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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15,848
추천수 :
419
글자수 :
582,282

작성
22.04.0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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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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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16 전운(7)

DUMMY

“흐으으윽!”


권도일을 쫓던 검은 불꽃을 자신의 손으로 막아낸 이현호.


그 행동은 본능과 이성. 두 종류의 마음이 이현호의 몸을 이끌었기에 나온 행동이었다.


처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몸을 던졌던 그였기에, 그는 손을 집어삼키고 있는 검은 불꽃을 바라보면서도 의연했다. 그는 2년 전에 이 불꽃을 경험했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옷을 벗어던져서 검은 불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생살을 태우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불꽃은 의연했던 이현호에게 엄청난 고통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끄으으...아아아악!!!”


갑자기 뛰어든 이현호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던 권도일은, 이현호의 팔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한 검은 불꽃을 보며, 끔찍하게 짓이겨져 있었던 하지연의 오른팔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저 불꽃은 설마.. 회장..!?’


권도일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쾅!


그때, 다시 한번 이승민을 바닥에 패대기친 이다솔이 쏜살같은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그가 뛰어가는 방향의 앞으로 시선을 따라간 권도일은 태연하게 도로 위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몸에 너무나도 딱 맞아 보이는 진회색 슈트, 흰 셔츠 위에 붉은빛이 도는 갈색의 타이. 그리고 웃고 있는 나무 가면. 가면의 양옆으로 튀어나온 볼은, 그가 활짝 웃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후욱! 쾅!


어찌나 빠르게 휘둘렀는지 이다솔의 봉이 엄청난 바람 소리를 내며 회장이 서 있던 자리에 꽂혔다.


하지만 회장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커다란 구멍이 생긴 그 자리에는 봉을 든 이다솔만이 홀로 서 있었고, 비산했던 파편들만 하늘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때, 주변을 다시 빠르게 둘러보는 이다솔에게 이승민이 벼락같은 속도로 달려들었다.


카앙!


또다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왔고, 팽팽한 공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지만, 이승민은 이다솔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전투가 길어질수록 실력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두 사람이었다.


‘회장은..?’


회장이 서 있던 자리 주변으로 시선을 옮기던 권도일은,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열기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이현호의 손목을 타고 올라가던 검은 불꽃이 벌써 팔꿈치를 넘어서고 있었다.


‘불꽃.. 꺼야 해. 어떻게? 하지만 이건 시전자의 의지로만 꺼지는 불꽃.. 다시 협상..? 여지가 있어? 협상에 응할까 회장이..? 이건 대놓고 파 놓은 함정인데..’


“크으으으.. 으윽!!!”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현호를 바라보며, 권도일은 복잡해지는 생각을 털어냈다. 검은 불꽃은 이현호의 팔을 타고 올라가, 어깨에까지 가까워지려 하고 있었다.


‘살린다..!’


결심에 이르기까지는 조금 머뭇거렸지만, 이후의 행동은 찰나 간에 이루어졌다. 권도일의 검 적월이 빠르게 이현호의 어깨를 그어냈다.


서걱. 툭.


“아아.. 흐아...”


이현호는 땅에 떨어진 채, 검게 타오르고 있는 자신의 오른팔을 확장된 동공으로 바라봤다. 너무 놀란 이현호는 어깨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권도일은 서둘러 베어낸 부위의 지혈을 마치고, 이현호를 거의 들쳐 매다시피 한 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권도일을 흘끗 바라본 이다솔 역시, 이승민을 향한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음에 다시 보자. 실력 좀 키워서 말이야?”


호해검

제 일식

가로 베기-변(變)


검술에 특화된 호해검의 동작을 자신이 사용하는 봉술에 맞게 살짝 변화한 동작이 이다솔의 커다란 몸을 통해 펼쳐졌다.


웬만해서는 손잡이를 놓아서는 안되는 검술과는 다르게, 손에서 떠난 봉은 이다솔의 몸을 따라 크게 회전했고, 그렇게 회전력이 더해진 봉은 이다솔의 손에 다시 잡혀, 가로로 길게 그어졌다.


페이크 동작까지 섞여 있는 변칙에 변칙을 더한 응용동작. 이에 이승민은 피할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검을 들어 올려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느려진 각자의 시간 속에서, 대한민국 최강의 무사라 불리는 두 사람은 그렇게 최후의 합을 주고받았다.


콰앙!


또다시 멀리 튕겨 나가는 이승민은 이번에는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한참 동안 바닥을 굴렀다.


“으그그...극!”


엄청난 힘에 밀려나던 그를 멈춰 세운 것은 다름 아닌 회장의 손이었다.


“괜찮나요?”

“괘..괜찮습니다.”

“괜찮은 것 맞나요?”

“...!!”


항상 웃고 있던 가면 속의 얼굴이 왠지 무표정하게 보이는 듯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이승민은 적들이 사라진 뒤, 고요해진 어두운 산을 바라봤다. 도로 위에 남아있는 이현호의 한쪽 팔만이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아하핫. 도마뱀처럼 도망쳤네요? 인간 주제에?”

“바로 쫓겠습니다!”


그때, 회장이 달려나가려던 이승민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 하고 건드렸다. 그러자, 이승민의 몸이 잠시 중력에서 자유로워진 듯 허공에 잠시 머물렀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승민은 당황한 눈으로 회장을 바라봤다. 이다솔과 상대할 때는 극복 가능한 실력의 차이를 체감했다면, 이 남자의 끝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쫓아간다 해도.. 똑같지 않을까요? 다솔 씨가 굉장히 강해졌네요?”

“...”


이승민은 선뜻 대답하기 힘들어, 침묵을 이어 나갔다.


“저 검술.. 그 야차들이 사용한다던 검술 맞죠?”

“예.. 맞습니다.”

“참.. 거슬리는군요..? 이제 슬슬.. 계획을 하나씩 진행시켜야겠어요.”

“...”


이승민은 회장이 말한 그 계획이란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대체 이 남자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남자와 함께라면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


“와.. 이게 대체..”


유현의 일행 네 사람 중 가장 앞서서 걷고 있던 김해리가 놀라 멈춰 선 그 옆으로, 세 사람이 나란히 서서 눈앞에 펼쳐진 기묘한 광경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할 정도로 환하게 밝혀 놓은 조명들, 그리고 그보다 더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가장 기묘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광장을 가득 채운 이들의 숫자였다.


“아니 시간이 몇 시인데.. 이 많은 사람들이..”


윤필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을 사람들과 앞서 걸어갔던 순찰자들을 번갈아 보며 동공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때, 그들의 앞으로 인자한 표정의 한 남자가 무리를 이끌고 걸어 나왔다.


“반갑습니다.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이시여!”

“...!!”


네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얘기한 남자는,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일행들을 향해 예의 그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네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저는 무안혈맹의 맹주. 임윤환이라고 합니다.”


고개를 숙여 일행들에게 인사를 한 무안혈맹의 맹주 임윤환. 그는 곧장 김해리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김해리 선수! 신궁이라는 명성을 이 시대까지 관통하도록 하는, 정말이지 놀라운 업적을 쌓고 계시군요. 뵙게 되어 너무나 영광입니다!”

“예..?”


당황하는 김해리의 손을 살며시 내려놓은 맹주는 곧장 유현에게로 다가가, 똑같이 유현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리고 유현 씨. 법이 지키지 못한 정의를 바로 세운 바로 그 검! 유현 씨를 세상이 뭐라 부르는지 아십니까?”


자신의 과거를 알고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맹주. 그를 향한 유현의 시선이 잠시 차갑게 식었지만, 이내 눈을 살며시 감았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맹주는 대답 없는 유현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를 이어갔다.


“바로 살검입니다. 살. 검. 아아.. 정말 대단한 실력이라 들었는데, 앞으로도 호해검의 명성을 이 세상에 널리 알리시길..”


맹주가 유현의 손을 내려놓자, 윤필과 케이디 두 사람의 표정이 긴장한 듯 굳어졌다. 맹주는 잠시 두 사람을 보고 고민을 하다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윤필에게 다가갔다.


“이것은 지팡이인가요? 멋을 아시는 분인 것을 보니, 바로 그 소문이 자자한 흙마법사 님이시겠군요!”

“풉..”


맹주의 말에 케이디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방구를 뀌었고, 윤필은 당황한 얼굴을 한 채, 맹주에게 감싸 쥐여진 손을 아래위로 흔들리고 있었다.


“흙..이요?”

“예에! 마법사님의 흙을 이용한 마법이 정말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마법사님께서 만든 흙의 토네이도가 산을 찢어발길 정도라니.. 휴우.. 정말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푸흡.. 흙...”


입술을 앙 다문 채 고개를 떨구고 웃고 있는 케이디를 향해 윤필이 눈을 흘기는 사이, 맹주는 잠시 케이디를 향해 섰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이쪽은..”


케이디의 표정은 뭔가를 한껏 기대하는 표정으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맹주는 눈썹 끝을 잠시 긁더니, 머뭇거리는 손으로 케이디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 여기 나머지 한 분도 반갑습니다.”

“크큭..”


이제는 윤필이 하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예..? 나머지요?”

“아.. 제가 듣기로는 커다란 도끼를 들고 다니는 분이 있다고..”


맹주의 시선이 케이디의 허리춤에 매달린 하얀색 검. 응조를 향했다가 다시 케이디와 눈을 마주쳤다.


“아..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무기를 바꾸었죠!”

“아하! 그렇다면 귀공께서 바로 그 도끼광인! 반갑습니다.”

“푸핡!”


웃음을 참지 못한 윤필이 고개를 돌려 웃는 사이, 케이디의 손을 대충 흔든 맹주는 다시 네 사람을 향해 인자한 표정으로 섰다.


“크크큭.. 명색이 힐러가 도끼광인이라니. 네가 얼마나 웃기는 포지션인지 이제 알겠냐 케이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케이디에게, 윤필이 웃음이 잔뜩 넘실거리는 얼굴로 속삭였다. 이에 케이디는 대꾸하지 않고 입술을 굳게 닫고서, 다시 뭔가를 얘기하려고 하는 맹주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께서 우리 무안혈맹을 방문해 주신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모쪼록 긴 여정의 휴식을 취하시는 데에 불편함 없도록, 저희가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맹주의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럼 오늘은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저희가 마련한 숙소에서 여독을 푸시고.. 내일 맛있는 식사와 함께 천천히 얘기를 나누시죠. 아.. 지은 양?”


맹주의 호명에, 곰 아무르를 이끌고 일행들과 함께 마을로 들어온 여인이 앞으로 나서서 일행들에게 손짓했다.


“이쪽입니다.”


어색한 발걸음으로 그녀를 뒤따르는 일행의 가장 뒤에 서있던 유현은, 맹주와 주민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여인이 안내해 주는 숙소로 향했다.


작가의말

당분간 오후 1시쯤에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 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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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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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3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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