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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484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08 23:21
조회
6,588
추천
104
글자
11쪽

27화: 나비 효과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7화: 나비 효과 (1)


대성은 민위군과 천리군이 맞붙었던 교전 현장을 바라보았다.


“대부분 죽었을 테지만, 그래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는 사실 마적단 간의 전투에서 발생한 사상자들에 대해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마을 앞에서 벌어진 전투에 집중했던 까닭이었다.


물론 무명의 나이 든 마적을 따라 봉기하는 과정에서 포로 대부분이 총상을 입기는 했다.


그리고 금강불괴의 몸을 타고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근거리에서 소총탄을 맞고 살아남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이 총알과 함께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쩌면 용케 살아남아서 천리군 잔당세력이 전멸하는 모습을 지켜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도 조선인들에게,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갖춘 조선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꼴을 지켜봤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성이 미처 알리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곧 대성이 마을 주민들을 불렀다.


“일단 다른 분들은 여길 정리해주세요. 저는 촌장님들과 함께 저쪽 현장을 정리하도록 할게요. 철인아, 고담아, 인영아. 너희가 여길 맡아줘.”


“알았어. 걱정하지 말고 어여 갔다 오기나 혀.”


“정리할 때, 막대기처럼 생긴 수류탄은 특별히 조심해서 다루도록 해. 괜히 꺼내보지 말고, 상자째로 따로 옮겨 놔.”


“아 거참, 또 시작이구먼. 줄만 잡아당기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여. 나가 이래 봬도 머리가 비상한 편이랑께.”


철인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간 위험한 무기류에 대해서 몇 번씩 교육했기 때문이었다.


군 시절 배운 지식이 주된 교육 내용이었지만, 그중에는 인터넷으로 알게 된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오래전에 사장된 막대형 수류탄도 인터넷으로 접했던 무기 중 하나였다.


당연하겠지만, 과거로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지는 않았었다.


인터넷 검색, 특히 위키 사이트 보기는 학습지 재고 풀기와 더불어 인생에 즐길 거리가 전혀 없다시피 했던 흙수저의 몇 안 되는 취미였다.


물론 대성도 같은 내용은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는 자신의 취미를 인생을 허비하는 내용이라고 여겼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였다.


후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료는 조상을 교육하고 계몽하는 데 나름대로 크게 이바지하고 있었다.


“어쨌든 항상 조심해. 그것들은 몇십 년 후에도 사람 여럿 골로 보낼 물건이니까. 내가 괜히 강조하는 게 아니라고.”


대성은 마을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시킨 뒤, 공동체 주요 인사들을 데리고 첫 번째 교전 현장으로 향했다.


***


천리군 잔당세력이 최후를 맞이한 곳도 그랬지만, 마적단 간에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 역시 참혹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멀리서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겠군. 도대체 몇 개를 터뜨린 거야?”


상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한 개만 터진 게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지. 폭탄이 터지는 자리에 폭탄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었던 모양이야.”


만식도 상기의 추측에 동의를 표했다.


일본군과 숱한 전투를 치르며 못 볼 꼴을 수없이 봤던 두 베테랑도 혀를 내둘렀다.


연쇄폭발이 일어났던 자리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굴삭기로 드러낸 것처럼, 깊게 파여 있었다.


다만 그들 역시 마적단 간의 교전을 지켜봤었던 것만큼, 상황을 아예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잠시 후, 만식이 다시 말을 꺼냈다.


“우리도 대충 봤지만, 사실 태준이가 바로 알려주긴 했어. 그렇지?”


“그렇습니다.”


“육안으로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알려줬다는 말은 단순히 우발적인 사고는 아니라는 뜻일 테고."


“맞아요.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정확히 어떤 일인지 못 알렸을 뿐이었지요."


“역시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만식의 말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보셨던 대로 포로로 잡힌 민위군 병사가 천리군을 상대로 사고를 치고 말았지요. ‘초대형사고’를요.”


“초대형사고? 그게 무슨 말이냐?”


“민위군 병사가 자기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죽인 지휘관··· 천리군 총사령의 아들입니다.”


“뭐, 뭐라고?”


만식은 숨이 턱 막힌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비단 만식만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한 마을 촌장 백상기도, 낙민 마을의 새로운 촌장 이호철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만식이 재차 물었다.


“정말이냐? 천리군 총사령이 정말로 죽었다고? 그것도 우리 마을 앞에서?”


“적어도 자폭한 민위군 병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적군 수장의 아들을 전리품으로 챙기게 되었다고요.”


“이럴 수가···”


“더불어 마을로 쳐들어온 천리군 잔당도 ‘도련님’이 죽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대성이 말했다.


“말도 안 돼···”


만식을 포함한 마을 어른들은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애당초 ‘군벌’이라고 칭하는 무력집단 수장의 후계자가 조그만 조선인 마을에 직접 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전투까지 치른 마당에 태준이 네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겠다만··· 그래도 믿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구나.”


만식이 말했다.


“솔직히 동네 무뢰배도 아니고, 무려 군대를 칭하는 대형 조직 아니더냐.”


“그렇지요.”


“그런 조직의 후계자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이런 촌구석까지 오겠느냐?”


다른 마을 어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무리도 아니었다. 재벌 2세가 구멍가게 하나 차지하려고 경영진 수뇌부를 동원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천리군 총사령의 후계자가 죽었다고 무작정 우길 상황도 아니었다.


“아저씨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대성은 민위군 병사가 폭탄을 터뜨렸던 곳을 바라보았다.


“애당초 천리군 총사령 아들의 얼굴을 알던 것도 아닐뿐더러, 확인할 길마저 사라져버렸으니까요.”


물증으로 내세울 만한 ‘천리군 도련님’의 시신 상태는 먼 훗날 중동지방에 등장할 어느 독재자의 자식들처럼 어떻게 대충 수습해서 알아볼 정도가 아니었다.


그냥 형체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조직의 수족 하나를 잘라냈는지, 후계 구도 자체를 박살 냈는지 확인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한 병사의 자폭으로부터 시작될 ‘나비효과’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일단 수습 작업부터 시작하도록 하죠.”


대성이 말했다.


“누가 죽었든 간에 여기가 또다시 전장이 되게 만들 수는 없어요.”


***


마을 앞에서 전후 처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대성 일행도 작업을 시작했다. 그들은 교전 중에 사망한 시신부터 수습했다.


“민위군은 민위군대로 천리군은 천리군대로 모아주세요. 회색 옷으로 복장 통일한 자들이 천리군이에요.”


얼추 예상했던 대로 생존한 병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성길이 형. 확인해봤어?”


“얘네들도 죽었어. 총상은 최대한 빨리 치료하는 게 관건인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현장을 돌아다니며 사망 확인을 하는 성길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어차피 적으로 만났으니 살고 죽는 문제는 그다음이었겠지만. 이제 어디만 확인하면 되지?”


“이 사람들이 마지막이야.”


“그럼 살아남은 사람은 한 명뿐이네. 그 아이는 어떻게 할 셈이야?”


성길이 물었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포박되어 있었던 조선인 포로는 전투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동시에 진실을 얼추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나비효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사실상 그의 입에 달려있었다.


대성은 포로의 처분 문제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없었다.


그는 대답하기를 망설였다.


“흠··· 그나저나 아이 상태는 어때?”


“포박하는 과정에서 몸이 좀 긁혔을 뿐, 특별한 상처는 없어.”


“다행이네.”


“대신 여러모로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아. 방에서 벌벌 떨기만 하고 있어.”


“그렇군. 일단 아이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마을 사람들한테 그렇게 전해줘.”


대성은 포로 처분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성길을 마을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말없이 병사들의 시신이 실린 짐마차에 올라탔다.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 못 했구나.”


만식이 묻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만식이 말했다.


“그래.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 돌쇠처럼 답이 없는 녀석이었다면 모르겠다만···”


“눈만 가릴 게 아니라, 귀도 막을 걸 그랬습니다. 골치 아픈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그런다고 총성이 안 들리겠느냐? 솜으로 틀어막아도 들리는 판에.”


“하긴, 어떻게든 알았을 테지요.”


“너의 마음이 따르는 대로 하여라. 답이 아닌 것 같아도 때로는 답이 될 수도 있으니까.”


머릿속이 복잡할 대로 복잡해진 대성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는 골치 아픈 문제를 잠시 머릿속 저편에 넣어두기로 결론 내렸다.


마을에서 어느 정도 떨어졌다고 생각될 때쯤, 대성 일행은 짐마차를 멈추고 시신들을 내렸다.


“너무 모아두지 말고 조금씩 떨어트려 놓죠. 매복 작전을 할 만한 지형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대성은 마을 주민들과 함께 폭발 여파로 박살 난 총기들을 시신 근처에 놓아둔 다음, 탄피를 곳곳에 뿌렸다.


그렇게 또 다른 교전 현장이 만들어지고, 대성은 글귀가 적힌 종이와 함께 갈기갈기 찢어진 노란색 깃발을 들판 위에 꽂아두었다.


“아저씨. 이 정도면 얼추 도발한 거로 보이겠죠?”


대성이 만식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도발이 아니고,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지.”


“그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군요.”


“더불어 네 말마따나 천리군 총사령의 아들이 죽은 것이라면, 천리군은 전 병력을 동원해서 민위군을 칠 거다.”


“그렇겠죠. 막상 해놓고 보니, 이게 잘하는 짓인지 잘 모르겠네요.”


“놈들은 근본적으로 이득을 얻기 위해 움직이는 녀석들이야. 보호세 받아먹을 마을을 전부 잿더미로 만들지는 않을 거다.”


만식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쉽게 꺾지 못할 거야.”


대성은 천리군 병사들의 시신을 뒤로하고, 마을로 말머리를 돌렸다.


마을에서도 비슷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거기 흙 좀 더 갖고 오이소! 여기 좀 더 채워 넣어야 할 거 같어.”


마을 주민들은 서로 하나가 되어, 수류탄 폭발로 움푹 파인 구덩이들을 도로 메꾸었다.


어차피 자연은 시시각각 변하기에 며칠만 지나면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듯했다.


따라서 교전 흔적 지우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로 어려운 작업은 따로 있었다. 마을로 돌아오는 대성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이제 하나만 남은 건가···’


그는 자신의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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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2 5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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