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새링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서주안
작품등록일 :
2022.04.22 20:50
최근연재일 :
2022.05.23 20:59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626
추천수 :
1
글자수 :
153,825

작성
22.05.03 20:0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012. Player Killer (4)

DUMMY

강처용이 뒤에서 내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어떻게든 이 앞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완고한 표정이었다.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


“호랑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시네요.”

“나중에 설명 드릴게요.”


지난 3년 간 봐왔던 강처용의 안면근육은 계륵과 같이 있지만 필요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당황한 모습에 마치 저 자가 최종 보스처럼 보일 정도였으니까.


“잠깐 후퇴하죠. 밥이라도 살테니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바로 던전으로 가야 하는데 계획이 틀어졌네요.”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인지 시선은 여전히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이니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고 여겼다. 그래도 나중에 저 자에게 도움을 구할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얼굴이라도 보려고 고개를 내밀었다.


“얼른 가죠.”

“잠, 잠깐만요.”


커다란 키에 비해 마른 체구는 둘째 치더라도 강처용의 무심한 얼굴과 꽤나 닮아 있었다. 한 가지 다른 것이라면 주변의 여러 아름다운 여자들과 웃는 모습이었던 것뿐. 하지만 익숙한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저 여자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미안해요. 일단 가요.”


결국 강처용은 내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도대체 누구에요?”

“일단 다른 검은 문으로 가죠.”

“아니에요. 자꾸 물어보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불편하면 그냥 대답 안 해주셔도 돼요.”


강처용은 다리를 떨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서둘러 커뮤니티를 뒤져 겨우 다른 검은 문을 찾았다.


<잡담: 검은 문은 뭐임?>

작성자: 윤시월

던전 쿨타임 너무 긴 거 아니냐. 검은 문에 뭔가 있을 것 같은데 자꾸 조건이 미충족 됐다고 뜨면서 입장 안 됨. 나 정도면 될 것 같은데. ㄹㄹ산에 있는 검은 문 들어가는 애들 보긴 함? 수준 아는 사람 댓 부탁.

- 채준민: 나도 입장 불가. 조건 아는 분?

- 김민수: 근처 던전에서 봤는데 들어가는 사람 몇 명 안 됨.

- 박지운: 보긴 했는데 그 애들이던데. 이 근방에서 몰려다니는 유명한 애들 있잖아. 사진 올렸으니 봐봐.


글에 적힌 위치를 보자 거리가 꽤나 있었다.


“처용 대리님, 걸어서 1시간 거리인데 달릴 수 있죠?”

“10분 안에 갈 수 있어요.”

“좋네요. 그럼 차는 두고 가요.”


혼잡한 거리에서 주차할 자리를 구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하물며 듣기로는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던전이 몰려있는 곳. 좀세권 중에서도 손에 꼽게 번화한 곳이라 들었다.


“일단 빨리 가는 길로 갈게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속도가 빠르면 말 해주세요.”

“잘 따라갈게요. 먼저 가세요.”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마냥 즐거워 허공을 날아다니듯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눈에 불을 켠 강처용이 무섭게 쫓아왔다.


“거의 다 온 것 같네요.”

“허억...안 힘드세요?”


숨이 턱 끝에 차오를 정도로 뛰었지만 예상대로 강처용은 여유로웠다. 정말 불공평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중에는 강처용의 뒤를 따라 수많은 불빛과 소음이 꽉 차있던, 새로운 시작의 장소에 도착했다. 깊게 들이마신 호흡과 함께 기대감도 한껏 차올랐다.


“우와. 장난 아니네.”


[ㄹㄹ산 산책길 던전: <NORMAL> 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 내부에서 ‘선택자’ 간의 살상은 발생할 수 없습니다.]


회사 앞의 던전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수십 개의 던전들이 넓게 펼쳐진 평지와 산길을 휘감고 있었다.


“계란토스트 팝니다. 단돈 800코인이요!”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세요! 허름한 랜덤박스가 단돈 1000 코인입니다!”

“무기에 묻은 피 깨끗이 닦아드립니다. 200 코인이요!”

“400코인에 던전 열리면 알려드립니다.”


그 주위로 식당은 물론, 처음 보는 물건을 파는 상점도 다양하게 줄지어 있었다. 좀비가 소탕된 던전 밖에서는 부업으로 음식을 팔거나 소소한 잡일을 하는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광활한 이 던전들의 안은 좀비를 내리치고, 베어내는 ‘선택자’로 가득할 줄 알았다.


“니들만 ‘선택자’냐? 우리도 ‘선택자’다!”

“던전 차지하지 마라! 던전은 공용지다!”

“꼬우면 다른데 가던가. 약하면 다른데 가세요, 좀.”

“던전이 공공장소냐! 니네, 이따가 던전 밖에서 보자.”


뜻밖에도 일부 던전은 그곳을 차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자들로 통제되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방향이라고 머릿속으로 이해는 됐지만,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다.


“대리님, 혹시 상점에서 뭐 살 거 없나요? 물약 같은 거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왁자지껄하며 두 번째 낮을 열고 있었다. 그들과 섞여 조금이라도 이 빛나는 좀세권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예상한 것처럼 한결같았다.


“먼저 들어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 건 없을 겁니다. 구경하고 오세요.”

“아, 아니에요. 같이 가요.”


서이민, 정신 좀 차려라. 이곳에 놀러온 게 아니라 코인을 벌기위해 온 거다. 다시 마음을 잡고 달려오니 어느새 검은 문이 점점 보였다.


“바로 들어가죠.”

“누가 안에 있으면요? PK 존인데.”

“있어도 상관없습니다. 신경 쓰이면 구석지에서 하시고, 안 되면 내쫓죠.”

“아, 죄송한데 여기서부턴 따로 가도 될까요.”

“네.”


조용한 삶을 원했기에 강처용과 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미리 봐뒀던 숲길을 헤치며 올라가던 중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 저 사람. 그 맞지?”

“맞는 것 같은데. 일단 찍고 보자.”


일부는 강처용을 알아본 듯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담았다. 지금 봐도 충격적인 실력이긴 하다.

댓글 중에 기억에 남았던 건, ‘괴물이 나타났다’ 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유명세가 금방 식었는데, 아무래도 유명했었던 게임 방송인과 다른 자극적인 ‘천재’의 등장이 이유였던 것 같았다.

던전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정적 속에 숨어있던 검은 문이 보였다.


“먼저 들어갈까요?”

“아뇨. 같이 가요.”


[ㄹㄹ산골짜기 검은 문: <HARD> 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보다 높은 난이도로 추가 코인을 획득합니다.]

[던전 내부에서 ‘선택자’ 간의 살상이 가능합니다.]


검은 문 내부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갈 곳을 잃은 좀비들은 하염없이 같은 자리만 맴돌고 있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머물렀던 타인의 옅은 체취만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우리 둘 뿐이었지만 조금 걱정되긴 했다.


“시작하죠. 흑룡.”

“네. 설묘.”


그런 걱정 따윈 땅바닥에 버린 저 태도가 부럽다. 검은 장검을 든 강처용은 좀비의 격전지로 냅다 뛰어들었다. 그가 지나갈, 지나간 자리는 좀비의 시체만이 있을 뿐이었다. 저 정도면 좀비가 가여워 보일정도다. 난 입구부터 구석을 향하며 천천히 베어나갔다.


크웨엑!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지, 암.”


좀비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고, 살점 아니, 신체가 너덜거리는 게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이제 저 모습이 꿈에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이제 익숙해진 것 같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입구 쪽에서 낯선 체취가 밀려왔다.


“한 명, 두 명, 세 명?”


사실 검은 문에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정확히 알고 있진 않다. 아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예상하건데 조건이 터무니없이 높지는 않은 것 같지만, 객관적으로 약하지 않은 나를 본다면 결국 그게 제일 걱정이었다.

압도적인 강함이 아닌 이상 이 상황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아, 벌써 들어왔네.”


입구의 경계가 무너지며 무려 세 명이 들어왔다. 그 중 한 남자와 눈을 마주치자 좀비를 보랴 그들 눈치를 보랴 정신이 없었다.


긴 활을 든 한 남자는 나와 강처용을 가리키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옆의 아름다운 여자는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덩치 큰 남자는 이내 시선을 돌려 이쪽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처용 대리님!”


있는 힘껏 불렀지만 사냥에 집중하고 있던 강처용은 못 들은 건지 못들은 척 한 건지 대답이 없었다. 후자 같은데. 점멸로 강처용에게 다가갔다.


“저, 대리님.”

“네. 왜요?”

“누가 들어왔어요.”

“알고 있습니다.”


이거 봐. 못 들은 척 했네. 난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세 사람은 그곳에 서서 이야기 중이었다. 그들을 마저 본 강처용은 다시 사냥에 집중했다.


“우리가 먼저 왔잖아요. 알아서 자리 잡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이 행동이 저들을 자극한 건 아닐까 걱정됐다. 괜히 웃는 얼굴로 그쪽을 향해 두 손을 보이며 가볍게 인사했다.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가진 자들과 PK 경험도 많지 않아 사실 상당히 긴장됐다. 그래, 이대로 제자리로 돌아가자.


피융! 턱.


날카로운 화살이 검에 맞아 튕겼다. 눈에 보이는 움직임에 피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얼굴을 비틀었지만 활의 방향이 급작스럽게 틀어졌다.


- 저, 귀찮은 녀석.

- 방향이 바뀌던데, 뭐야?

- 저게 저 녀석의 능력이다.

- 무튼 고마워.

- 크흠. 난 다시 간다. 방심하면 안 될걸.


설묘의 도움으로 겨우 공격을 받아쳤다. 고개를 들자 활시위를 당겼던 남자가 소리쳤다. 무척 차분하고 또렷한 높낮이였다.


“저기요. 여기 저희 자리에요.”

“저희가 먼저 왔어요.”

“잠깐 저녁 먹고 오느라 빈 거였어요. 얼른 비켜요.”

“구역 나눠서 하면 안 돼요?”


내 대답을 끝으로 다시 활시위가 팽팽해졌다. 언제 날아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검을 세게 쥐고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선택받은 자들끼리 이러지 말죠. 억울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초반부터 여기서 사냥했어요. 자리 옮겨주세요.”


번갈아가며 경고를 해대니 당장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저 입구를 뚫고 나갈 자신은 또 없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막연히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시 부딪혀보자.


“대답이 왜 없죠?”

“오늘만 할게요. 사정이 있어서요.”

“10초 드릴게요. 나가던지, 저희랑 싸우시던지. 뭐, 이길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탄탄한 몸매가 드러나는 그녀의 손에 터무니없이 커다란 너클이 감겼다. 덩치 큰 남자의 손에도 활이 들렸다. 원딜 둘에 근딜 하나라. 쉽지 않겠는데. 이 와중에도 좀비 사냥에 집중한 강처용은 이쪽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처용 대리님? 지금 그럴 시간이 아니라니까요.”


아니, 생각해보니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거지.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정작 문제를 만든 당사자는 뒤로 쏙 빠져있고. 안 되면 내쫓는다더니, 이래서 구두로 한 약속은 믿으면 안 된다니까.


쿵!


주먹으로 땅을 내리친 것만으로도 주위의 좀비들이 쓰러졌다. 여자는 별거 아니라는 듯 지루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가 빠르게 묶였다. 이내 뒤쪽의 두 남자는 활을 장전했다.


여자는 몸을 잠깐 풀더니 이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오른 주먹이 너무 깊지 않게 파고들었다. 몸을 비틀어 피하자, 옆에 있던 좀비의 얼굴이 터져 날아갔다.


휘익. 팅!


“후우.”


작살 같은 거대한 화살이 머리를 겨우 빗나갔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보이면 곧바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마른 침을 삼킬 시간도 없이 다른 화살이 쏘아졌고, 피하려던 방향으로 묵직한 주먹이 다시 내리꽂혔다.


“제법 빠르네. 힘은 어떨까.”


받아치자 검을 쥔 손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다 여자가 내딛은 발에 걷어차이며 기침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떴다.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 확실히 다르다. 빠르게 공중에서 돌아 바닥으로 착지하자 허공을 맴돌던 짙은 녹색의 화살이 어깨를 스쳐갔다.


붉은 피가 흐르며 통증이 밀려왔다. 숨을 크게 쉬고 검을 다시 쥐었다. 자세를 잡다 무거운 압박감에 짓눌렸다. 달려오던 여자는 내 뒤쪽을 보더니 표정이 굳어지며 뜀을 멈췄다. 뒤돌아볼 것도 없었다. 이 무게의 주인공은 한 명이니.


“이민 대리님, 비키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좀비는 게임세계에서 등장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027. 전조와 새로운 만남 (3) 22.05.23 8 0 13쪽
26 026. 전조와 새로운 만남 (2) 22.05.21 7 0 13쪽
25 025. 전조와 새로운 만남 (1) 22.05.20 10 0 12쪽
24 024. 되돌릴 수 없는 것 (4) 22.05.19 11 0 13쪽
23 023. 되돌릴 수 없는 것 (3) 22.05.18 13 0 13쪽
22 022. 되돌릴 수 없는 것 (2) 22.05.17 10 0 13쪽
21 021. 되돌릴 수 없는 것 (1) 22.05.16 11 0 12쪽
20 020.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4) 22.05.15 12 0 13쪽
19 019.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3) 22.05.14 14 0 12쪽
18 018.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2) 22.05.13 12 0 13쪽
17 017. 어떤 자들을 위한 두 번째 세계 (1) 22.05.11 14 0 13쪽
16 016. 지옥문이 열리다 (4) 22.05.09 16 0 13쪽
15 015. 지옥문이 열리다 (3) 22.05.07 17 0 12쪽
14 014. 지옥문이 열리다 (2) 22.05.05 15 0 13쪽
13 013. 지옥문이 열리다 (1) 22.05.04 19 0 13쪽
» 012. Player Killer (4) 22.05.03 18 0 12쪽
11 011. Player Killer (3) 22.05.02 19 0 13쪽
10 010. Player Killer (2) 22.05.01 20 0 13쪽
9 009. Player Killer (1) 22.04.30 20 0 13쪽
8 008.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4) 22.04.29 20 0 13쪽
7 007.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3) 22.04.28 29 0 12쪽
6 006.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2) 22.04.27 37 0 13쪽
5 005. 신의 게임, 1차 업데이트 (1) 22.04.26 39 0 13쪽
4 004.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4) 22.04.25 37 0 13쪽
3 003.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3) 22.04.24 43 0 12쪽
2 002.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2) 22.04.23 50 0 13쪽
1 001. 좀비로 뒤집힌 세상에서 (1) 22.04.22 106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