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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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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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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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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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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59화 (2부 7화)

DUMMY

“오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헬버튼 남작은 남작저에 도착한 루제르트 일행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어서 오십시오!”


남작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 두 줄로 서 있던 하인들이 우렁차게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과한 듯한 환영이 루제르트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졌으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제국군 파견 부대의 대장, 루트입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임무를 수행하러 왔습니다.”


헬버튼 남작은 루제르트의 손을 잡아 반갑게 흔들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뒤에 계신 이분들은 부대원이겠군요. 반갑습니다.”


뒤에는 롬, 셰비, 브랜든도 함께였다. 세 사람은 율켄의 반란 후 공을 인정받아 제국군에 편입했는데, 이번에 황제의 명으로 루제르트와 동행하게 되었다.


헬버튼 남작은 그들에게도 악수를 청했다. 맨 앞에 있었던 롬이 얼떨결에 제일 먼저 남작의 손을 잡았다.


“바, 반갑습니다. 로(롬)이, 입니다.”


“안녕하세요오! 셰··· 실비(셰비)입니다.”


“브람(브랜든)입니다.”


“···?”


세 사람의 삐걱거리는 모습에 남작이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한숨 쉬며 보고 있던 루제르트가 재빨리 남작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들이 마차 멀미가 심해서요.”


“하하, 그럴 수 있죠! 이해합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갈까요?”


루제르트는 헬버튼 남작이 뒤도는 틈에 재빨리 롬을 끌어당겨 속닥거렸다.


“롬, 너 왜 이렇게 긴장했어. 나한텐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았잖아.”


“네가 뭘 알아. 귀족들은 보통 평민을 무시한다고.”


롬의 말을 들으니 새삼 평민들이 귀족을 얼마나 어려워하는지가 느껴졌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헬버튼 남작은 푸근한 인상에 말투는 친절했으며, 행동에는 신사다운 우아함이 있었다.


‘이런 사람이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아.’


그동안 크리스는 맨 뒤에서 걸으며 남작저의 분위기를 탐색했다. 그는 이곳이 아름답지만 생기는 없는 말린 장미 같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저 앞에서 보이는 하얀 건물은 크고 아름다웠지만, 관리가 되지 않은 정원은 녹빛을 잃고 죽어가고 있었다. 정원수와 하인들에게 가려져 있을 뿐이지, 자세히 보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흠···.’


크리스는 몇몇 하인의 얼굴과 손에 상처가 있는 것 또한 놓치지 않았다.


“루트 단장님. 일단은 방을 안내해 드릴 테니 짐을 푸시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럼, 집사!”


루제르트 일행은 헬버튼 남작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순간적으로 고함을 지르는 줄 알았다.


“네.”


어디선가 마른 남자가 쪼르르 달려왔다. 그는 루제르트 일행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는데 그 몸놀림이 자로 잰 듯 정확하여 예사롭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헬버튼 남작가의 집사입니다.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그들은 집사의 안내를 받아 2층에 도착했다. 집사는 루제르트에게 열쇠 꾸러미를 내밀었다.


“206호, 207호, 208호를 자유롭게 나누어 사용하면 되십니다. 짐을 풀고 나서 점심 먹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먼저 소남작님을 뵙고 싶습니다. 황제 폐하께 보고를 드려야 하니까요. 짐 풀고 바로 가능할까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남작님께 여쭙고 오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방은 루제르트와 크리스가 하나, 여자인 셰비가 하나, 남은 롬과 브랜든이 하나 이렇게 사용하기로 했다.


그들은 각자의 짐을 내려놓고 다시 루제르트와 크리스가 있는 206호에 모였다. 짐이라 해봤자 배낭과 무기 정도가 다였기 때문에 모이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브랜든이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방 엄청 좋다! 남작가는 원래 손님방도 이렇게 좋은가?”


마찬가지로 처음 느껴보는 침대의 폭신한 촉감을 즐기고 있던 셰비가 뒹굴거리며 대꾸했다.


“다른 남작가도 이 정도는 아닐걸. 여기 바닥재랑 벽지 봤어? 바닥재는 요즘 유행하는 ‘미세토움’에, 벽지는 장인이 비단을 한 땀 한 땀 잘라 붙여 만들었다는 ‘피얀’ 재질이야.”


브랜든의 입이 떡 벌어졌다.


“헉, 미세토움과 피얀이라면 엄청 비싸다는 그거 아니야?”


“맞아. 이 크림색 벽돌 한 장에 10골드가 넘지.”


창가에 대충 서 있던 롬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화들짝 놀라 침대 위로 뛰어올랐다.


“와, 미친. 이거 밟아도 되는 거냐?”


“이미 밟고선?”


“이게 그렇게 비싼 겁니까?”


크리스는 별 감흥 없이 머리를 긁적였다. 건축재에 관심이 없는 그는 바닥재고 뭐고 그들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브랜든은 크리스가 그 유명한 미세토움을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가 ‘아 맞다, 얘도 황궁에 살지···.’ 하고 납득했다.


“아니 뭐···. 황궁에 비하면 떨어지기는 하지만···. 이거 엄청 비싸고 유명한 거라 나도 파는 것만 봤지, 이렇게 사서 전체에 싹 다 깔아버린 건 처음 봤어. 이거 백작 이상은 되어야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헬버튼 남작은 엄청 부자인가 봐.”


크리스가 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렇게 되면 첼로 남작이 헬버튼 남작의 재산을 탐낼 만도 하네요. 만약 헬버튼 남작 아들이 정말 마법사가 아니라면 이쪽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형, 저번에 세 사람이랑 말 놓기로 한 거 아니었어? 다시 존대하고 있는데?”


“윽.”


루제르트는 가끔 그의 상태를 귀신같이 알아차릴 때가 있다. 사실 크리스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반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친하지 않아서 그런가···. 예전에는 이런 거 신경 안 썼던 거 같은데.’


크리스는 이참에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음···. 미안해. 이상하게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존대로 돌아가게 되네. 노력할게.”


롬과 셰비, 그리고 브랜든은 놀랐다.


‘생각보다 솔직하게 표현할 줄도 아네···.’


사실 세 사람에게도 크리스는 조금 어색한 존재였다. 이상하게 그들도 크리스에게는 말이 쉽게 나가지 않았다.


셰비가 애꿎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냐, 나도 아직은 어색해서···. 나도 노력해 볼게.”


브랜든도 한마디 곁들였다.


“나도!”


롬은 씩 웃으며 다가와 크리스의 등을 두드렸다.


“이런 건 시간 지나면 다 해결돼.”


팡팡!


“윽 아파.”


“넌 아픈 것도 그렇게 점잖게 말하냐. 하나도 안 아픈 사람 같아.”


크리스는 롬의 말이 어처구니없어서 물었다.


“진짠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응? 아니 뭐-.”


“아아아아악!”


“저렇게···. 이게 무슨 소리야!”


말을 하다 말고 롬이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끔찍한 비명이 벽을 타고 넘어왔다. 분명 여자의 목소리였다.


“가보자!”


루제르트가 침대에서 굴러 바닥에 착지한 다음 방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갔다. 나머지는 루제르트의 유연한 몸놀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가 서둘러 그를 따라나섰다.


“아아악!”


비명은 위층에서 들리고 있었다. 계단을 발견한 롬이 일행에게 손짓했다.


“여기야!”


그러나 하얀 무언가가 계단을 오르려는 롬의 팔을 덥석 잡았다. 롬은 기겁하며 잡힌 팔을 뿌리쳤다.


“으악, 깜짝아!”


소리 지르고 보니 그를 잡은 것의 정체는 집사의 장갑 낀 손이었다.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어, 어? 집사?”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도 집사를 발견하고 멈추어 섰다. 집사는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리 설명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곳에는 절대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저 소리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마님께서 가끔 내는 소리거든요. 이미 마님의 하녀가 돌보고 있을 겁니다.”


“아.”


루제르트와 크리스는 저번에 황제에게 들은 얘기를 떠올렸다.


‘남작 부인이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라고 했었지.’


집사가 알겠다며 물러서는 그들에게 물었다.


“짐은 다 푸셨습니까?”


“네.”


“그럼 이제 가실까요? 소남작님께서 준비되셨다고 합니다.”





루제르트 일행이 집사를 따라 도착한 곳은 2층에 그들이 지내는 방과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방이었다.


“남작님. 모셔왔습니다.”


“오오-. 오셨습니까. 방은 어떠신지요?”


“아주 좋습니다. 그나저나 아드님은요?”


남작과 루제르트의 대화를 듣고 있던 크리스는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애도 은근 하나에 꽂히면 정신을 못 차린단 말이지.’


아마 방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빨리 아들이나 보고 싶다는 루제르트의 속마음을 남작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남작은 허허 웃으며 옆에 길게 늘어져 있는 갈색 천을 잡았다.


“제 아들은 이 커튼 뒤에 있습니다.”


촤르륵-.


커튼이 걷히고, 침대에 누운 사람이 충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흡!’


셰비가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처음에 시체가 누워있는 줄 알았다. 소남작의 얼굴이 온통 누렇고 붉게 물든 붕대로 감겨 있었기 때문이다. 보라색 눈동자만이 낯선 자들을 쳐다보느라 멀뚱멀뚱 움직였다.


루제르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래서 아무에게도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던 거군요.”


“그렇습니다.”


헬버튼 남작은 두 눈에 눈물을 매단 채 흐느꼈다.


“제 아들은 정말 아플 뿐입니다. 여러분, 제 마음을 아시겠습니까? 오래도록 집을 나간 아들이 이런 꼴로 돌아온 것도 가슴 아픈 데, 마법사로 몰리다니요! 훌쩍-. 아비로서 이보다 더 한 비극이 있을까요? 저는 너무 애통합니다···.”


헬버튼 남작은 아들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아들아, 걱정하지 말거라. 이 아비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만큼은 꼭 지켜주마.”


소남작의 안쓰러운 모습과 남작의 부성애가 루제르트 일행의 심금을 울렸다. 셰비와 브랜든은 어느새 남작을 따라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루트 님, 이 모든 건 바라멜 그 악귀 같은 놈 때문입니다. 제발 그 나쁜 놈을 처단하고 저희 남작가를 살려주십시오-.”


루제르트는 일단 남작을 진정시키려 그의 등을 토닥였다.


“남작님, 이러다 탈진으로 쓰러지실까 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이 일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저희와 황제 폐하를 믿어주세요.”


“오오-.”


남작이 그를 부축하는 루제르트의 팔을 잡고 일어서는데 옆에서 산통 깨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카락 색은요?”


당황한 남작이 말을 더듬었다.


“예, 예?”


목소리의 주인공은 앞머리로 얼굴을 다 가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자였다. 남작은 모두가 그를 보며 감동받는 동안 그자만이 아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구지?’


순간적으로 남작에게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존재감이 없길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인 줄 알았더니···.’


크리스는 남작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한 줄 알고 다시금 말했다.


“마법사는 눈동자나 머리카락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머리카락 색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아드님은 현재 머리를 다 미셨으니까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장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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