먼저 쳐들어올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대성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통신 장비의 선을 잘랐다.


항일 무장 세력을 서서히 벼랑 끝으로 몰아가던 항공대는 그렇게 고립되어버렸다.


[자네들 모두 일본어 배운 적 있다고 했지?]


[예. 만주로 건너오기 전까지 뤼순에 살았었습니다. 이놈들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었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군에 들어오기 전까지 아버지를 도와 무역 관련 일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일본인 깡패 자식들에게 맞아 죽기 전까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을 겁니다.]


[맞아. 그랬었지. 자네들은 여기 남아있어. 남아서 쓸 만한 문서를 챙기도록 해.]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그럼 좀 이따 보도록 하지.]


지휘통제실에 남은 대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성과 함께 다른 부대시설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은 격납고와 탄약고를 지나 병사 막사와 비슷하게 생긴 건물까지 이동했다.


[오셨습니까? 소대장님.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셨군요.]


[뭐 시간 끌 일이 있어야 늦든가 하지. 하나같이 곤히 자고 있는데 어쩌겠어. 식당 쪽은 어땠나?]


[뭐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아주 살벌하게 때리더군요. 우리가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요.]


[군기가 덜 잡혀 있었던 모양이지. 그래서 어떻게 했나?]


[계속 때리려나 싶었는데, 얼마 안 있다가 밖으로 나오려 하더군요. 시신은 주방 안에 넣어놨습니다.]


[그렇군. 그럼 시작하지.]


소대원들은 대성을 따라 작은 건물 앞으로 다가갔다.


특전소대가 목표로 삼은 건물은 병사 막사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훨씬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 병사 막사처럼 벽이 조악하지도 않았고, 문틈이 크게 벌어져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사병들이 거의 출입하지 않던 건물이기도 했다. 그곳에 드나들 수 있는 이들은 부대 장병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바로 폭격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조종사들과 일과를 끝낸 장교들이었다.


물론 병사 막사를 드나드는 조종사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많이 쳐줘도 세 명을 넘기지 않았다. 조종사 대부분은 장교 막사에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준비됐나?]


[예, 소대장님.]


[세 가지 사실만 기억해둬라.]


대성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첫째, 총알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확히 두 발만 써라. 적의 머리에 한 발, 심장에 한 발 이렇게.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둘째, 손전등을 든 권총 사수는 적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는지 안 뚫렸는지 확실하게 확인해라. 전우를 의심하라는 뜻이 아니야. 일말의 가능성도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확실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절대로 망설이지 마라. 놈들이 홀어머니께 편지를 쓰다가 잠들었든, 어린 자식 사진을 보다가 잠들었든, 연인을 그리워하다 잠들었든 간에, 절대로 흔들리지 마라.]


[······]


[나도 알고 있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부모이고 연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도 잊지 마라.]


[예.]


[놈들의 폭탄에 목숨을 잃은, 놈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우리 동포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자 부모, 연인이라는 것을. 알겠나?]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자. 정신 바짝 차려.]


대성과 소대원들은 조심스럽게 장교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비행장 장교들은 본래 최우선 제거 대상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천리군 수뇌부가 제거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었다.


천리군 수뇌부의 목표는 적 항공기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항공전력을 파괴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로 말미암아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성의 생각은 달랐다.


[다 좋은데, 왜 항공기 파괴가 답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나? 항공기가 없어야 공격을 안 하지. 항공기가 없는데 무슨 수로 하늘을 날아?]


[항공기를 다시 만들면 날 수 있겠죠. 항공기 파괴만으론 적 항공대에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 없어요.]


[그게 무슨 말인가? 총사령님께서도 이게 옳다고 하셨어.]


[그건 그 사람이 잘 몰라서 한 말이고요. 작전부장님, 잘 생각해보세요. 도구가 중요할 것 같습니까? 도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중요할 것 같습니까?]


[······]


[총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총 줘봐야 소용이 있을까요? 항공전력의 핵심은 항공기가 아닙니다. 그걸 모는 조종사가 핵심이죠. 안 그렇습니까?]


[흠···]


[부서진 항공기는 다시 만들거나 수리하면 그만입니다. 저놈들 같은 경우는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예요. 하지만 운용인력은 다릅니다. 사람을 공장에서 찍어낼 순 없으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군···]


[적 항공전력을 무너뜨리려면 그 운용인력부터 제거해야 합니다. 조종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항공기를 백 대 천 대 만들든 간에 말이지요.]


그렇게 기존 작전 기획은 폐기되었고, 새로운 작전이 만들어졌다.


항공기와 비행장 시설은 우선 제거 대상에서 밀려났다.


그에 따라 특전소대원들이 받을 훈련 내용도, 그들에게 지급될 무장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그들이 제거해야 할 대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끼이이익···-


대성은 권총 사수와 함께 방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권총 사수는 손전등으로 방을 천천히 비추었다.


대성의 시선은 곧 책상 위 작은 액자로 향했다.


액자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여인의 사진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액자 뒤로 실오라기 하나 삐져나오지 않은 항공 점퍼와 받은 지 얼마 안 된 듯한 새 고글이 보였다.


굳이 신호를 주고받을 필요도 없었다.


권총 사수는 약속이라도 한 듯, 곤히 잠든 조종사 쪽으로 손전등을 돌렸다.


[······]


젊은 조종사는 여태까지 마주쳤던 적병과 다르게 약간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인듯했다. 그는 손전등에서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빛줄기를 견디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돌격 소총의 총구는 이미 조종사의 이마와 마주하고 있었다.


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조종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대성은 조용하고 신속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작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방을 빠져나왔다.


그 뒤, 말없이 다른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와 마주친 다른 소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막사 내 모든 조종사와 장교들이 제거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끼이익···-


[다 돈 것 같은데, 아직 안 들어간 방이 남아있나?]


[아마 다 돌았을 겁니다, 소대장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같이 돌면서 확인하지. 어차피 증거물도 챙겨야 하니.]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유류창고로 가서 기름을 빼도록 해. 어디로 날라야 하는진 굳이 말 안 해도 되겠지?]


[예, 소대장님.]


[그럼 바로 출발해라. 이따 합류하도록 하지.]


대성이 말했다.


소대원들은 서둘러 장교 막사를 나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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