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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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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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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글자수 :
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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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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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19 인간의 영역(5)

DUMMY

유현이 이볼버가 되기 전. 유현과 함께 이 장소에서 들었던 예언가 나유미의 예언.


권도일은 바로 지금이 그녀의 예언과 일치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나유미 님이 말했던 거대한 적.. 그리고 펄럭이는 날개는 저 코끼리들의 귀를 말하는 거야. 그렇다면..’


“코.. 코끼리네요..?”


차에서 내린 김정문과 안미연도 청상연의 건물들을 박살 내고 있는 코끼리 네 마리를 보고는, 그만 할말을 잃고 말았다.


지금까지 상대해 온 맹수들 역시 대부분이 한국의 야생에 존재한 적이 없거나, 과거에 사라진 짐승들이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처음 마주쳤을 때의 황당함은 아직도 생생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크기의 맹수들의 모습들에 비해 이번에는 그 느낌이 달랐다.


“이건 뭐.. 사파리도 아니고..”

“아니.. 이젠 그런 옛날 말들은 이런 미친 풍경하고 하나도 어울리지 않아.”


안미연이 김정문의 얘기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코끼리들 근처에서 이들 세 사람을 바라보는 열 명의 이볼버들. 그중 가운데에 서있는 가장 키 작고 코가 큰 남자의 얼굴에 소름 끼치는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사도단장 황학두예요 권 대장님.”

“그래.. 진짜 돌하르방처럼 생겼네.”


권도일은 안미연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바로 알아차렸다. 워낙에 눈에 띄는 얼굴인 데다가, 이미 사진과 영상들로 그의 돌하르방을 닮은 얼굴을 익혀 놓았기 때문이었다.


‘사도단장 황학두..’


단장들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변태 사이코. 아무 데도 의지할 데 없어, 마지막에 신을 찾는 불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의 은총이랍시고 만행들을 저지르는 역겨운 남자.


사이비 종교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그의 독특한 과거 이력답게, 사도단 전원은 예배복 같은 것을 입고 있었다.


“너희는 게릴라 구역으로 들어간 타격대들과 합류한 뒤에 돌아와..”

“네..?”

“혼자서는 무리예요 권 대장님!”

“시간 없어! 이대로 두면 상인들이 모두 죽을 거야!”


두 사람의 만류에, 권도일은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비릿한 미소를 띤 채 조금씩 다가오는 사도단원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날 믿어.”


권도일의 말투는 굽히지 않을 듯 단호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모르던 두 사람이 혼란해 하던 그때.


후우우웅.


권도일의 검, 적월에 뿌연 마나가 휘돌아 감싸기 시작했다.


“아..!!”


권도일의 마나웨폰을 목격한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 커져, 믿으란 말의 의미를 확실히 알아들었다.


마나웨폰의 경지. 그 경지에 다다른 무사들은 평범한 무사들의 무기를 박살 내고, 마법사들의 마법을 피하는 속도를 얻는다.


‘권 대장님이 마나웨폰의 경지를..!’


그에게 매일같이 훈련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은 벽을 넘어선 스승의 모습에 감격했다.


하지만 권도일은 자신의 마나웨폰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들의 희생을 양분 삼아, 이제서야 성장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권도일의 눈은 오직 차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토해낼 눈앞의 대상들에 고정되어 있었다.


“금방 오겠습니다 권 대장님!”


타닷.


김정문과 안미연이 빌딩 숲 방향으로 달리는 것을 신호로, 권도일 역시 사도단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호해검

제 일식

가로 베기


“저 새끼 마나 웨폰을 사용한다! 직접 부딪치지 마!”


황학두가 권도일에게 돌격하는 자신의 부하들의 등에 대고 외쳤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라.’ 말은 쉽지만 그것은 원한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캉!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 있는 권도일의 검격. 마치 공간을 건너 뛰는 듯한 호해검의 묘리에, 이들은 단지 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아야 했다.


카카캉!


“크아악!”


순식간에 세 명의 사도단 무사들이 나가떨어지자마자, 권도일은 바로 바닥을 박차고, 거리를 두고 쫓아오던 사도단의 마법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에잇! 뒤로 꺼져라!”


이에 황학두가 바로 달려 나오며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양손 위에서 요란하게 불타오르던 백염이 눈이 따가울 정도로 밝은 빛을 뿌리며 권도일을 향해 뻗어 나갔다.


마법사를 향해 나아가던 권도일은 허리를 유연하게 비틀어 방향을 급하게 꺾었다.


화륵.


그을음조차 남기지 않는 깨끗한 불꽃이 권도일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그의 머리칼을 살짝 태웠다.


“흥! 그래봤자 이제 막 마나웨폰을 깨달은 주제에!”


황학두는 자신을 향해 가공할 속도로 다가오는 권도일의 진로에 백염의 벽을 만들어냈다.


순백색의 불꽃이 아래에서부터 위로 빛의 기둥을 세우듯 엄청난 열기로 뻗어 올라가자, 권도일도 발을 멈추고서 진로를 꺾을 수밖에 없었다.


“흐읍!”

“크하핫! 너 정도 되는 놈들은 우리 반자련에도 널렸다 이 말이야!”


불꽃의 벽은 흥분하기 시작한 황학두의 감정에 호응하듯 한층 더 요란하고, 정신없게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황학두의 백염은 진로를 꺾은 권도일을 따라, 집요하게 눈부신 밝은 빛을 일으키며 쫓아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도단원들 역시 그 밝은 빛에 눈을 찡그리며,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지켜볼 뿐이었고, 오직 사도단의 마법사들만이 그 화력에 더해 자신들의 마법을 퍼부어 권도일의 퇴로를 막아섰다.


백염은 순간적으로 고립된 권도일을 집어삼킬 것처럼 점점 더 격렬하게 불타오르며 하얀 빛을 일렁였다.


“잘 가라 돈의검! 수호자니 뭐니 하며 사람들이 불러주니 뭐라도 된 것 같더냐! 너의 그 자만이 오늘 너를 죽게 만든 것이다!”


쿠오오.


그렇게 요란한 하얀 불꽃 속으로 권도일이 사라져버리자, 황학두는 미친 사람처럼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마나웨폰의 경지만 돌파하면 마법사들이 다 좆밥인줄 알았더냐? 푸하하하!”


황학두의 웃음소리와 코끼리들이 건물을 무너트리는 소리가 어우러져 차갑고 고요한 새벽을 정신없게 만들던 그때, 권도일의 검에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던 사도단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교주님! 위입니다!”

“어..?”


위를 올려다본 황학두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핏빛 코등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서슬 퍼렇게 달빛을 반사하고 있는 검날, 그 아래 손잡이를 움켜쥔 남자.


‘아 씨발..’


요란한 하얀 불꽃의 눈부신 빛은 적의 시야만 어지럽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야도 같이 좁게 만든다는 것을 황학두 본인도 알고 있었지만, 백염은 자신이 찾아낸 독특한 마법. 그 빛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었다.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알아채지 못 할 정도로 밝은 빛을 기다렸다는 말 밖에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그의 시야에 권도일의 모습이 자세하게 들어왔다.


백염의 빛이 가장 극에 달할 때까지 기다렸던 권도일의 옷은 여기저기 구멍이 났고, 그 안으로 심한 화상 자국까지 보였다.


호해검

제 이식

내려 베기


촤앗. 투둑.


“으크윽!! 끄아아아악!!”


간신히 몸을 비틀어 벼락처럼 떨어지는 권도일의 검을 피했지만, 황학두는 오른쪽 어깨를 시작으로 상체가 거의 깎여 나가듯 베여버리고 말았다.


“크아앗!! 힐러!”


피를 뿜어내는 오른쪽 어깨를 움켜쥔 채 힐러를 찾아 부르짖는 황학두를 보며, 권도일은 분노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가 우스웠다.


“...”

“힐러!! 뭐하고 있나!?”


황학두의 처절한 목소리는 분명 저들 사도단에게도 들릴 것인데, 그들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네 부하들도 널 포기한 것 같네? 아무래도 넌 여기까지인 것 같구나 변태 자식아.”


권도일은 무심한 얼굴로 손목을 비틀어 날의 방향을 조정했다. 그렇게 황학두의 얼굴이 점차 절망으로 물들어가던 그때.


채챙!


“허업..!?”


권도일은 섬전처럼 뻗어온 검격의 주인이 누구인지 검을 맞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승민..!’


챙! 채챙!


권도일은 그의 묵직한 검을 받아내면서도, 그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간중간 프레임이 툭툭 끊기는 듯한 그의 움직임은 눈으로 읽어 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마치 혼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을 유영하는 듯한 모습, 반대로 권도일은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공간에 갇혀버린 것만 같았다.


카칵!!


그럼에도 검을 들어 이승민의 멸악검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직전의 전투를 치르며 깨달은 마나웨폰과 호해검의 정수 덕분이었다.


“흥! 더 발전했군?”


비웃는 듯한 이승민의 말에 대꾸할 정신도 없이 공격을 막아내며, 권도일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후우.. 벽을 하나 부수면 또 다른 벽이 나타나는군.’


그래도 실망할 겨를이 없었다. 춘천에서는 이다솔이 그를 막아냈지만, 지금은 그 역할을 자신이 해내야 했다. 할 일은 오직 적월에 마나를 두르고, 그의 검을 받아내며 시간을 버는 것.


“후우...”


권도일은 숨을 깊게 들이쉬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을 향해 천천히 발을 내딛는 이승민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승민의 신형이 흐릿해지는 순간.


‘온다!’


권도일은 빠르게 뒤로 도약하여 이승민과의 상대속도를 줄여 그의 움직임을 포착해 냈다.


호해검

제 일식

가로 베기


쾅!


두 사람의 마나웨폰이 충돌하며 무시무시한 굉음을 냈다.


‘걸렸다!’


검이 맞닿는 순간, 권도일은 자신의 일격이 이승민의 자세가 흐트러질 정도로 제대로 들어갔음을 느꼈다.


호해검

제 사식

찌르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권도일은 지면을 힘차게 밀어내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권도일의 시야가 검 끝으로 모아지며, 풍경이 빠르게 뒤로 흘렀다. 검이 어깨 뒤로 넘어간 이승민은 분명 자세를 고쳐 잡기 어려워 보였다.


쾅!!


하지만 어느새 이승민은 찔러 들어오는 권도일의 검을 내려친 후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아쉽게 공격에 실패한 권도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엄청난 반응 속도.. 이게 다솔 씨가 얘기하던 그 극가속..!!’


이다솔에게 들었던 대로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정말 엄청난 속도였다.


‘하지만 엄청난 마나의 소모량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지. 계속 이런 식으로 버틴다!’


그렇게 권도일이 차분히 이승민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하려던 그때.


쿵! 쿵! 쿵! 쿵!


지면을 흔드는 묵직한 발소리가 가까워져 오기 시작했다.


뿌오오오!!


청상연을 부수며 전진하던 코끼리들이 어느새 이승민의 뒤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하아.. 젠장.’


쾅!!!! 쾅!!


속에서 울컥하고 올라온 욕지거리를 채 내뱉을 틈도 없이, 채찍처럼 휘두르는 네 개의 코가 권도일을 덮쳐 오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 짐승들이?”


당황한 것은 이승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치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을 밀어내는 코끼리들에 치여, 뒤로 물러난 이승민은 황당한 눈으로 마치 누군가를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야에, 동쪽 하늘에서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뭔가가 포착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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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3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9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6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7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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