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228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12.31 21:22
조회
4,171
추천
79
글자
11쪽

57화: 날개를 꺾어라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57화: 날개를 꺾어라 (4)


장교 막사 청소가 끝난 뒤.


최우선 임무를 마친 소대원들은 비행장 전역으로 흩어졌다.


대원 대부분은 유류창고와 사병 막사로 달려갔다. 그러나 대성은 대원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멀어지는 대원들을 뒤로 한 채,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소대장님! 벌써 끝내셨습니까?]


[녀석들이 원체 일어날 생각을 안 해서. 우리 동료들 머리 위에 폭탄 퍼붓는다고 힘을 많이 쓴 모양이야. 그나저나 정리는 다 했어?]


[예, 소대장님. 다 했습니다.]


지휘통제실에 남아있었던 대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들이 정리한 군사 문서를 대성에게 내밀었다.


[말씀하신 대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문서만 따로 추렸습니다. 그렇지 않은 것들은 난로 옆에 고이 모셔놓았고요.]


[깔끔하게 정리했네. 수고했어.]


[한 번 확인해보시겠습니까?]


[열심히 훈련받은 자원들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할 건 해야지. 뭐, 나도 공부 잘하는 형님한테 배운 게 있는데 그냥 썩히기는 아깝잖아?]


대성은 난로 옆에 가지런히 쌓인 문서들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빠른 속도로 훑어보았다.


‘부대 장교 총원 임관 기념행사 기획, 12월 황태자 탄신일 기념행사 사전 준비 기획, 신년 맞이 제사 및 신궁 건설 동원 계획··· 참 멀리도 바라보네.’


대원들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은 듯했다.


난로 옆에 있던 문서들은 기념행사 공문이나 부대 내 신변잡기를 정리한 기록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잠시 후, 대성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흠. 딱 불쏘시개로 쓸 만한 물건만 골라냈군. 좋아. 여기 일은 얼추 끝낸 것 같으니, 이만 나가자고.]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땔감만 올려놓고 바로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너희는 일단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장작이 가장 많은 곳부터 태워야 하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아··· 알겠습니다. 그럼 장작 태우실 때 맞춰서 합류하겠습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신호 주십시오. 바로 달려가겠습니다.]


[그래. 좀만 더 수고해줘. 문서 간수 잘하고.]


[예, 소대장님. 맡겨만 주십시오.]


대성은 곧장 유류창고 쪽으로 이동했다. 사병 막사로 가지 않은 소대원들은 대부분 유류창고에 있었다.


[소대장님 오셨습니까?]


[얼마나 진행됐지? 조금 있으면 다음 근무자가 교대하러 나올 시간이야.]


[사병 막사로 보낼 기름은 지금 다 준비해놓았습니다. 다른 것들은 격납고 쪽으로 빼놨고요. 사병 막사는 지금 바로 처리하셔도 됩니다.]


[나머지는? 내가 지시한 대로 했어?]


[예. 거의 다 완료했습니다. 아주 볼 만할 겁니다.]


유류창고 처리를 맡은 소대원이 말했다.


비행장 유류창고는 본래 경계병 순찰조가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아야 하는 부대 내 중요 구역으로, 적어도 총격전이 한 번은 일어났어야 할 곳이었다.


하지만 순찰조는 유류창고에 얼굴 한 번 비추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순찰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만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해가 완전히 저문 이후, 순찰조는 유류창고를 살피는 대신 감시탑 밑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를 원했지, 담뱃불 하나 마음대로 못 붙이는 장소는 원하지 않았다.


순찰조는 매일 밤 감시탑 경계병이 내려준 담요를 몸에 감싼 채, 쪽잠을 청했다.


적이 자기들 이마에 총알을 박아 넣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빨리빨리 움직이자. 조금 있으면 놈들 일어난다.]


방해꾼이 사라진 유류창고는 특전소대원들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소대원들은 유류 탱크의 밸브를 완전히 열어놓은 채 값비싼 항공유가 줄줄 새어나가게끔 놔두었다. 다른 연료가 담긴 드럼통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군. 다 했나?]


[예, 소대장님. 사병 막사 쪽도 얼추 끝났답니다.]


[격납고는?]


[거기도 신호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 마무리 인원만 남고 전원 사병 막사로 이동한다.]


소대원들은 대성을 따라 사병 막사 근처로 이동했다. 막사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소대원들은 기름 냄새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었다.


관동군 병사들도 소대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감각이 예민한 병사 몇몇은 코를 찌르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반쯤 감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비상! 비상!]


사병 막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막사를 에워싼 거대한 불길은 병사들의 전의를 단번에 상실케 했고 이성을 마비시켰다.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 병사들은 이렇다 할 대처법을 떠올리지 못했다.


병사들은 고성을 지르며 출입문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출입문을 집어삼킨 불꽃은 시뻘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병사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야, 야! 신병!]


[예···?]


[왜 멍하니 서 있어! 전부 태워 죽일 셈이야? 빨리 안 움직여?]


[예? 그렇지만 불길이-]


[천황 폐하의 용맹스러운 군인이 그깟 불씨 하나를 무서워하는 게 말이 돼!]


-퍼억!-


[으아악!]


고참에게 떠밀린 이등병은 화염에 휩싸인 문짝을 들이받고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다.


[아아악!]


부서진 문 위로 쓰러진 이등병은 타오르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제물이 된 후임을 신경 쓰는 고참은 아무도 없었다.


고참들은 인신 공양을 벌이는 부족의 제사장마냥 제물의 등을 아무렇지 않게 짓밟으며 막사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얼굴로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승에서 맛본 마지막 새벽 공기였다.


***


인신 공양을 벌였던 병사들이 특전소대의 총알에 쓰러진 직후, 사병 막사는 화염에 완전히 휩싸였다.


다른 시설도 마찬가지였다.


장교 막사는 꿈나라에 영원히 갇혀버린 조종사들과 함께 불타올랐고, 지휘통제실과 격납고는 제국의 기술력과 경제력이 집약된 장비들을 품은 채 잿더미가 되었다.


비행장의 생명줄과도 같았던 유류창고는 거대한 폭발을 몇 차례 일으킨 뒤,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불기둥으로 다시 태어났다.


생존자는 없었다. 목격자도 없었다.


불구덩이에 떨어진 비행장 장병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비행장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했고, 관동군은 소중한 항공 전력 일부를 잃어버렸다.


[총사령님! 특전소대가 돌아왔답니다!]


[돌아왔다고? 몇 명? 몇 명이나 돌아왔어? 부상자는?]


[전원 무사 귀환했답니다!]


작전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한세걸은 특전소대의 귀환소식을 듣기 무섭게 간이 기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상처 하나 없는 소대원들과 대성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이야~ 정태준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하게 돌아왔구먼!]


[뭐야, 한형(兄)도 있었어? 사령부에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언제 사령부에 있겠다고 했어? 여기서 기다린다고 했지.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잤어.]


[하하 장난이야. 그나저나 어지간히 긴장하셨나 보네. 표정이 아주···]


[자네 같으면 긴장 안되겠나? 어떻게 됐어? 성공했나?]


[그럼 그냥 갔다 온 척만 했을까 봐?]


대성이 말했다. 그는 군장 속에 넣어두었던 보따리를 꺼낸 뒤, 땅바닥에 가지런히 풀어놓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지. 찬찬히 살펴봐. 다른 대원들도 한두 개씩 챙겨왔으니까 궁금하면 가서 보여달라 하고.]


[이건··· 일본군 군복하고 훈장이잖아? 정말로 다 제거한 건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장례까지 치러줬지. 한 명도 남기지 않고. 장교, 사병 할 거 없이 전부다.]


한세걸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죽은 관동군 장교들의 소지품을 살폈다.


그와 동행한 다른 수뇌부 일원도 마찬가지였다. 대성과 함께 작전을 세웠던 천리군 수뇌부는 특전소대원이 가져온 각종 전리품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잠시 후, 한세걸이 말했다.


[전원 무사 귀환에 전리품까지··· 믿기지 않는군.]


[아마 관동군도 그럴 거야. 멀쩡하게 돌아가던 비행장 하나가 저항 한 번 못해보고 무너졌으니. 정체도 모르는 녀석들에게 말이야.]


[분명 그렇겠지. 만주 침공 이후 이 정도로 깨져본 적이 없을 테니까.]


[여하간. 회의 때 말했던 대로 이런 물건들은 선전물 같은 거 만들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야. 그다음에는 뭐, 녹여서 총알로 재활용하면 될 거고.]


[다른 전리품도 챙겨왔나?]


[두말하면 잔소리지.]


대성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소대원 한 명을 불렀다.


소대원의 군장 속에는 종이꾸러미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여러 번 접어야 할 만큼 상당한 크기를 자랑했다. 대성이 집어 든 종이는 기지에 마련된 작전 회의용 탁자를 덮고도 남을 정도였다.


[부대 본부 같은 데 걸려있었던가? 자네가 지휘통제실이라고 부르는 곳 말이야.]


[장교 막사에도 걸려 있었어.]


[다행이네. 필사할 사람 더 구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럴 필요 없을 거야.]


대성이 말했다.


그가 가져온 지도는 비행장을 포함한 관동군의 주요 주둔지 위치와 병력 배치 정보를 담고 있었다.


[이로써 놈들의 위치를 얼추 다 알게 되었군. 정태준이, 자네 정말 큰 일 한 거야. 자네가 키운 대원들도 마찬가지고.]


[큰일은 무슨. 이제부터 시작이지. 보급품 다 챙겨왔지?]


[그럼. 넉넉하게 갖고 왔지. 근데 정말 바로 갈 생각이야?]


[작전 회의 때 말했잖아. 뜸 들이지 않을 거라고.]



대성이 말했다.


[관동군은 아직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 했을 거야.]


[······]


[부대가 누군가의 기습을 받고 무너졌는지, 선임자에게 불만을 품은 이등병들의 내부 총질로 무너졌는지 지금 당장은 모를 거라고.]


[하긴, 목격자 한 명 남지 않았을 테니.]


[그래.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겠지. 시신만 봐도 대충 냄새가 날 테니까. 그래서 최대한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한다는 거야.]


[녀석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


[그렇지.]


대성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군용 단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지도 한가운데를 가리켰다.


그러자 한세걸이 물었다.


[거기가 다음 목표지점인가? 어디 보자··· 흠, 비행장은 아닌 것 같은데. 배치 규모나 주변 지형만 보면···]


[맞아. 비행장 아니야. 한형이 사전에 파악한 주둔지도 아니고.]


[이렇게 꼭꼭 숨겨진 곳을 찾긴 좀 어렵지. 아직까지는. 뭐 하는 곳인지 알아낸 거야?]


[아주 수월하게 알아냈지. 관동군이 남긴 문서 덕분에.]


대성이 말했다.


[장담컨대 여길 박살 내면 이 지역 관동군에게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거야. 무조건.]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1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6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8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0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2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7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9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8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1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7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9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0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1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9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6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7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9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5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9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1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2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5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3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2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