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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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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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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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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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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57화 (2부 5화)

DUMMY

“여~ 친구! 잘 지냈나?”


루담의 뒤편, 여전히 아름다운 돌계단 위에서 벤은 두 팔을 활짝 펴 크리스와 루제르트를 반갑게 맞이했다.


“앗.”


“어.”


크리스와 루제르트는 습관적으로 벤의 포옹을 피했다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뒷수습을 하기 위해 서둘러 반가운 척 벤을 껴안았다.


“하하, 친구 장난이었어.”


“으하하, 깜짝 놀랐지?”


그제야 벤도 썩어들어가는 표정으로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핫! 이 장난꾸러기들 같으니!”


퍽퍽.


감정이 실렸는지 어깨를 두들기는 손이 매서워서 크리스와 루제르트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두 사람의 어깨에 손을 두른 벤은 두 사람에게만 들릴 정도로 소곤거렸다.


“너희 연기 진짜 못한다잉.”


벤은 크리스와 루제르트를 재빨리 집 안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문이 잘 잠겼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그는 뒤돌아 머쓱하게 웃는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퍼부었다.


“야, 이놈들아! 거기서 어색한 걸 다 티 내고 있으면 어떻게 해! 경비병이라도 지나다니고 있었으면 어쩔 뻔했어!”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이랑 닿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습관적으로···.”


“으휴, 됐어! 들어가자.”


크리스는 벤의 평소답지 않은 말투와 몸짓을 보고 슬쩍 웃었다. 그는 방문을 밀고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역시나 그를 향해 몽둥이 두 개가 날아들었다.


크리스는 바닥에 얼음을 깔아 공격을 쉽게 피함과 동시에 앞에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크리스의 손에서 얼음 창이 생겨나 모이고 있는 바람의 핵을 꿰뚫었다.


파앙-!


흩어지는 바람결에 크리스의 물빛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그는 상대에게 씩 웃어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케인.”


“어···. 그래. 일단 이것 좀 치워줄래?”


케인은 그의 목젖까지 들어온 날카로운 얼음송곳을 가리켰다. 케인은 크리스가 창을 없애자 그제서야 뻣뻣하게 굳은 몸을 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라? 유리랑 발터 씨?”


크리스가 지나친 공격자를 처리하러 들어온 루제르트도 뒤늦게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 유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의 루제르트에게 인사했다.


“안녕, 루제르트. 잘 지냈어?”


그러나 유리의 인사말을 들은 루제르트는 더욱 해괴한 표정이 되어 몸을 뒤로 뺐다.


“이 누나 말투 왜 저래? 평소대로 해.”


“···.”


발터는 몽둥이를 바닥에 버린 뒤 크리스에게 다가갔다.


“물의 수호자님, 죄송합니다. 저희 상사가 요즘 좀 신이 나 있어서요.”


“하하, 맞아. 내가 개발한 신기술이 몇 개 있거든. 이번엔 써먹어 보기도 전에 끝났지만.”


“내친김에 새로운 수호자 전력 파악도 하고요. 그렇죠?”


“으음~?”


케인은 크리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묘한 웃음을 지으며 못 들은 척했다. 크리스는 그 태연자약한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진짜··· 능글맞은 사람.’


케인은 대답을 피하기 위해 재빨리 말을 돌렸다.


“그런데 우리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벤이 과장되게 행동하길래 뭔가 있구나 했죠.”


어깨를 한 번 으쓱한 크리스는 뒤돌아 벤에게 말했다.


“벤, 연기 진짜 못하시네요.”


“쩝. 아까 한 말 고스란히 돌려주는군. 너도 은근 성격 참 나쁘단 말이야.”


발터가 웃으며 한 방 먹은 표정이 된 벤을 놀렸다.


“하하, 벤도 이젠 한물갔군.”


“네놈들이 시킨 거잖아!”


크리스는 티격태격하는 그들을 내버려 두고 케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케인은 여기에 무슨 일입니까?”


크리스는 갑자기 등장한 케인 일행이 반가웠지만, 이상하기도 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하던 중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설마?”


“아, 그게.”


케인이 손을 들어 크리스의 말을 막고 옆을 곁눈질했다. 벤이 그 의미를 알아차리고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고맙네.”


벤이 방을 나가자 케인이 손깍지를 껴 턱을 괴고 심각한 표정을 했다.


“내 귓불에서 바늘 자국이 발견되었네. 내 피도 마법사들의 수중에 들어간 것 같아.”


“뭐라고요?”


루제르트가 벌떡 일어나 케인의 귓불을 살폈다. 케인은 얼굴을 살짝 돌려 곱슬머리에 가려진 귀 뒷부분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대로 붉은 점이 케인의 귓불에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귀가 머리카락에 덮여있다 보니 발견이 늦었어. 생각지도 못했기도 하고.”


케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크리스의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자네의 추측이 맞았어.”


케인이 힐 제국을 떠나기 전, 크리스는 그를 수호자궁에 은밀히 초대해 말했다.


[케인, 혹시 모르니 휘셀에 돌아가면 몸에 주사 자국 같은 게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보십시오.]


케인은 그때만 해도 크리스의 말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엉? 나는 주변에 항상 부하들이 득실거려서 주사를 찔러 넣을 틈도 없을걸?]


[그래서 더욱 위험하다는 겁니다. 케인에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 방금은 내 동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네가 한 말이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네.]


같은 편인 줄 알았던 동료가 사실은 적의 간자라. 생각만으로도 속 쓰린 얘기였다. 그러나 그동안 크리스가 보여준 모습들만 놓고 보면 허투루 들을 수도 없었다. 저번 전투에서 로테보다 확연히 실력이 떨어졌던 케인이 그녀를 이길 수 있었던 것도 크리스의 전략 덕분이었으니.


[저도 말하기 미안했는데 진지하게 생각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괜찮아. 그럼, 휘셀에서 한번 살펴보고 연락하지.]


케인은 발터에게 봐달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그의 동료들을 믿었다. 그들은 케인이 바람의 수호자가 되기 전부터 소공자였던 그의 곁을 지킨 사람들이었고, 서로 간에는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결속이 있었다. 처음에 몸에서 아무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발터가 마지막으로 보자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을 때 그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크리스가 물었다.


“의심 가는 사람은 있습니까?”


“모르겠어. 사실 생각 안 했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으니까. 사실 나는 이 상황에서 도망쳐 온 거나 다름없어.”


케인의 말에서 깊은 슬픔을 감지한 유리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케인 님···.”


크리스는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케인의 어깨에 올려진 유리의 손을 떨어뜨렸다. 그의 행동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


모두가 알 수 없는 크리스의 행동에 당황하는데, 오직 발터만이 실소를 터트렸다.


“풉!”


덕분에 발터도 같이 세 사람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다.


크리는 사람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이었다.


“저번에 유리에게 들었습니다. 휘셀 제국에 한동안 해적 떼가 창궐했던 적이 있었다고요.”


“그··· 그랬지? 유리가 그때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었지. 그건 왜?”


남매가 화해한 날 밤, 유리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말하면서 나온 첫 에피소드가 이 해적 떼 소탕이었다. 갑자기 장황한 전투를 설명하길래 뭘 말하나 싶었더니만 결국 케인을 만나게 된 얘기가 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러나 정작 듣고 있는 크리스는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휘셀 내부에 케인의 반대 세력이 있는지 궁금해서요. 마법사는 권모술수에 능하거든요. 만약 해적 떼는 단순 시선 끌기고 그동안 반대쪽에서 은밀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면요? 그럴 만한 사람들이 있습니까?”


“어···.”


케인은 쉽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곧바로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게 발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케인은 발터와 눈이 딱 마주쳤다.


“···.”


“내가 말할게.”


발터는 케인의 눈동자가 지진을 일으키는 걸 보고 대신 나섰다.


“휘셀 제국은 두 개의 큰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아슬러 공작가와 카제르 공작가이죠. 여기 케인은 아슬러 출신이고 저는 카제르 출신입니다.”


“아.”


크리스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흘렸다.


‘그래서 케인이 말하기를 주저한 거구나. 두 공작가의 사이가 좋지 않은 모양이군.’


“아슬러는 순리를, 카제르는 방향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아슬러 공작가와는 달리 카제르는 항상 바람의 의도를 측정하고 예측합니다.”


“두 공작가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대군요.”


“네, 아슬러와 카제르는 그 뜻만큼이나 반대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국의 정책을 정할 때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싸울 때가 많죠.”


크리스는 발터의 설명을 듣고 그의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옆에서 루제르트가 케인과 발터를 번갈아 보더니 감탄했다.


“오, 그러고 보니 케인과 발터 씨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기도 해요.”


케인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 영향이 없진 않을 거야.”


유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흠···. 그렇다면 카제르 공작가 측이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걸까요? 저희 부대에는 카제르 출신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들 케인을 좋아하는데···.”


유리는 연신 발터를 힐끗거렸다. 말하면서도 동료인 발터에게 미안해하는 것이 빤히 보여서 발터는 웃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유리. 나를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건 중요한 문제니까.”


“죄송합니다.”


“그만 좀 죄송해.”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크리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럴듯하긴 한데 어딘가 부족했다.


“음···. 다른 건 없습니까? 이것만 봐서는 두 집단 모두 합당한 이유로 싸우는 것 같은데요.”


발터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더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게 진짜 이유죠.”


본래 바람의 수호자는 두 공작가에서 번갈아 나타났다. 전대 수호자가 아슬러에서 나왔다면 다음에는 카자르 공작가에서 나오는 식으로.


“이번엔 어찌 된 일인지 수호자가 아슬러에서 연달아 나왔죠.”


가뜩이나 안 좋은 공작가 사이에 더 안 좋은 소리가 나왔다. 사실 아슬러들은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지만 항상 의도가 중요했던 카자르에서는 바람에게 버림받은 게 아닌가 하는 소리까지 나왔다.


“카제르 공작가는 지금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케인이 깍지를 껴 머리를 받치며 몸을 길게 늘였다.


“끄응-. 난리도 아니야. 정작 아슬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하긴, 성향이 달라서 그렇지 뭐.”


“너무 과한 해석 아닐까요? 바람은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평소 싸움을 싫어하는 루제르트 다운 말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제 아버지 바토 카제르 공작에게 수차례 얘기해 봤지만, 장로분들을 비롯하여 워낙 걱정이 많은 분들이다 보니 해결이 되질 않았습니다.”


케인이 발터의 말에서 빠진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니까 얘는 카제르 공작가의 후계자인 셈이지.”


크리스가 발터에게 놀리듯 말했다.


“우아, 후계자님이셨습니까?”


발터도 지지 않았다.


“그러지 마시죠. 어차피 크리스 님은 물의 수호자시지 않습니까.”


케인은 크리스를 재촉했다.


“어때, 뭐 좋은 생각이 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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