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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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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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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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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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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61화 (2부 9화)

DUMMY

맨 처음엔 소매치기였다. 그때 그는 분명 망토 사이를 삐져나와 흩날리는 푸른 머리카락을 봤다. 푸른 머리색은 물의 수호자밖에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루제르트에게 듣고 나서야 알았지만.


‘그래서 그때 용병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 거였어.’


푸른 머리를 보지 못했냐는 크리스의 말은 물의 수호자를 보지 못했냐는 말과 같은 뜻이었을 테니 말이다.


‘이 일로 루제르트를 만나 모험을 떠날 수 있었지.’


두 번째는 그도 모르는 새 그의 품속에 들어있었던 신분증이었다. 덕분에 그는 자렌의 배에 합류할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크리스는 슈나가 어디선가 그를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걸 확신했다.


크리스의 추측을 들은 루제르트는 깜짝 놀라며 다시 바라멜 사냥단을 유심히 살폈다.


“그럼, 저들 중 슈나 님의 분신(?)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거네?”


“확신하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기는 한데 가능성을 열고 보자면 그래.”


크리스는 바라멜이 영 찜찜했다. 푸른색이 하나도 없는 바라멜이 슈나일 리는 없겠지. 하지만 아까 그와 눈이 마주친 것이 단순히 우연일까?


크리스는 바라멜에게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루제르트에게 말했다.


“루제, 저들 중 머리색과 눈색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딱 둘 있어.”


한 명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은 눈에 안대를 차고 있었다.


“저들의 색을 확인해야 해.”


“응.”


마침 두 사람을 보고 있던 루제르트도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두 명. 단 두 명의 색만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형, 어떻게 확인하지?”


크세르트가 포크를 들어 음식을 씹는 척 물었다. 크리스도 숟가락을 들어 괜히 수프를 휘적거렸다.


“시비를 걸어보자.”


루제르트가 고기를 짓이겼다. 그 손짓에 어이없음이 다 드러나 있었다.


“무슨 소리야. 크세르트 형님 말 못 들었어? 다 실력자들이라잖아.”


“너는 천재 검사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열 명 남짓을 나 혼자 어떻게 이겨.”


“네~ 지금 갑니다!”


‘이크!’


형제는 갑작스럽게 옆을 지나가는 종업원을 피해 고개를 푹 숙였다. 슬쩍 눈치를 보니 가게 안의 손님들은 모두 바라멜 사냥단에게 정신이 팔려 아무도 형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마법사를 잡으면 어떻게 하냐고?”


형제가 투닥거리던 중 한 남성의 목소리가 가게 안을 울렸다. 형제를 비롯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큰 소리가 난 쪽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누군가가 사냥단에게 말을 건 모양인지 사냥단원 하나가 한껏 으스대며 떠들고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쓱-!”


그는 한 손으로 목 베는 시늉을 해 보였다.


“죽여버리지. 마법사는 잡자마자 목을 베어야 해. 안 그러면 복수한다고 다시 살아날 수도 있으니 말이야.”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저 터무니없는 말을 믿는 것 같았다.


“이봐, 누가 요즘 촌스럽게 목을 베?”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동료의 어깨를 밀치고 말했다. 그는 다름 아닌 형제가 노리고 있던 두건 쓴 사내였다.


“그럼 어떻게 하나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손님들이 뒷말을 재촉하자 두건 쓴 남자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화형이다.”


곧바로 군중 사이에서 헉하는 소리가 나왔다.


웅성웅성-.


순식간에 또다시 가게 내부가 화형 얘기로 시끄러워졌다.


“아니, 그런데 불의 마법사인데도 화형이 되나요?”


“어- 그렇네. 그 사람들은 불을 쓴다고 하던데?”


“아주 좋은 지적이야. 마법사를 화형 시키면 처음엔 버티지. 그러다가 기력이 쇠하면 결국 불에 타 죽어. 벨라블 놈들이 발명한 최고의 처형 방법이라더군. 불을 다룬다는 놈들이 불에 타 죽다니 정말 웃기지 않나? 으하하핫!”


사람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누군가는 잔인한 얘기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흉악한 마법사의 고통스러운 죽음에 만족하며 환호했다. 결국 그들은 마법사의 죽음에 동의한다는 점에서 같았다.


사람들은 이미 벨라블에서 일어난 참극에 대해 알고 있었다. 마을에 불 지르고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놈들에게 어울리는 최후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가게 안의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크리스는 별 감흥 없이 턱을 괴고 있었다. 바라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부하들이 뭘 하든 말든 그저 묵묵하게 고기를 썰고 있었다.


‘아.’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바라멜이 그를 향해 웃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앞쪽에서 으드득 소리가 났다.


“루제?”


루제르트의 접시에서 나는 소리였다. 크리스는 포크가 내려앉은 자리부터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한 접시를 보고 놀랐지만 그런 것 따위는 루제르트의 표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누군가를 죽이기 일보 직전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짝!


살의에 사로잡혀 있던 루제르트는 박수 소리 덕분에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번쩍 고개를 드니 그의 형 크리스가 걱정하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루제르트는 못 보여줄 꼴을 들킨 사람처럼 머쓱해하며 포크를 슬쩍 내려놓았다.


“루제, 혹시 나 없는 새에 무슨 일 있었니?”


크리스는 진지하게 물었다. 한순간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제논이나 바라멜 같은 게 아무 의미도 없어져 버렸다.


“어?”


루제르트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아, 아니. 이건··· 아무것도···.”


루제르트가 허둥지둥 깨진 접시 조각을 모았다. 마침 그 모습을 본 종업원이 통을 들고 달려와 루제르트를 만류했다.


“아이고, 손님. 제가 하겠습니다. 다칠 수도 있으니 만지지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저쪽은 우리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데?”


크리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설마 바라멜이 먼저 그들에게 시비를 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라멜은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시선을 형제 쪽으로 돌려 버렸다. 날카로운 시선들이 형제의 피부를 따끔따끔 찔러댔다.


“할 말 있으면 직접 와서 하지 그래? 하긴. 대놓고 마법사의 편을 들기에는 아무래도 좀 무서운가?”


결국 루제르트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는 너희는 잔인한 얘기를 뭘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떠들고 있는 거지? 웃기다니 뭐니···. 사람의 목숨이 장난 같나?”


“사라암? 저놈이 지금 마법사를 사람이라고 한 거야?”


두건 쓴 사내 또한 먹던 것을 내팽개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닥에 침을 탁 뱉은 그는 흉흉한 기세로 루제르트에게 다가갔다.


“아니 이놈이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보아하니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구먼! 마법사에게 홀리기라도 한 거냐? 엉?”


사내는 큰 키를 이용해 압박할 생각으로 루제르트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얌전히 당하고 있을 루제르트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한발 먼저 사내의 몸을 어깨로 받아넘겼다.


휙-.


공기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건 쓴 사내가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몸이 바닥에 닿는 감각을 느낄 때까지도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헉- 내 두건!”


그는 루제르트의 손에 들린 두건을 보고 기겁하며 머리에 손을 올렸다.


루제르트도 두건 속의 생각지도 못한 정체에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분홍색?”


핑크빛 머리가 드러난 사내는 울먹이며 입고 있던 상의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아니 저놈이?”


바라멜 사냥단은 동료의 콤플렉스를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해 버리는 루제르트의 무자비함에 분개했다.


“감히 겉으론 여려 보여도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험악한 우리 잭을 비웃어?”


“비웃은 적 없는데요.”


루제르트가 억울해서 항의했지만 이미 분노에 눈이 멀어버린 사냥단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웃기지 마!”


“얼굴에 다 쓰여 있었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삐뚜름하게 앉아있던 바라멜이 소리만 지르고 있는 사냥단원들을 보고 한심하다는 듯 꾸짖었다.


“뭐해? 그냥 저렇게 둘 생각이야?”


“아, 아니. 당연히 본때를 보여줘야지!”


“가, 가자!”


루제르트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사냥단원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곧 손마디를 뚝뚝 꺾으며 루제르트에게 몰려왔다. 루제르트도 그 모습을 보고 자세를 잡았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식당 안에서 밥을 먹고 있던 손님들이 서둘러 밖으로 피신했다.


“으아악! 싸움이 일어났다!”


“피해!”


뒤늦게 종업원에게 소란을 전해 듣고 달려온 가게 주인이 그들을 말리기 위해 나섰다.


“아이고···. 손님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부디 밖에 나가셔서···”


그러나 사냥단원들은 막무가내였다.


“우리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아? 우린 바라멜 사냥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험악한 자들만 모여있지!”


그중 안대를 쓴 남자가 자기 안대를 엄지로 척 가리키며 큰소리쳤다.


“이 안대가 보이나? 이건 내가 병사를 상대로 50대 1로 싸우고 얻은 영광의 상처다!”


“아···. 예, 예. 대단하십니다.”


식당 주인은 하는 수없이 뒤로 물러나 종업원에게 속삭였다.


“얼른 가서 경비대 불러.”


크리스는 루제르트의 등을 톡톡 쳐 신호를 보냈다.


‘루제, 하나 남았다.’


루제르트도 크리스를 돌아보며 윙크했다.


‘응. 신속하게 저 안대 속만 확인하고 도망치자.’


“우어어어!”


바라멜 사냥단이 먼저 대치 상태를 깨고 루제르트에게 돌진했다. 루제르트는 옆에 있던 의자를 던져 진입을 막았다.


맨 앞에 있던 한 명이 의자에 걸려 넘어지자 뒤에 있던 사람들도 우르르 균형을 잃기 시작했다.


퍽- 팍!


루제르트는 놓치지 않고 휘청거리는 이들을 발차기로 하나씩 기절시켰다.


“이런-!”


맨 밑에 깔린 사내는 이를 갈며 의자를 붙잡았다. 그는 의자를 치워버릴 생각으로 힘줘 밀었다.


뚝!


“으악!”


그러나 의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힘을 고스란히 받은 사내의 팔꿈치에 쥐가 났다.


루제르트는 어수선한 사냥단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조금씩 목표에 접근했다. 위기를 느낀 사냥단원들이 의자와 탁자를 던져 막으려고 했으나, 무슨 일인지 사물들이 바닥에 붙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형, 좋았어!’


루제르트 홀로 그 기현상이 크리스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았다. 크리스는 테이블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실상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눈동자를 숨기기 위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드디어 루제르트가 마지막 사람을 제치고 안대 쓴 사내에게 도달했다.


“어어?”


남자는 급하게 뒷걸음질 치려고 했으나, 어째서인지 두 발이 땅에 묶여 움직여지지 않았다.


‘됐다!’


루제르트는 재빨리 안대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안에 숨어있던 색을 보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다.


“엥?”


그러나 막상 드러난 건 그저 평범한 갈색 눈동자였다. 50대 1로 싸우고 얻은 영광의 상처 어쩌고 하더니 상처는커녕 작은 생채기 하나도 없었다.


“왜 거짓말을···?”


“쉿!”


황당해하는 루제르트를 향해 사냥단원이 재빨리 입술에 검지를 붙여 그의 말을 막았다.


“여기까지.”


뒤에서 누군가가 끼어드는 바람에 루제르트는 남자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섰다. 그 누군가는 바라멜이었다.


“실력이 아주 출중한 친구군. 내 부하로 삼고 싶다. 우리 바라멜 사냥단에 들어오겠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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