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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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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6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5.07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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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21 빛나는 바다(1)

DUMMY

투욱. 하는 소리와 함께 유현은 가볍게 산 정상 위로 내려섰다. 착지와 동시에 전방으로 조금 튄 흙과 돌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린 유현이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다시 대지를 힘차게 박차며 서쪽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파아앗.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른 유현이 바람을 등지고서, 방금 전 도약을 하기 위해 발을 구른 땅을 살폈다.


땅은 도약하기 전과 거의 차이가 없이 멀쩡했다. 비행에 가까운 도약을 하면서, 도약과 착지를 할 때, 땅이 망가지는 것이 신경 쓰였던 유현은 몇 번의 시도 끝에 방법을 터득했다.


‘이제 조금 봐줄 만하군..’


땅을 확인한 유현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석양이 지고 있는 서쪽 하늘을 향해 몸을 돌렸다. 목적지로 정해 두었던 서해.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서북부의 끝에 거의 다다르고 있었다.


분명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유현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였다.


타악.


거의 흙 한 톨 튀지 않는 아름답고 우아한 착지. 유현은 가지고 온 지도를 품에서 꺼냈다.


‘방금 도약한 작은 산 이름이 노구산.. 그렇다면 석모도에 제대로 도착한 것 같군.’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마법이 아닌 단순한 도약력으로 섬과 섬 사이를 흐르는 바다를 뛰어넘는 일은 누구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도를 보며 방금 전 착지한 능선에서 남서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지도에 나온 바와 같이 푸른색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펼쳐져 있었다.


‘응...?’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골프장을 바라봤던 유현은 조금 더 집중해서 골프장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골프장 부지의 너른 잔디밭이 너무나도 깔끔했기 때문이었다.


흔하디흔한 잡초 하나 자라지 않은 골프장의 모습에, 유현은 더 높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자 찾던 것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타악.


우아한 도약과 함께 유현의 신형이 석양이 타오르는 허공을 갈랐고, 곧바로 쏜살같은 속도로 짙푸른 잔디밭 한가운데를 향해 낙하했다.


“으헉!”

“꺄아악”


초록색 잔디밭 위를 하루 종일 바다에 떠다니는 끊어진 부표처럼 표류하며 잡초를 뽑던 일꾼들은, 하늘 위에서 사뿐히 내려선 유현의 모습에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이며 놀랐다.


그런 반응을 예상했던 유현은 잠시 가만히 서서 그들이 진정하기를 기다렸다.


“어.. 저희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래도 개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 남자가 제법 능숙한 표정으로 유현에게 물어왔다. 남자는 어느 정도 경계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치고는 모양이 잡혀 있었다.


“찬원이파가 이 지역을 관리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남자는 그때부터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했다. 이에 유현이 머쓱한 표정으로 눈썹을 긁적였다.


“아 실수했군요. 찬원이파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물어보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유현은 그렇게 놀란 남자를 안심시키며, 남자의 어깨에 팔을 자연스럽게 둘렀다. 그러고는 천천히 일꾼들 주변을 돌며 얘기를 이어갔다.


“저는 이 주변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온 사람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볼버고요. 아저씨께서 제가 찬원이파의 ‘위치’를 물어보는 것으로 오해하신 것 같은데..”


유현은 일부러 ‘위치’라는 발음을 할 때 더 힘을 줘서 또박또박 얘기했고, 그때의 남자의 눈빛이 향하는 방향을 빠르게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는 유현이 위치라는 발음을 하자 불안한 눈빛을 한쪽 방향으로 향했다. 유현은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 비슷한 방향으로 남자를 이끌고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여기 주변 일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바다 주변까지 속속들이요. 아! 이것도 찬원이파의 ‘위치’를 간접적으로 물어본다거나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곤란하실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편하게 대답해 주십시오.”


남자는 또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유현은 확신을 하고서, 차분히 남자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여기 석모도에서 저보다 오래 살고 계신 형님이 계시긴 한데.. 몸이 상당히 편찮으셔서.. 저쪽으로 쭉 내려가시면 나오는 주황색 지붕집이 그 형님께서 사시는 집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아저씨. 그거면 아주 도움이 됐어요.”


유현은 지체하지 않고 일꾼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뒤, 남자가 가리켰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일꾼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안 보일 때쯤, 유현은 다시 방향을 틀었다. 유현이 향하는 곳은 처음에 남자가 흘끗거렸던 방향이었다.


어느새 석양마저 바다 끝으로 말려들어가, 주위는 서서히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바다 먼 쪽으로만 태양이 지났던 길이 희미한 붉은색으로 잔불처럼 타올랐다.


유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꽤 커다란 건물 곳곳에 전등불이 밝혀진 장소를 발견하고는 그 근처로 내려섰다.


저벅저벅.


섬 한편에 있는 규모 있는 조직의 건물 입구.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탓에 너무도 조용한 그곳에, 거리낌없이 걸어오는 흙 밟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냐!”

“한결같지만, 딱히 저 말 외에 할 말도 없겠군.”


유현은 초병의 고달픔을 이해하면서, 검 손잡이에 오른손을 올리고 가볍게 뛰었다.


호해검

제 영식

발검


어둑해진 밤공기를 가로질러 유현의 검이 남자가 겨누고 있던 소총을 향해 뻗어나갔다.


스윽. 털컹.


남자가 들고 있던 K-2 소총의 윗부분 반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낸 소리였다. 유현의 검은 정확히 남자의 손가락이 파지하고 있는 부분을 남기고 정확히 소총의 위쪽 반을 베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 눈으로 목격한 남자와 그 옆의 부사수는, 그냥 선채로 기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괴물이다.. 검으로 철을 베다니..’


유현은 이미 총을 겨누는 것을 포기한 부사수의 총을 뺏어 들고서, 넋을 놓고 있는 부사수를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이제 절차대로 뭔가 해보도록.”

“아.. 거.. 거수자.”


유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옆에 놓인 무전기의 버튼을 누르고 본부로 상황을 전파했다.


“거수자.. 출현. 현재 정문 초소..가.. 거수자에게 점령 당했다.”

“굿.”


드드득.


유현은 들고 있던 소총의 총열을 구부린 뒤 남자에게 다시 건네고 천천히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


*


검과 마법. 그것은 새로운 시대에 통하는 최강의 권력이었다. 마치 자본주의 시대에서의 자본처럼, 인간은 개개인의 강함 혹은 세력의 크기로 계급을 나누었고, 그렇게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다.


강화도에 자리 잡았던 찬원이파의 수장 윤찬원 역시 그랬다. 그에게는 명석한 두뇌, 타고난 재능, 그리고 운이 있었다.


이볼버가 되고,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깨달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실력과 세력. 두 가지 모두를 남들보다 더 빠르게 얻었을 정도로 수완이 좋은 자였다.


그렇게 자신의 고향이자 비옥한 섬. 화수분처럼 먹을 것들이 쏟아지는 너른 갯벌과 바다, 심지어 논과 밭까지 풍부한 이 강화도를 차지할 때만 해도, 윤찬원은 그 옛날 금광을 차지한 서부의 개척들이 부럽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앞에 가면을 쓴 남자가 나타났다. 윤찬원은 온 힘을 다해 저항하려 했지만, 그 남자는 자신이 일군 모든 것을 한순간에 빼앗을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는 바로 반자련의 회장. 최강의 마법사 2인 중 1명으로 알려진 남자.


힘으로 얻은 권력이었기에, 힘에 의해 빼앗겨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윤찬원은 반자련의 회장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서 목숨을 연명하는 것을 선택했다. 마침 회장이라는 자 역시 윤찬원을 필요로 하는 듯했고, 그렇게 윤찬원은 비옥한 땅 강화도를 반자련에게 넘기고서 석모도로 들어와 몇 년 간을 바다를 떠돌았다.


‘그런데 씨발 또 뭐야..’


윤찬원은 흙바닥에 얼굴을 깔고, 도저히 몸을 가눌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눈앞의 남자를 최선을 다해 노려봤다.


‘왜.. 대체 왜 나한테만 이런 괴물들이 찾아오는 거야 대체..!!’


변방에서 지내는 삶에 이제 만족하기 시작했다. 매일 바다에 나가서 소득 없이 바다를 헤집고 다니는 것은 힘들었지만, 이곳도 나름 정붙이고 살기 좋은 곳이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골프장에서 나머지 시간을 보내며, 그럭저럭 만족하며 살 수 있게 된 요즘이었는데.. 눈앞의 남자는 차라리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할 정도로 강했다.


“회장이 너희한테 시킨 일이 뭐지?”


콰악!


유현은 질문을 던지며, 꼼지락거리는 윤찬원의 손을 검 끝으로 찍었다.


“끄으으으악!!!”


목이 갈래갈래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찬원이파의 조직원들의 심장까지 박혀 들었다.


“집중력이 대단하네? 여기저기 꽤 아플 텐데 마법까지 시도하고 말이야.”

“끄으...”

“그러니까 회장이 일을 맡겼겠지? 자 얼른 대답해. 버텨봐야 너만 손해 아니겠어?”


눈에는 독기를 여전히 품고서, 잠시 눈알을 굴리던 윤찬원은 결국 유현에게 두 손을 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검은 돌. 회장이 바다를 다 긁어서라도 찾으라고 한 건 검은 돌이야.”

“검은 돌이라.. 그게 뭔지 알고 있나?”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씨팔! 찾지도 못했는데.. 뭐 운석이라고 하긴 하더만.”


‘바다 어딘가에도 떨어졌을지 모르는 운석을 찾아 헤맨 거로군..’


유현이 이곳까지 와서 찾으려던 것과는 약간 결이 다른 것이었지만, 운석에 대한 정보 역시 나름 중요한 정보임에는 틀림없었다. 유현은 윤찬원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회장이 이 근처 바다에서 한 게 돌을 찾는 일밖에 없었나?”

“아.. 제발 이러지 마. 나도 좀 살자..”


윤찬원이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말해. 살고 싶으면.”


유현은 차분한 말투와 함께, 눈을 부릅 떴다. 그러자 유현의 몸을 중심으로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한 겹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커어..억”


마치 숨을 어떻게 쉬는지 잊은 듯한 몸짓으로 켁켁거리던 윤찬원의 눈이 빠르게 공포로 물들어갔다.


“커헉!! 하악.. 하아.. 하아..”


유현이 표정을 풀자 윤찬원이 다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로 입을 열었다.


“모.. 몰라! 진짜야! 그냥 나한테 일 맡겨 놓고 더 북쪽으로 갔다는 것 밖에는..”


유현은 거기까지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진작 말했으면 너도 나도 편하잖아.”

‘씨이팔 진짜..’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 윤찬원의 심장을 때렸다. 분명 이런 식으로 정보를 캐낸 뒤에, 정보제공자의 최후는 늘 비슷하다.


‘이제 날 죽이겠지.. 망할 진짜..’


그렇게 윤찬원이 끓어오르는 울분을 삭히던 중 유현이 다시 물어왔다.


“어느 방향?”

“여.. 연평도 방향이었을 거야. 알지..? 회장의 뒤를 쫓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그냥 방향만 알고 있는 거야 방향만!”

“그래 고마워. 몸조심하고.”

“...?”


뒤를 돌아 가벼운 몸짓으로 유현이 도약했고, 남아있는 찬원이파의 조직원들은 밤하늘을 건너 사라지는 유현의 뒷모습을 보며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간 거..? 날아서?”


윤찬원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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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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