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37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07 23:59
조회
6,400
추천
108
글자
11쪽

26화: 영혼의 한타 (4)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6화: 영혼의 한타 (4)


얼떨결에 새로운 조직을 결성한 천리군 잔당 세력은 중화기를 앞세우고 기세등등하게 진격했다.


[근데 진짜 저 마을에 도련님이 찾는 조선인이 있으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놈은 도련님 따라 황천 가고 우리는 금괴를 얻는 거지.]


[금괴라. 내 인생에도 드디어 빛이 찾아오는구나.]


조금 전까지 천리군 총사령 아들의 호위병력이었던 자들은 인수분해가 되어버린 옛 주인의 금괴를 얻을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몇 년만 착실하게 일해서 돈 적당히 모으고, 강남땅으로 내려가야지.]


[나도 그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거지 같은 땅 말고 살기 좋은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나는 국민당에다가 돈 조금 바치고 괜찮은 자리 하나 얻어야겠다. 사나이로 태어났는데, ‘나리’ 소리 한 번 들어봐야 하지 않겠냐?]


병사들은 마을로 진군하는 내내 장밋빛 전망만 늘어놓기에 바빴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병사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부귀영화를 누릴 본인의 미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들은 조선인 정착촌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병사들은 철인과 만식이 지키고 있는 언덕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가 보기에 저놈들 싸울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지라?”


“우리가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 같구나.”


만식이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병사들은 마을 주민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듯했다.


병사들은 저마다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고, 마을 쪽은 잘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대부분은 아예 소총을 등에 메고 있었다. 기관총 사수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만식은 그런 병사들을 보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모두 준비해라. 놈들이 우리 사정권에 들어오는 순간, 태준이가 저들의 진격을 저지할 거야.”


“예!”


다른 진지에 배치된 주민들 역시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그들은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처럼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운 마적단이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디려는 순간.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전원 사격 개시!”


-탕!탕!탕!탕!탕!-


동시에 마을 주민들의 일제사격이 이어졌다.


[뭐야? 모두 총 꺼내! 모두 총- 으악!]


언덕에서 빗발치는 총알들은 병사들의 신체 어딘가에 박혔다. 물론 자비 없이 꿰뚫어버리거나, 운 좋게 스쳐 지나가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어떤 경우가 되었든 간에, 엄청난 고통과 부상을 불러왔다.


[으아아악!]


총알 세례를 피하지 못한 병사들은 저마다 다친 부위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탕!-


[어억!]


-쿵!-


차라리 비명만 지르는 거로 끝나면 다행이었다. 말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총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맨바닥으로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낙마는 예나 지금이나 큰 부상을 초래하기 마련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언덕에서 날아드는 총알은 병사들이 타고 있던 말을 쓰러트리기도 했다. 전투불능에 빠진 병사들은 그런 말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회생불능이 되어버렸다.


-탕! 탕! 탕!-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훈련받은 경험을 토대로 침착하게 전투에 임했다.


그와 달리 천리군 잔당은 정신을 거의 놓다시피 했다. 그들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초자연 현상이라도 본 것마냥 현실부정을 하기에 바빴다.


[야! 어, 어떻게 된 거야! 저기 조선인 마을이라며?]


[그랬지.]


[근데 총알이 왜 날아오는 건데? 장난하냐?]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내가 말했냐?]


온갖 변수들의 작용으로 탄생한 마적단에게 결속력이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기습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은 바리케이드로 삼은 말의 사체 뒤에서 서로 남 탓만 했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종국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모으는 듯했다.


[어이! 지금 우리끼리 언쟁 벌일 때가 아니야. 일단 저 빌어먹을 놈들부터 처치해야 한다고.]


[저 자식들 실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수로 처치할 거야?]


[이 머저리 같은 자식아! 우리가 누구냐? 명색이 천리군 출신인데, 우리한텐 무기가 있잖아! 기관총이랑 수류탄은 장식이냐?]


말에 기대어 총알을 피하고 있던 병사 중 한 명이 소리쳤다. 그는 총성이 들리는 전방을 유심히 보고는 막대형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내 생각에 적들은 아주 가까이 있어. 분명 참호 같은 걸 팠을 거야. 그게 아니면 이렇게 잘 맞출 수가 없지.]


병사는 머릿속 망상을 들먹이며 막대형 수류탄의 신관작동용 줄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대성은 방아쇠를 당겼다.


-콰앙!-


그렇게 수류탄은 가뜩이나 피해가 많은 천리군 잔당의 전력에 더 큰 피해만 입혔다.


결국, 전황을 바꾸기 위한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나름대로 오래 구른 듯한 일부 병사들은 기관총이 실린 짐마차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개 같은 놈들··· 어디 출신인지는 모르겠다만, 아주 끝장을 보고 싶은 모양이군.]


[우리가 끝장나지 않기 위해서는 저 기관총을 써야 하는 수밖에 없어. 기관총을 어떻게든 되찾아야만 해.]


[뭐 계속 주저리주저리 떠들 필요 있냐? 가자!]


병사들은 총성이 들리는 곳을 향해 권총을 마구 쏘아 대며 기관총이 실린 짐마차까지 죽기 살기로 달렸다.


그렇게 어찌어찌 짐마차에 도달했지만, 병사들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남아있었다.


천리군 잔당이 보유한 기관총 세 정은 예외 없이 전부 땅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병사들은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며 어떻게든 기관총을 똑바로 세워야 했다.


[망할! 다른 놈은 몰라도 말 쓰러트린 놈은 내 반드시 찾아내고 만다.]


[보통 악독한 놈들이 아니야. 짐마차 끄는 말만 골라서 다 죽여놨어.]


[빌어먹을 금괴 몇 개 찾으러 왔다가 미친놈 하나를 만났네.]


[몰라! 미친놈이든 뭐든 간에 말 쏜 놈이고 조선놈이고 오늘 다 죽인다.]


병사들은 짐마차를 끌던 말만 골라서 쏴 죽인 ‘익명의 조선놈’을 욕하며 기관총을 똑바로 세우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어차피 짐마차에 총알 많이 실려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마음껏 갈겨!]


[수류탄도 다 집어 던져! 이 기관총만 잡으면 다 뒤집을 수 있다!]


병사들은 마을 쪽으로 수류탄을 마구잡이로 던지기 시작했다.


-콰앙! 쾅! 쾅! 콰앙!-


다행히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를 두고 교전을 벌인 것이 아니었기에 수류탄이 마을에 피해를 줄 일은 없었다.


하지만 병사들이 기관총을 바로 세울 시간을 벌어주기에는 충분했다.


마을 주민들은 마구잡이식 수류탄 투척에 안전거리를 확보해야만 했다. 더불어 계속 이어지는 굉음과 폭발 여파로 생기는 연기와 흙먼지 때문에 견제 사격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벼랑 끝에서 생각해낸 전술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였다.


[하하하! 멍청한 놈들 한 발도 쏘지 못하는 거 봐라! 수류탄이 무섭기는 한가 봐?]


[저 자식들 이미 우리 도련님처럼 갈기갈기 조각난 거 아니야?]


[그래도 기관총은 피할 수 없을 거다. 모두 반격할 준비해!]


말 뒤에 숨어 신세 한탄하기 바빴던 병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승기를 잡은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마침내 중화기를 다룰 수 있게 된 병사들은 자신들이 패배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동시에 자신들을 공격한 겁 없는 자들이 빠져나올 수 없는 죽음의 덫에 빠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사격 개시!”


-탕! 탕! 탕! 탕! 탕!-


대성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총성이 울렸다.


기관총을 앞세워 전세를 뒤집으려 했던 천리군 잔당세력은 옛 낙민 마을 주민들이 쏘는 총알에 하나둘 쓰러졌다.


대성은 중화기와 수류탄을 집으려는 병사들을 일격에 쓰러뜨리며 변수로 작용할만한 모든 요소를 차단했다.


[망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으윽!]


[옛말에 이런 게 있었지. ‘삼십육계주위상책(三十六計走爲上策)’이- 커헉!]


한때 ‘천리군 도련님’의 친위부대로 이름을 날렸을 병사들은 저항다운 저항 못 해보고 삼도천으로 향했다.


그렇게 총알이 얼마나 빗발쳤을까, 마침내 대성이 주먹을 쥐어 들고 소리쳤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지시가 내려지기 무섭게, 낙민 마을 주민들은 매복 지점에서 일어나 교전이 벌어졌던 들판으로 달려갔다.


“우리 이웃이 당했던 꼴을 당하니 기분이 어떠냐? 좋냐? 어?”


“빌어먹을 자식들. 촌장 가족이 성질 하나는 아주 더러웠거든? 걔가 저승에서 친히 맞이해줄 거다.”


“거기서도 죽고 싶은 심정이 들 거다. 각오해라, 썩을 놈들아. 퉤!”


낙민 마을 주민들은 별로 좋지 못한 몰골로 최후를 맞이한 천리군 병사들을 보며 그간 쌓아왔던 모든 감정을 풀어냈다.


곧 백산 마을과 신한 마을에서도 사람들이 왔다. 사람들은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성 역시 전투를 훌륭하게 치러낸 친구들과 안부를 나눴다.


“이야, 몇 시간도 안 떨어져 있었는데, 꼭 몇 년 만에 보는 것 같구마이. 어디 다친 데 없지?”


“거리가 가까워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어. 이번 생은 어째 좀 운이 따라주는 것 같네.”


“이번 생이라니 그게 시방 뭔 소리여. 어디 다친 거 아녀?”


“아, 아니야. 그냥 운이 좋았다고.”


대성은 철인의 물음을 대충 얼버무렸다.


다행히 전투에 참여한 마을 사람 중 다친 이는 없었다.


수류탄의 굉음과 폭발의 여파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식겁한 주민들도 더러 있었지만, 심각하게 여길 수준은 아니었다.


“전투가 오래 이어진 만큼 많이 피곤하시겠지만, 안보상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시작합시다.”


대성이 공동체 주민들을 보며 말했다.


주민들 역시 대성의 의견에 별다른 반대를 표하지 않았다.


그렇게 전후처리 작업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다시 한 번 전투 중에 다친 사람이 없는지 점검하고, 교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살아남은 적군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동안 교육을 허투루 받은 건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대부분 치명상이라 오래 버티지 못했어.”


만식이 말했다. 마을 앞 전투에서 살아남은 적군은 한 명도 없었다.


“어쩌면 이게 더 나은 것일지도 몰라. 포로를 처리하는 것도 정말 골치 아픈 문제니까.”


그의 말마따나 전후 처리에서 가장 곤란한 문제는 포로의 거취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윽고 만식이 대성에게 물었다.


“앞서 민위군과 천리군끼리 벌였던 전투는 어떻게 되었느냐? 살아남은 사람이 있느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망자여, 왕이 되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공지: 69화는 4월 9일 오후 12시(정오)에 연재됩니다. +1 20.04.08 273 0 -
공지 연재공지: 60화는 1월 28일 오후 6시에 연재됩니다. 20.01.28 203 0 -
공지 연재공지: 59화는 1월 18일 오후 8시에 연재됩니다. 20.01.18 199 0 -
공지 연재공지: 55화는 12월 15일 오후 7시에 연재됩니다. 19.12.15 196 0 -
공지 5월 둘째 주 주말(5/11~5/12) 연재 공지 +2 19.05.11 357 0 -
공지 4월 8일 본문 수정 공지 - 가독성 개선 작업 (프롤로그~3화) / 작업 완료 19.04.08 562 0 -
공지 연재시간은 미정입니다. +1 19.04.03 10,649 0 -
210 후기 +24 21.01.04 1,556 46 2쪽
209 208화: 에필로그 - 그리고 지금 (완결) +2 21.01.04 1,819 43 12쪽
208 207화: 해방 (2) +5 21.01.01 1,930 53 13쪽
207 206화: 해방 (1) +3 20.12.31 1,542 50 12쪽
206 205화: 결전 (4) +3 20.12.30 1,467 42 12쪽
205 204화: 결전 (3) +1 20.12.29 1,399 38 12쪽
204 203화: 결전 (2) +1 20.12.25 1,558 41 12쪽
203 202화: 결전 (1) +1 20.12.24 1,521 33 12쪽
202 201화: 최후통첩 (4) +4 20.12.23 1,577 36 12쪽
201 200화: 최후통첩 (3) +3 20.12.18 1,659 39 13쪽
200 199화: 최후통첩 (2) +3 20.12.17 1,590 41 12쪽
199 198화: 최후통첩 (1) +3 20.12.16 1,671 43 12쪽
198 197화: 서울 진격 (4) +3 20.12.11 1,849 44 12쪽
197 196화: 서울 진격 (3) +2 20.12.10 1,686 43 12쪽
196 195화: 서울 진격 (2) +1 20.12.09 1,707 49 13쪽
195 194화: 서울 진격 (1) +3 20.12.05 1,869 54 12쪽
194 193화: 인천 상륙 작전 (3) +1 20.12.03 1,815 45 12쪽
193 192화: 인천 상륙 작전 (2) +1 20.12.02 1,779 45 13쪽
192 191화: 인천 상륙 작전 (1) +2 20.11.27 1,881 44 13쪽
191 190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4) +3 20.11.26 1,822 49 13쪽
190 189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3) +1 20.11.25 1,815 47 12쪽
189 188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2) +2 20.11.20 1,933 44 12쪽
188 187화: 부산에서 낙동강까지 (1) +3 20.11.19 1,982 4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