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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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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9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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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DUMMY

오는 길에 강처용과 나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아무리 미운 형이라도 가족은 가족이니까.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럽고 겁이 날지 모른다.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민주승이 강처용과 나를 맞이했다.

안부는 묻지 않고 바로 협회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는 전보다 늘어난 선택자들이 보였다. 인사를 하려 했지만, 그들도 인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침묵을 유지했다.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건가요?”


사무실에 한 가운데 마련된 자리에 앉자마자 민주승을 향해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였다.

민주승은 고개를 저었다.


“[해화]에서 가장 뛰어난 치료사 분들이 붙어있지만 힘든 것 같습니다. [한국그룹]에서 지원을 약속했지만 거절한 상태고요.”

“될 거에요. 예전에 치명상을 입었던 지인도 깨어났었으니까요.”

“그럼 다행인데, 최근에 이루어진 두 번째 업데이트로 무엇인가 변했을지 모릅니다.”


민주승은 조용히 있던 강처용에게 물었다.


“혹시 강해호님하고 연락은 되시나요?”

“오면서 계속 해봤는데 안 됩니다. 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답답하고요.”


한동안 흐르던 정적을 깨려던 건 강처용이었다. 하지만 말을 하려다가 삼켜댔고, 우리를 향해 고개를 들었지만 입을 뗄지 말지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먼저 강처용에게 물었다. 꺼내기 어려운 말일 수도 있기에 천천히 묻고 싶었지만, 상황만 놓고 보면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직설적으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심각한 거 맞죠? 강해호님, 본인 사람은 굉장히 챙기니까요.”

“네. 아까 새헌님한테 연락해보니까 김이연님이 겨우 말리고 있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이 걱정됩니다.”

“그러게요. 이러다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아뇨, 싸움이 아닐 겁니다.”


강처용은 머리가 아픈 듯 왼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일시적인 두통 때문인지 천천히 호흡을 내쉬었다. 옆에 있던 어린 헌터가 강처용에게 생수병 하나를 건넸다.

싸움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기에?


“두 세력이 비슷한 경우 보통 싸움이라 칭하죠.”

“강처용님, 그 말은······.싸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전 2위, 형은 1위입니다. 겉으로만 보기에는 등수 하나 차이니 아깝게 2위가 됐을 거라고, 조금만 노력하면 탈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강처용에게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강하다는 걸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다. 가까이에서 매일 보고 있는 나도, 아닌 사람들은 더 더욱.


하지만 내가 마주한 강해호는 차원이 달랐다. 강처용에게서 느꼈던 강한 자가 사는 세계를 넘어서는 진정한 강함. 이 사실을 누구보다 몸소 느끼고 있던 건 강처용이었다. 그래서 쉬지 않고 더 노력해왔을 지도 모른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강처용님과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고요?”

“비슷하다면 제가 열등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동경과 두려움의 감정이 더 큽니다.”


강처용의 말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주승은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러나 강처용이 민주승의 발언을 알아차렸는지 한 발 앞서 조용히 읊조렸다.


“싸움보다는 아마 학살에 가까운 기행으로 보일 겁니다. 저도 아직 형의 강함을 전부 알지 못합니다.”


아직 볼 수 없었지만 압도적인 힘에 기가 눌렸다.

학살이라는 단어만큼 이 상황을 잘 표현할 단어가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강조는 충분히 된 듯 보였다.


“학살이라······.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처용님은 어떤 것을 걱정하고 계신 거죠?”

“주변입니다. 물론 형은 의도하지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겠죠.”


저 말은 진심일 것이다.

강처용과 어색한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말을 이렇게 잘 하고 많이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오늘 알았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건가요?”

“지금 상황이면 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인근 주민의 대피가 최선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흠······.방법이 전혀 없나요?”

“소위 말해서 눈이 돌아간 상태라 저도 막지는 못할 겁니다. 길드원도 애를 먹고 있으니까요.”


민주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윗선에게 이 내용을 어떻게 보고해야할지 막막한 듯 한동안 일어난 상태로 땅바닥만 내려다보았다.


“건물이 쓰러질 것이고, 사람이 많이 다칠 겁니다. 치료 인원들도 최대한 많이 대기 시키는 게 좋겠습니다.”

“사실 아직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강하다는 지표가요. 아무 증거 없이 정부에 인력을 요청할 수가 없는 게 난감하네요.”


이 말에 강처용이 민주승에게 한마디 했다.


“간단하게 설명 드릴게요.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선택자가 형과 적이 되어 싸운다고 해도 이기는 쪽은 아마 형 일겁니다.”

“말도 안 됩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만나보시면 압니다.”


강처용의 목소리에는 떨림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번만큼은 강처용의 말이 사실이 아닌 과장이 섞여있기를 바랐다. 제발 잘못되었길 바랐다.

민주승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협회장에게 이 모든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



그 시각 천계의 한 구석에서 환호 소리가 들렸다.

근원은 대한민국의 서버개발팀이었다.


“슈단님! 축하드립니다. 꺾이지 않던 자들이 하나 둘 꺾이다니. 엄청난 계획이었습니다.”

“공부가 효과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순위만으로도 해결이 되다니.”


모든 나라의 불행한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불행지수’ 는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고 있었다. 그 중 평균을 많이 깎아 먹고 있던 나라 중 하나는 대한민국이었다.


슈단은 저들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들지 연구하고 고심했다. 그러다 알게 된 건 타인과의 비교였다. 자신의 처지가 나쁘지 않아도 더 좋은 조건의 자가 나타나면 시기하는 인간의 본능, 그것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불행하게 만들었다.


“단순히 난이도만 높이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슈단님 정말 엄청나십니다.”

“그랬다면 이 나라가 특별관리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상황도 예상 밖이네요.”

“왜요? 계속 떨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그들은 자멸해서는 안 됩니다.”


그냥 두기에는 아까운 게임 말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에 적당한 말을 겨우 찾은 슈단은 이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남들이 다루기 어려운 말을 다룬다면 그 또한 자신의 능력으로 비춰질 거니 적당한 선에서 관리가 필요했다.


“슈단님은 뭐든 잘 하실 겁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더 이상의 아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슈단님. 전 단지......”

“그쪽은 서버에 무슨 일이 벌어 졌나 돌아보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까부터 쓸모없는 말만 하던 천사를 내보냈다.

그 옆에 있던 천사들은 머리를 쥐어 짜며 슈단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한 천사가 인간 세상의 단어를 차용해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런 소리가 있습니다. 저들이 부르는 희망은 절망 속에서 빛이 난다고요. 쉽게 말씀드리면 힘든 상황일수록 변수가 많아질 수 있고, 관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저도 들어본 것 같습니다. 희망이라.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한 번 무너지면 끝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왜냐면 슈단의 생에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으니까.

모든 것은 철저하게 짜인 계획대로 움직이고, 그 결과는 당연히 예상한 대로 나온다.


“인간은 역시 어리석군요. 한참 동떨어진 존재임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희망 같은 가능성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것.

애석하게도 그들이 절망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의 존재일 뿐이다.


“그래도 재밌지 않나요, 슈단님. 발버둥 치면서 생존하려는 저 모습이 말이죠. 절대자님께서는 인간의 저런 것이 재밌어서 맘에 들어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네. 배울 점이 있다고 하시는데, 저렇게 처절한 모습을 보일 바에는 영면에 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가치와 품격을 떨어트리면서까지 꼴사나운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야 하는 것이 암묵적인 천계의 룰이니까.


바닥으로 고꾸라지던 불행지수가 어느 수치를 기점으로 멈추더니 아주 조금씩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독특한 이 현상은 슈단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각보다 불행지수가 빨리 떨어지지는 않네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켜보면 알 수 있겠죠. 화면 좀 부탁드립니다.”

“거기! 슈단님께서 화면 좀 보고 싶다고 하신다.”


곧이어 거대한 벽면에 수천만 명의 대한민국 선택자 중 임의의 네 사람이 선택되어 화면에 나타났다.

한 사람은 주변의 사람과 힘을 모아 다른 사람과 정면으로 붙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화면에 보이자마자 사망해버렸다.


“꺼진 화면은 다른 시선으로 교체해주세요.”


교체되는 동안 다른 두 사람을 보았다. 좀비와 혈전을 벌이고 있던 자, 그리고 한 협탁에 꽤 많은 수의 사람들과 함께 앉아있던 자가 눈에 보였다.

미물의 이름 따위 기억하지 않는 슈단은 자신이 매긴 순위 중 2위의 자의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볼 때 마다 좀비하고만 싸우던데 오늘은 좀 다르군.”

“2위 말씀이십니까?”

“네. 무슨 이야기 중인지 궁금하네요. 다들 표정도 굳어있고.”

“소리가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잠깐 켜주시겠습니까?”


슈단은 소리 출력을 요청했고, 즉각 반응했다.


[아뇨, 싸움이 아닐 겁니다.]


출력되자마자 들려온 말로는 상황을 추정하긴 어려웠다.


[두 세력이 비슷한 경우 보통 싸움이라 칭하죠.]


슈단은 단 두 마디만 듣고 세력이 비슷하지 않은 두 집단의 전투가 일어날 것이라 꿰뚫어보았다.

추정이었지만 슈단의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슈단님! 큰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헉······.헉......”

“무슨 일이죠?”


아부만 하던 천사가 마구 뻗어버린 깃을 정리할 틈도 없이 슈단에게 한 마디 던졌다.


“대한민국 서버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만간 큰 전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전쟁이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군요.”


전쟁은 인간계에서 한동안 벌어지지 않았지만, 전쟁은 천계에서 아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서로를 죽이고 빼앗는 모습은 미천한 존재임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과 같은 것이었으니까.

가끔 내려 보낸 존재들로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걸 느꼈지만 그들은 인간이기도, 동물이기도 했다.


“네. 개발팀에서 예측한 대한민국 선택자의 사망 예상자는 오백만 명에서 천만 명입니다.”

“10 내지 20 퍼센트 수준이라니, 생각보다 높긴 하네요. 사유는 알아내셨습니까?”

“정확한 건 다시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작은 다툼으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슈단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어렵게 이룬 평화조차 스스로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다는 건지. 이 말을 주장하는 자들을 누를 좋은 증거였다.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전 아직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아량까지 넓으시다니. 도대체 부족한 게······.흡.”


슈단은 틈만 나면 꿀 발린 말을 하는 천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아주 깊은 생각의 굴로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자멸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물음이라 답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우선 죽이지 않으면 된다. 그들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으면 쉬운 일이다. 자신이 생각한 내용이 서버에서 실현될지 확인만 하면 된다.


“개발팀 담당자 한명만 데리고 와줄 수 있습니까?”

“알겠습니다.”

“제일 일 잘하는 자로 부탁합니다.”


곧이어 개발팀에 있던 이우나가 슈단 앞에 섰다.


“개발팀의 이우나입니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대가 수석 졸업자, 이우나입니까?”

“네.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부르셨습니까?”

“작업 하나만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실현 될지 말지 이 자리에서 본인의 생각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혹시 선택자들을 죽였다가 살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죽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까?”


슈단은 이우나의 대답에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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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10 0 12쪽
»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1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3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21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1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2 0 13쪽
19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3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2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4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6 0 13쪽
15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5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9 0 13쪽
12 012. Player Killer (4) 22.05.03 17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9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20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20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8 0 12쪽
6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6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9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3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50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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