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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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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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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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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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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산의 주인 67화 (2부 15화)

DUMMY

“바라멜 사냥단! 헬버튼 남작이 저기 있다!”


바라멜의 목소리가 전투 현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가서 남작과 남작 아들을 잡아와.”


롬이 어쩔 줄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사이, 정문을 두고 대치하고 있던 사냥단이 우르르 창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밧줄을 던져!”


“창문을 넘어라!”


“히이익-!”


남작은 아래서 사람들이 몰려오자 기겁하며 창문을 닫았다.


텅!


그러나 창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갈고리가 날아와 창틀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저런! 롬, 막아야 해!”


하필이면 저곳은 소남작이 있는 방이었다.


루제르트는 깨진 창문에 고정된 밧줄을 타고 오르는 사냥단을 막기 위해 달리려고 했지만, 뒤에서 바라멜이 계속 공격해대는 통에 방어하느라 도무지 여력이 생기지 않았다. 방어를 포기하고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한 바라멜의 참격은 하나하나가 치명적이고 날카로웠다. 덕분에 루제르트는 발목이 잡힌 채 롬만 외쳐 불렀다.


하지만 롬의 사정도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알아! 그런데 갈 수가 없어!”


초반에 선점한 유리한 위치는 상황이 바뀌며 오히려 롬 일행의 발목을 잡았다. 롬과 병사들은 사냥단에게 둘러싸여 고립되어버렸다.


“으하하! 한 사람도 나가게 두지 마라!”


긴 창으로 아무리 찔러 틈을 만들려 해봐도 바라멜 사냥단은 이 꽉 물고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젠장! 문이 바로 뒤에 있는데!”


“로(롬) 씨. 브람(브랜든) 씨.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어서 가세요.”


병사들은 어서 가보라며 롬과 브랜든의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면···!”


롬은 잠시 망설였지만, 지금은 고민할 시간조차 아깝다는 걸 알고 결단했다.


“부탁한다.”


롬과 브랜든은 뒤돌아 문을 벌컥 열었다.


“저, 저놈들 도망간다! 막아!”


문이 열리는 걸 본 사냥단의 다급한 외침과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무시하고 달렸다.


정문에서 일어난 소란을 듣고 루제르트도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다.


‘두 사람은 들어갔구나. 그런데 셰비는 왜 안 오는 거지?’


루제르트는 마지막 희망인 셰비를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전투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사병의 숙소가 그리 멀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


“여기 없는 여자를 찾는 모양이지?”


바라멜은 루제르트가 곁눈질하는 것을 보고 바로 그의 생각을 간파했다.


“소용없을 거다. 네가 생각한 걸 나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나?”


“···!”


결국 바라멜 사냥단은 창문을 넘어 안으로 침입했다. 그제서야 바라멜도 루제르트를 내버려 둔 채 달렸다. 밧줄을 낚아챈 바라멜은 부러진 한쪽 팔로도 날렵하게 공중제비를 돌아 창틀을 넘어 사라졌다.


“안돼!”


루제르트도 뒤늦게 달렸다.


‘큭!’


밧줄을 타고 오르는데 검에 베인 다리의 상처가 벌어져 따끔거렸다. 루제르트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 창문을 넘는 데 집중했다. 이윽고 방안의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롬과 브랜든은 수적 우세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집사 한 명만이 남아 소남작의 앞을 방어하고 있었다.


숨은 실력자였던 모양인지 집사의 주변으로 사냥단 몇몇이 쓰러져 있었다. 마침 바라멜이 부하들을 뒤로 물리고 홀로 집사에게 다가는 중이었다.


“바라멜!”


루제르트는 달려들어 바라멜에게 검의 휘둘렀다. 바라멜은 순순히 그가 미는 대로 물러났다. 그 모습이 루제르트에게는 오히려 더 수상해 보였다.


‘뭐지?’


“이놈! 내 아들을 건들지 마라!”


울부짖는 소리 덕분에 루제르트는 비로소 한쪽 구석에 포박되어 있는 헬버튼 남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냥단원에게 둘러싸인 그는 바닥에 무릎 꿇려진 채 악을 쓰고 있었다.


‘헬버튼 남작마저 잡히다니. 어떻게 해야 하지? 어딘가 분명 크리스 형이 기회를 엿보고 있을 텐데!’


“아들이라고?”


바라멜의 작은 혼잣말을 가장 가까이 있던 루제르트만이 들을 수 있었다. 루제르트는 바라멜이 소남작을 보고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찌푸리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우당탕-!


갑자기 바깥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요란스럽게 등장한 첼로 남작은 한순간이지만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오오! 성공했군! 힐 제국 최고의 사냥단이라는 말이 맞았어!”


첼로 남작은 오자마자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았다. 그는 집사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눈을 홉떴다.


“··· 저기 있다! 바라멜, 저 아이를 잡아! 저 애가 소남작이야!”


매정하게 소남작을 향해 손짓하는 친우의 모습에 헬버튼 남작이 울며 소리쳤다.


“첼로! 자네가 어찌 나에게 그럴 수 있는가? 제발 내 아들만은 살려주게··· 부탁이야!”


첼로 남작은 못 들은 척 혈안이 된 채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아, 뭣들 해! 저 애가 마법을 쓰기 전에 빨리 죽여버려!”


“집사! 소남작을 데리고 도망쳐라!”


집사는 두 남작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바라멜에게 침착하게 말을 걸었다.


“바라멜 님. 이 아이는 소남작이 아닙니다. 소남작은 이미 제가 대피시켰으니 지금 쫓아가봤자 소용없을 겁니다. 제게 마음껏 화풀이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헛소리! 바라멜, 저놈의 혓바닥에 놀아나지 말고 빨리 두 놈 다 죽여버려!”


집사는 기가 막힌다는 듯 첼로 남작을 노려보았다.


“첼로 남작님! 소남작님을 어렸을 때부터 자주 보아온 당신이라면 알지 않습니까? 이 아이는 소남작이 아니라는 것을요!”


“닥쳐!”


“안된다, 내 아들!”


“시끄러워.”


바라멜은 귀를 틀어막고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로 소리 지르던 세 사람은 바라멜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바라멜은 첼로 남작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말했다.


“첼로 남작. 진정해라. 소남작을 죽이는 게 다가 아니야. 이 아이의 머리를 봐. 이대로라면 소남작이 마법사라는 증거도 없이 죽이는 셈이 되어 오히려 네가 귀족 재판에 회부될 거다. 헬버튼 저놈은 이걸 노리는 거야.”


‘멍청하기는.’


바라멜은 속으로 혀를 차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이는 헬버튼 남작의 아들이 아니야.”


그는 이전에 첼로 남작의 하인인 척 헬버튼 남작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때 느껴졌던 불의 기운이 저 아이에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무, 무슨 소리냐! 저 아이는 내 아들이 맞아!”


“네놈의 간계는 이미 다 파악했으니 소리 지르지 마라. 귀가 울린다.”


이미 흥미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바라멜은 겁에 질린 아이를 그대로 지나쳤다.


“자, 그럼 추격대를 편성해 볼까? 이미 늦었을지는 모르나, 마법사가 도망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그러니까, 지금. 저 두 놈 다 거짓말을 했다는 거군. 무고한 아이를 희생시켜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오싹한 느낌이 바라멜의 목뒤를 훑고 지나가 그는 자리에 멈추어 섰다.


“네놈들은 사람이 맞는가? 아니지. 원래 인간은 그런 존재였지.”


바라멜은 왕자의 중얼거림을 듣고 전율했다. 그에게는 상처받은 왕자의 심장에서 진득진득한 검은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방 안에 고인 검은 웅덩이가 사람들의 발목을 집어삼켰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다른 이들은 자신의 발목이 묶인 줄도 모르고 몸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터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그들은 짙은 살기에 눌려 부들부들 떨 뿐,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루제르트는 분노에 사로잡혀 검을 집어 들었다. 지금이라면 진짜로 벨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그를 불편하게 억누르고 있던 이 벽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루트 단장. 정신 차리십시오!”


루제르트는 그의 검을 빼앗으려고 달려드는 집사를 밀쳤다.


“윽!”


쿠당탕!


바닥에 나동그라진 집사는 포식자의 눈을 발견하고 경직되었다.


“군인. 나에게 암호문으로 힌트를 준 사람이 당신이었군. 그대의 움직임을 보니 알겠다. 그러고 보니 처음 봤을 때부터 미묘하게 행동이 절도 있다 싶었지.”


그러나 집사조차 루제르트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나를 막지 마라. 나는 이 쓰레기들을 벨 것이다. 방해하면 그대라도 봐주지 않겠어.”


루제르트는 헬버튼 남작을 향해 검을 내리쳤다.


바라멜은 그 장면을, 새로운 화신이 탄생하는 순간을 감격스럽게 바라보았다.


‘아, 드디어···!’


쨍그랑-!


그러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바라멜의 감상을 방해했다. 시퍼런 칼날이 헬버튼 남작에게 닿기도 전에 그보다 더 시린 빛이 루제르트의 옆으로 날아들었다.


팡!


루제르트는 무심결에 검으로 그것을 막았다가, 검에 엉겨 붙은 얼음을 발견하고 헛숨을 들이켰다.


“형···?”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그는 크리스가 아니었다. 루제르트는 창문에 걸터앉은 낯선 이의 모습에서 낯익은 사람을 발견하고, 알아보았다.


어쩌면 루제르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람. 그가 구해주지 못했던 그 아이가 지금은 누군가의 부탁으로 루제르트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났다.


“제논?”


검은 머리 사이로 완전해진 푸른 눈이 반짝였다.





헬버튼 남작령 어딘가. 단출하지만 고급스러운 마차 한 대가 출발을 앞두고 있었다.


“출발할까요?”


마부는 마차 앞에 멈춰 서 있는 청년에게 물었다. 청년의 시선을 따라가니 숲 뒤 그들이 떠나온 흰 저택이 보였다.


“··· 그러지.”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청년이 마차에 오르려는 순간이었다.


“잠깐! 멈추렴!”


“어머니?”


청년은 갑자기 나타난 남작 부인을 보고 낯빛을 굳혔다. 아프다고 방 안에서 나오질 않아 아들인 그조차 몇 번 보지 못했던 사람이 멀쩡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이곳을 어찌 알고?”


“아들아. 더 이상 도망치는 건 안된다.”


아들은 그의 손을 잡아 오는 남작 부인을 뿌리쳤다.


“겨우 그런 말을 하러 오신 겁니까? 그러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이대로 붙잡혀 죽기라도 하라는 말이십니까?”


화나 소리치는 청년의 모자 사이로 붉은 머리카락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었다 사라졌다.


“그런 게 아니야! 너를 도와주실 분을 찾았다. 이분이야.”


크리스는 남작 부인의 소개에 맞춰 망토를 벗었다. 드러난 물빛 사람에 소남작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안녕하십니까? 소남작. 물의 수호자 크리스 힐입니다.”


“물, 물의 수호자?”


남작 부인은 뒷걸음질 치는 아들에게 다급하게 붙잡았다.


“그래. 물의 수호자이시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 정체를 숨기고 계시지만, 이번에 너를 도와달라는 황제 폐하의 부탁을 받고 오셨다는구나.”


정확히 말하면 황제는 소남작이 마법사일 경우 처리하라고 했었다. 크리스는 그 처리를 자렌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예전에 얼핏 자렌이 해적 대장 커드의 힘을 회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소남작의 마법 또한 그녀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 그럼 저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크리스는 희망으로 빛나는 아들의 눈동자를 직시하며 말했다. 어딘가 화나 보이기도 하는 그 얼굴에 소남작이 움찔했다.


“네, 네?”


“지금 저택에서 당신의 대역을 하고 있는 아이. 그 아이의 얼굴에 상처 입힌 것에 대해 직접 사과하십시오.”


작가의말

편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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