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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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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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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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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DUMMY

멀끔하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그는 화가 난 듯 날 보자마자 손가락질을 했다.


“거기, 너 뭐야? 랭크만 높으면 다야?”

“네? 잠깐 사냥하는 건데요.”

“여기 [샌우그룹] 구역인거 몰라? 싸우자는 거지?”

“죄송합니다. 다른 구역으로 갈게요.”

“야! 너 어디가!”


단 한 마리의 좀비도 용서받지 못했다.

기분 좋은 퇴근길을 망치고 싶지 않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내려다본 곳은 좀비와 사람의 싸움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전쟁터로 변질되어 있었다.

더 이상 던전과 좀비는 공포도, 기피의 대상도 아닌 자산이 되어버린 모순된 세계가 열린 것이다.


“여긴 저희 길드 구역입니다. 다른 곳에서 사냥해주세요.”

“고정 자리입니다. 다른 곳으로 가주세요.”


업데이트 이후 ‘선택자’ 들은 두 분류로 나뉘었다.

다른 이보다 강해 자신의 능력을 더 키우며 판매하던 ‘제공자’ 와 그들을 이용하려 다른 거래 수단을 꺼내든 ‘사용자’ 이었다. 아직 세계는 무너지지 않았고, 돈과 명예는 가치 높은 지불액이었다.


“아침에 쿨타임이니, 리셋이니 걱정했던 내가 바보네. 더 줄여도 되겠어.”


집근처에 새로 생긴 던전도 이미 만원이었다.

게시판은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또 다른 일상이 되어버렸다.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마저 실력인 세상, 그 세상에서 운을 쥐어 잡은 나에게도 이 모든 것이 큰 자극으로 다가왔다.


- 여보세요? 엄마.

- 너 TV 에 나와서 내가 바빴어. 잠깐만. 유민이가 바꿔 달래.

- 누나. 뭐야? 9위 진짜야? 난 그래도 900위 안에는 안착했긴 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도 진짜 2위?

- 그럼 가짜겠어. 그래도 900위 안에 들었으면 잘한 거지.

- 무슨 짓을 했길래 9위까지 올라간 거래? 아, 엄마. 왜 때려.

- 이민아. 항상 조심하고 밥 잘 챙겨 먹고.

- 알겠어. 엄마도 유민이랑 잘 있어. 주말에 갈게. 끊어.


통화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아도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사이였으니까.

시계를 보니 아직 9시 반이었다. 가깝게는 어제만 해도 한참 던전에서 구르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다시 세상이 바뀌면, 아니지. 이거 다 꿈 아니야?”


볼을 세게 잡아당겨 보았지만 내 볼만 아팠다.

오랜만에 집을 정리하고 일찍 드러누웠다. 너무 빨리 누웠나 싶어 오랜만에 게시판에 들어갔다.

아이템 조합부터 시작해서 길드 홍보까지 다양했다. 그러다 강해호의 글이 보였다.


<길드: [해화] 길드의 길드원 모집합니다.>

작성자: 강해호

안녕하세요. 강해호입니다.

고민을 많이 하다 결국 개인 길드를 만들었습니다.

길드장은 저고, 서새헌님이 부길드장을 맡으셨습니다.

효율적인 사냥과 정보 공유로 더욱 강해지실 분들을 위한 [해화] 길드를 열었으니 자격 요건이 되시는 분들은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순위에 민감하지 않으시거나 실력 향상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은 지원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 RANK 1000위 이내의 자, 높을수록 좋습니다.

2) 무기 1급, 2급, 3급, 4급까지

3) 지옥문 4인 이하 팟 사냥 가능자

4) 전투능력 최소 2개 전문급 이상

- 작성자의 요청으로 댓글이 작성되지 않습니다.


자격요건을 보니 서류심사가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새로운 기준은 이전과 다르게 자신의 모든 것이 숫자라는 결과로 나타낼 수 있었다.

노력한 만큼 변하는 모습이 즉각적으로 나타났지만, 그에 따라 잠재력이나 다른 길은 걷는 것은 쓸모없는 취급을 받고 있는 건 아쉬웠다.


“내일 일찍 일어나면 사람 좀 없겠지.”


어느 때보다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금세 잠이 들었다. 그리고 떠진 눈에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55분. 알람이 울리기 5분 전이었다.

서둘러 씻고 밖으로 나선 나는 놀랐다. 사람들이 하나씩 문을 박차고 나오더니 던전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었다.


“저기요. 여기 제가 어제 사냥하던 곳인데 다른데서 하시면 안 돼요?”

“제가 먼저 왔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주세요.”

“아, 왜 던전 안에서는 PK 가 안 되는 거야. PK 업데이트 좀 해줘라. 다 밀어버리게.”


그러다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잠깐 보았던 400 몇 위였던 홍주연이였다.

첫인상은 길고 검게 찰랑거리는 머리칼과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의 눈매를 가진, 강처용과 묘하게 비슷한 인상을 가진 여자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던 건 예상 밖이었다.


“저기 비어있으니까 저기로 가셔서 하세요. 자, 여러분들은 저기로요. 싸우지 마시고, 꼭 한 자리만 고집하지 마세요.”


던전에서 일어난 작은 소동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전 세계의 경찰과 같았는데, 다행이 큰 마찰은 없는 것 같아 이동하려 준비하던 순간이었다.


“저기요. 여기 어제부터 저희가 하던 데에요.”

“오늘은 다른 분들이 더 일찍 오셨어요.”

“그게 무슨 상관이야. 아, 네 말을 들으라 이거야?”

“그건 아닌데 차례대로 하는 게 맞으니까요.”

“누가 누굴 가르치려들어. 너 던전 밖으로 나와.”


다섯의 남녀로 구성된 한 파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어찌나 막무가내로 소리를 질러대는지 꽤 높은 곳에 있던 나도 정확하게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시비를 건 건 홍주연이 아닌, 옆에 있던 다른 남자였다.

RANK 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홍주연을 도우러 나온 선택자인 것 같았다.


“잠시 만요. 이것 좀 놓고 말하세요.”

“나오라고! 저 랭커가 널 도와줄 것 같아?”


하필 그 때 홍주연은 다른 시비에 휘말려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덩치 큰 남자에게 던전 밖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가까스로 버텼지만 또 다른 자가 남자의 팔을 잡고 동시에 당기자 버틸 재간이 없었다.


“나서지 말자, 서이민. 제발 조용히 살자.”


조용히 가던 길을 가려다가 겁에 질린 어린 남자의 얼굴을 보니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 남자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던 것.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왠지 예전에 힘없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 저 사람은 누구보다 도움이 간절해 보였으니까.


스스슥.


점멸로 순식간에 착지해 남자를 붙잡고 있던 자들의 손을 내리쳐 떼어냈다. 그리고 그들을 가볍게 밀어내자 앞으로 고꾸라지며 큰 소리가 났다.


“뭐, 뭐야. 갑자기.”

“말로 하시죠. 폭력은 좀비에게 휘두르시면 되잖아요. 그렇죠?”

“9위? 진짜 9위?”

“와, 나 10위권 실제로 처음 봐. 인증샷 찍어야지.”

“얼른 오라고, 9위 떴어!”


날 바라보던 자들의 눈은 동경과 두려움이 크게 교차했다. 넘어져있던 남자는 자신이 크게 불리하다고 느꼈는지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소리쳤다.


“저, 저 랭커가 본인 사냥하겠다고 자리를 옮기라네요.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언제 그랬어요.”

“아까 그랬잖아요. 안 나오면 밀어버리겠다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물론 좋지 않은 내용으로 날 곱씹고 있는 게 확실했다. 날 보는 시선이 하나둘 분노로 바뀔 때, 좋은 생각이 났다.


“제가요? 전 여기서 사냥 안 해요. 굳이 여기서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까 계속 비키라고......”

“보여드릴까요? 제가 왜 여기서 안 하는지.”


예상 밖의 대답이었는지 목소리만 컸던 남자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나 내 말끝을 물고 주위에 있던 한 사람이 소리쳤다.


“보여주세요! 10위권 랭커 실력이요!”

“그래, 보여줘! 보여줘! 와아아!”


다시 한 번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

신중하게, 말하기 전엔 항상 신중해야했다.

이 상황을 만든 건 나이기에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몇 분 전 상황만 곱씹었다.


“제 말이 맞으면, 저랑 이분께 사과하세요.”

“그, 그러겠습니다.”


이 판을 뒤집을 패는 이미 손에 쥐어졌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싸워야했다. 아무래도 내 실력을 보이는 건 누구도 아닌 내 손해가 가장 클 거니까.


“가자, 싸우러.”


주변의 공기가 오른손을 중심으로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곧이어 얼음은 아름다운 검이 되었다.

사람들의 탄식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좀비의 목을 베어 넘겼다. 목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다른 좀비의 목은 또다시 검에 적중했다.


“됐나요.”


오랜만에 밖에서 싸우려니 몸이 고장 난 것처럼 잘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면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우리 넷이 죽인 것보다 더 빠른 것 같았는데.”

“9위가 이 정도면 그 위는 상상도 안 간다.”

“휴, 나도 저런 무기 하나만 있었으면.”


일부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또 다른 사람들은 동경의 눈길을 보내다가도 불공평한 세상에 분노를 표했다.


“서이민님,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이 분한테 해야죠. 전 괜찮거든요.”

“아, 전 괜찮습니다.”


다섯에게 억지로 받아낸 사과였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불어나는 좀비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사이 홍주연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제 동생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동생이요? 아, 몰랐어요.”

“네. 아직 대학생이라서 이런 일은 아직 서투르네요.”


어쩐지, 어려보이긴 했는데 분위기는 전혀 다르네.

홍주연의 동생은 밝게 인사하며 말했다.


“더 강해져야겠어요.”

“대학생이면 더 힘내요. 잠은 나중에 자면 되니까.”

“네! 조언 감사드립니다.”

“노력하면 바뀌는 세상이니까요.”


조언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세상은 운도 운이지만 노력하면 바뀔 수 있는 세상이라 몸소 겪었다. 날 목표로 내 턱까지 쫓아올 누군가에게 예의가 되고 부끄럽지 않도록 쉬지 않고 나 역시 뛰어야 했다.


그래,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방금 꺼낸 말이 누구에게는 희망이 되기를 바랐다.


“저, 저럴 수가.”

“엄청나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한 번의 아침이 지나고 난 뒤 RANK 는 크게 뒤집혔다. 현재 RANK 의 옆에 순위 변동의 수치가 적혀있었는데, 몇 사람들의 숫자가 말도 안 되었다. 붉은 상승의 기세가 무섭게 흘렀다.


“일, 십, 백, 천······. 십만이 상승했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요?”


100위권 내에는 크게 변동은 없었지만, 그 아래가 문제였다. 납득이 전혀 되지 않는 수치에 몸이 떨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아무래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요. 홍주연님, 우선 협회에 가있는 게 어떠세요?”

“네. 가면 부협회장님이 계시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같이 가요. 어차피 회사 가는 길이랑 같아요.”

“감사합니다.”


해가 떠오르며 주홍색 빛이 하늘에 가득 메워졌다.

가는 길은 어제와 똑같았지만 주변은 달랐다.


“크흠.”

“괜찮으세요? 아까부터 계속 기침 하시는 것 같은데.”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서두르죠.”


지나가는 길목마다 예전에 느꼈던, 피가 썩어가는 악취가 고여 있어 숨을 쉬는 것이 고역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악취는 뒤섞이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뉘어있었지만 일정 거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홍주연과 그녀의 동생이 놀라지 않기만을 바랬다.


“거의 다 왔어요.”


도착할 때쯤 뒤를 돌아보자 홍주연도 조금씩 위험을 감지한 듯 발걸음이 빨라졌다. 다행이 건물 입구에 미리 연락을 받은 민주승이 서있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해요.”

“천만에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안 그래도 지금 문제가 좀 심각합니다. 회사로 가셔야 하죠?”

“네. 강처용 대리님과 사표를 내야해서요.”

“알겠습니다. 시간 되시면 뉴스 한 번 봐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고 전속력으로 회사를 향해 달려갔다.

퇴사하는 날에 지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꿈에 그리던 퇴사라니, 마음은 괜히 들떴다.


“어? 저게 도대체......”


건물이 보이자 겨우 한숨을 돌리며 내려 앉을 때였다. 눈앞의 광경에 좀 전까지의 행복이 무너졌다.

박의형과 김명운이 피투성이가 된 채 싸우고 있었다.


좀비가 아닌, 같은 모습을 한 다른 사람들과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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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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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전조와 새로운 만남 (3) 22.05.23 8 0 13쪽
26 026. 전조와 새로운 만남 (2) 22.05.21 7 0 13쪽
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10 0 12쪽
24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0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3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1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2 0 13쪽
19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3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2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3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6 0 13쪽
15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4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9 0 13쪽
12 012. Player Killer (4) 22.05.03 17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9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19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19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8 0 12쪽
6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6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9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3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50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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