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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5,845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5.1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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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21 빛나는 바다(3)

DUMMY

‘혹등고래..?’


유현은 사실 혹등고래가 어떻게 생겼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알고 있는 거대한 고래의 이름이 혹등고래 아니면 향유고래 정도였다. 그리고 이마가 독특하게 튀어나온 향유고래의 생김새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거대한 고래가 혹등고래가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치잇! 젠장.’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유현은 절로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잠깐 범고래들의 주의가 분산된 지금 이 짧은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여기서 그만 돌아가야 하나..?’


반자련 회장 박병현이 사용했던 힘. 그것은 분명 은혜로운 대지의 기운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의 배후를 캐기 위해 이곳까지 왔지만, 예상치 못한 적의 등장에 유현은 한계에 아슬아슬하게 도달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범고래들의 마법 능력은 너무나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게다가 전투를 치러야 하는 장소 역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


‘그런데 저렇게 거대한 고래까지 등장하다니..’


지금의 상황으로도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인 상황. 유현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본인의 오만을 칼로 찌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국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유현이, 발을 부드럽게 저으며 해류의 결에 집중했다. 일단 범고래들의 신경이 분산됐을 때 물 밖으로 나가야 했다.


푸확!


유현이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르자, 대기하고 있던 청운단의 이볼버들이 곧바로 유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희를 상대해 줄 시간 따위 없다!’


짜증이 가득 담긴 유현의 얼굴이 한껏 찌푸려졌다. 그와 동시에 광휘의 흑색 검신이 울컥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마나에 의해, 울부짖듯 밝은 빛을 내기 시작했다.


“피해라!”


갑작스럽게 튀어 오른 유현을 향해 반사적으로 움직였던 대다수의 청운단원들을 향해서, 청운단장 손이지가 급하게 외쳤다. 하지만 이미 허공을 건너 유현에게 달려들고 있는 이들이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상을 구긴 유현이 흑색 검을 가로로 길게 그었다. 광휘는 밝은 잔상을 남기며 빛의 반원을 토해냈다.


호해검-진(進)

참격


유현이 뿌린 참격이 향하는 방향은 고래들이 모여 있는 정 반대 방향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속도로 공간을 찢어발길 듯 날아간 참격에 청운단원 세 명이 휘말렸다.


후두둑. 풍덩.


바다에 그들의 잔해가 떨어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유현은 그들의 잔해가 떨어진 자리 너머로, 굽이치는 파도를 밟고 재빨리 도약했다.


퍼엉!


그렇게 유현이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던 그때였다.


콰앙!


유현은 머리를 강타하는 묵직한 충격에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다.


“크윽..!”


유현을 급습한 것은 순수한 마나로 이루어진 미사일이었다. 위협을 감지한 유현이 본능적으로 급격하게 마나를 둘러 머리를 보호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부상을 입거나 운이 없었을 경우, 사망할 수도 있을 만한 강력한 공격이었다.


‘마법사..?’


이 정도의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법사는 심윤혜나 윤필 정도의 실력자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유현의 머릿속에 단 한 사람의 마법사가 떠올랐다.


화르르륵.


그리고 그 생각과 동시에, 다시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 유현에게로 검은 화염이 날아왔다. 그 끔찍한 마계의 화염은 이미 유현에게 너무 가까이 날아온 상태였다.


‘회장!’


공중에서 몸을 비튼 유현이 광휘로 마나를 쏟아 넣었다.


‘이제 완전 한계야..’


심장 아래쪽이 아려 오기 시작했다. 마나 브레이크 현상의 전조였다.


호해검-진(進)

참격


가까스로 만들어 내어 전보다 얇아진 참격이 검은 화염에 부딪쳐 들어갔다. 참격의 빛무리가 검은 화염을 감싸며 강한 폭발을 일으키자 주변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파학!


그 충격파에 휩쓸린 유현의 어깨가 터져 나갔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부상에도 유현은 눈을 부릅 뜨고 다음 움직임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해수면이 너무 가까워진 상태였다.


“하.. 씨.. 흐읍!”


풍덩!


급하게 숨을 한껏 들이 마시고 바다로 들어간 유현은, 물속에서 균형을 잡고 다시 해류의 결을 읽었다.


어차피 물 밖으로 나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아예 잠수한 상태에서 거리를 벌려야 겠..’


유현이 마지막 남은 마나를 끌어모아 해류의 결을 박차려던 그때, 유현은 해수면 위로 익숙한 듯한 밝은 빛이 번쩍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격..?’


콰아아아아.


하지만 더는 정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유현의 바로 옆으로, 엄청난 크기의 검은 그림자가 접근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


윙윙대며 동굴을 울리는 듯한 소리에 유현은 정신을 조금씩 차리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이어지던 의식의 끈을 붙잡고, 유현은 다시 기절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윽고 정신은 들었지만 여전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기가 벅찰 정도로 기운이 나지 않았다.


다행히 기절해 있는 동안 신체는 마나를 조금이나마 회복한 듯했다. 유현은 그 소량의 마나를 기반으로 다시 호흡을 시작했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뱉으면서 마나의 덩어리를 점점 불려나가자, 온몸에 온기를 전하는 기운이 돌았다. 그렇게 기운이 돌자, 점점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분명 곁에 누군가 있었다.


‘이자들이 날 살려둔 이유가 있다면, 살아 있는 게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닐 수도..’


유현은 가장 먼저 위윙대며 울리던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히 마나를 집중해서 청력을 활성화했다.


“깨어난 것 같은데?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나 봐.”

“커헉..!”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사레가 들린 유현이 격하게 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급하게 주변으로 손을 뻗어봤지만, 손을 닿는 거리에는 아무것도 잡히는 것이 없었다.


‘검.. 광휘가 없군.’


유현은 낭패감에 젖은 얼굴을 들어 ‘우리’라고 지칭한 상대방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은은한 바다색이 섞인 흰색의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 여인은 조금은 새침한 표정으로 유현을 바라보고 있었고, 여인 옆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있던 남자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실실 웃고 있었다.


철썩거리며 유현이 누워있던 자리로 파도가 넘실거렸다.


이들은 작은 동굴 속에 유현을 눕혀 놓고서, 별빛이 쏟아지는 동굴 입구의 바위에서 유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네 검 찾아?”


남자는 여전히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유현은 그런 남자를 보며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야 주디! 얼른 뱉어 인마.”


남자는 낚싯대의 끝으로 그들이 위치한 바위 옆의 해수면을 찰싹거리며 말했다. 그때, 낚싯대로 두드린 해수면이 솟아오르더니, 검은색의 커다란 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혹등고래의 널찍한 입이었다.


푸우!


그리고 고래의 입에서 흑색의 긴 물체가 걸쭉한 액체를 잔뜩 묻힌 채 뿜어져 나왔다.


터억.


유현은 뭉툭한 자신의 검을 받아 들고는 코 주변을 찡그리며, 검 주변에 묻은 걸쭉한 액체를 옷에 문질러 닦았다. 액체는 불쾌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어이 주디! 다 뱉으라고 인마!”


푸우!


혹등고래는 광휘의 검집마저 뱉은 후, 그 커다란 눈으로 남자를 흘기듯 바라보더니 다시 해수면 아래로 돌아갔다.


또다시 검집에서 걸쭉한 액체를 털어내고 있는 유현을 향해 남자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 녀석이 왜 주디냐면, 주디로 온갖 거를 다 집어넣어서 주디야. 그리고 너도 저 녀석 뱃속에 있다가 나왔지. 어때? 아늑했어?”

“...”


어쩐지 머리에 너무 찐득한 것이 묻어있더라니.라고 생각한 유현은 손에 묻은 액체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급격히 얼굴을 찡그렸다.


“푸하하하! 바닷물에 씻으면, 냄새는 금방 괜찮아질 거야.”

“...”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두 명의 남녀를 바라봤다.


“궁금한 게 많은 얼굴이네? 그런데 우리도 궁금한 게 아주 많거든.”


남자의 웃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위압감은 유현을 저절로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순순히 대답해 줘야 해? 그래도 우리가 명색이 네 생명의 은인이니까 말이야.”


남자의 말에 유현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바로 이어 붙였다.


“아. 머리 굴릴 필요는 없어. 대답 여부에 따라서 죽을 수도 있는 건 맞으니까. 생명의 은인이라 해놓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남자는 초점 없는 눈으로 유현을 바라봤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할 게. 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말이야. 그 기운을 어떻게 얻었지?”


유현은 그가 말하는 기운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고의 존재. 은혜로운 대지가 자신의 이마에 심어 놓은 그녀의 힘. 유현에게서 강대한 마나의 힘 외에, 특별한 기운이라고는 그 힘밖에 없었으니까.


그 힘은 그녀가 유현을 믿고, 유현의 생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징표였다.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한다? 유현은 그렇게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그런 유현의 표정을 읽었는지 얼굴을 더욱 굳히면서 얘기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좋아. 거짓으로 얘기한다면 여기 이 무시무시한 여자가 납득을 못 할 게 분명하거든.”


바다빛이 도는 백발의 여인은 아무런 표정 없이 유현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후우..”


유현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심장 아래의 마나의 양을 체크했다. 그때, 남자가 들고 있던 낚싯대로 남자의 마나가 울컥울컥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허튼 생각하지는 말고 친구.”

‘참격..!?’


유현은 해수면 위로 지나갔던 그 밝은 빛이, 자신의 참격과 동일한 그의 기술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럼 정말 그들로부터 날 구해준 게 맞나..? 이들이 정성 들여 연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결심을 굳힌 유현이 몸에 바싹 두르고 있던 긴장감을 내려놓고 두 남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은혜로운 대지.. 라는 지고의 존재가 나와 함께 하고 있다.”

“...”


순간, 동굴 안을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침묵이 가득 채웠다.


“그렇다는데 자기야?”


낚싯대를 든 남자가 여인을 향해 말한 그때, 백발의 여인은 남자를 옆으로 치우며 유현에게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숨기고 있던 그녀의 기운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지고의 존재..!’


그녀에게서 흉포한 마나의 기운이 뻗어 나와 유현을 거칠게 훑었다. 유현은 그녀 역시 은혜로운 대지와 같은 종족의 일원임을 알아차리고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았다.


‘역시 박병현의 배후였나..’


압도적인 기운과 함께 은은한 바다색의 빛이 그녀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유현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때까지 회복한 마나를 순환시키며 그녀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때, 유현의 이마와 쇄골의 검은 반점에서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다.


“오?”


낚싯대를 든 남자가 놀라며 입술을 동그랗게 모았다. 그리고 어느새 여인은 유현의 눈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호오.. 정말 내 친구의 징표가 맞는 것 같구나.”


여인은 장난스러운 얼굴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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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p.19 인간의 영역(2) 22.04.20 49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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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3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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