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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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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47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4.2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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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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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Ep.19 인간의 영역(3)

DUMMY

“반자련이 서울을 곧 침공한다는 게 무슨 소린지 자세하게 얘기해 볼래?”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나뭇조각을 눈앞까지 들이미는 유현의 모습에, 민정호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공포에 휩싸였다.


“살려주십시..시오! 제가 몰라뵙고 건방지게 굴었습니다 살검님!”

“...”


유현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날카로운 나뭇조각의 끝을 그의 어깨와 목 사이, 승모근 부근으로 가져가 지그시 눌렀다. 그러자, 승모근에서도 조금씩 피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끄윽..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고 싶으면 묻는 말에나 대답해.”


귓가에 울리는 유현의 딱딱한 음성에, 민정호는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예.. 예예! 그런데 뭐.. 라고 물어보셨죠?”


이에 유현의 미간 사이에 주름이 내 천자로 파였지만, 작게 한숨을 내쉰 유현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그에게 다시 물었다.


“반자련이 서울을 침공한다는 얘기. 어떻게 너 같은 새끼가 알고 있냐고.”


이에 민정호의 눈알이 빠르게 굴렀다.


‘똑바로 대답해야 된다. 사.. 살고 싶어..’


생각의 정리를 마친 민정호가 다급하게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 며칠 전부터 월영에서 넛튜브에 뉴스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모르셨습니까?”

“월영에서..?”

“예예! 저희 같은 평범한 자들에게도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널리 배포하겠다면서..”


민정호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임을 일부러 더욱 강조하며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미세하게 각도를 올리는 유현의 입꼬리를 발견했다.


‘허억..!!’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민정호는, 유현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과 공포에 질리기 시작했다. 마치 주변의 마나가 그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는 느낌. 그 거대한 압도감은 종아리와 어깨에서 느껴지던 통증마저 잊게 만들 정도였다.


‘인간이 아냐..’


“지금 이 자가 말한 얘기가 사실인가?”


유현이 뒤로 돌아 나머지 두 수장을 바라봤다. 그들은 돌처럼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유현의 안광이 번뜩였다.


“커.. 커업!!”

“흐으읍!”


두 사람은 마치 숨을 쉬지 못하는 것처럼 그 자리에 굳어 눈의 초점을 잃었다. 압도적인 마나의 파동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위압감. 윤필과 김해리 그리고 케이디는 유현이 사용한 그 기술이 바로 은혜로운 대지가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제일 처음 시전했던 기술임을 알아차렸다.


주변의 마나를 진동시키는 유현의 날 것 그대로의 분노.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통제된 마나의 울림이 두 사람을 흉포하게 물어뜯는 것 같았다.


유현은 공포로 질려버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참 재미있었겠군. 어떻게든 구워삶아서 씨앗만 얻어내면 될 거라 생각했던 건가? 한다는 생각들이 정말 하찮기 그지없군.”


두 사람의 안색이 서서히 창백해져 가다가, 급기야 퍼렇게 뜨기 시작하던 그때, 부릅떴던 유현의 눈이 살짝 풀어졌다.


“파하!! 케엑 켁!!”

“푸후.. 하악.. 하악..”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중, 유현은 김성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인터넷.”

“예..? 아 예! 인터넷이 되는 방으로 얼른 준비하겠습니다! 자.. 잠시만..”


눈치 빠르게 유현의 의도를 알아챈 김성주가 헐레벌떡 응접실 밖으로 뛰어나갔고, 박현서는 뻘쭘한 표정으로 네 사람의 눈치를 보며 서서, 의자 등받이와 테이블을 만지며 손을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치료할까요 리더?”


케이디가 쓰러져 있는 민정호를 보며 묻자, 유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더.. 머릿속이 복잡하시겠군..’


케이디가 유현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때, 김성주가 다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떨리는 턱으로 입을 열었다.


“주.. 준비됐습니다.”


먼저 움직이는 유현을 따라 일행들이 모두 응접실을 나가고 나서야, 민정호는 참았던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


“그럼 편히 쉬십시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시면 됩니다!”


겁에 잔뜩 질린 얼굴로 네 사람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한 김성주가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가자, 일행들은 전원이 들어온 피씨 앞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서대문과 반자련이 전면전을 벌였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 불과 나흘 전의 제천. 한번 전면전을 벌였으니, 언제든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대대적인 침공을 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동안 유현의 일행에 의해 반자련 또한 빠르게 세력을 불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태백산을 넘을 방법을 찾지 못해,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인가? 그래도.. 전력이 충분치 않을 텐데 어떻게?’


마우스를 잡은 유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나머지 일행들 역시 유현의 뒤로 서서 모니터 화면을 응시했다.


월영의 뉴스는 간단했다.


[반자련. 서울, 경기 지역 침공 징후 다수 발견. 관련 지역 거주민들은 주의 요망.]


유현은 그다음으로 메일함을 열었다. 새로운 메일 6개. 그중 5개는 하지연에게서 온 메일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권도일이 보낸 메일이었다.


하지연의 메일들에는 내용이 없었다. 짧게 제목만으로 상황을 전달한 메일들. 유현은 그 메일들을 도착한 순서대로 훑었다.


[월영의 뉴스를 봤겠지만, 현이 씨는 일단은 임무에 집중해 주세요.]


하지만 첫 번째 메일이 도착한 지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착한 두 번째 메일의 제목은 이러했다.


[상황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아졌네요. 반자련 네 개 중대가 서울 외곽에 집결 중입니다. 혹시 모르는 상황이니, 메일을 자주 확인해 주기 바랍니다.]


사흘 전에 도착한 메일이었다.


유현은 그 이후 도착한 메일들의 제목들을 스크롤 했다.


[반자련 여섯 개 중대가 전부 서울 북동부 외곽에 집결했음.]

[단장들을 비롯한 단의 세력 역시 집결 중인 것으로 확인.]

[전면전이 시작됐음.]


“...!!”


유현은 바로 시간 순서상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권도일의 메일을 클릭했다.


[현이에게.


너에게 며칠 동안 소식이 없어, 연합원들 모두 걱정하고 있어 현아. 태백산에서 부디 별일 없었기를 바라는데..


우린 최후 방어선까지 밀리긴 했지만,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야. 다솔 씨가 제천의 방어선을 막고 있어서 합류가 어렵긴 하지만, 곧 세종에서 지원이 도착할 예정이야.


반자련은.. 동물들을 앞세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긴 하지만, 우리도 점점 해법을 찾는 중이야.


음.. 이외에는 별로 할 얘기가 없네. 보고 싶다 현아.]


딸칵.


‘동물들..? 부족한 전력을 채운 방법이 그거였나..?’


유현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었다. 늑대 켈리만 해도, 웬만한 이볼버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내는 전력. 그보다 강력한 동물들, 혹은 마법을 사용하는 동물들이라면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 분명했다.


유현은 하지연과 권도일 두 사람을 동시에 수신자에 넣고 답장을 적었다.


[지금 갑니다.]


이를 바라보는 세 사람은 그 결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은 반자련이 가장 먼저 서대문 연합을 무너뜨리려는 목적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고, 유현이 권도일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만 유현의 혼자 갈 것이라는 얘기에는 모두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유현은 완고한 목소리로 세 사람에게 말했다.


“씨앗을 맡기기는 하지만, 너희에게 판단까지 내리라는 것은 아니야. 그냥 각 지역에서 조직들이 지역민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만 봐주면 돼.”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리더. 서울에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해요.”


케이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현에게 말했다.


“부산 회담까지의 우리 일정은 이미 빠듯하고, 다 같이 서울까지 다녀올 시간은 부족해. 그마저도 내가 얼마나 서울에 묶여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고... 하지만 앞으로 일주일 안으로 부산에 도착한다는 우리 처음 계획대로, 그 시간에 맞춰 부산으로 갈 수 있도록 해볼게.”


유현의 얘기대로 반자련이 전면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으니, 부산에서의 회담 역시 예상했던 대로 당겨질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더더욱 모자란 상황이었다.


유현은 떠날 채비랄 것도 없이, 땅거미가 내려가고 있는 서쪽 창문으로 난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런 유현에게, 김해리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정말 같이 안 가도 되겠어요 오빠?”

“늦지 않게 돌아올게. 부산에서 보자.”

“잠깐.”


유현을 멈춰 세운 것은 윤필이었다.


“미련하게 뛰어가려고?”


유현은 윤필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글쎄. 내 속도도 네 비행 마법에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


타앗.


아래로 사뿐히 내려간 유현은 창문에 고개를 내밀고 있는 세 사람을 향해 손바닥을 들어 보이고는, 허벅지를 한껏 굽혔다.


콰앙!!


대리석과 문양석으로 멋을 낸 넓은 마당에 큼지막한 크기의 구멍이 패이며, 유현의 신형이 빠르게 서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홀리..”


이미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사라진 유현을 보던 케이디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


쿠우웅!


굉음을 내며 커다란 나무에 호피무늬 가죽을 뒤집어쓴 형체가 처박혔다.


“퉷! 기분 진짜 더럽군. 이건.. 내가 동물 학대하는 것 같잖아.”


이다솔이 봉에 묻은 표범의 피를 닦으며 잔뜩 짜증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다솔은 표범 한 마리에 거의 쑥대밭이 되어버린 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까다롭군 정말..”


맹수들의 민첩성과 힘은 원래부터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엄청난 수준. 그런 맹수들이 마나까지 사용하니, 일반적인 이볼버들은 마나를 사용하는 맹수들을 만나면 맥을 못 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나마 반자련이 태백산과 가까운 제천보다 서울을 타깃으로 삼고 전력을 집중했기에 버틸만했지만, 이렇게 간간이 맹수들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어, 자신도 서대문을 도우러 움직이기에 애매한 상황이었다.


“대장. 수고하셨습니다.”

“응. 수고했어 고 차장도.”


고 차장이 반자련의 잔당들을 몰아낸 뒤, 이다솔 쪽으로 합류하자, 이다솔이 속속들이 합류하는 나머지 멤버들을 향해 손짓했다.


“정말 회수합니까?”

“응. 이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지. 안 그래?”


고 차장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묻자, 이다솔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다솔의 명을 받은 멤버들은 죽은 적들의 시체의 가슴을 갈라, 붉은빛이 도는 보석 같은 것을 꺼내어 챙겼다.


그때, 이다솔이 이미 어두워진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또 저건..”


봉을 쥔 이다솔의 손에 힘줄이 꿈틀거렸다.


파앗!


바닥을 박차자마자 사라진 이다솔의 신형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제천의 멤버들은, 곧 동쪽 하늘에서 굉장한 파공음을 내며 나타난 형체를 보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고수..!’


이들의 눈으로는 쏘아져 나간 이다솔의 신형과 동쪽 하늘에서 나타난 신형이 얽히는 순간을 제대로 포착할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호해검

제 사식

찌르기


이다솔의 봉끝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형체를 향해 뻗어 나갔다. 동시에 느려지는 시야. 이다솔은 극가속까지 사용하며, 미지의 물체를 향해 최선의 일격을 시전했다. 전력이 담긴 일격필살의 수.


쿠아아아!


봉이 뻗어 나가는 속도가 너무도 빨라, 음속을 돌파하는 굉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그때, 점점 가까워져 오는 형체가 이다솔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 이런 젠장.’


형체가 유현임을 알아본 이다솔이 급하게 봉의 궤도를 꺾으려 했지만, 유현의 속도가 워낙 빨라, 적어도 봉에 스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속도로 힘이 실린 봉에 스친다면, 결코 적은 부상으로 끝나진 않을 터.


그렇게 이다솔의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가던 그 순간. 이다솔의 시야에 잡히던 유현의 신형이 흐릿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헛..?”


허공을 가르는 봉을 빠르게 회수한 이다솔이 뒤를 돌아봤을 때, 손을 흔들며 사라지고 있는 유현의 뒷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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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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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3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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