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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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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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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DUMMY

헌터 협회라고?

귀를 의심했다.

그들은 놀란 내 얼굴에 헛기침을 했다.

아무래도 그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크흠. 설명해드리자면 대한민국 정부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헌터 협회라는 단체를 신설했습니다. 저희는 신규 헌터 분들을 모집하러 다니고 있고요. 문제가 있을까요?”


그들을 대변하던 자는 56위의 민주승이었다.

커다란 덩치와 짧게 자른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는 보는 이들의 눈길조차 피하게 만들 정도로 매서웠다.


“아뇨. 웃기실 수도 있는데 소설에 헌터 협회가 꽤 등장하거든요. 사실 놀랐어요.”

“안 그래도 이 단체를 만드신 분이 그러시더군요. 아마 익숙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궁금하네요. 만드신 분이요.”

“한 번 가보시면......”

“그럴까요?”


종잇장 같이 얇은 귀는 항상 문제였다.

그래도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어 따라 나서려던 순간, 경비아저씨가 민주승의 앞에 섰다.


“혹시 할 말 있으시면 나중에 하시죠. 두 분은 가실 데가 있습니다. 어서 가시죠.”


특별 임무라도 받은 것처럼 불안한 모습이었다.

경비아저씨는 강처용의 등을 떠밀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강처용은 엘리베이터 앞에 경비아저씨와 함께 섰다.

강처용이 내게 손짓하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나 진짜 멍청이네.”


신중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운 강처용이 있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난 지금 급하지 않다.

뒤돌아 민주승을 향해 말했다.


“일단 다녀오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음......잠시만요.”


민주승은 둘과 몇 마디 나누고 내게 돌아왔다.


“같이 올라가시죠.”

“네? 여기 회사인데요?”

“괜찮습니다.”


둘은 로비에 대기하려는지 반대편으로 걸어갔고, 민주승 혼자만 날 따라왔다.

경비아저씨는 우리만 올려 보내면 되었던 건지 민주승을 제지하지 않았다.


“처용 대리님, 혹시 들으신 거 있으세요?”

“아뇨. 일단 올라가 봐야죠. 전 잘리기 싫거든요.”


빠르게 올라 10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인사팀과 마케팅팀이 진을 치고 있었다.

대회의실의 문은 활짝 열린 채 강처용과 나를 기다리는 듯 느껴졌다.


“아이고, 오셨네요.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시죠?”


인사팀 조석진 팀장이 구면이라고 먼저 다가왔다.

환하게 웃으며 강처용과 나를 반기다 옆에 있던 민주승을 보며 물었다.

민주승은 조석진 팀장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부 관할 헌터 협회 소속 민주승이라고 합니다.”

“헌터 협회요? 처음 듣는 곳이네요.”

“이번에 신설되어 모르시는 분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여긴 왜 오셨죠? 영지야! 두 분 회의실로 안내해드려.”


유영지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다가왔다.

높은 구두 때문에 또각거리며 걸어오던 유영지를 보니 왠지 뒤집혔던 첫 날이 떠올라 괜히 반가웠다.


“강처용 대리님, 서이민 대리님. 오셔서 감사드려요. 이전에 도와주신 건 제가 경황이 없어서 감사 인사도 못 드렸네요.”

“괜찮아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나저나 왜 모이라고 한 거죠?”

“저도 자세한 건 모르는데 중요하다고만 들었어요.”


이곳에 대기 중이던 유영지도 이유는 알지 못했다.

여전히 실랑이 중이었던 조석진과 민주승을 뒤로 유영지를 따라 대회의실로 들어섰다.

역시나 웅성거리는 소리로 공간이 메워졌다.


“와아. 대박.”

“진짜야? 진짜 2위라고?”

“저 사람 첫 날부터 엄청 셌잖아.”


얼핏 보니 자리에 팀명과 이름표가 적혀있었다.

기획팀, 재무팀을 비롯해 인사팀과 마케팅팀, 박해명 팀장, 김기식 상무까지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아직 여러 명의 시선이 익숙하지는 않았다.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파이팅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들과 반대편에 앉은 강처용과 내 옆으로 호명되었던 다른 셋은 이미 와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그들과 가볍게 인사하며 RANK 를 보았다.

박의형의 순위는 964위로 떨어져 있었고, 의외로 심유한의 순위는 745위, 그리고 김명운의 순위는 883위로 박의형보다 높았다.


“다들 오셨으니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바쁘실 텐데 특별히 시간 내서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김기식이 천천히 입을 떼자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언제쯤 저런 절대 권력을 맛볼 수 있는 걸까.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회사의 안전과 업무 집중성을 위해 새로운 팀을 만들어 지원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이 그 팀의 팀원이 되실 거고요, 앞으로 약속드리는 지원 내용과 계약 기간과 내용입니다.”


뒤에 앉아있던 사원과 대리들은 노트북을 꺼내 회의록을 적기 시작했고, 부장과 차장들은 김기식이 가리키는 화면을 주시했다.

우리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안녕하십니까. 기획팀 팀장 박주호입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계약 기간은 일명 '좀비 대사태'가 끝날 때까지 입니다. 이건 당연하니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지원 내용과 대우가 궁금하실 거라 해당 내용 위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화면이 넘어갔지만 지원 내용은 비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가 아닌 의도였다.

옆에 서있던 유영지는 우리에게 이름이 적힌 갈색 봉투를 차례대로 나누어 주었다.

아무래도 최소 관계자들에게만 공유된 내용 같았다.


“꺼내보시죠. 두 번째 장에 회사에서 약속드리는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모두 거의 동시에 봉투를 열었다.

영어로 ‘Confidential’ 라고 보안 문서임을 표기하는 표지를 넘겨 다음 장을 위쪽부터 훑어 내려갔다.

난생 처음 보는 금액에 호흡이 가빠졌다.

서이민, 흥분하지 말자.


“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혹시 이 금액이 연봉 기준인가요?”

“맞습니다.”


심유한이 조심스럽게 물었던 질문에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

1억 5천. 무려 연봉 1억이었다.

그것도 이 사태가 끝날 때까지라니.

실수령액부터 찾아봐야하나.


“모두 확인하신 것 같은데 질문 사항이 없으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혹시 RANK 별로 금액이 다른가요? 봉투에 이름이 적혀있어서요.”


김명운이 날카로운 질문을 했지만 의외로 답변에 망설임은 없었다.


“맞습니다, 차장님. 높은 RANK 분들에게는 더 높은 금액을 약속 드릴 예정입니다.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신가요?”

“없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시죠.”


종이를 넘기는 김명운의 모습에 박주호는 설명을 이어갔다.


“아시겠지만, 아무래도 저희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도 여러분들을 최우선으로 영입하려 할 것입니다. 그래서 추가 지원을 드릴 예정입니다.”


다음 내용은 화면에 띄워졌다.

현 직급 기준으로 한 직급 즉각 승진이 적용되고, 계약 기간이 완료되면 상황에 따라 추가 즉각 승진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좀비 사태가 끝날 때까지 최고급 주택과 차량, 식비 지원에 타사 수준의 아이템 지원까지 실로 파격적이었다.


“질문 있습니다. 어디까지 가능한 사항입니까? 구체적으로 질문 가능한가요?”

“네, 해당 사항은 가능합니다.”

“제 지금 직급이 차장인데, 하나 올라가면 부장, 하나 더 올라가면 임원입니다.”

“그렇죠. 적혀있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결정될 사항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박의형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타사 수준은 정확하게 어떤 건가요?”

“저희 회사와 비슷한 수준의 회사를 의미합니다. 물론 인력 자원 보호를 위한 조치입니다.”

“혹시 RANK 1000위 밖으로 떨어져도 적용되나요?”

“지금 계신 분들은 그렇습니다. 단, 가급적 1000위 안으로 유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강처용이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업무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업무 시간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혹시 추가 질문 사항 있으신가요? 없으시면 넘어가겠습니다.”


나를 비롯한 세 사람도 분명이 느꼈으리라.

강처용의 발언에 긴장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이번 자리는 강처용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을.


“업무 시간은 출퇴근 시간 기준으로 한 시간씩 추가된다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7시부터 18시까지 입니다. 물론 해당 시간에 회사 내부와 근처의 좀비만 소탕해주신다면 자유롭게 움직이실 수 있습니다.”


예전 야근하던 날을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았다.

물론 하는 일도 달라지긴 했지만 서로 같은 목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난 처음으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저와 강처용 대리님은 기술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안 그래도 지금 문제가 있어 인원이 많이 부족합니다. 저희 자리는 어떻게 되나요?”

“인원 충원 예정입니다.”

“좀비 사태가 예상보다 빨리 끝나면 저희는 어떻게 되나요?”

“말씀드린 것처럼 다시 기존 팀으로 복귀하십니다.”

“알겠습니다.”


그 대답에 앞날이 꽤나 불안해졌다.

평생 이 회사에 다닐 생각이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좀비 사태가 끝나면 비어있는 경력만큼 다음 회사를 준비하기는 어려워질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여기에 뼈를 묻을 생각이 없다.


“서이민 대리, 인원 충원이 되면 인수인계만 조금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은 설명을 위해 잠시 발언했다.

겉은 괜찮아도 속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두 명이나 빠지는 셈이니까.


“결정이 되신 분들은 가지고 계시는 종이의 마지막 장에 동의서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질문 사항은 계속 받겠습니다.”


가장 먼저 서명한 사람은 박의형이었다.

그 다음으로 김명운은 몇 가지를 이야기하더니 서명을 마무리했다.

남은 사람은 강처용, 나, 그리고 심유한이었다.


콰쾅!


“잠시만요.”


망설이고 있을 무렵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이어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의 인물이 등장했다.

민주승이었다.


“회의 중에 들어와서 죄송합니다만,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김기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표정만 봐도 낯선 자의 출입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강처용님과 서이민님을 스카웃하러 왔습니다.”

“이 분들은 저희 회사 분들입니다. 그리고 아직 회의 중이니 조금 있다가 들어와 주시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사태가 벌어진 대한민국에 없어서는 안 될 분들입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지금껏 받지 못했던 특별한 대우였다.

내가 이 정도 대우를 받을 만한 인물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강처용님, 서이민님. 저희 제안도 들어주시겠습니까?”

“아, 네. 괜찮습니다.”


얼마나 실랑이를 벌였는지 이마에 땀이 맺혀있었다.

무엇보다도 민주승의 눈빛 때문이었다.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는 모습은 진심이었다.


“밖에서 듣긴 했지만 그런 파격적인 제안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헌터 협회도 최근 신설되었기에 누구의 도움도 받기 어려운데다 영향력도 크지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승은 강처용과 나의 눈을 번갈아가며 마주쳤다.


“두 분이면 저희도 판을 뒤집을 수 있습니다.”


조심스러운 목소리였지만 확신에 가득 차있었다.


“좀 나가시죠.”

“아니, 잠깐 기다려봐.”

“네, 알겠습니다.”


몇몇은 민주승을 밖으로 내보내려 시도했지만, 그러한 행동이 혹시 강처용과 나의 선택에 악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판단한 김기식은 그들을 제지했다.


“국가 소속에서 공무원 자격으로 일하게 되면 일도 많을 것이고, 불편한 상황도 많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만큼 자부심도 생길 것이고 무엇보다도 정부에서 연금과 이후의 일자리를 약속하기로 했습니다.”


공무원과 연금?

그건 내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부모님께서 귀에 박히도록 이런 말을 했었다.

제발 공무원 시험 좀 준비해보라고.


“저희가 드리는 제안입니다. 충분히 검토해보시고, 결정되시면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민주승은 서류와 명함을 건넸다.

헌터 협회 부협회장, 민주승.

이 자리에서 힘겹게 얻은 대가는 겨우 5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의 이름과 소속을 곱씹었다.

민주승의 마지막 말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바꾸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너무나도 필요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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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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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전조와 새로운 만남 (3) 22.05.23 8 0 13쪽
26 026. 전조와 새로운 만남 (2) 22.05.21 7 0 13쪽
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10 0 12쪽
24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1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3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21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1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2 0 13쪽
»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4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2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4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6 0 13쪽
15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5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9 0 13쪽
12 012. Player Killer (4) 22.05.03 17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9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20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20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9 0 12쪽
6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7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9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3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50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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