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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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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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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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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DUMMY

“어? 저 사람은?”


단정히 정리한 머리, 웃는 인상의 시원시원한 이목구비. 나와 강처용이 이곳으로 오게 된 그 원인이 아닌가.

강처용이 굳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얼마나 강해졌을까.”


질문이 솟구치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지켜봐야겠다.

그 자가 쥐고 있던 붉은 검은 분노한 문지기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다. 나와 강처용의 검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폭이 상당히 넓은 대검이었다.


“와아!”

“대박. 해호님을 여기서 보다니. 직관뷰 장난 아니네.”

“야, 우리 살았다! 나갈 수 있다고!”


좀 전까지 울부짖던 사람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싸우던 자들이 부둥켜안고 서로를 토닥였다.

그리고 목청껏 환호했다.


“영웅, 아니 그 이상 같은데.”


감히 비교할 상대를 고르자면 ‘구원자’ 같았다.

단지 한 사람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뒤집혔다.

던전은 희망의 소음으로 채워져 갔다.

해호라는 자를 게시판에 검색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 녀석, 벌써 나타났네. 하여간 악취미야.”


입모양이 확실히 읽혔다. 이 전투의 주인공이 움직였다. 해호는 피식 웃으며 검을 밀어냈다.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 고전했던 지옥문지기가 던전의 끝자락에 부딪혔다.


[하: 지옥문지기의 체력이 40% 남았습니다.]


“저럴 수가.”

“최고다! 역시 차원이 다르단 말이야.”

“해호님! 힘내세요!”


믿을 수 없었다.

지옥문지기의 분노 후 처음으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정적은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해호는 한수연의 상태를 확인했다.


“수연아, 괜찮아? 늦었지.”

“대장! 왜 이제 왔어요......”

“울지 말고. 다들 살아있어서 다행이지. 버텨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너희 죽이려했던 애들은 죽었어?”

“아뇨. 저기.”


멀리 있던 서새헌, 차문구도 어느새 해호의 옆에 있던 여자들이 부축하고 있었다.

한수연은 해호의 팔에 매달려 소리 내어 울었다.

그리고 강처용과 나를 가리켰다.

저 자가 그들이 기다리던 대장이었다.


“강 대리님.”

“네. 이민 대리님.”

“제 생각이 맞다면 지옥문지기 다음 타겟은 저희 같은데요. 아니, 확실해요.”

“아마 그럴 겁니다. 어쩔 수 없죠.”

“아니, 엄청 위험하고 강한 사람 같은데요?”

“일단 숨어볼까요.”


해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했다.

한 걸음 조심히 내딛으며 내가 좀비인지, 좀비가 나인지 모르게 서서히 스며들려던 순간.

그들의 대장, 해호와 눈이 마주쳤다.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났다.


“저 사람들이라고?”

“네. 그래도 저 사람들이 우리를 많이 도와줬...... 대장!”


해호의 눈에 놀람과 분노가 교차했다.

눈 깜짝할 사이, 해호는 어느 새 강처용의 앞에 서있었다.


“대장! 그 사람들이 우리 도와줬다니까!”


한수연이 말릴 틈도 없었다.

강처용보다 한참 큰 키와 덩치의 해호는 두 팔을 벌렸다.

일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리고 해호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처용아! 내 동생, 얼마나 찾았는데.”

“형, 숨 막혀.”


그곳에 있던 자들은 모두 놀라 소리를 질렀다.

강처용이 한숨을 쉬었다. 땅이 꺼질 것 같았다.

가까이서보니 인상 빼고 상당히 닮아있었다.

그런 그가 날 노려보았다. 뭐지?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하자.”

“그래.”


강처용, 이 사람은 가족이나 회사동료에게 대하는 태도는 똑같구나.

일방적으로 반가웠던 재회도 잠시, 지옥문지기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문지기가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자신이 입속에 우겨넣기 시작한 것.


[하: 지옥문지기가 특정 체력에 도달하여 포식 활동을 시작합니다.]

[하: 지옥문지기의 체력이 44% 남았습니다.]

[하: 지옥문지기의 체력이 47% 남았습니다.]


“미친.”


무자비한 행동에 강처용과 강해호는 그 자리에서 바로 튀어나갔다. 나와 싸울 수 있는 자들도 서둘렀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피 냄새에 숨이 막혀왔다. 숨어있던 사람들이 무력하게 하나둘 끌려나왔다.


“으아아아!”


두려움에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다가, 참지 못할 만큼의 고통에 울부짖었다. 가까스로 버티던 사람들도 팔과 다리가 찢겼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죽음이었다.


“꺄악! 제발 살려주세요......”


달려가던 한 여자의 다리가 지옥문지기에게 잡혔다.

끌려가지 않으려다 기분 나쁜 소리와 다리뼈가 꺾였다. 그녀는 부서진 뼈가 튀어나온 채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스스슥. 쿵!


엄청난 힘과 속도였다.

강해호의 검이 입으로 향하던 손을 막아 세웠다. 붉은 검이 얼마 없던 살점을 파고들자 그 사이로 검은 피가 흘렀다. 고통 따위는 없는지 떨리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려고만 했다.


“애들아!”

“네! 맡겨 주세요!”


서새헌은 대답과 함께 여러 발의 활을 쏘았다. 화살이 손의 힘줄을 끊어내자 메여있던 여자가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힘없이 낙하하던 여자는 한수연이 받아냈다.


“괜찮으세요? 의식이 없는데. 문구 오빠, 유리언니 좀 불러줘.”

“응.”


저 둘 사이에서 하는 공격이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한다.


크아아악! 쉬쉭!


먹잇감을 빼앗긴 지옥문지기가 분노했다.

거친 숨을 들이쉬자 입 사이로 회색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 지옥문지기의 체력이 50% 남았습니다.]


알림창과 함께 서새헌이 날 살짝 밀어 깨웠다.


“왜 망설이고 있어요? 얼른 가요.”

“아, 네.”


공격을 시작했지만, 역시나 데미지는 좋지 않았다. 전투 방향을 바꾸려던 찰나 강해호가 급히 외쳤다.


“새헌이랑 그, 처용이 옆에 계시던 여자분. 이름을 몰라서 죄송합니다.”

“네! 대장.”

“아, 괜찮습니다.”


살벌하게 몰아치는 공격 속 중요한 무언가를 전달하려 했다.


“앞으로 열 번의 공격 안에 HP가 많이 깎일 겁니다. 그리고 극 분노상태에 빠질 텐데, 그때는 아마 저랑 처용이만으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네? 대장, 그게 무슨......”


머리를 맞은 듯 했다.

현 최강으로 보이는 둘로 되지 않는다니.

서새헌 역시 충격을 받은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잘못하면 저희도, 여기 있는 모두 많이 다치고 죽을 겁니다. 지금 나올 몬스터가 아니거든요.”

“지금 나올 몬스터?”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 강해호의 말.

우선 강해호는 차근차근 나와 서새헌이 해야 할 일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꺼낸 아이템을 건넸다.


“약속해주세요. 힘들겠지만 부탁드립니다.”

“대장, 맡겨만 줘요.”

“알겠습니다.”


올려다본 강처용은 날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우리, 그리고 모두의 목숨을 살릴 방법.

괜히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견뎌야했다.


“이민님, 가죠.”

“네. 일단 대피부터 시켜야겠어요.”

“그게 제일 걱정되네요.”


싸우던 두 사람의 반대편에 있던 사람들은 야외야구장에 있던 것처럼 웃고 떠들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 앞에 서자 모두의 시선이 나와 서새헌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불평이 곧장 이어졌다.


“안보이잖아.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라고! 시청자 수가 몇 명인데. 안 나와?”

“비켜! 아, 너희도 도망친 거냐? 강해보이더니 우리랑 똑같네.”

“해호님만 있으면 되잖아. 저런 애들 한 둘 있어봤자 별 차이도 안나.”


그 반응에 서새헌이 머뭇거렸다.

아까 무시당해서 그런지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리를 내며 목을 풀고 있던 서새헌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난 앞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었다.


“여러분.”


그들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그래, 기억이 났다. 회사에 있었던 그 이기적인 자들과 같았다. 밀려오는 화가 차가운 이성으로 억눌렸다. 머리로 생각하던 대사는 모두 잊혀졌다. 그 바람에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을 떨리는 목소리로 사정없이 내뱉었다.


“그렇게 자신 있으시면 말만이 아니라 덤벼보세요. 상대해드릴게요.”

“뭐, 뭐야. 싸워보겠다는 거야?”

“너, 못하는 말이 없네.”


역시나 거칠게 나가니 돌아온 답도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그들을 좋은 말로 회유할 시간이.


“겁이 나서 싸우지 못할 거면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선택하세요, 여기서 개죽음을 당할지 저희 말을 듣고 살아보려 시도하실지 말이에요.”

“우리가 왜 네 말을 믿어야하는데?”

“잘못하면 여기 있는 모두가 죽습니다.”

“무슨 소리야?”


찬물을 끼얹자 놀란 표정으로 우리를 보았다.

당연히 승전보가 곧 울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살아나가서 이 무용담을 누구에게 들려줄지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희망이 밑으로 가라앉았다.


“시간이 없습니다. 반항하는 분이 있다면 힘으로라도 데려가겠습니다.”

“어, 어디로 가는데요?”

“저기 서새헌님 뒤로 따라가세요.”

“아,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한 분씩 오세요.”


절벽의 끝, 넓은 공간이 있던 곳에 사람들을 모두 세웠다. 모아보니 50명 정도로 보였다. 다행이 이동 간에 무력을 쓰지는 않았다.

서새헌은 주머니의 아이템을 꺼냈다. [보호의 쉼터] 라는 기다란 장승 모양을 띄고 있었다.


“절대로 이 밖으로 나오시면 안 됩니다.”


경고와 함께 아이템을 한 남자에게 건넸다. 땅에 꽂으라는 신호와 함께 아이템 주위로 단단한 결계가 만들어졌다.


“새헌아, 해호님은? 괜찮은 거지?”

“네. 괜찮으실 거에요.”


강해호의 옆에 있던 여자들과 부상을 입은 한수연도 있었다. 다음 일을 위해 서둘렀다.


“대단하시네요.”

“사람을 다루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건 공포라고 해서요. 그래도 다음은 어렵지 않으니까요.”

“할 양이 많아요. 서둘러야 해요.”


던전과 땅이 크게 흔들렸다. 시간이 얼마 없음을 알아챘다. 나와 서새헌은 던전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리고 일정 간격으로 땅을 판 뒤 작은 쇳덩이를 열심히 묻었다.


“그나저나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요. 밖은 평화로울 텐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평소랑 비슷한 것 같아요. 경쟁도, 삶도. 퇴근하고 이 고생이라니.”

“그러게요.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도요.”


서새헌은 멀찍이 있던 한수연을 바라보았다. 한수연은 강해호를 보고 있었다. 그들을 관찰하던 중, 갑자기 역겨울 정도로 썩은 냄새가 났다.


“방금.”

“네? 뭐 안 봤는데요?”

“아뇨. 욱. 뭔가 일어난 것 같은데요.”


코를 막자 서새헌이 자신의 체취를 맡았다. 난 손을 내저으며 앞을 가리켰다. 구역질은 기본에 코가 따가워질 정도로 역한 악취였다.


[하: 지옥문지기의 체력이 20% 남았습니다.]

[하: 지옥문지기가 특정 체력에 도달하여 극: 분노상태에 이릅니다.]

[하: 지옥문지기의 공격력과 공격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하: 지옥문지기에게 가해지는 일반 물리 공격의 데미지가 50% 감소합니다.]


“뭐 이런 경우가......”

“이민님, 온 것 같은데요.”


알림창을 끄자마자 나와 서새헌의 앞에 강처용과 강해호가 서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눈에 띄던 건 따로 있었다.


“처용 대리님, 다쳤어요?”

“스친 겁니다. 괜찮아요.”


몸 곳곳에 있던 생채기. 살짝 긁힌 수준이었지만 전투 중에 강처용의 상처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 모습에 나조차도 이성 너머 잊고 있던 감정이 밀려왔다.

극한의 두려움이었다.


“대, 대장. 괜찮죠?”

“응. 다른 사람들은 다 대피시켰어?”

“네. 근데 대장, 진짜 괜찮아요?”


강해호도 몸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서새헌도 처음 보는 상황에 당황한 것 같았다.


크르르르. 크와와!


“이제 진짜 시작이야. 끌어들여서 죄송합니다.”

“대장이 왜 미안해요. 우리가 미안하죠.”


난 눈앞으로 걸어오는 지옥문지기를 마주하자마자 물 밀리듯 후회가 밀려왔다. 난 왜, 이곳에 있는지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나를 선택한 강해호가 원망스러웠다.


한참 고개를 넘겨야 볼 수 있는 크기, 뼛속까지 위험을 알리는 포식자의 묵직한 울림.

입꼬리를 올리며 우리를 기만하는 듯한 착각에 이르렀다.


이건 누군가 극적으로 써낸 소설이 아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소년만화도 아니다.


“이건......”


이길 수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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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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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전조와 새로운 만남 (3) 22.05.23 7 0 13쪽
26 026. 전조와 새로운 만남 (2) 22.05.21 6 0 13쪽
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9 0 12쪽
24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0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2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21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0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1 0 13쪽
19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3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1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3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5 0 13쪽
»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4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8 0 13쪽
12 012. Player Killer (4) 22.05.03 17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8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19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19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8 0 12쪽
6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6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8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2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49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4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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