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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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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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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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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18 태백산의 마녀(2)

DUMMY

“현이 씨가 태백산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따뜻한 빛을 봄바람처럼 뿌리고 있는 광휘의 나무 그 아래. 무릎에 청색의 창을 올려놓고 양반다리를 한 채 명상에 잠겨 있던 서대문 연합의 마스터 장세영은, 옅은 별빛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하는 정원을 넘어서 들려온 하지연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거침이 없군요. 현이 씨는.”


장세영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하지연은 정원으로 통하는 유리 문을 열고 멀리서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백산이라.. 누구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한 영역을 갈 생각을 하다니, 걱정도 되면서..”

“조금 기대도 하시는군요 하 교수님.”


장세영의 말에 하지연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전라도는 아쉽게 됐어요. 씨앗을 맡기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으니..”


하지연의 말대로 유현 일행이 대한민국 국토의 절반을 가로지른 상황에서, 네 개의 씨앗 중 단 한 개만 뿌리를 내릴 땅을 찾았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부산 회담 때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현호는 좀 어떻습니까?”

“마법사에게 가장 중요한 손이 그렇게 되어서.. 그래도 워낙 멘탈이 강한 아이니까. 잘 극복할 겁니다.”

“그래요.. 현호는 그런 아이죠. 후우.. 경계에서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마스터라는 사람이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어 연합원들에게 미안하군요..”

“마스터. 나무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우리 서대문은 강하니까요.”


하지연이 단호한 목소리로 장세영에게 말하자, 장세영은 따뜻한 빛을 내리고 있는 나무를 올려보았다. 그런 장세영을 보며 하지연은 계속해서 얘기를 이어갔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나요 교수님?”

“동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특히..”

“네. 저도 봤습니다 그 영상들..”

“동물들도 마나를 얻었으니,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서요.”


하지연의 감은 대부분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그 감을 믿는 것은 하지연 본인이 아닌, 마스터 장세영이었다.


“하 교수가 속해 있는 RM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있습니까?”

“그들도 심상치 않음을 인지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호주는 바다에서 어업활동을 못 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

“고래들 때문이군요.”

“네. 맞습니다.”


장세영은 나무에 등을 기대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려고 하는지.. 참 예측하기가 어렵군요.”


*


“이 발자국들. 다 최근에 찍힌 것들이에요.”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김해리가 자세를 낮추고 바닥에 찍힌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을 가리키며 일행들에게 얘기했다.


“이렇게 태백산에 가까운 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인가?”


윤필이 질문하자, 케이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흐음.. 여기가 태백산과 반자련의 영역인 경계라고 했으니까..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살기에는 적당한 환경일 거예요.”

“어째서?”

“제가 살던 삼봉산도 그랬어요. 위로는 안산, 수원의 조직들. 그리고 아래로는 충청도의 조직들이 균형을 이루어서 아무것도 없는 삼봉산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 되었던 거죠. 물론 반자련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귀찮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지만요.”

“그럼 네 말은 저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약탈 조직과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일 거라는 얘기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대화가 마무리되자, 일행들은 모두 유현을 향해 시선을 모았다. 동료들의 얘기를 들으며, 발자국들을 자세히 살피던 유현은 부석사 방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부석사는 작지 않은 규모의 절이야. 발자국들도 크기에 비해 발걸음이 가볍고. 이볼버들이 섞여 있는 무리들 같다.”


유현의 얘기에 윤필이 케이디를 향해 썩은 미소를 지었다.


“하? 케이디 네 예상이 틀린 것 같은데?”

“이.. 이볼버가 있다고 해서 다 약탈 조직이라고 생각하는 건, 좋지 않은 편견이에요!”

“그래그래. 하지만 세상에는 확률과 통계라는 게 있단다 짜식아?”


자그락대는 두 사람을 보며 유현은 이미 해가 떨어진 산의 어둠을 살폈다.


“부석사가 아니더라도, 올라가는 길에 빈 집들이 많은 것 같으니, 오늘은 적당한 곳에서 쉬면서 정비한 후에, 내일 아침에 이동하는 것으로 하지.”


유현의 얘기에 윤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석사는 살피지 않겠다는 거?”


유현은 표정 없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흐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일행들은 부석사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비어 있는 민가에 짐을 풀고,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한 산 길을 통해 부석사 근처로 천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별빛이 그리 밝지는 않은 밤. 봉황산 자락을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부석사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기품 있는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환한 불빛들은 아니지만, 드문드문 등불들과 전등의 불빛들이 곳곳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고, 부석사에서 지내고 있는 듯한 사람들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가는 모습들. 네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조용하게, 그 모습들을 한동안 지켜봤다.


“뭐.. 특이한 점들은 없는 것 같은데?”


침묵을 깬 윤필이 나머지 세 사람을 향해 말했다.


이들이 집중해서 찾고 있는 것은 부석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사람들이 어떤 조직인지를 알려줄 단서들.


약탈 조직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여러 가지 차이들을 보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피해자의 유무였다. 타인의 성과를 착취하는 것이 가장 큰 조직의 동력이 되는 약탈 조직의 특성상, 언제나 이들 주변에는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더 가까이 가볼까요?”


김해리의 제안에 유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이들의 목적은 태백산에서 지고의 존재라는 자를 만나는 것. 그럼에도 정찰을 한 이유는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귀찮은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이렇게 조용한 조직이라면, 밤을 무난하게 보내고 태백산으로 입산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유현의 판단이었다.


그때, 조용하던 부석사의 곳곳의 건물들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튀어나오는 이들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마치 습격을 당한 산골 마을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뭐지 갑자기? 산짐승이라도 내려온 건가?”


갈퀴와 곡괭이 등, 산을 일구는 도구들을 각자 손에 쥐고 부석사 뒤쪽의 어두운 산속으로 뛰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는 검을 든 이볼버 무사들도 보였다. 김해리는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큰 눈을 찌푸리며 집중했다.


“악마들! 이 망할 자식들!”

“잡아! 이번엔 놓치면 안 돼!”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던 윤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유현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두운 산을 가리켰다.


윤필이 가리키는 곳에는 10살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아이들 세 명이, 부석사에서 달려 나온 사람들을 피해서 깊은 산속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악마들이 저 애들인 것 같은데?”


윤필의 말에 케이디가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자세로 유현을 바라봤다.


“리더! 얼른 가보죠? 저러다 아이들이 다치겠어요!”

“뭔 헛소리야 인마! 너는 이 위험하다는 태백산에 나다니는 꼬맹이들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윤필의 얘기에도 케이디는 단호한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가서 확인해 보자고요!”


케이디의 설득에 결국 일행들은 나무에서 내려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거칠게 우거진 풀과 나무들은 도저히 일반인들이 오르기 힘들 정도로 억셌다. 검을 휘두르며 선두에서 길을 뚫는 무사들이 없었더라면, 부석사의 사람들이 아이들을 쫓는 것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였다.


적당한 거리를 두며 사람들의 뒤를 쫓던 일행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잰 발걸음으로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고 있는 아이들 셋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씨.. 뭐야 저 애들.. 왜 저렇게 귀여워?”


윤필이 괜히 봤다는 말투로 얘기하자, 케이디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윤필을 바라봤다.


“거 봐요. 저렇게 귀여운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려고 했어요?”

“야. 너야말로 그거 좋지 않은 편견이야. 귀여운 아이들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저 사람들이 저러는 이유도 있을 거 아냐 인마.”


두 사람이 멀찍이 떨어진 나무 위에서 이들을 지켜보며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가장 뒤에서 열심히 쫓아가던 남자아이가 나무뿌리에 발이 얽히며 크게 넘어졌다.


데구르르.


남자아이가 들고 있던 바구니에서 감자와 당근, 각종 채소들이 쏟아져 산비탈을 굴렀다.


“시언아!”

“누나.. 흐엥..”


예닐곱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곁으로 단숨에 다가오는, 개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 유현은 아이의 발걸음과 동작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볼버..’


아이의 움직임은 가볍고 신속했다. 평범한 꼬마 아이의 움직임은 아닌, 마나를 사용한 움직임. 그렇게 세 아이가 주춤하는 사이에, 횃불을 든 부석사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아이들을 둘러쌌다.


“네 이놈들! 또 좀도둑질이냐!”

“아.. 아니에요! 이건 우리 밭에서 난 감자잖아요!”

“그 밭은 이제 우리가 관리하기로 다 얘기가 된 곳이다!”

“밭이 우리 엄마 아빠들 거였는데요! 아저씨들이 왜요!”

“그.. 그건 어른들이 그렇게 정한 거다!”


아이의 항변에 궤변이나 늘어놓는 어른들. 멀리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케이디가 윤필을 바라보며 점점 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던 그때, 아이들의 뒤쪽에서 접근하던 남자가, 가장 뒤에 있던 여자아이의 바구니를 낚아채려 했다. 그리고 그 순간.


“꺄앗!”


파지직! 팡!


부석사의 어른들에 맞서서 얘기하던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끝이 번쩍였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아이에게 접근하던 남자가 뒤로 자빠졌다.


“이.. 또 시작이구나! 저번에는 어쩔 수 없이 보내줬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


부석사의 사람들은 마법을 시전하는 아이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더욱 위협적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이볼버로 보이는 남자도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날이 번뜩이는 검을 겨누고 천천히 아이들에게 접근했다.


“아이 마나가 충분하지 않아서,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모양인가 보네요.”


김해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유현을 바라봤다.


날붙이를 들고 아이들을 위협적으로 둘러싼 어른들, 눈물을 글썽이며 울기 시작한 아이들. 그런 모습들에도 유현은 어두운 숲을 응시할 뿐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스르릉.


결국 참다못한 케이디가 응조를 뽑아 들던 바로 그때, 여자아이가 머리를 감싸 쥐며 다시 한번 비명을 질렀다.


“싫어!!”


파지지지직!!


“끄윽!”

“억!!”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오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경직된 모습으로 몸을 멈추더니 낙엽이 드문드문 떨어진 흙바닥으로 털썩거리며 쓰러졌다. 방금 전의 마법과는 확연히 다른 엄청난 규모의 전기 마법이 접근하던 사람들 십여 명을 한 번에 쓰러트린 것이었다.


“어..?”


케이디가 놀라 움직임을 멈춘 그때, 아이들 곁으로, 등허리까지 내려온 까만 흑발을 하나로 땋은 아름다운 여인이 하늘에서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이 녀석들!”


여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껴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천사의 음성처럼 부드러웠다.


“선생님! 흐아앙..”


아이들은 여인을 보자마자 참고 있던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분명 절 근처의 밭으로는 가지 말라고 했을 텐데? 왜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았지?”

“서.. 선생님하고 큰 선생님한테 감자전을..”

“아니.. 감자전을 왜 이 녀석들아!?”

“내일이 선생님 생일이잖아요..”

“아휴.. 정말..”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 아름다운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던 여인의 얼굴이 사르르 녹듯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잠시 아이들의 등을 한데 모아 토닥이던 여인은 아이들이 진정하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어 유현의 일행들이 모습을 숨기고 있는 나무 위쪽으로 눈을 흘겼다.


“다 구경했으면 내려오시지요 유현 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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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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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2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4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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