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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망자여, 왕이 되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bok2705
작품등록일 :
2019.04.01 11:28
최근연재일 :
2021.01.04 19:00
연재수 :
210 회
조회수 :
821,324
추천수 :
13,730
글자수 :
1,133,243

작성
19.05.02 23:00
조회
6,649
추천
108
글자
12쪽

23화: 영혼의 한타 (1)

*본작은 역사적 고증보다는 상상의 비중이 더 큰 작품입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지난 시대를 배경으로 나올 수 있는 수많은 픽션 중 하나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망자여, 왕이 되어라!>

23화: 영혼의 한타 (1)


-탕! 탕!-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중국인 병사들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누가 붙잡을 새도 없이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쿵!-


"......"


머리에 총알이 박힌 병사들은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더불어 조선인 '신병'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어... 어..."


그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너무 놀란 나머지, 회로가 모조리 타버린 전자제품마냥 고삐를 잡은 상태 그대로 몸이 굳어 있었다.


대성은 그렇게 목숨을 건진 조선인 병사에게 권총을 겨누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에서 내려!”


“······”


“어서!”


조선인 병사는 곧장 말에서 내렸다. 여차하면 도망가거나 죽기 살기로 저항할 수 있었지만, 경험 없는 신병이었던 조선인 병사는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곧 대성과 주민들에게 포박당한 채, 진지로 끌려갔다.


“철인아, 어떻게 됐어? 천리군 도착했어?”


“아직 가까이 오진 않은 것 같혀. 민위군 놈들은 계속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고 있어야.”


대성은 철인에게 넘겨받은 망원경으로 민위군 병사들을 살폈다. 병사 대부분은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조선인 정착촌이 아닌, 지평선 너머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간부로 추정되는 일부 인원들은 마을 쪽을 몇 번씩 돌아보며 곁에 있는 부하에게 성질을 부렸다.


아무래도 돌아오지 않는 선발대를 찾으려는 모양이었다.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 대성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투 준비해. 경계 태세 최고로 올려.”


“전투 준비하라고? 저것들하고 진짜 싸울 생각이여?”


“누가 이기든 간에 여길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거야. 다른 진지에도 전투 준비하라고 알려. 난 구조물 설치하고 올 게.”


“얘는? 이 자식은 어떻게 혀? 이놈도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여?”


철인이 조선인 병사를 가리켰다.


눈이 가려진 병사는 죽음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두려움에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몸만 벌벌 떨고 있었다.


다만 마적이라는 죄목으로 처단 당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려 보였다.


대성은 공황 상태에 빠진 조선인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렀다.


“신병.”


“예···?”


“누가 널 보냈지? 네가 소속된 부대 대장이 보냈나?”


“네···? 아, 네···! 맞아요···! 대장님이 보내셨어요···! 이, 이름은 몰라요.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죄송합니다···!”


“이름은 필요 없으니까 괜찮아. 그냥 인상착의만 말해. 어떻게 생겼지?”


“어··· 대장은··· 혼자, 혼자 빨간색 옷을 입고 있어요···! 혼자만 등에 칼을 두 자루 메고 있고요. 제, 제가 아는 건 그, 그것뿐이에요···!”


“정보 고맙다. 철인아, 재갈 물려.”


“네···? 잠깐만요···! 전 그, 그냥 천리군을 무찌르면 식량을 더 준다고 해서 들어왔을 뿐이에요···! 제발 죽이지만 말아 주세요···!”


조선인 병사가 애원하듯 말했다.


확실히 다른 마적들처럼 세상의 모든 더러운 꼴을 보고, 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의 운명을 결정할 순 없었다.

그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 끝날 때까지 이 상태로 놔둬.”


그렇게 대성은 조선인 병사에 대한 처분을 잠시 미룬 채, 주민들과 함께 방어준비를 하러 길을 나섰다.


“모두 기억하시죠? 이 방어선이 곧 저희 유효 사거리에요.”


대성이 구조물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적의 빠른 진격을 저지할 수 있는 구조물 설치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훈련한 덕분이었다.


“적들이 이 범위에 들어오기 전까진 절대 먼저 공격하시면 안 돼요. 아셨죠?”


대성의 물음에 주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이 사격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어설픈 훈련병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모두 마적단 하나쯤은 거뜬히 막아낼 수 있는 우수한 인원으로 변해 있었다.


“좋아요. 다른 마을에도 잘 전달해주세요. 제가 늘 하던 말 잊지 않으셨죠?”


“훈련은 실전처럼, 실전은 훈련처럼!”


“그래요. 절대로 잊지 마세요. 그럼 이따 전투 끝나고 뵙죠. 모두 조심하세요.”


대성은 주민들을 마을로 돌려보낸 다음, 혼자 최전방 진지로 향했다.


‘붉은 옷을 입고 등에 쌍칼을 메달은 놈이 대장이다.’


그리고 가는 내내 조선인 병사가 알려준 정보를 끊임없이 되뇌었다.


***


천리군은 대성이 최전방 진지에 다다를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성은 최전방 진지 주변의 자연과 하나가 된 채 천리군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크고 작은 벌레들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붉은 옷에 쌍칼, 붉은 옷에 쌍칼.’


대성은 임무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은 없는 존재 취급하며 타겟을 찾는 데만 집중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타겟을 찾을 수 있었다.


‘아주 대장이라고 대놓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구먼.’


선명한 붉은 빛깔 옷을 걸친 민위군 대장은 병사들의 밀착 호위를 받으며 전장을 쉴 새 없이 돌아다녔다.


그런데 대장보다 눈에 더 잘 띄는 존재들이 있었다. 대성은 호위임무를 맡은 병사들의 무장에 주목했다.


‘굳이 붉은 옷 입은 놈을 맞출 필요가 없겠군.’


호위병들은 전쟁 영화에 나오는 전쟁광마냥 양어깨에 탄띠와 막대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다만 외양상으로만 그럴듯해 보일 뿐, 실제로는 아무 쓸모 없었다. 옷 아래로 흘러내리는 탄띠와 수류탄을 잡기 위해 팔을 수시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타이밍만 잘 맞추면 어렵지 않겠어. 흠··· 기왕에 천리군 대장도 찾았으면 좋겠는데.’


대성은 일반 병사보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더딘 호위병들에게 총구를 돌렸다. 그리고 일전에 마주쳤던 천리군 중대장의 인상착의를 떠올리려 애썼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대성의 유효 사거리 범위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던 ‘붉은 옷’이 갑자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평선 가까이 있던 민위군 정찰병이 있는 힘을 다해 소리쳤다.


[적군이 다가옵니다!]


대성은 민위군 병사들이 물러난 자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긴장된 순간, 곧 천지를 울리는 함성과 함께 마침내 노란색 깃발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색 계열의 중산복으로 복장을 맞춘 천리군 병사들은 제식 훈련을 받은 군인들처럼 나름대로 대열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면서 앞으로 다가왔다.


적어도 겉모습만 봐서는 처음 마주쳤을 때의 오합지졸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이는 비단 대성만 느낀 게 아닌 듯했다.


[지, 지금부터 뒷걸음질 치는 놈은 나한테 죽는다! 모두 총 들어라!]


민위군을 이끄는 ‘붉은 옷’은 알록달록한 복장의 휘하 병사들에게 물러나지 말라고, 앞으로 나가라고 열심히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모두 뒤로 물러서기만 할 뿐,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심지어 붉은 옷과 그 호위병들조차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성도 몸을 최대한 엄폐하며 천리군의 깃발이 꽂힌 수레를 주의 깊게 보았다.


‘말이나 열심히 타고 다니는 줄 알았건만··· 기관총을 들고 왔군.’


기관총 주변에 포진한 천리군 병사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민위군 병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민위군보다 수가 적었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민위군이 슬슬 물러나고 있던 가운데, 한 천리군 장병이 앞으로 나섰다. 잘 다려진 회색 군복에 깨끗한 정모를 쓴 모습은 마치 공식 행사에 참석한 장교를 연상케 했다.


‘광고하는 꼴은 어디나 다 똑같네.’


대성은 그 장병이 대장임을 직감하고 총을 고쳐 들었다. 이윽고 장병이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나는 천리군 총사령 직속부대 5중대장 ‘단치영(段熾英)’이다. 소속과 이름을 밝혀라.]


민위군 병사들은 ‘단치영’옆에 철석같이 붙어있는 기관총의 기세에 눌려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그때 가장 뒤에 있던 붉은 옷이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 나는 위대한 민위군 두령님의 충직한 부하, 아니, 부관 ‘계상건(桂上健)’이다! 여, 여기는··· 두령님에서 다스리는 땅이시다! 그러니 어서 꺼져라!]


‘계상건’은 아무 쓸모 없는 칼을 만지작거리며 애써 위협적인 인상을 주려고 했다.


그러나 기관총을 운용하는 자들에게 그런 원시적인 위협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저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단치영은 민위군 병사들이 차고 있는 칼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얼마 전, 우리는 이 지역에 소규모 부대를 파견했었다. 하지만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는 그들을 찾고자 온 것이지, 싸우려고 온 게 아니다. 그러니 어서 길을 비켜라.]


곧 기관총 사수가 민위군 병사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순순히 길을 비킨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단치영이 말했다. 주도권은 첨단 무기를 소유한 자에게 이미 넘어간 듯했다.


하지만 단치영이 모르는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민위군은 연락이 두절된 천리군 부대의 행방은 잘 모를지언정, 그들의 ‘행적’은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행적’에 대해 복수하겠노라 다짐하고 전면전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길을 내어 달라는 천리군의 파렴치한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단지 첨단 무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선택지가 너무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관계로, 복수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민위군에게는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전황을 어느 정도 유리하게 만들어줄 반전 카드가 한 장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카드가 있기를 바라던 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대성은 기관총 사수를 보며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기관총 사수가 쓰러지기 무섭게 민위군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복수전에 나섰다.


[개 같은 놈들 모조리 도륙을 내버려라!]


[저런 미친놈! 뭣들하고 있어! 기관총 사수해!]


민위군 병사들과 천리군 병사들은 주인 잃은 기관총을 사이에 두고 마상 전투를 벌였다.


민위군 병사들은 애물단지에서 조커로 변신한 칼을 휘둘렀고, 천리군 병사들은 무협영화를 찍으려는 적들을 향해 권총을 닥치는 대로 쏘아댔다.


그리고 대성은 기관총을 잡으려는 병사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결국, 기관총은 양 세력 병사들의 목숨만 거둬가는 저승사자가 되어버렸다. 엄밀히 말하면 수적 열세에 처한 천리군 병사들의 명줄을 재촉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군 병사들은 부상당한 지휘관도 그냥 버려둔 채, 언덕 너머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용케 다치지 않은 계상건은 전투가 가능한 부하들을 이끌고 천리군 병사들을 쫓아갔다.


[오늘은 비통하게 죽은 동료의 원수를 갚는 날이다!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병정놀이하는 놈들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고, 만주 웨스턴 찍는 놈들이 덫을 물기만을 기다리면 되겠군.’


대성은 부상병들의 움직임을 살피며 얼마 남지 않았을 민위군이 죽음의 덫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민위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민위군 대신 돌아온 것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총소리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이번화에 등장하는 마적들은 모두 실존인물이 아닙니다.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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