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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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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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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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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66화 (2부 14화)

DUMMY

“···.”


“···.”


“···?”


루제르트는 서로 노려보는 크리스와 바라멜 가운데에서 홀로 좌불안석했다. 어쩌다 보니 한 테이블에서 삼자대면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는데 둘이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는지 서로가 먼저 말할 때까지 입을 딱 닫고 있었다.


그러기를 십여 분째, 결국 세 사람 중 가장 불편했던 루제르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기···. 이럴 거면 그냥 각자 헤어지는 게?”


사실 있는 대로 고집부려볼 생각이었던 크리스는, 루제르트가 힘들어하자 하는 수 없이 마음을 바꿨다.


“바라멜. 나한테 할 말 없어?”


바라멜은 뜬금없이 물어오는 말에 눈을 찡그렸다.


“뭐?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야 하나?”


드르륵-.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크리스는 바라멜에게 차갑게 일갈했다.


“없으면 말던가. 루제, 가자.”


크리스는 그대로 미련 없이 떠났다.


“어? 어···.”


형이 가자니 일단 일어나기는 했는데···. 루제르트는 발을 옮기면서도 바라멜이 신경 쓰여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눈이 땡그래진 바라멜이 엉거주춤 일어났다가 도로 앉으며 노려보는 것을 목격했다. 눈이 마주치고 흠칫하는 루제르트에게 바라멜이 입 모양으로 말했다.


[잘 생각해 봐.]


이를 마지막으로 루제르트도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형!”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크리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루제르트는 기다려달라는 줄 알고 멈춰 선 크리스에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사과했다.


“미안해.”


“응?”


크리스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뭐가 미안한 거지. 아, 그건가?’


루제르트는 바라멜과 함께 있었던 일에 대해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작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잘못했다 싶을 때 뒤에서 혼자 머뭇거리는 건 루제르트의 고질적인 버릇이었다. 마치 옆에서 나란히 걸을 자격을 상실했다는 듯이. 이럴 땐 크리스가 가야 한다.


“바라멜을 만난 것 때문에 그러는 거지?”


“그것도 그렇고···.”


“난 네가 날 배신했다고 느끼지 않았어.”


“배신하지 않았어!”


“그래. 그럼 딱히 미안할 거 없는 거 같은데? 빨리 와.”


그러나 루제르트는 자리에 딱 붙어 고개를 흔들었다.


“형한테 바라멜을 만나러 가는 걸 비밀로 했잖아. 상의도 안 했고.”


“루제. 나에게 상의하고 싶었니?”


‘아니.’


바로 나오는 답을 루제르트는 차마 입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 해도 크리스는 절대 화내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아서 더욱 말하기 어려웠다.


‘말 하나 안 하나 어차피 반응 보면 아는 걸···.’


크리스는 가끔 루제르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마 그가 괜찮다고 열 번 말하면 루제르트는 진짜 그럴까를 백번 고민하겠지. 그래도 그런 점이 참 평범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는 루제르트는 머리에 잠깐 손을 얹었다가 뗐다.


“루제. 상의는 하고 싶을 때 해. 나는 혼자 뭔가를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도 되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네가 미안하다고 나에게 사과하는 건 내가 화를 내고 그 이유를 너에게 납득시켰을 때뿐이면 충분해.”


‘이제 받아들이고 아니고는 이 아이의 몫이겠지.’


말을 마친 크리스는 먼저 걷기 시작했다.


루제르트도 터벅터벅 뒤따랐다.


‘왜 화내지 않지?’


그는 오히려 크리스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만약, 크리스가 그 몰래 비밀을 만들었다면 루제르트는 분명 화냈을 것이다. 크리스가 유독 그에게만 한없이 관대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 정도로 관대한 건 어떤 의미일까?


‘사실은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건 아닐까?’


형제는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지만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쾅!


다음 날, 크리스 일행은 남작 저를 뒤흔드는 굉음에 놀라 허겁지겁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루제르트는 전방에서 사색이 되어 달려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소리쳐 물었다. 그가 알기로 그들은 남작저 입구를 지키던 병사였다.


“침입입니다!”


“바라멜 사냥단이 쳐들어왔어요!”


병사들이 전해온 충격적인 소식에 크리스 일행은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네? 아직 예고장에 적힌 날이 이틀이나 남았는데!”


“잠깐, 뒤에!”


무언가를 발견한 크리스가 다급하게 병사들에게 외쳤다.


그러나 병사들이 그의 외침을 듣고 뒤돌았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그들은 침입자의 둔기에 맞아 힘없이 쓰러졌다.


루제르트는 몽둥이를 휘두른 두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세르갈··· 잭!’


“안녕? 또 만났군.”


두 사람의 가운데에서 바라멜이 여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에는 만반의 준비가 된 사냥대원들이 함께였다.


“바라멜!”


바라멜은 그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루제르트를 귀엽다는 듯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크리스에게도 잠시 눈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루제르트는 바라멜에게 따져 물었다.


“삼일 뒤에 오겠다더니 비겁하게 이게 무슨 짓이지?”


“그 말을 믿는 게 순진한 거지. 그 사이에 사냥감이 도망칠지 어떻게 알고?”


루제르트는 주먹을 꽉 쥐었다.


‘역시 바라멜도 별다른 것 없는 사람이었어.’


바라멜 사냥단의 사정을 알게 된 후 잠깐 괜찮은 사람들인 줄 알았다. 사람은 믿는 게 아닌데도.


루제르트가 바라멜과 말을 주고받는 동안, 크리스는 수상함을 감지하고 사냥단을 살폈다.


‘수가 이상한데.’


바라멜 사냥단의 인원수는 확실히 크리스가 식당에서 본 것보다 적었다. 수적 공백을 메꾸기 위해 일부러 거구를 맨 앞쪽에 배치했을 테지만 그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아마 일부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러 간 거겠지.’


크리스는 루제르트에게 말했다.


“루제, 이곳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줄 수 있어? 내가 그 틈에 소남작을 대피시킬게. 목표물이 여기 없다는 걸 알면 저들도 물러날 거야.”


그는 어차피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소수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쪽이 더 맞았다. 루제르트도 숨은 뜻을 알아듣고 끄덕였다.


“응. 형, 부탁해. 셰비! 셰비는 가서 사병들을 불러와 줘.”


“알겠습니다!”


그들 중 가장 발이 빠른 셰비가 슬쩍 뒤로 빠지고, 루제르트, 브랜든, 롬 이 세 사람과 저택의 경비를 서고 있던 몇몇 병사들만 남아 시간을 버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루제르트는 남은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잘 들으세요. 저는 바라멜을 상대할 겁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입구를 지켜주세요. 마침 여러분의 무기가 창이라 적들보다 사거리가 기니, 그 점을 이용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겁니다.”


“넵!”


롬은 돌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루제르트에게 감탄했다. 아직 어린애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새삼 왕관 위에서 제국민을 호령하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자, 각자 자리로!”


루제르트 일행은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달렸다. 그 모습은 느긋하게 구경하고 있는 바라멜 사냥단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단장, 저희도 슬슬 갈까요?”


세르갈이 손바닥에 몽둥이를 뗐다 붙였다 하며 바라멜에게 물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저 저택에 숨어있을 헬버튼 남작을 끌어다 패대기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그의 뒤에 있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여자 하나가 사라진 걸 보니 사병들 숙소로 간 모양이지. 시간을 끌 생각인가 본데, 소용없는 짓을.’


루제르트의 의도 파악을 끝낸 바라멜이 드디어 팔짱을 풀었다.


“그래···. 자, 바라멜 사냥단. 사냥 시작이다!”


“가자!”


“으아아아!”


출전을 허락받은 사냥단은 우렁찬 기합과 함께 저택의 문을 향해 돌진했다.


“오, 온다! 힉!”


용기를 모두 끌어보아 창을 겨누고 있던 병사는 세 명이 그를 노리고 달려들자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겁먹은 병사가 본능적으로 방패 속에 몸을 숨기는데, 손안에서 창이 빠져나가더니 붕- 하는 파공성과 함께 적들이 뒤로 밀려났다.


“이봐, 뭐 하는 거야! 우리 대장이 긴 사거리를 이용하라고 한 소리 못 들었어? 창을 쓰라고!”


병사에게 창을 돌려주며 롬은 답답한 듯 소리쳤다. 실력 있는 병사들이 진작 빠져나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 처참한 수준이었다.


“이런. 실력자가 있는 줄 모르고 방심했군.”


롬은 코피를 아무렇게나 훔치며 말하는 세드릭을 응시했다. 롬은 그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무려 천재 검사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다.


롬이 호기롭게 웃으며 도끼를 휘둘렀다.


“하하! 어디 덤벼봐라! 방심이든 전력이든 전부 막아주마.”


“그런 자세 아주 마음에 드는군!”


상대의 패기를 보고 몸이 달아오른 세드릭도 두 팔에 한껏 힘을 끌어올렸다.





한편, 루제르트는 바라멜과 대치하고 있었다. 정문 쪽을 힐끔 보니 롬과 브랜든이 잘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롬과 브랜든은 셰비가 사병들과 함께 돌아올 때까지 버티면 되고, 그는 크리스가 소남작을 대피시킬 때까지 바라멜을 붙잡아두면 된다.


“이봐. 한눈팔면 안 되지.”


루제르트는 몸을 비틀어 바라멜의 기습을 피했다. 그가 서 있던 바닥에 길게 한 줄이 생겼다.


루제르트는 준비 동작 없이 바로 검을 휘둘렀다. 허를 찌른 공격이었지만, 바라멜은 가뿐하게 반격했다.


훅-.


그러나 루제르트가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바라멜의 검은 허공만 가르고 떨어졌다. 적에게 사각지대를 내어주게 된 바라멜은 땅의 그림자를 보고 루제르트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았다.


챙!


“큭.”


검을 타고 전해지는 의외의 묵직함에 바라멜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루제르트는 이 한방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검의 잔상들이 바라멜을 노리고 다각도에서 날아들었다.


바라멜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다가, 갑자기 눈을 빛내더니 오히려 급소를 칼끝에 갖다 대었다.


“헉!”


바라멜을 진짜 죽일 뻔한 루제르트는 깜짝 놀라 검을 회수했다.


‘당했다!’


루제르트가 뒤로 물러나는 만큼 곧장 몸을 붙여온 바라멜은 오른쪽 아래서부터 횡으로 검을 그어 올렸다.


파앙-!


검 하나가 공중을 날아 땅에 푹 박혔다.


“헉···. 헉···!”


루제르트는 마지막 공격을 한 자세 그대로 멈춰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급해서 그만 바라멜의 오른팔을 부러트려 버렸다.


골절된 그의 한쪽 팔과 칼에 긁혀 살짝 피가 나는 루제르트의 다리를 번갈아 보던 바라멜은 그가 루제르트의 적수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역시, 검의 천재라 이건가.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군.”


루제르트는 바라멜의 혼잣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당신, 설마 제 정체를···?”


그때, 위쪽에서 드르륵- 하고 창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났다.


엄습하는 불길함에 루제르트는 설마 아니겠지 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의 기대를 배신하듯 짠 하고 나타난 헬버튼 남작이 난리 통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바라멜-! 네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와!“


‘아아.’


루제르트는 손쓸 도리 없이 악마의 미소를 목도하게 되었다.


“저기 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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