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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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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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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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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74화 (2부 22화)

DUMMY

『···이러한 이유로 제가 직접 가는 것은 어렵겠지만, 물의 수호자께서 저희 뮤아레트를 방문해 주신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그럼 어서 만나 뵐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리체 뮤아레트』


낭독을 끝낸 루제르트는 맨 아래 적힌 이름을 보고 감탄했다.


“흙의 수호자님 이름이 리체 구나.”


“그럼 여성이신 건가. 워낙 알려진 것이 없는 나라라 여기에 적힌 모든 것이 다 정보라 봐도 무방하겠군.”


그 무뚝뚝한 황제 크세르트조차 뮤아레트에서 온 답장이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아마 그들이 흙의 제국으로부터 답장 받은 최초의 사람들일 테니까.


크리스는 화려한 글씨를 머금은 종이의 앞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나저나 흙의 수호자가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이 뮤아레트의 관례였군요. 독특하네. 그 안에서 뭐라도 지키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크리스의 물음에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어쨌거나 뮤아레트에 문외한인 건 모두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한창 뮤아레트 이야기로 바쁜 그들에게 바라멜이 불쑥 물었다.


“죄송하지만, 뮤아레트에 왜 가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뮤아레트와 마법사 간의 관계성은 크세르트와 루제르트, 크리스, 그리고 휘셀 3인방 정도만 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이다 보니 저희만 아는 이야기라는 걸 까먹고 있었군요. 자세한 이야기는 수호자님께서 휘셀에 가는 길에 설명해 주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크리스 님.”


크리스는 그 안에 숨은 뜻을 읽었다. 이는 휘셀에서 바라멜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가 신용할 만한 인물이라 판단되면 자세히 이야기해 주고 아니면 대충 얼버무리라는 뜻이었다. 애초에 그와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크리스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그냥 포기해버렸다.


“알겠습니다.”


“후···. 서둘러 귀족 회의를 소집해야겠군요. 사절단을 꾸려야 하니 말입니다.”


휘셀에 가는 것과 뮤아레트에 가는 것은 갖는 무게부터가 달랐다. 크리스는 피곤해서 눈가를 꾹꾹 누르고 있는 황제에게 물었다.


“그럼 저는 예정대로 휘셀에 다녀오면 되는 겁니까?”


“네, 맞습니다. 다만 일이 끝나는 대로 서둘러 와주십시오. 뮤아레트 측에서 언제 마음이 바뀔지 모르니 허락이 떨어졌을 때 바로 다녀왔으면 합니다.”


루제르트에게는 베일에 감춰진 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에 흥분 반, 마법사의 술수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반이었다.


“형님, 뮤아레트에는 저도 가는 건가요?”


“그래. 그러니 너도 부지런히 해라.”


그러나, 아무리 도박이라 한들 이런 기회를 그 누가 놓칠까. 결국에는 흥분이 더 앞선 루제르트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넵! 알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같이 식사하시겠습니까?”


회의가 끝난 뒤, 각자의 방으로 되돌아가려던 크리스와 루제르트는 바라멜로부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그럴까요?”


“싫습니다.”


루제르트와 크리스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눈이 딱 마주쳤다..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하면 어떻게 해!’


‘···? 하긴 루제는 나와 달리 거절할 이유가 없긴 하군.’


차마 소리 내지 못하고 얼굴 근육으로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고 피식 웃은 바라멜이 말했다.


“바쁘시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렇게 말한 바라멜이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으려니 역시나 루제르트 황자에게서 예상한 반응이 나왔다.


“아닙니다. 저는 바쁘지 않습니다. 뭣하면 저희 둘이 먹죠.”


반면에 저 무뚝뚝한 놈은 표정의 변화 하나 없이 바라멜을 쳐다보았다.


“아~. 저는 바쁩니다. 그럼 이만.”


‘쳇.’


망설임 없이 가버리는 크리스를 보고 있자니 흥이 깨진 바라멜이 속으로 투덜거렸다.


“음···. 바라멜? 갈까요. 오늘은 제가 사겠습니다.”


옆에서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바라멜은 다시금 가면을 쓰고 미소 지었다.


“오, 황자님께서요? 저야 감사하죠. 그럼 다음엔 제가 사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일전에 바라멜 님의 팔을 부러트리지 않았습니까? 각자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라지만, 그래도 미안해서···.”


“아.”


‘설마 그걸 신경 쓰고 있을 줄이야.’


바라멜은 루제르트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괜찮습니다. 저는 금방 낫는 편이어서요.”


“팔이 부러졌는데 괜찮기는요. 그때 제가 당황해서 그만···! 많이 다치셨습니까? 한번 봐봐요.”


바라멜은 당황해서 그의 팔을 향해 돌진하는 루제르트를 잡아 저지했다.


“진짜 괜찮다니까요?”


“어···. 아, 부담스러우셨다면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자, 그럼 가실까요.”


루제르트는 자연스럽게 바라멜을 이끌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다친 팔은 반대쪽이었는데.’


“··· 제 말 듣고 계십니까?”


“네?”


그가 바라멜의 말을 듣고 퍼뜩 상념에서 깨어났을 땐, 어느새 그의 손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쥐어져 있었다.


“앗, 죄송합니다. 잠시 딴생각하느라.”


롬이 추천해 준 가게 중 한곳에 들어와 앉아서 각자 요리를 주문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부터 바라멜에 대한 생각에 빠져 계속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루제르트는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죠?”


“가게 안의 사람들이 전부 물의 수호자의 얘기만 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아.”


바로 코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루제르트가 다른 테이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을 리가 만무했다. 그는 바라멜의 말에 따라 주변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정말 다행이야. 이젠 농사 걱정 없겠군.”


“그러게. 비 온 횟수가 이번 주만 두 번이라지? 맘 같아서는 그동안 안 내린 만큼 펑펑 더 왔으면 좋겠군.”


“힐 제국은 버림받은 게 아니었어!”


“새로운 물의 수호자님은 어떤 분이실까? 너무 궁금하다.”


“황제 폐하의 탄생일에는 모습을 보이시지 않을까?”


과연 바라멜의 말이 맞았다. 모두들 크리스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루제르트는 감회가 새로워졌다. 그가 처음으로 황궁을 떠난 작년 이맘때쯤만 해도 식당에서는 물의 수호자가 사라진 뒤 불안감을 토로하는 소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지금은 희망을 품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미래를 노래하고 있었다. 물의 수호자를 찾는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왔던가. 지난 일들을 떠올리자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굉장히 감성적이군.”


무심코 말을 던진 바라멜은 루제르트와 눈이 마주치고 말을 정정했다.


“아, 아니. 감성적이시군요.”


루제르트는 바라멜이 그의 신분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괜찮다 표시해 보였다.


“이김에 아예 말 놓을까요? 사실 그동안 바라멜이 반말하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존대하는 게 너무 어색했거든요.”


“아닙니다. 그땐 루제르트님이 황자인 걸 몰랐으니까요.”


“그럼 단둘이 있을 때만. 어때?”


루제르트는 먼저 말을 놓고 싱긋 웃어 보였다. 바라멜은 그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하는 수 없이 항복했다.


“그렇게 말한다면야. 본인이 정말 독특하다는 거 알고 있나?”


루제르트는 모르고 보면 그냥 제국민 같았다. 그러나 그가 황자라는 것을 알고 나면 그동안 어떻게 몰랐지 싶을 만큼 황자 다웠다. 그만큼 그는 권위의식이 적었다.


“알지. 근데 솔직히 크리스 형에 비하면 나 정도는 양호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루제르트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맞다. 크리스는 독특한 게 아니라 이상하지. 그가 나한테 처음으로 한 말이 뭔지 함께 듣지 않았나? 할 말 없냐고.”


루제르트는 크리스에 대한 주제가 나오자 살짝 고민했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바라멜은 크리스 형을 어떻게 생각해?”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들었던 바라멜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그거 알아? 아까 바라멜이 나를 붙잡은 팔은 사실 나 때문에 부러진 팔이었어. 일반 사람은 이렇게까지 빨리 뼈가 붙지 못해. 게다가 마법을 느낄 수도 있지. 혹시 바라멜은··· 슈나님의 분신이야?”


루제르트는 물음 받은 상대의 눈이 크게 뜨이는 것을 보았다. 루제르트는 잔뜩 긴장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윽고 바라멜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아니야.”


“아, 아? 아니야?”


정답을 거의 확신하고 있었던 루제르트는 바라멜의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자 당황하여 재차 물었다. 그러나 바라멜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길 뿐이었다.


“당연히 아니야. 대체 왜 그런 오해가 생긴거지? 나는 그냥 평범한 현상금 사냥꾼일 뿐이다. 마법을 감지할 수 있는 덕에 마법사 사냥꾼이 된 거지. 나도 그 이유를 모른다고 말하지 이전에 않았나.”


“그, 그럼 팔의 회복 속도는?”


“나는 예전부터 몸이 빨리 낫는 편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부러진 게 아니라 그냥 금 간 정도였어.”


이 말만큼은 루제르트도 동의하기 어려웠다. 그가 발로 찼을 때 그 감각은 분명 뼈가 부러지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그가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그럼 어떻게 하지? 형은 네가 슈나 님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저렇게 행동하는 건데.”


“그게 그와 무슨 상관인데?”


“슈나 님은 크리스 형의 친구야. 형은 나랑 함께하는 동안 줄곧 슈나 님을 찾아다녔어. 그래서 네가 슈나님의 분신이 맞는다는 가정하에, 형은 친구가 자길 모른 척한다고 서운해하는 거야.”


“···.”


바라멜은 물컵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 정말 시답잖은 이유군.”


“이거 형한테 어떻게 말하지? 아무래도 우리가 오해한 거 같은데.”


“됐다. 내가 말하지. 이런 건 당사자끼리 해결하는 게 맞으니까 말이야.”


“아···. 그것도 그렇네. 저 혹시···!”


“잠깐.”


갑자기 손을 든 바라멜이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루제르트를 막았다.


“내가 먼저 묻지. 혹시 불의 수호자가 힐을 방문하기로 되어있었나?”


“아니?”


“그래···?”


루제르트는 심상치 않은 얼굴을 하는 바라멜에게 물었다.


“왜 그래? 설마 또 뭐가 느껴져?”


“그래. 근처에 불의 마법사가 있는 게 분명하다.”


“뭐? 어디?”


“이 식당 바로 뒤다. 어차피 가까이 있지 않은 이상은 감지할 수 없어.”


두 사람은 식사를 중단하고 나왔다. 마법사가 멀쩡히 수도를 지나다니는 걸 알았는데 그냥 못 본 척 넘어갈 수는 없었다. 마인 사냥이 유행하면서 전국적으로 마법사를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졌다고는 하나, 그들은 여전히 위험한 인물이었고 자칫하다간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여기야.”


다행히 바라멜이 가리킨 곳은 으슥해서 사람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 좁은 골목이었다.


“어! 저기.”


안쪽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인영을 발견한 루제르트는 바라멜을 잡아 세웠다.


‘곰인형?’


“도와줘.”


“헛. 아이다. 얘, 도움이 필요한 거니? 잠깐만 기다려!”


주위는 건물의 그림자에 어두웠고, 루제르트는 마법사가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친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소녀를 향해 뛰었다. 뒤에서 바라멜이 말리는 줄도 모르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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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산의 주인 74화 (2부 22화) 22.08.19 26 0 12쪽
73 얼음산의 주인 73화 (2부 21화) 22.08.18 26 0 11쪽
72 얼음산의 주인 72화 (2부 20화) 22.08.16 42 0 11쪽
71 얼음산의 주인 71화 (2부 19화) 22.08.15 23 0 11쪽
70 얼음산의 주인 70화 (2부 18화) 22.08.14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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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얼음산의 주인 58화 (2부 6화) 22.07.25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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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얼음산의 주인 50화 22.07.03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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