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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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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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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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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7 무안혈맹(1)

DUMMY

여느 때의 새벽처럼 새벽이슬을 곁들인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 유현은, 여러 가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 탓에 명상을 길게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현이 일어나자 그의 주위에 모여, 졸린 눈을 한 채 두런두런 잡담을 나누고 있던 나머지 세 사람은 잠시 얘기를 멈추고, 일어난 유현을 바라봤다.


“...”


유현은 그런 세 사람을 측은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아.. 잠이 안 오는 걸 어떻게 해?


윤필이 어깨를 으쓱하며 애써 변명했지만, 사실 변명할 필요도 없었다.


유현 역시 마을의 기이한 분위기에 쉬이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몸을 일으켜 새벽같이 나와 명상을 시작했던 것.


차이가 있다면 나머지 세 사람에 비해, 유현은 거의 없다고 느껴질 만큼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편한 잠자리만큼 최고의 휴식은 없으니, 나머지 세 사람은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케이디의 회복 마법을 통해 어느 정도 피로감을 덜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현의 명상을 방해하고 있던 또 하나.


땅에 미세한 진동을 울리며, 신난 표정으로 뛰어다니는 곰. 아무르를 유현 역시 그 붉은빛이 도는 털뭉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 아직도 적응 안 되네. 저 커다란 곰이 눈앞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광경은.. 내가 켈리 그 늑대 녀석은 그냥 댕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녀석은 커도 너무 크잖아 진짜!”


윤필의 말에 케이디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르는 유현의 주위를 맴돌다가, 가끔씩 유현이 바라봐 주면 곁으로 다가와서, 코와 입 주변을 유현의 몸에 문지르며 애교를 부렸다.


“하는 짓이 그냥 개인데, 그냥 커다란 개라고 생각해요. 저도 저 몸집을 보면 흠칫 하긴 하지만..”


김해리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투로 활시위를 갈아 끼우며 말하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마당 한편에서 들려왔다.


“아무르! 아침부터 어디를 갔나 했더니! 어휴..”


마을 밖에서부터 계속해서 안내를 도와준 순찰자. 박지은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가 아침을 걸러? 이게 말이 돼?”


박지은의 말에 아무르는 고개를 살짝 돌린 채 유현의 주변에 난 잡풀이나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뜯으며 장난치기에 바빴다.


이에 유현이 아무르에게 다가가 목 부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무르. 아침 먹고, 조금 있다가 다시 놀러 오렴.”

“크헝.”


아무르는 유현이 얘기하자, 그제서야 고개를 박지은의 방향으로 돌리고는 마당 밖으로 털레털레 걸어 나갔다.


“아 저.. 곰탱이 진짜.. 왜 저래.. 아! 여러분들도 삼십분쯤 뒤에 마을 입구 근처에 있던 한옥집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맹주님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고 하시더군요.”


박지은은 일행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고개를 살짝 숙인 뒤, 아무르의 뒤를 쫓아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신기하네.. 켈리 때도 그렇고. 동물들은 왜 현이 너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왜요? 오빠도 켈리랑 결국 친해졌잖아요.”

“아니. 처음 보자마자 저렇게 꼬랑지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달려들잖아.”


윤필의 살짝 불만 섞인 말투에, 유현은 평상에서 일어나며 윤필을 지그시 바라봤다.


“나야 모르지. 마법사인 네가 알아내 봐. 그런 것도 자연의 섭리라면 말이야.”

“어..?”


유현의 얘기에 윤필은 눈썹을 구기고는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이 되었다. 윤필은 그렇게 세 사람이 모두 방 안으로 향했는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


“열심히 차려보았는데, 어떻게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군요.”


상다리가 언제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진수성찬이 올려져 있는 상을 보며, 일행들은 군침을 꿀떡 삼킬 수밖에 없었다.


마나시대 이전에 이 정도의 식사는,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의 식당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흔한 광경이었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정말 흔치 않은 대접임에는 틀림없었다.


드르륵.


모두 자리에 앉지도 않은 채 반찬들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자, 유현이 먼저 의자를 빼서 자리에 앉았다.


“하하. 일단 앉으시죠 다들.”


그러자 그런 일행들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구경하던 무안혈맹의 맹주 임윤환도 일행들에게 자리를 권했다.


바다에서 나는 귀한 식재료를 시작으로, 윤기가 좌르르 도는 하얀 쌀밥까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식들을 앞에 두고서 케이디는 당장 숟가락을 들고 한 술 푸고 싶은 마음이 앞섰지만, 가만히 앉아 맹주를 바라보고 있는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음식 식겠습니다. 얼른 드시죠.”


맹주의 얘기에 윤필과 김해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수저를 들기 시작했고, 유현과 케이디는 그 모습을 보며 잠시 기다렸다.


“두 분은 안 드십니까?”


맹주가 의아해하며 묻자, 유현은 맹주에게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케이디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에 케이디는 김해리의 등판에 왼손을 살짝 올리고 마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해리는 잠시 흠칫했지만, 케이디가 뭘 하고 있는지 이해하고는 다시 자연스럽게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김해리의 등판에서 손을 뗀 케이디가 유현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음식에 독 같은 것은 없다는 신호였다.


그렇게 나머지 두 사람도 수저를 들고 천천히 식사를 시작하자, 영문을 모르는 맹주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제서야 수저를 들었다.


식기가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울리던 회관 안. 맹주는 다들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와중에,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유현을 향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냐. 라는 점이 궁금하신 거죠?”


이에 유현은 말없이 맹주를 가만히 응시했다.


“하하..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지나오면서 그래도 꽤 적지 않은 소문들을 남기셨거든요.”


유현은 목을 축이던 물 잔을 내려놓은 뒤 여전히 어떤 말도 하지 않고, 맹주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맹주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하하. 물론 저희 쪽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는 동료들이 있기는 하지요.”


그제서야 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맹주는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맹주가 너스레를 떨자, 주위에 있던 호위들이 같이 미소를 지었다.


“뭐 이 정도야 많은 조직들이 미리미리 해 놓는 장치 같은 것 아니겠습니까? 필요할 때마다 월영 같은 정보조직에서 정보를 구매한다면, 거지꼴을 면치 못할 테니까요. 하하하.”


일견 맞는 얘기였기에, 유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한 음식들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래도 어제오늘, 맹주의 얘기로부터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케이디가 도끼를 들고 날뛰던 때, 그리고 윤필이 흙의 토네이도를 일으켰던 때. 아마 그때 즈음을 목격한 자들에 의해 정보가 새어 나갔으리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청해문의 홍윤상 단장과도 아는 사이십니까?”

“...아!!”


유현의 질문에 나머지 세 사람도 입으로 향하는 수저를 멈추고 맹주의 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맹주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 아주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는 합니다.”


유현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인터넷을 좀 사용하고 싶은데..”

“아 인터넷이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비가 조금 많이 내린 탓에 연결이 끊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희 맹에는 아주 우수한 기술자들이 여럿 있으니, 곧 연결이 복구되는 대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조치해 놓겠습니다.”


맹주의 얘기에 유현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이후의 식사는 맹주가 아끼는 차와 함께 별 탈 없이 차분한 분위기로 마무리가 되었고, 회관 밖으로 나온 일행들에게 맹주는 다시 박지은을 곁에 붙여주었다.


“그럼.. 여기 지은 양을 따라, 저희 맹을 천천히 구경하시지요. 인터넷은 연결되는 대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천천히 사라지는 맹주를 뒤로하고, 박지은이 일행들 앞에 섰다.


“예. 또 저네요. 천천히 둘러보시면서 궁금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그렇게 얘기하며, 박지은은 앞장서서 마을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등에 달려있는 짧은 단창, 그리고 두껍지만 왠지 가벼워 보이는 방패. 어젯밤에도 보았지만, 순찰 임무를 맡은 인원들 모두가 같은 종류의 무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걷는 내내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무언가. 윤필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을 분위기가 왜 이렇게 독특하지? 뭔가 어색하달까..?”

“사람이 아무도 안 보이잖아요. 어제 마을 입구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다들 어디로 간 것인지..”


김해리의 대답에 윤필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맞네! 지은 씨. 마을이 왜 이렇게 조용하죠?”

“모두 논밭, 그리고 바다로 일을 하러 갔죠. 이 시간에는 원래 이렇습니다.”

“이볼버들은 모두 어디에 있나요?”


윤필의 이어지는 질문에, 박지은은 마을 중앙에 보이는 커다란 회색 건물을 가리켰다.


“대부분 저기에 있고요. 그리고 순찰, 경계 같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원들도 있고요.”

“저 건물은 무슨 건물인데요?”

“흐음.. 일종의.. 감옥?”

“감옥..?”


*


회색의 건물 내부는 아주 조용했다.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이볼버들은 작은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시시덕거릴 뿐,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감옥이라 하기엔 여러 개의 커다란 창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내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내부 인테리어 역시 전혀 삭막해 보이지 않았다.


“아.. 이 건물은 예전에 사무실 건물로 쓰였던 건물이에요. 워낙 변두리 시골 마을이라 이런 커다란 건물이 몇 없죠.”


대체 감옥으로 쓰이는 건물을 왜 구경하고 싶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박지은은 아무래도 상관없었기에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두었다.


“무안 혈맹은 무안, 목포, 신안 그리고 진도를 지배하던 조직들이 전라북도의 청해문에 맞서기 위해 동맹을 맺은 조직이에요. 여기에 갇힌 자들은 그 과정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키던 자들이 대부분이죠.”


박지은의 설명에 윤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볼버들이 가둬 놓는다고 순순히 갇혀 있나? 특히 마법사들은..”

“저 구속구 보이세요?”


박지은이 사무실로 보이는 방 안에 가만히 앉아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자의 손에는 거무튀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금속구가 채워져 있었다.


“저 구속구 안쪽으로 무수히 많은 얇은 침들이 장치되어 있어요. 그 침들이 바로 손으로 이어지는 신경을 차단하고 있는 거고요.”

“으엑.. 그런 식으로 신경을..”

“네. 신경이 다치고 아예 신경이 제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도 더러 있죠.”


그녀의 얘기에 윤필은 역겨운 것을 들은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이볼버가 아닌 자들도 갇혀 있군요?”


그때, 유현이 주변의 많은 방들 중에, 구속구 없이 가만히 앉아있는 중년의 남자가 있는 방을 콕 집어 얘기했다.


그 층에 구속구 없이 갇혀 있는 것은 그 남자 혼자뿐이었다.


“뭐.. 죽이기는 아까운 기술자나, 마을 사람들에게 인망이 두터웠던 자들은 함부로 죽이지 못하니..”


유현의 얘기에 박지은의 안색이 급격히 굳어지며, 급하게 일행들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말끝을 흐리는 박지은에게서 유현은 이 기묘한 느낌을 풍기는 조직. 무안혈맹의 정체를 제대로 파고들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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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 Ep.17 무안혈맹(1) 22.04.08 7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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