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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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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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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01 08:00
조회
6,590
추천
100
글자
12쪽

22화: 폭풍 전야 (3)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2화: 폭풍 전야 (3)


인기척 없이 적막감만 감도는 마을을 보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다들 어디 간 거야?’


대성은 망원경을 급히 꺼내 들고 마을 구석구석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마을은 그저 고요하기만 할 뿐,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밭을 갈며 노래 부르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도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돼...'


오로지 적막감만 느껴지는 가운데, 불길한 예감이 대성의 머릿속을 서서히 메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찰나, 만식이 대성을 불렀다.


“태준아. 저쪽 좀 봐봐라.”


만식은 마을 후방에 자리 잡은 작은 언덕을 가리켰다.


“네가 가르쳐 준 신호를 쓰는 걸 보니, 우리가 걱정했던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야.”


만식의 말마따나 대성은 작은 깃발로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마을 주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마을 주민이 보낸 신호를 입으로 천천히 되뇌었다.


“마을 전방 무장 세력 움직임 포착. ‘민위군’으로 확인. ‘데프콘 3 발령’. 방공호로 즉각 들어오기 바람.”


“다행히 늦진 않았구나.”


만식이 말했다. 하지만 이대로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빨리 온 것도 아니죠.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알아봐야겠어요.”


대성과 만식은 짐마차를 끌고 말들을 숨기기 위한 용도로 조성해 놓았던 토굴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토굴로 따라 들어온 철인과 만날 수 있었다.


“휴··· 난 또 민위군하고 마주쳤나 해서 걱정했는디. 하늘이 아직 우리 편인가 보구먼.”


“어떻게 된 거야?”


“신호로 보고한 내용 그대로여. 어여 가자고. 직접 보면 무슨 말인지 바로 알 것이니께.”


여정의 피로를 풀 틈도 없이, 대성은 철인을 따라 전방 진지로 갔다.


과연 철인이 말한 대로 상당히 많은 수의 민위군 병사들이 마을 앞 평원을 서성이고 있었다.


잠시 후, 대성이 총안(銃眼)으로 비치는 민위군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놈들 언제부터 저러고 있던 거야?”


“얼마 안 됐어.”


“구출작전 때 봤던 인원보다 많아 보이는데.”


“맞제? 원래는 네 말대로 그냥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디, 보니까 무기만 숨겨 가지곤 안될 것 같더라고. 자식들이 보통 많이 몰려와야지. 그래서 경계 태세 내린 것이여.”


“잘 생각했어.”


“저것들 말이여. 괜히 무게나 잡으려고 여기 온 건 아니겠제?”


못내 걱정스러워하는 철인의 물음에 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위 요원으로 나선 철인과 마을 주민들에게 패물을 처분하라 갔다 오는 길에 들었던 소식을 전해주었다.


“워메··· 고것이 정말 참말이여? 총기를 죄다 뺏어간다고?”


“그래. 자신들이 통제하는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그런다고 했어.”


철인과 주민들의 표정은 대성의 이야기를 듣고 더욱 어두워졌다.


수많은 총기와 탄약을 보유한 ‘조선인 공동체’는 전쟁물자가 절실히 필요한 마적단에게 그야말로 ‘노다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공동체의 중심 세력은 바로 백산 마을이었다.


이윽고 마을 주민들의 심정을 대변하듯, 철인이 불안한 얼굴로 대성에게 물었다.


“태준아. 저것들 설마 알고 온 건 아니겠지? 혹시 낙민 마을 폐허에 남은 그 무당 아주머니가 인정사정없이 다 불어버린 거 아니여?”


“그러진 않았을 거야.”


대성이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철인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의 의심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근디 아무것도 모르고 온 것치고는 너무 많이 왔잖여.”


“저렇게 떼로 몰려다녀야 갖다 바칠 것 같다고 생각했겠지.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얻으려는 게 목적일 테니 분명 마을에 들어오려 할 거야.”


“그럼 인쟈 어떡할 참이여? 그냥 들어오게 둘 거여?”


철인이 물었다. 대성은 바로 답하지 않고 마을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각 방어 진지에 자리 잡은 마을 주민들은 저마다 총을 곁에 두고 신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적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내진 않은 것 같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의 터전을 위해 물러서지는 않을 기세였다.


그러나 때로는 후일을 위해 한발 뒤로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고심 끝에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린 대성은 조심스럽게 말하려 했다.


그 순간, 민위군 병사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한 마을 주민이 대성을 불렀다.


“저기, 태준이. 태준이···! 자들 방금 움직이기 시작했대이.”


“뭐라고요?”


대성은 주민이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군복처럼 생긴 옷을 입은 민위군 병사 일부가 말을 타고 마을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이에 대성은 다급한 목소리로 철인을 불렀다.


“철인아, 경계 태세 준비할 적에 내가 하라는 대로 했지?”


“어···? 아, 당연하지. 놈들이 들어와서 암만 난리 치더라도 무기는 못 찾을 것이여.”


“좋아.”


“근디 그건 지금 왜 물어보는 겨? 지금 싸우는 거 말고는 다른 방법 없잖여.”


“싸우는 대신, 우리 마을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일단 방아쇠에 손만 걸쳐놔. 아저씨, 가시죠.”


대성은 만식과 함께 민위군을 맞이할 채비를 했다. 그들은 바지춤에 권총만 집어넣은 채 조용히 밑으로 내려갔다.


민위군은 분명 전쟁물자가 있다고 확인되는 마을만 수탈할 터였다. 대성과 만식은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아무 의미 없는 고래 싸움에 새우가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은 마을 입구에 서서 긴장된 표정으로 민위군 병사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말에 탄 민위군 병사 세 명이 대성과 만식 앞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정겨운 우리말이 들렸다.


“아이고~ 같은 동포 얼굴 보기 참 힘들구려.”


마을에 들어온 사람 중 가장 어려보이는 조선인 병사가 빈정거렸다. 그는 부동산 매물을 보러 온 사람마냥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마을 전경을 둘러보았다.


“집은 몇 개 있는데 나온 놈은 두 명밖에 없고. 다른 동포들은 다 낮잠 자고 있나? 귀하신 얼굴들 좀 보고 싶은데.”


“모두 방에 있습니다.”


대성은 고개를 조아리는 척하며 민위군 병사들의 무장상태를 확인했다.


말을 타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구출작전 때 마주했던 민위군 병사들의 무장과 별다를 바 없었다. 권총집 대신 대도를 만지작거리는 것도 비슷했다.


잠시 후, 조선인 병사가 다시 말을 꺼냈다.


“모두 방에 처박혀 있다는 말은··· 너희 둘이 총대 메고 나왔다는 거네? 애송이랑 아재 하나, 맞지?”


“그렇습니다.”


대성이 말했다. 그와 만식이 도발적인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서 그런 지, 조선인 병사는 약간 당황한 듯했다.


“어··· 그래, 두 명··· 알겠다. 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대 민위군 두령님의 명령을 전하는 전령관 김홍식이다.”


“위대한 두령님의 전령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나저나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대성이 허리를 구십도 가까이 숙이며 물었다.


말이 좋아 ‘관’자를 붙여준 것이지 실상은 조선말을 할 줄 알아서 보내진 졸병일 터, 분에 넘치는 의전을 받은 조선인 병사의 입가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드러나려 하고 있었다.


그는 이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목소리로 이미 알고 있는 민위군 두령의 명령을 전해주었다.


“대 민위군 두령께서는 이번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고자 하신다. 다만 대업을 위해 필요로 하시는 게 한 가지 있으시다.”


“대업이요? 어떤 게 필요하신 겁니까?”


“바로 너희 백성들의 작은 도움이다. 백성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오용되었던 총기와 탄약을 대업에 쓰고자 하신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당연하죠. 전령관님 말씀에 거짓이 있겠습니까?”


대성이 허리를 연신 굽히며 말했다. 그러자 앳된 조선인 병사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좋아. 저, 젊은이가 영특한 게 마음에 들어. 그럼 이제 갖고 와야지? 어디 있나?”


“없습니다.”


“뭐···?”


예상치 못한 대접과 호응, 그리고 그와 정반대되는 예상치 못한 대답에 조선인 병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대성은 말을 계속했다.


“저희는 애당초 농사로 먹고사는 놈들이라, 총 같은 물건은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자, 잠깐만···! 하나도 없다고···? 마을에 포, 포수 없어···?”


“없습니다. 모두 낫과 호미를 가진 사람들뿐입니다···”


조선인 병사는 심히 당황한 눈치였다. 그때 옆에 있던 병사가 조선인 병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신병. 쟤 지금 뭐라는 거야?]


[그··· 저기··· 총기와 탄약이··· 없답니다···]


[뭐?]


[농사만 짓고 살아서··· 가진 게 낫과 호미밖에 없다고-]


-따악!-


중국인 병사는 손바닥 색깔이 벌겋게 변할 정도로 조선인 병사의 머리를 몇 번씩 후려갈겼다. 그리고는 냅다 고함을 질렀다.


[이 멍청한 조선놈이! 지금 그 말을 믿냐? 어! 농사짓는 마을은 그냥 다 지나칠 셈이야?]


[죄, 죄송합니다···!]


[덜 떨어진 조선놈 같으니라고!]


조금 전만 해도 의기양양하던 조선인 병사는 금세 울상을 짓고 있었다. 중국인 병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 높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그대로 전해. 거짓부렁이 그만하고 총 다 갖고 오라 그래.]


“거, 거짓말하지 말고 초, 총기 다 갖고 와···!”


[셋 셀 동안 자발적으로 내 앞에 갖다 바치지 않으면.]


“셋 셀 동안 알아서 내놓지 않으면.”


[우리가 직접 찾는다. 그리고 그때 나오면 너희 마을 사람들 싹 다 나무에 목매달아 버린다.]


“우리가 직접 찾을 것이고, 그때 나오면 전부 죽을 것이다.”


[셋은 네놈이 세. 네가 셋 하는 순간, 네 동포 다 죽는다.]


“하나··· 둘···”


조선인 병사는 겁먹은 얼굴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빠앙~ 빠앙~-


어디선가 들려오는 나팔 소리에 숫자를 세던 조선인 병사와 그를 웃으면서 지켜보던 중국인 병사들이 고개를 돌렸다.


대성 역시 허리춤에 집어넣던 권총에 한 손을 얹고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평원 쪽에서 다급한 중국말이 들려왔다.


[천리군이다! 전방에 천리군이 나타났다!]

[전군! 대형을 갖춰라!]


민위군 병사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동안, 대성은 전방 진지 쪽을 확인했다. 그는 곧 마을 주민들로부터 또 다른 마적단이 나타났다는 신호를 받을 수 있었다.


[모두 장전하고 대형을 갖춰! 전부 불러들여!]


나팔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리는 가운데, 백산 마을에 남은 민위군 병사들은 본대에 바로 합류하지 않고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망할! 빈손으로 가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변명거리 만들고 가야지.]


중국인 병사들은 분위기 파악도 못 하고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서만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변명거리 할 게 있어?]

[조선놈들이 말 안 듣고 우릴 공격해서 아무것도 못 들고 왔다 하지 뭐.]


[그럼 희생양이 좀 필요하겠군.]


중국인 병사들은 대성과 만식, 조선인 병사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 잽싸게 말머리를 돌렸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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