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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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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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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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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62화 (2부 10화)

DUMMY

“뭐? 바라멜 사냥단에 들어오라고?”


“그래. 뭣하면 그 옆의 샌님도 같이 받아주마.”


바라멜의 충격 발언에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사내들이 벌떡 일어나 항의했다.


“단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법사를 편드는 저놈을 우리 사냥단에 넣겠다고요?”


“단장-!”


“시끄럽다.”


한마디 말로 아우성치는 단원들을 조용히 시킨 바라멜은 어쩔 거냐고 묻는 듯 루제르트를 응시했다.


루제르트야 황당할 뿐이었다. 이제 보니 바라멜이 시비를 건 것은 기분 나빠서가 아니라 그의 실력을 시험해 보기 위함인 듯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루제르트는 바라멜의 동료가 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싫어. 내가 왜 너희처럼 무뢰배들과 동료가 되어야 하지?”


바라멜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누구나 너처럼 말하지. 잔인하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다, 그런 짓을 하면 똑같은 인간이 될 뿐이다··· 마법사에게 소중한 이를 잃기 전까진 말이다.”


바라멜의 눈이 시퍼렇게 빛났다. 루제르트는 순간 그 눈빛에 빨려들 것만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흠집 나 보지 않은 어리석은 자가 떠드는 것은 참 쉽다. 그렇지 않은가?”


“그럼 당신은 누군가를 마법사에게 잃어봤습니까?”


바라멜에게 집중하고 있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받게 된 크리스는 스스로 말해놓고 놀라는 중이었다.


‘대화할 생각 없었는데.’


어째서인지 그는 이것을 꼭 물어봐야 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곧이어 창백해진 바라멜의 얼굴을 보게 되었을 때 다시금 어째서인지 그는 본인이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주절주절 말해봤자 당장 이해할 순 없겠지. 이것만 말하겠다. 마법사는 악이다.”


바라멜은 힘겹게 한마디 한 뒤돌아섰다. 그 모습이 흥미를 잃은 것 같기도, 도망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마법사가 악이라면 헬버튼 남작이야말로 마법사에 가까운 인물이지.”


바라멜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사냥단원들과 함께 형제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나를 찾아와라.”





“···.”


“이봐, 뭘 멍 때리고 있어? 짐 다 날랐으면 가자.”


마차꾼은 한시가 바쁜 와중에 속 편하게 가게 안을 구경하고 있는 센을 닦달했다. 그러자 센이 순순히 마차 뒤칸에 올라탔다.


센은 얼마 전 새로 들어온 짐꾼이다. 왠지 모르게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같이 있기 꺼려지는 자였으나, 힘이 장사인데다 입이 무겁다는 이유로 상단주의 눈에 들어 단박에 짐꾼으로 채용되었다.


그는 센의 얼굴을 덮고 있는 긴 앞머리를 떠올렸다.


‘저게 요즘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머리라지?’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귀족들의 유행을 따라 저런 머리를 하는 청년들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취향은 아니었다.


‘저렇게 눈을 다 가려놓으면 뭐가 보이기는 하나···. 거참, 높으신 분들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단 말이야.’





[헬버튼 남작저]


“아니, 대체 밖에서 뭘 하고 다니시는 겁니까?”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바라멜 사냥단과 한바탕하고 온 크리스와 루제르트는 그들을 다그치는 헬버튼 남작 앞에서 아무 변명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결국 센도 보지 못했지.’


정신 차리고 난 뒤 식당 점원에게 물었을 땐, 이미 짐꾼이 방문하는 시간이 지난 뒤였다. 물론, 식당 주인에게도 혼났다.


형제는 동시에 생각했다.


‘이건 다 바라멜 그놈이 먼저 시비 걸었기 때문이야.’


“이 시기에 그 바라멜 사냥단과 다투다니. 그들을 자극이라도 하게 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탁-.


남작은 읽던 신문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이름 모를 청년, 바라멜 사냥단에 ‘마법사도 사람이다’ 소신 발언]


“아, 그 말은 그냥···”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적힌 타이틀을 확인한 크리스는 루제르트를 변호하기 위해 대신 입을 열었으나, 곧 이상함을 느꼈다.


‘남작은 마법사가 사람이라고 말한 것엔 화내지 않았어.’


그저 크리스와 루제르트가 바라멜을 도발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크리스는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말했다.


“남작님, 이건 바라멜 사냥단의 수준을 시험해 보기 위함입니다. 언젠가는 맞붙게 될 자들인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크릿 님도 아시다시피 바라멜 사냥단은 험악하기 짝이 없는 놈들입니다. 괜히 도발했다가 이판사판으로 들이박기라도 하면···.”


“남작님께서 걱정하는 것이 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까 보니 사냥단 조무래기쯤은 루트 단장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하더군요.”


“그, 그게 정말입니까?”


헬버튼 남작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그래. 우리 애가 이 정도다.’


크리스는 내심 루제르트가 자랑스러웠다.


“사실입니다. 소문에 비하면 별거 없더군요. 단장이라는 자만 조심하면 될 듯합니다.”


“오오-.”


‘험악함.’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루제르트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남작에게 물었다.


“남작님! 혹시 바라멜 사냥단 단원들 개개인에 대한 신상 정보를 알고 계십니까? 아니, 제가 알 방법이 있을까요?”


“예? 아, 뭐···. 그럼 집사에게 일러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까 만난 바라멜 사냥단은 어딘가 이상했다. 그들은 끊임없이 험악함을 강조하는 듯한 말을 했다. 꼭 그렇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멀쩡한 눈 위의 안대.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루제르트는 그들의 사연이 조금은 궁금해졌다.


대화가 끝날 조짐이 보이자 헬버튼 남작이 조심스럽게 크리스에게 물었다.


“저어···. 크릿 님. 혹시 제 아내를 설득하는 일은 언제쯤 가능하십니까?”


‘아. 제논을 찾느라 남작 부인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크리스는 속으로 당황했으나 그렇지 않은 척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안 그래도 남작부인께 언제가 시간이 좋은지 여쭈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시간이야 크릿 님께서 원하시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제 아내야 항상 누워있는 게 다니까요.”


‘아픈 사람에게 저렇게 말한다고?’


루제르트는 남작의 말을 듣고 얼굴을 찡그렸다. 하필 이때 바라멜의 말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마법사가 악이라면 헬버튼 남작이야말로 마법사에 가까운 인물이지.]


‘아니야. 적일지도 모르는 자의 말에 넘어가 판단을 흐리면 안 돼.’


루제르트는 자꾸만 따라붙는 바라멜의 말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시죠. 루트 단장님, 그럼 저는 이만 남작부인께 가보겠습니다.”


“아···. 나중에 보지.”


루제르트는 한발 늦게 크리스에게 인사했다. 그는 아직 단장인 척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형은 왜 나에게 단장 역할을 맡긴 걸까. 나는 형처럼 똑똑하지도, 심지가 굳지도 않은데.’


짝-!


루제르트는 그의 양 볼을 소리가 나게 붙잡았다. 얼얼함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부족함은 채우면 그만. 언제까지고 크리스에게 의지할 수는 없음을 안다.


‘의심이 된다면 알아보면 그만이야. 혼자서 해보자.’


루제르트는 굳게 다짐하며 응접실을 떠났다.





롬은 눈앞에서 어지러이 흔들리는 검의 궤도에 현혹되지 않으려 두 눈을 부릅뜨고 집중했다. 저 수많은 검격 뒤에는 진짜가 독사처럼 숨어 그의 급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캉-!


도끼와 검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사방으로 불똥이 튀었다.


“흐아압!”


롬은 기합을 지르며, 있는 힘껏 상대를 뒤로 밀어냈다. 땅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몇 미터를 밀려난 루제르트가 롬을 칭찬했다.


“와, 롬! 정말 많이 늘었는데?”


‘사돈 남 말 하네. 저 괴물 같은 자식.’


롬은 해맑게 뛰어오는 루제르트를 보며 속으로 욕지거리했다. 예전에 그가 밀면 손쉽게 밀려나던 녀석이, 지금은 롬이 온 힘을 다해야 저 정도다.


‘고작 몇 번 대련했다고 이 정도라니···.’


롬이 루제르트보다 우세한 것은 힘밖에 없는데 이대로라면 일 년 내로 따라잡힐지도 모른다. 천재 검사라더니 보면 볼수록 괴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봐, 내가 허초의 개념만 알아도 훨씬 좋아질 거라고 했잖아. 네 공격과 방어는 너무 단순해서 상대가 읽기 쉬워.”


“그건 그래. 너를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정직하게만 무기를 휘둘렀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 더 할래?”


“아니, 됐어. 좀 쉬자. 너 이 자식, 갑자기 대련하자고 뛰어올 때부터 뭔가 불안하다 했다. 오늘 왜 이렇게 잔뜩 기합이 들어가 있어?”


루제르트와 롬은 친구가 된 뒤로 가끔 이렇게 만나 대련했다. 덕분에 실력이 느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둘은 많이 친해졌다.


롬이 도끼를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잔디밭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루제르트는 롬이 내팽개친 도끼까지 챙겨 나무에 기대어 놓고는 그의 옆에 가 앉았다.


롬은 한쪽 눈으로 위를 슬쩍 보고 말했다.


“자, 이제 슬슬 말해봐. 뭐가 문젠데?”


“어, 어떻게 알았어?”


고민을 말할까 말까 망설이던 루제르트는 롬이 알아차리고 먼저 말을 꺼내자 화들짝 놀랐다. 롬은 그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딱 보면 알아. 넌 얼굴에 다 쓰여 있어.”


“그, 그래? 음···. 롬, 들어봐. 내가 요즘 이상해. 가끔 몸이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뭐야,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고?”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냥 가끔··· 살의에 사로잡혀 내가 내가 아니게 돼.”


나름 심각해져서 마법사의 음모 같은 걸 생각하고 있었던 롬은 이어지는 루제르트의 말을 듣고 뚱한 표정이 되었다.


“그니까 막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들고 그런 거냐?”


“맞아.”


“야-. 그건 나도 그래!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딨냐? 지금 당장 밖에 나가 걸어도 그런 사람 하나쯤은 마주칠걸? 세상에 이상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원래 그래. 난 또 뭔가 했네.”


몸을 둥그렇게 말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루제트는 별거 아니라는 친구의 말투에 울컥해서 따졌다.


“야! 난 안 그랬었어. 요즘 들어 이러는 거란 말이야.”


“그게 비정상이었던 거지. 황궁에서 이상한 놈들을 뭐 얼마나 만나봤겠냐? 다 우리 왕자님~ 이러면서 우쭈쭈만 했을걸. 네가 나 같은 평민으로 태어났어 봐. 이미 속으로 살인 백 번은 더 했다.”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롬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이젠 형도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아.”


“흐아아암~. 그래? 잘 됐네. 나랑 그럴 게 아니라 네 형이랑 얘기해 봐. 뭣하면 같이 가줘? 내가 가서 ‘얘는 지금 이상한 게 아니라 정상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라고 말해줄게.”


루제르트는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롬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롬이 말한 문제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걸 그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분명 처음 느끼는 감정에 대한 당혹스러움 있지만 실제 고민은 다음과 더 가까웠다.


‘형에게 되도록 사람을 죽이지 말자고 한 주제에 이제 와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하기 부끄러워.’


작가의말

7월의 마지막 날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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