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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5,844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5.04 08:06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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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Ep.20 자격(6)

DUMMY

네 명의 마법사가 통제하는 각자의 영역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그 영역들 안을, 마법사들에 의해 통제된 마나가 채우고 있었다.


그 마나들은 모두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의 양상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윤필과 심윤혜의 영역에 흐르는 마나가 거대한 무질서 속에서 어떤 규칙성을 보이는 움직이었다면, 김성주와 민정호의 영역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다.


그렇게 다른 두 영역의 경계에서, 섞이지 못하는 서로의 기운이 충돌하면서, 거친 마찰음이 일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마법사들은 마나를 이용해 쉽게 마법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렇게 집중을 흩트리는 순간, 상대방의 통제력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균형이 무너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 저 나무 하나 때문에 저딴 새끼들이 이 정도의 양의 마나를 통제한다고? 이게 말이 돼?’


윤필은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김성주와 민정호, 두 사람은 윤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달음의 깊이가 얕았다. 그것은 윤필이 은혜로운 대지에게 가르침을 받기 전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였다.


본래 마법사들의 능력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깨달음.


깨달음의 깊이에 그렇게나 큰 차이가 있는데도, 이 정도로 대등하게 맞서고 있다는 얘기를 반대로 얘기하자면, 저들이 손을 올리고 있는 광휘의 나무가 사기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 자란 나무가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하하! 유현을 따라나서길 정말 잘했군!’


윤필은 밝은 햇살 아래에서도 그 뚜렷한 색으로 빛나고 있는 나무를 보며, 이를 환하게 드러내고 웃었다. 그를 따라나서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믿음. 지금도 충분히 강해진 상태였지만, 윤필은 나무를 앞에 두고 더욱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쿠쿠구구궁.


그때였다. 나무에 손을 올리고 있는 두 사람 중 민정호가 얼굴을 심하게 일그러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동시에 민정호의 통제 하에 있던 마나의 영역은 그 크기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버렸다.


덕분에 민정호와 정면으로 경계를 맞대고 있던 윤필에게 조금 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참나. 그게 끝이냐?”


약간은 아쉬운 말투로 얘기하는 순간, 윤필은 자신의 말을 주워 담을 틈도 없이 엄청난 기세로 민정호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하는 김성주의 마나에 놀라,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흐읍..?”


전혀 버거워 보이지 않던 윤필의 등으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김해리와 케이디는 마법사들의 힘이 부딪치고 있는 경계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사태를 관망할 수밖에 없었다. 김성주와 민정호를 향해 김해리가 강력한 마나를 실은 화살을 날려봤지만, 마치 거대한 태풍에 휩쓸리듯 마법사들의 마나가 격돌하고 있는 경계면에서 힘을 잃고 솟구쳐 버릴 뿐이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마나에 대한 감각을 아직 다른 동료들의 수준만큼은 끌어올리지 못한 케이디가 쓰러진 민정호를 보며 김해리에게 물었다.


“민정호의 영역이 김성주의 영역에 잡아먹힌 것 같아요.”

“에..? 왜?”


사실 김해리는 이들이 격돌하기 시작한 단계에서부터 조금씩 그러한 조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조금 멀리서 바라봐야 느낄 수 있는 단서들이었다.


김해리의 감각에 느껴지는 마나의 움직임 중, 양쪽 진영이 판이하게 다른 부분이 존재했다.


바로 아군의 마나끼리 접하는 영역.


윤필과 심윤혜의 영역이 접하는 경계는 서로의 통제를 받는 마나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반면, 김성주와 민정호의 영역이 접하는 경계에서는 적의 영역과 접하는 경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심한 마찰과 반발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통제할 수 없을 정도까지 영역을 확장시켜서 그런 것 같은데요?”

“통제할 수가 없는데 영역을 확장하는 게 가능해?”

“저 나무 때문이겠죠.”


기울어가는 태양과는 반대로, 점차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나무를 보며 김해리가 대답했다.


나무는 눈에 보일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득 나무로 시선을 향했을 때, 뭔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평창동 저택에서, 대한민국에 최초로 심어진 광휘의 나무가 자라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던 김해리는 곧 나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


‘곧 시작될 거야.. 그전에 결판을 내야 해.’


김해리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광휘의 나무의 정중앙부였다. 바로 그곳에서, 이제까지 나무에서 느껴지던 마나의 파동보다 더욱 강렬한 파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파동을 느낀 것은 윤필과 심윤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성주의 마나가 거의 폭주하기 직전까지 날뛰고 있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마나의 파동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윤필은 긴장한 얼굴로 심윤혜의 방향을 흘끗 바라봤다.


‘쟤는 뭐 저렇게 평온해..?’


심윤혜는 이전과 다름없는 표정으로 오른손에는 나무와 같은 호박색 보석이 빛나는 지팡이를 들고, 자신이 통제하는 마나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 그때, 그녀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윤필은 심윤혜의 움직임에 놀라,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신도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러자 거칠게 날뛰던 김성주의 마나가 더욱더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의 마나를 밀어내려 하는 것이 느껴졌다.


쿠궁. 쿠궁. 쿠궁.


동시에 나무의 중심부로부터 강렬하게 뻗어 나오는 마나의 파동이 피부의 털들을 곤두세웠다.


‘무슨.. 마치 심장 박동 같군. 그런데 나무도 심장 같은 게 있나?’


점점 김성주에게 가까이 갈수록 그의 넋이 나간 표정이 점점 더 잘 보였다. 윤필은 엄청난 척력에 발걸음을 더 이상 앞으로 내디딜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압력이 엄청났으면,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것에도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생각인 거야..’


불가항력적인 힘에 눌린 윤필이 의아한 얼굴로 심윤혜를 바라보던 바로 그때, 심윤혜의 지팡이 위에 달린 보석에서도 강렬한 마나의 파장이 일기 시작했다.


“아..”


그 빛은 윤필도 알고 있는 빛이었다. 심윤혜의 지팡이를 맡아 들고 다니던 때, 자신의 의지에 반응해서 엄청난 마나를 뿜어냈던 호박색 보석. 그 따뜻한 빛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심윤혜는 윤필 쪽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고갯짓을 했다.


‘계속 가라는 건가..?’


의아해하던 윤필이 다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성큼.


자신을 밀어내던 압력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나무에서부터 시작된 강렬한 마나 파동의 여파가 점점 더 거세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느껴지는 압력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었다.


김성주의 옆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민정호는 그 압력에 눌려 바닥과 거의 한 몸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그만.. 김 회..장..”


민정호가 간신히 입을 떼었지만 김성주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표정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점점 더 무아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결국 견디기 힘든 압력에 눌린 민정호의 손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끄.. 으으 가각...”


파사사사사


민정호는 순식간에 찢겨 가루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


그 모습에 놀란 윤필이 손에 꼭 쥐고 있던 지팡이를 더욱 세게 쥐며 긴장했다. 김성주는 가까이에서 미약한 마나로 버티던 민정호가 아예 사라져버리자, 이제는 더 이상 걸리적거리는 게 없는 것처럼 더욱 거센 기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크..읍.. 야.. 너..”


윤필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라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잠시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뒤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압박이 느껴져 이를 악물고 집중했다.


그리고 한순간에 갑자기 온몸을 짓누르던 압박이 사라져버렸다.


“..어?”


윤필이 놀라 옆을 바라보자, 공중에 떠있는 심윤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서는 유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누님..?’


그것이 은혜로운 대지의 힘이라는 것을 윤필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러자, 온몸의 힘이 풀릴 정도로 안도감이 느껴졌다. 심윤혜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윤필은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칼을 털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심윤혜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유백색의 빛은 김성주의 통제되지 않는 마나를 밀어내면서 그 맑고 따뜻한 기운을 세상에 퍼뜨렸다.


마침내 심윤혜가 손을 뻗으면, 손끝에 나무가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가까이에 다다랐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가느다란 팔을 뻗었다. 그리고 백옥 같은 그녀의 손가락이 나무에 닿았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김성주의 통제를 벗어나 날뛰던 마나들이 그 움직임을 순식간에 멈췄다. 마치 세상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 시간 속에서 유일하게 생생한 모습을 발하는 것은 오직 유백색의 빛에 휩싸인 심윤혜와 호박색의 빛을 뿜는 나무뿐이었다.


털썩.


김성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눈과 입을 비롯한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이 모두 열려있었는지, 그에게서 심한 악취가 풍겨왔다.


“윽.. 뭐야 이 미친놈..”


윤필은 반중력 마법을 이용해 그를 들어 올려, 다가오고 있는 케이디의 근처로 날렸다.


“뭐예요..? 으윽! 냄새!”


케이디가 코를 쥐며 얼굴을 찌푸리자, 윤필은 멀찍이서 입을 열었다.


“그 새끼 왜 그런지 좀 살펴봐.”


이에 케이디가 역겨운 것을 참는 얼굴로 김성주의 몸에 손을 올렸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던 케이디는 일어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모든 신경이 완전히 과부하예요. 지금은 그냥 신경이 물에 젖은 휴지조각처럼 찢겨버렸어요. 고치려면 고칠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그냥 놔두자.”


윤필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심윤혜가 손을 올리고 있는 나무의 근처로 천천히 다가갔다.


“와.. 이게..”


감격스러운 얼굴로 윤필이 나무에 손을 올렸다.


*


울진의 거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은, 서대문 연합의 세 사람이 하늘을 가로질러 갈대습지 방향으로 사라지고,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여기로 모이면 되는 건가?”


거주민들은 시장 입구 광장 앞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상인, 농민, 어부 할 것 없이 모여 자리를 잡고 앉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모이라고 한 거여?”

“울진회장이 할 얘기가 있대. 중대발표.”

“또 뭘 어떻게 뺏어 가려고 짱구를 굴렸으려나 망할 놈들!”


거주민들이 걱정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들이 늘 나타나던 도로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그때, 한 여인이 하늘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저.. 저기!! 뭐가 날아와요!”


여인이 가리킨 방향. 광장의 하늘 위에서, 기절한 울진회장 김성주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서대문 연합의 사자 세 사람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흑발의 여인 심윤혜가 지상으로 내려섰고, 마지막으로 사람 키만 한 나무가 뿌리에 듬성듬성 흙을 달고 내려왔다. 나무는 어둑해지기 시작한 광장에 따스한 호박색의 빛을 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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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Ep.19 인간의 영역(2) 22.04.20 49 2 14쪽
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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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3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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