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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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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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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DUMMY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남들의 이목에는 ‘잘 맞춰주는 아이’ 로 각인되어 있다. 어쩌다 그 모습이 바른 모습으로 비춰지는 바람에 회사 생활은 원만하게 흘러갔다.


아마 회사에 돌을 던져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할 정도니까. 무슨 일을 해도 꼴불견으로 여기는 내 사수에 비하면 과한 대접이었지만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만큼 올바르게 행동하며 그들의 예상을 만족시키는 것이 사회생활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문일까. 이 행동은 그에 반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거부감이 잠깐 몰려왔다.

누가 볼까봐 두려웠지만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했다. 사회에 녹아든 내가 아닌 원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날 부추겼다.


다시 오지 않을 이 기회는 부활 때문에 이 사단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벌써 몇몇은 몸이 쉬지 않고 들썩거리고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겪은 일이었지만 강하지 못하면 밟힐 게 분명하다.


잠깐이었지만 강처용에게 의지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아직 난 지키고 싶은 것이 많다.


“망설이지 말자.”


일단 쓸어 담아보기로 했다. 비어있는 것보다 뭐라도 채워 넣는 것이 본전이니까. 특히 능력과 무기는 아직까지 퀘스트로만 얻었으니 다른 이들보다 월등히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신규 던전 생성 전 8분.]


망설이는 동안 2분이 흘러갔다. 서둘러 로비로 뛰어가듯 계단을 내려갔다. 피와 시체는 더 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못했다. 양분,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계단 가까이에 쓰러져있던 사람을 관찰했다.


[능력: 공중도약(신체강화)]

[무기: 소화기]


이전 퀘스트는 사람을 죽여야 능력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죽기 전의, 죽음의 경계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은 지금 살아나는 중이다.


“버그일까. 의도된 걸까.”


안타깝지만 능력은 일어나기 전까지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일단 해봐야한다. 무작정 고꾸라져 있던 시체의 위에 손을 올렸다.


[능력: 공중도약(신체강화)을 획득하시겠습니까?]


“네.”


[공중도약(신체 강화) 능력을 획득하셨습니다. 초기 획득에 따라 10급으로 조정됩니다. 조금 높이 뛰어오르고 착지할 수 있습니다.]

[비어있는 신체 강화 슬롯에 자동으로 장착됩니다.]

[무기: 소화기를 획득하시겠습니까?]


“아니요. 오케이, 능력 하나 획득.”


말이 획득이지 이건 거의 도둑질이었다.

자 다음 타겟은 어디일까.

저 멀리 다른 형태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긴장한 채 앞으로 내달렸다. 그곳에 힘없이 늘어져있는 여자가 죽어있었다.


[능력: 전문검술(전투)]

[무기: 석궁]


무기만 아니었다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필 무기가 석궁이었다니. 그나저나 첫 전투 능력은 당장 시험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능력: 전문검술(전투)을 획득하시겠습니까?]


“네. 당연하죠.”


[전문검술(전투) 능력을 획득하셨습니다. 초기 획득에 따라 10급으로 조정됩니다. 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집니다. 뛰어난 실력으로 무기를 다룹니다.]

[비어있는 전투 슬롯에 자동으로 장착됩니다.]

[무기: 석궁를 획득하시겠습니까?]


“아니요.”


몸을 일으켜 세운 나는 다시 한 번 초원을 누비는 하이에나가 되었다. 눈의 반짝임이 꺼지지 않았다.



*



생각보다 선택받은 자는 많이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단독으로 움직였는지 각자의 최후를 떨어진 곳에서 맞이했다. 힘을 모았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더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림창이 점점 붉게 물들어갔다. 몇 사람들은 살아난 자신의 몸을 더듬거렸고, 주저앉아 울기도 했다. 그와 다르게 바닥은 심하게 요동쳤고 좀비의 시체는 그것에 먹혀들어갔다.


[신규 던전 생성 2분 전.]


“능력창.”


[능력]

신체강화:신속(9급)/공중도약(10급)/짐승의 코(10급)

전투: 전문검술(10급)/일반전투(10급)/ 길거리투기(10급)

초능력 : 빈 슬롯


“으음. 좋아.”


[길거리 등급의 전투를 모두 획득하셨습니다.]

[보상으로 1000코인을 획득합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어떤 식으로든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건 짜릿하다.


전투는 숫자의 급이 이외의 다른 급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보상을 일단 받긴 받았는데 ‘투기’ 라는 건 어떤 형태로 형상화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마땅치 않은 무기와 초능력이 아쉽지만 꽤나 만족스러운 수확이었다.


킁킁.

어디선가 익숙한 냄새가 난다.

시원하면서도 무거운 물 내음.


“서이민 대리님.”

“아, 대리님이셨군요.”


강처용이 내 뒤에 서있었다. 체취도 성격 따라 가는 건가. 내 대답이 끝나고 나서 무엇인가 말하려던 찰나 시스템 알림음이 울렸다.


[신규 던전이 ㅁㅁ건물의 1층에 생성되었습니다.]

[던전 난이도가 <NORMAL> 로 조정됩니다.]

[던전 내부에서 ‘선택자’ 간의 살상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10초 후 정해진 위치에서 좀비가 발생합니다.]


“아아악!”

“비켜! 얼른 비키라고!”

“좀비가 나타난다!”


신발이 벗겨진 채로 계단 위로 뛰어가는 사람, 다른 사람의 몸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엉키고 엉켜 이곳에서 도망치려했다.


피로 물들었던 이곳이 다시 한 번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튜토리얼이고 뭐고 그들은 이미 겁에 질려 겨우 다시 붙든 목숨을 지키려 했다.


1층의 허공에 쉼 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카운트다운. 그 숫자가 1에 다다르고 있었다.


“좀 전에 무슨 말 하려고 하신 거 아니에요?”

“네. 지금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네요.”

“어떤 건데요?”


이상한 말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쉽게 던지더니, 지금 엄청 고민하는 모습은 예상할 수 없었다. 아 괜히 불안하다.


“1층에 생성될 던전 말입니다. 토벌대가 만들어졌거든요.”

“아. 토벌대. 필요하죠. 제가 아는 토벌대 맞죠?”

“네. 아마 그럴 겁니다. 그 토벌대 구성 인원이 급작스럽게 정해졌습니다.”


크아악!


어느 새 나타난 좀비들이 우리를 인지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십 마리의 좀비가 몸을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뜯겨진 살점을 덮지 못하고 침을 뚝뚝 흘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전 같았으면 비명을 지르는 동안 깨물렸거나 덮쳐져 넘어졌을 텐데.


“걸어오네. 그나저나 이야기 좀 계속 해봐요. 재밌네요.”


별다른 이야기가 아닌데도 꽤나 흥미가 생겼다. 이 많은 좀비를 처리할 그 토벌대가 누군지 궁금하네.


“저랑 이민 대리님입니다.”



*



한 천사가 올린 잘못된 기안서 때문에 신계가 뒤집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잘못되었다는 것 보다는 형식적인 조사만 끝낸 허술한 조사서였다. 지금 그 조사서를 쓴 천사가 재판대에 올랐다. 겁에 질린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절대자님, 이쪽으로.”


재판장이 활짝 열렸다. 얼룩하나 없는 흰 옷에 머리를 멀끔하게 쓸어 넘긴 절대자가 느린 걸음으로 자리로 갔다. 절대자가 앉자 제자리에 서있던 모든 천사와 악마가 자리에 앉았다.


“절대자님, 후광은 꺼두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지. 재판을 시작한다.”


머리 위로 은은하게 비치던 후광이 가라앉았다. 옆에 있던 보조자가 고개를 까딱거리며 신호를 보냈다.


절대자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천사 측에서 한 아름다운 천사가 날아올랐다. 이어 절대자를 향해 가볍게 인사했다.


“천계 측의 변호인, 리브엘입니다. 변호를 시작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재판인인 천사의 곁에 서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주천사 하인트슈르는 처음부터 전 세계 사람들을 조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이 하급 천사에게 내려진 지령은 일부 나라를 조사하여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증거 출품을 신청합니다.”

“승인합니다.”


리브엘은 재판장에게 날아가 서류 하나를 건넸다.


“가브리엘이 내린 지령입니다. ‘전 세계의 사람을 조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알아서 조사할 샘플을 나누어 정리해서 보고할 수 있도록.’ 하인트슈르는 이 명령을 지킨 것 뿐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애초에 이 조사가 완벽하지 않을 것을 알고 개발 부서에서 여러 난이도를 만들어 놓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상입니다.”

“출품 증거를 인정합니다.”


재판장은 한참동안 증거품을 응시했다. 가브리엘의 필체와 지령의 필체가 일치함이 확인됐다. 리브엘은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마계측이 웅성거렸다.


“마계 측의 검사, 크루입니다. 반론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아한 검은 날개를 펼친 악마였다. 머리에 돋은 긴 뿔에 걸린 머리칼을 정리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날아올랐다. 절대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일부 나라를 조사하라는 지령에 따랐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나라 선정이 애초에 잘못 되었다면 어떨까요? 이전 자료의 검토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보조 자료 제출 승인을 요청드립니다.”

“승인합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새겨진 지도가 떠올랐다. 크루는 검게 길어난 손톱으로 어딘가를 찍었다. 그러자 차례대로 그들의 색을 찾아갔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틀입니다. 이쪽이 유럽이라고 불리는 곳, 이어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입니다. 잠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죄인 하인트슈르?”

“네.”

“이것을 알고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알지 못합니다.”


고개를 들어 영상을 보던 천사는 다시 고개를 떨궜다. 죄인이라 불리는 이 천사가 잘못한 거라고는 한가지뿐이었다.


“시스템을 잘 인지하고 있는 나라와 잘 사는 나라 위주로 조사했더군요. 대표적으로, 이 여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입니다. 잘 안보일정도로 작은 이 나라입니다.”


크루는 말을 쉬었다가 다시 이어나갔다.


“죄인은 이 나라가 이번 튜토리얼에서 가장 많은 코인을 획득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까? 현재까지 코인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지옥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전투 실력은 조사하시면서 아셨을 텐데요. 일부러 신계를 곤란하게 만들 작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크루는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다시 한 번 천사 리브엘의 열정적인 반론이 이어졌다.


“크루님은 이번 계획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신의 위엄을 보여주어, 절대자께서 만드신 인간들이 사는 방향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이것을 알지 못하니 저희도 곤란해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끌어낸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리브엘의 시선은 크루, 재판장, 절대자까지 이어졌다.

절대자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아직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판장은 크루를 쳐다보았다. 크루는 즉시 반론할 준비를 마쳤다. 그 뒤로 수십 번의 변론과 반론이 오갔다.


“너무 길어지니 각자 최후의 변론을 시작합니다.”


길어지는 재판 시간에 하나 둘 고개를 꾸벅거리며 졸았다. 그들은 재판장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자세를 바로 잡았다.


“천사, 하인트슈르는 자신의 일을 잘 해냈습니다. 벌을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죄인, 하인트슈르의 업무 태만으로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벌을 받아야합니다.”


서로를 견제하는 그들의 위로 재판장이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결론을 내렸다.


“선고합니다. 자신의 일을 해냈지만 그 일을 하는 과정에 업무 태만이 있었던 것을 인정하는 바, 죄인, 하인트슈르의 형은 잠시 유예하도록 하겠습니다.”


땅. 땅. 땅.


청아한 소리가 재판장을 가득 채웠다. 엄밀히 말하면 누구의 승리도 아니게 된 재판에 리브엘과 크루는 얼이 빠져있었다.


“절대자님.”


보조자가 어느 새 일어서있던 절대자를 불러 세웠다.

무엇인가 생각난 듯 다시 착석하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이렇게 신계와 인간을 생각하고 있을 줄 몰랐다. 재판은 아주 잘 들었으니 이후 재판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재판을 마친다.”


드디어 끝났다며 기지개를 펴고 웃으며 자리를 떴다.

재판장은 이번 재판에서 진흙탕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두고 자신의 중재 능력이라며 만족해했다.


재판대 위에 올랐던 저 작은 나라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지 알지 못한 채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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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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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전조와 새로운 만남 (3) 22.05.23 8 0 13쪽
26 026. 전조와 새로운 만남 (2) 22.05.21 7 0 13쪽
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10 0 12쪽
24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1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3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21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1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2 0 13쪽
19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3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2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4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6 0 13쪽
15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5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9 0 13쪽
12 012. Player Killer (4) 22.05.03 17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9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20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20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9 0 12쪽
»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7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9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3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50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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