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연재수 :
75 회
조회수 :
2,287
추천수 :
122
글자수 :
371,246

작성
22.08.14 22:00
조회
36
추천
0
글자
11쪽

얼음산의 주인 70화 (2부 18화)

DUMMY

‘어떻게 해야 할까···.’


크리스는 그가 숨어있는 거대한 바위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로테와의 내기가 시작된 지 오래, 그는 이 싸움에서 밀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로테에게 유효타를 먹이지 못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로테의 마법을 빨리 소진해 버릴 작정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웬걸, 마법은 유한하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예외인 건지, 로테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몇 번이고 크리스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이 여자는 뭐 대마왕인가?’


시간을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크리스였다. 그래서 그는 잠깐 로테의 발을 묶어놓고 마차를 따라잡는 작전도 써봤지만, 이 역시도 통하지 않았다.


‘하, 잡히지를 않네. 이래선 답이 없군.’


이 순간에도 소남작을 태운 마차는 마을과 가까워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는 슬슬 조급해졌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생각이지? 포기한 건가? 물의 수호자!”


가시덩굴이 크리스가 숨어있는 바위를 정통으로 노리고 날아왔다. 크리스는 하는 수 없이 바위를 버리고 도망쳤다.


쾅!


커다란 돌덩이가 순식간에 반으로 쪼개지는 것을 보고 그는 질색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뭐?”


그의 외침을 들은 로테는 뭐 이런 순진한 질문이 다 있냐는 듯 깔깔거리고 비웃었다.


“지금 악당한테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묻는 건가?”


‘윽-.’


크리스는 땅을 짚고 솟아 나오는 흙골렘들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저 골렘들은 단단하기도 하거니와 힘이 파괴적이라 상대하기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그는 단숨에 골렘의 머리를 꿰뚫을 생각으로 얼음송곳을 만들어 허공에 띄웠다.


사실 그의 질문은 [어쩌면 대화가 통할지도 모르는 당신이] 왜 이런 짓을 하냐는 것이었다.


‘나는 왜 자꾸만 이 여자가 우리에게 힌트를 주는 것 같지?’


크리스는 계속해서 로테의 행보에 위화감을 느꼈다. 그녀가 마법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그들에게 말했을 때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만약 그였다면 아무리 황자를 회유하고 싶다 해도 정체를 섣불리 발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째로는 율켄에게 피를 줬을 때. 이 사건 덕분에 크리스 일행은 마법사가 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뮤아레트가 어쩌면 마법사의 근거지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해서 로테가 얻는 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면 함정인가? 그냥 대놓고 한번 물어볼까?’


로테는 의뭉스러운 눈을 하는 크리스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이대로는 너무 싱겁게 끝날 것 같으니 좀 봐줄까?”


“네, 봐주세요.”


순간 로테가 별 이상한 놈을 다 본다는 표정을 지어서 크리스는 그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해야 했다.


“그쪽이 먼저 물어봤습니다만?”


“···네놈의 정체를 밝혀라. 그러면 소남작을 넘겨주지.”


“물의 수호자라고 본인 입으로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럴 리 없어!”


로테가 버럭 화를 내는 것을 보고 크리스는 속으로 웃었다.


“그럼 똑바로 대답해 드릴 테니 조건을 바꾸시죠. 저에게는 슈나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뭐?”


“슈나, 데리고 있으시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물의 수호자가 아니라는 걸 확신하는 것일 테고요.”


수상하다는 게 바로 이런 점이다. 로테의 말 하나하나가 그에게는 추측을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네놈은 소남작이 필요 없나 보지?”


크리스는 거절 의사가 다분해 보이는 로테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뇨. 그쪽은 자신 있어서요.”


쿵. 쿵.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골렘의 머리가 로테의 발 앞에 떨어져 내렸다. 그녀는 그제야 골렘의 몸통에 앉아있는 검은 사람을 발견하고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바라멜은 그저 크리스를 보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쳇, 내가 숨어서 보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안 거지? 엇···!”


바라멜은 뒤돌아 뛰기 시작하는 크리스를 보고 황당해했다. 크리스는 순식간에 로테와 바라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 뭐,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바라멜은 기가 막혀 입을 벌렸다. 그러면서도 그를 노리고 다가오는 채찍을 놓치지 않았다. 로테는 순식간에 채찍을 끊어버리는 바라멜을 표독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넌 누구냐.”


“누구냐니. 내 이름 듣고 여기까지 달려온 거 아니었나? 마법사.”


로테는 놀란 눈을 하고 상대를 다시 보았다.


“설마, 그대가 바라멜···?”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니. 당신은 바라멜이 아닙니다. 바라멜은 밀짚색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갖고 있다고 했어요. 머리는 염색했다 쳐도 눈동자 색만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테의 반박에 바라멜의 한쪽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그놈’이 그렇게 말했나? 이봐, 마법사. 왜 이래···. 내가 두 눈을 뽑고 다른 걸로 갈아끼웠을 수도 있잖아. 마법사한테는 그리 생소한 방식도 아니지 않나?”


로테는 순간 그를 둘러싼 주변이 검게 변하는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녀는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는 느낌을 무시하며 스스로를 바라멜이라 주장하는 자에게 물었다.


“‘그분’께서는 바라멜을 보고 싶어 하신다. 솔직하게 대답하라. 네놈은 바라멜인가? 아니면 그를 아는 자인가?”


“보고 싶어 한다고?”


“윽!”


로테는 귀를 틀어막았다.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녀는 숲 전체가, 그 안의 생명체들이 터질 듯이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보고 싶어 한다고 감히!”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이 로테를 집어삼킬 듯 달려들었다.





히히히힝-!


“모두 조심해!”


“미친 말이 있다!”


헬버튼 남작령. 갑자기 영지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온 마차 한 대가 평화로운 영지민들의 일상을 어지럽혀 놓았다. 고삐를 끄는 힘이 사라지고 혼란에 빠진 말들은 여기저기 종횡무진하며 사람들을 위협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일부 청년들이 뛰어들어 말고삐를 끌어당긴 뒤에야 간신히 마차가 멈추어 섰다.


“워, 워.”


“착하지.”


푸르륵.


“아니, 그런데 마부가 어디 갔지?”


“꽤 비싸 보이는 마차인데 주인이 없을 리가.”


두리번거리며 마부를 찾던 사람 중 하나가 마차 위로 삐죽 튀어나온 사람의 다리를 보고 소리쳤다.


“어? 뭐야! 사람이다!”


산 사람이 있다는 소식에 너도나도 그를 구하러 마차 꼭대기에 올랐다.


“허억! 마법사다!”


붉은 머리를 먼저 발견한 사람이 소스라치게 놀라 마차에서 떨어져 내렸다.


“으아아악!”


사람들은 마법사라는 말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비명부터 지르며 도망쳤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에서 홀로 특이점을 발견한 사내가 외쳤다.


“잠깐! 이 사람은 기절해있어!”


침착하게 윗옷을 벗어 쥐 죽은 듯 잠들어 있는 마법사를 포박한 그는 겁에 질려 눈만 겨우 내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내가 마법사를 잡았다!”


사람들은 그를 향해 환호했다. 그러나 환호는 곧 걱정으로 바뀌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깨어나면 도시를 전부 불태울지도 몰라!”


“쉿, 조용히 말합시다.”


“빨리 불태워 버려요!”


누군가의 외침에 일순 수군거림이 잦아들었다.


“···불태우자고?”


“아 맞아! 얼마 전에 바라멜 사냥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어. 마법사는 불로 태워야 완전히 죽는대.”


“나도 들었어!”


이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동참하는 소리가 속속들이 등장했다.


“불태워 버리자.”


“마법사는 불태워 죽여야 해.”


“그래야 우리 영지가 무사할 수 있어.”


“불태우자!”





“연기가···!”


바라멜에게 로테를 떠넘기고 마차 자국을 따라 남작령으로 향하던 크리스는 나무에 가려지지 않은 위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


‘설마! 소남작을 화형 시키려는 것일까?’


그의 폐는 진작 한계에 도달했다. 그러나 크리스는 지친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소남작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작 부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남작 부인은 그에게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더 낫다는 걸 알려준 사람이다. 그녀만큼은 꼭 구해주고 싶다.


마지막 남은 숲을 돌파한 크리스의 눈에 나무에 매달려 불타고 있는 소남작이 들어왔다.


“저런!”


크리스는 곧바로 소남작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그 앞에 도달하기도 전에 누군가가 크리스의 몸을 붙잡았다.


“당신 뭐 하려는 거야!”


크리스는 대답 없이 남자를 밀쳤다. 군중이 술렁이는 소리가 안 그래도 어지러운 그의 심기를 어지럽혔다.


“어어?”


“뭐야, 막아!”


“마법사와 한패다!”


퍽-!


크리스는 달리다 말고 누군가의 몸통 박치기에 바닥으로 쓰러졌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억센 힘으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윽!”


“이봐,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크리스는 망설였다.


‘여기서 정체를 드러낼 수는 없는데···! 그렇게 되면 황제와의 약속이!’


그러나 화염은 점점 거세져 소남작의 다리까지 닿았다. 소남작이 번쩍 눈을 뜬 것도 이때였다.


“앗 뜨거···. 뭐, 뭐야!”


다리에서 느껴지는 뜨거움과 고통 때문에 깨어난 소남작은 발밑에서 불꽃이 넘실대는 것을 보고 기겁하며 발버둥 쳤다.


“사, 살려줘!”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외치던 그는 싸늘함을 느끼고 앞에 서 있는 군중을 보게 되었다.


‘아···. 들켰구나.’


사람들의 차가운 얼굴을 목격한 그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했다. 두려움과 절망, 체념에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제발, 살려주세요.”


화악-!


불길이 치솟았다. 바닥에서 악을 쓰고 있던 크리스는 소남작이 불꽃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며 비명 질렀다.


“안돼!”


크리스는 이판사판이 되어 힘을 끌어올렸다. 그러면서 잠시, 저 위에 비를 퍼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뿐이었다.


쏴아아아-.


“어?”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물방울에 크리스도, 영지민도 모두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가가 외쳤다.


“비, 비다!”





“크세르트! 비가 내리고 있어!”


황제의 집무실에 매튜가 뛰어 들어왔다.


“나도 안다.”


평소의 그였다면 체통 없이 황제가 있는 방문을 쾅 열어젖히는 매튜에게 한마디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크세르트도 바깥의 풍경에 온통 정신을 빼앗겼다.


“이게 무슨 일이지? 물의 수호자님이 사라진 이후로 비가 이렇게 시원하게 내린 적은 없었는데! 꼭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





“비?”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바위에 몸을 기대어, 로테는 얼굴을 찌푸렸다.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만. 무슨 일이지?’


방금까지 그녀를 몰아세우던 날카로운 기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가냘픈 청년이 된 바라멜이 괴로워하며 심장을 움켜쥐었다.


“헉···!”





불타고 남은 장작더미 위, 기절한 소남작을 안아 올리는 크리스를 보고 환호성이 터졌다.


“물의 수호자님이다.”


“드디어 물의 수호자님이 나타났어!”


“우아아아! 힐 제국 만세!”


그들은 기뻐 환호하느라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 창백해진 수호자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크리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 슈나!”


작가의말

좋은 밤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얼음산의 주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장기 휴재 공지입니다. 22.08.21 30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22.06.10 32 0 -
75 얼음산의 주인 75화 (2부 23화) 22.08.21 27 0 11쪽
74 얼음산의 주인 74화 (2부 22화) 22.08.19 27 0 12쪽
73 얼음산의 주인 73화 (2부 21화) 22.08.18 29 0 11쪽
72 얼음산의 주인 72화 (2부 20화) 22.08.16 47 0 11쪽
71 얼음산의 주인 71화 (2부 19화) 22.08.15 25 0 11쪽
» 얼음산의 주인 70화 (2부 18화) 22.08.14 37 0 11쪽
69 얼음산의 주인 69화 (2부 17화) 22.08.12 33 0 11쪽
68 얼음산의 주인 68화 (2부 16화) 22.08.11 22 0 11쪽
67 얼음산의 주인 67화 (2부 15화) 22.08.07 28 0 12쪽
66 얼음산의 주인 66화 (2부 14화) 22.08.05 28 0 11쪽
65 얼음산의 주인 65화 (2부 13화) 22.08.04 23 0 11쪽
64 얼음산의 주인 64화 (2부 12화) 22.08.02 32 0 11쪽
63 얼음산의 주인 63화 (2부 11화) 22.08.01 28 0 11쪽
62 얼음산의 주인 62화 (2부 10화) 22.07.31 24 0 11쪽
61 얼음산의 주인 61화 (2부 9화) 22.07.29 16 0 12쪽
60 얼음산의 주인 60화 (2부 8화) 22.07.28 20 0 11쪽
59 얼음산의 주인 59화 (2부 7화) 22.07.26 16 0 11쪽
58 얼음산의 주인 58화 (2부 6화) 22.07.25 35 0 11쪽
57 얼음산의 주인 57화 (2부 5화) 22.07.24 24 0 11쪽
56 얼음산의 주인 56화 (2부 4화) 22.07.22 21 0 12쪽
55 얼음산의 주인 55화 (2부 3화) 22.07.21 25 0 11쪽
54 얼음산의 주인 54화 (2부 2화) 22.07.19 22 0 12쪽
53 얼음산의 주인 53화 (2부 1화) 22.07.18 23 0 12쪽
52 얼음산의 주인 52화 22.07.05 24 0 11쪽
51 얼음산의 주인 51화 22.07.04 30 0 12쪽
50 얼음산의 주인 50화 22.07.03 21 0 11쪽
49 얼음산의 주인 49화 22.07.01 20 1 11쪽
48 얼음산의 주인 48화 22.06.30 20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