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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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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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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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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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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얼음산의 주인 75화 (2부 23화)

DUMMY

짭짭짭짭.


“더 줄까?”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제르트가 종이봉투에서 꼬치를 하나 더 꺼내 내밀었다. 루제르트는 내밀어지기 무섭게 텅 빈 손과 걸신들린 듯이 먹어대는 소녀를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곰 인형 들어줄까?”


루제르트는 소녀가 불편해 보여서 도와주려는 것뿐이었지만, 소녀는 인형을 꽉 껴안은 몸을 반대쪽으로 돌리며 으르렁거렸다.


“아, 알았어. 안 건드릴 테니까 어서 먹어.”


소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꼬치를 물어뜯었다. 루제르트가 피식 웃으며 그 모습을 보는데, 바라멜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왜?”


“잠깐 보지.”


퉁명스러운 표정의 바라멜은 루제르트를 데리고 소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나무 그늘로 이동했다. 그들이 그러든 말든 소녀는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쳐다보지도 않았다.


“와, 진짜 잘 먹는다. 그치?”


“하-!”


정신 못 차리고 마법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루제르트를 보며 바라멜이 기가 막혀 혀를 찼다.


“이봐. 지금이 그럴 때라고 생각하나? 저건 마법사야. 당장이라도 체포해야 할 판에 뭐 하는 거지?”


“저거? 너 말이 좀 심하다?”


“루제르트, 너는 그동안 물의 수호자 곁에서 보호받아버릇해서 그런가, 마법사의 위험성에 대한 자각이 없어.”


“뭐?”


순식간에 기분이 확 상한 루제르트가 눈을 찡그렸다.


“나는 형의 보호만 받고 있었던 적 없어!”


“그럼 제대로 된 마법사를 상대해 본 적은 있고?”


“읏···. 당연하지!”


“그래봤자 기껏 색이 진하지 않은 하위 등급 마법사나 상대해 본 거겠지. 그 머리색을 봤나? 완전한 붉은색이다. 저 정도면 마인 사냥꾼 사이에선 상급으로 취급되지.”


루제르트는 소녀 쪽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그가 임시로 사서 씌워놓은 망토에 가려져 있지만, 저 속에는 소녀의 입에 묻은 꼬치 양념만큼이나 붉은 머리카락이 숨어 있었다.


“마법사가 아무 생각 없이 수도에 나타났을 리가 없어. 너는 이제 어찌할 생각이지?”


“음···.”


고민에 빠진 루제르트의 입에서 침음성이 흘렀다. 어둠 속에서 붉은색을 발견했을 때, 처음에는 그 또한 소스라치게 놀라며 경계심이 든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 솔직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대신 그는 작고 연약해 보이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사탕 먹을래?]


“이봐, 어디 가는데?”


루제르트는 뒤에서 메아리치는 바라멜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이제 꼬치를 다 먹고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얘, 이름이 뭐니?”


“···.”


아이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루제르트를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없었다. 루제르트는 보라색 눈동자를 보고 작게 웃었다. 마법사라 할지라도 이렇게 보면 영락없이 천진난만한 소녀일 뿐이었다.


“잘 대답해 주면 꼬치 더 줄게.”


“꼬치?”


소녀는 처음으로 루제르트의 말에 반응을 보였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설마 꼬치를 모르는 건가?’


루제르트는 혹시나 해서 그가 손에 든 종이봉투를 소녀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그러자 소녀가 입을 열었다.


“없어.”


루제르트는 눈을 크게 떴다.


“어···? 혹시 이름이 없다는 뜻이야?”


“응.”


설마 했지만, 소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니 정말 이름이 없는 모양이었다. 마음이 안 좋아진 루제르트가 다시 물었다.


“같이 온 사람은 있어?”


소녀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도리질했다.


“아니.”


“그럼 이곳에는 어쩌다가 오게 된 거야?”


“몰라.”


“몰라?”


설마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몰라 일 줄 몰랐던 루제르트는 당황했다. 소녀에게 쩔쩔매는 그를 보고 바라멜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걸 곧이곧대로 믿는 건 아니겠지? 보나 마나 그냥 멍청한 척하는 것일 거다.”


“도와줄 게 아니라면 좀 조용히 해줄래?”


바라멜이 흥-! 하고 코웃음을 치며 돌아섰다. 그동안 소녀는 루제르트가 들고 있던 꼬치 꾸러미를 잡아당겼다.


“알았어. 줄게, 줄게.”


‘휴-.’


루제르트는 서서히 기가 빨리는 것을 느꼈다. 아이 하나와 아이만큼이나 쉽게 삐지는 바라멜을 동시에 신경 쓰려니 너무 힘들었다. 루제르트는 크리스가 그리워졌다.


“얘, 이름이 없다고 했으니 일단은 얘라고 부를게. 갈 곳이 없다면 우리와 함께 갈래? 아까 도와달라고 했지? 내가 너를 도울 수 있을 거 같아.”


우물우물.


소녀는 열심히 꼬치를 씹으며 생각했다.


‘도와달라고 말한 건 로테가 시킨 대로 한 건데.’


역시나 로테가 말한 대로 황자는 마법사인 자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았다. 습격하려던 찰나 황자가 무언가를 내밀었고, 동그랗고 투명한 구슬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났다. 이것만 먹고 공격하려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달콤 짭짜름한 꼬치가 입에 물려 있었다.


‘이 녹색 눈동자가 목표. 루제르트 황자.’


또륵 하고 눈동자가 옆으로 굴렀다.


‘그리고 이 시커면 사람은 못생겼어. 하지만 로테가 조심! 이랬으니까.’


아무튼 황자가 저 커다란 건물에 가까이 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그녀는 반대쪽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저기.”


“응?”


루제르트는 소녀가 끌어당기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 뭘 말하는지 몰라 한참을 두리번거리니 저 멀리 형형색색의 과일꼬치들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저 과일꼬치를 말하는 거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사줄까?”


끄덕.


“루제르트! 너 설마 진짜 이 마법사를 데리고 길거리를 돌아다닐 생각은 아니겠지?”


바라멜이 옆에서 펄쩍 튀며 그를 만류했다. 그러나 루제르트는 이 나이 되도록 꼬치를 모르는 이 어린 친구가 안타까웠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어린 나이에 마법사에게 끌려가 모진 훈련을 받고 지금은 도망자 신세가 되어 온갖 고생을 겪은 한 편의 서사가 완성되어 있었다.


“잠깐 기다려봐.”


루제르트는 있는 힘을 다해 얼굴을 구기고 있는 바라멜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소녀에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과일꼬치 사줄 테니까 한 가지 약속해. 여기서는 절대 마법을 쓰지 않는 거야. 알았지?”


끄으덕.


소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이러면 됐지?”


“미치겠군. 알아서 해라.”


소녀는 흥을 깨는 시커멓고 못생긴 사람을 흘겨보았다. 그러나 곧 과일꼬치를 먹을 생각에 신이 나 못생긴 사람쯤은 금방 머릿속에서 잊어버렸다.


‘이것만 먹고 나면 끝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루제르트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는 소녀의 손을 잡았다.





크리스가 이상함을 알아차린 것은 홀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오늘은 안 오시네.’


항상 이때 즈음 수호자궁 사람들이 그의 방문을 두드리며 뭔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묻곤 했는데 오늘은 아무 소식도 없었다.


‘음···. 나 지금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건가?’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그를 보살피러 오는 것이 어색하기도 하고 사실 그래,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 더 어색한 기분이었다.


크리스는 자신이 누군가의 방문을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다는 걸 알고 신기해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불청객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그를 챙겨주러 온 사람도, 그가 기다린 사람도 전혀 아니었으니까.


“여긴 또 왜 왔습니까?”


한편, 무슨 오래 본 사이에서나 주고받을법한 질문을 받은 로테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허! 보면 볼수록 참 웃긴 놈이야. 설마 내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나?”


“아뇨.”


그의 방에 불쑥 나타난 로테를 보고 생각보다 많이 놀랐던 크리스는 로테의 반응을 보고 티가 나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한 번쯤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빠른 시일 내에, 아무런 소란도 없이 쉽게 들어올 줄은 몰랐다.


뭣 때문인지 갑자기 방안으로 시선을 빼앗긴 로테가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이맛살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이곳은 꽤나 불쾌하군.”


크리스는 그녀의 독백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멋대로 남의 방에 쳐들어 와 놓고선 이런 불평이라니.


“제 취향 아닙니다. 여긴 원래부터 이랬거든요.”


“그래···. 그렇군.”


“여기까진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설마 수호자궁 사람들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 거라면···.”


로테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하는 크리스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네 목숨 걱정이나 해야 할 텐데?”


“아, 잠시만요. 제가.”


검은 잉크가 빠지듯 투명한 물빛만 남은 크리스에게서 한기가 흘러나왔다. 로테의 본능이 그녀를 이끌었다.


카각-.


벽에 손톱으로 할퀴는 것 같은 긴 무늬가 선명하게 새겨졌다.


“대답은 꼭 들어야겠어서.”


바닥에 나풀거리며 떨어지는 금빛 머리카락을 발견한 로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했다.


“네가 감히!”


그러나 바로 달려들어 건방진 자의 목을 졸라주기에는 방 곳곳에 설치된 분수 장식에서 둥실둥실 떠오르는 물줄기들이 심상치 않았다.


“제가 묻는 말에는 빨리 대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제가 인내심이 그리 많지 않아서요.”


크리스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예?”


그 얼굴에서 어딘가 뒤틀린 자의 내면을 마주한 로테는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은 절반 이상이 가려진 얼굴 때문에 몰랐지만 이제 보니 그는 미친 자였다. 그것을 지금에야 알았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보글보글.


공중에 떠오른 물방울들이 공간 전체를 둘러쌌다.


“자, 방이 무너지면 안 되니까.”


로테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저 짜증나는 장식들이 이런 용도였군.”


“그런가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해본 건데 그럴 수도 있겠군요.”


확실히 물과 가까이 있으면 힘의 운용이 쉽고 빨랐다. 이 또한 물을 다루게 되고 나서 알게 된 것이다.


“로테는 뒤쪽에서 흐르는 물속에 손가락을 살짝 대어 보았다.


콰드드득-.


손이 닿자마자 푸른 벽이 살벌하게 얼어붙었다. 곧바로 손가락을 뗀 로테는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털어내고 말했다.


“조금 진정하지? 나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니.”


“저는 충분히 이성적입니다. 대답부터 해주시죠.”


“이곳의 하인들에게는 손대지 않았다. 그저 식당 문을 막아놨을 뿐이지.”


‘다행이다.’


그들의 안전을 확인한 크리스가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그저 조금 놀란 것이 전부일 터였다.


“그래서 할 얘기라는 것이 뭡니까?”


크리스는 내심 로테의 진심 같은 것을 기대했다. 그는 로테의 행적이 적치고는 수상하다고 쭉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말하려는 사람이 저렇게 사악한 웃음을 지을 리가 없었다.


“교환하지. 물의 수호자. 루제르트 황자와 너를 말이야.”


그녀는 핏기가 싹 가신 크리스의 얼굴을 보며 깔깔거렸다.


“드디어! 본인이 어떤 처지인지 조금 자각이 되는 모양이지?”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공지 한 번씩만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또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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