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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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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글자수 :
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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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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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20 자격(7)

DUMMY

“저.. 저기!! 뭐가 날아와요!”


눈을 동그랗게 뜬 여인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이 따라갔다. 광장의 하늘 위에서, 기절한 울진회장 김성주가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서대문 연합의 사자 세 사람과 눈부시게 아름다운 흑발의 여인 심윤혜가 지상으로 내려섰다. 그들의 뒤로, 사람 키만 한 나무가 뿌리에 듬성듬성 흙을 달고 공중에 떠 있었다. 나무는 어둑해지기 시작한 광장에 따스한 호박색의 빛을 뿌리고 있었다.


광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그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만큼 나무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다.


따스한 호박색의 빛을 뿌리는 나무. 지역민들 중에는 호주에 그런 나무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 자도 몇몇 있었다.


그렇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홀린 듯이 나무를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잠깐! 뒤로 물러나세요.”


케이디는 지상에 발이 닿자마자, 나무를 향해 다가오는 지역민들을 뒤로 물러나도록 밀어냈다. 하지만 케이디가 밀어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무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어? 뒤로 물러나라니까요?”


결국 케이디의 목소리에 약간의 짜증이 묻어 나오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 앞에 선 케이디를 바라봤다. 케이디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더 물렸다.


“더 뒤로 물러나세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물러났다고 생각했는지 쉬이 발걸음을 뒤로 물리지 않았다. 그때, 윤필이 지상에 내려오면서 사람들 사이에 뭔가를 툭 던졌다.


그것은 바로 기절해 있는 울진회장 김성주였다.


법이 사라진 세상에서 울진 지역민들에게 법 그 자체로 군림했던 남자. 그의 머리는 완전 산발이 되어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입과 코에서 타액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랑이를 시작으로 바지 끝까지 축축한 뭔가에 의해 젖어있었다.


“어우! 이게 무슨 냄새야?”

“이 새끼 완전 지렸잖아?”


가장 가까이 있던 지역민들은 냄새가 나지 않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뒷걸음질 쳤고, 뒤에 있던 지역민들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왔다가, 코에 생화학적 테러를 당하고 나서야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김성주의 반경 5 미터 밖으로 보이지 않는 결계가 형성되었다.


지역민들이 그렇게 나무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두고 떨어지게 되자, 그들 가운데로 김해리가 걸어 나왔다. 대부분은 저 빛을 발하고 있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몰랐기에, 지역민들의 눈빛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나타난 어제부터 단 한 시도 울진 시장이 조용한 적이 없었다. 시답잖은 정의감으로 마을을 들쑤시고 나면,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본인들이라는 것. 지역민들은 몇 년간의 경험으로 그런 것들을 충분히 경험한 상태였다.


그나마 자신들 앞에 나선 여인이, 지구 최후의 축제가 되어버린 마지막 올림픽에서 신궁이라 불리던 아는 얼굴이었기에 잠시 참고 있을 뿐이었다.


대체 이 나무는 무엇이며, 중대발표를 하겠다고 했던 김성주는 왜 이런 꼴이 되어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그들을 향해 김해리가 입을 열었다.


“울진 지역민 여러분. 우리는 서대문 연합에서 왔습니다.”


서대문 연합이라는 말에 모여있는 인파가 파도를 치듯 술렁였다. 누군가는 놀라면서도 좋아했고, 누군가는 전혀 믿지 않는 표정으로 여전히 그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그러던 그때, 술렁이는 인파를 헤치며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단단해 보이는 표정과 걸음걸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주름들. 여인은 오늘 낮에 마주쳤던 상인회장이었다. 지역민들은 앞으로 나서는 여인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걸 어떻게 믿죠?”

“믿든 안 믿든 여러분 자유입니다. 우리는..”

“그럼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겁니까? 김성주 저 녀석은 왜 저런 꼬라지인 거고요?”


상인회장은 용건만 간단히 얘기하라는 듯 김해리의 말을 끊고 질문을 계속했다.


“김성주..는 능력에 비해 과한 욕심을 부리다가 저렇게 됐죠. 저 자가 원했던 게 바로 저 빛나는 나무이고요.”


잠시간의 정적이 두 여자 사이를 흘렀다. 상인회장의 곁에 서있던 남자가 뭔가를 귓속말로 얘기했고, 상인회장은 얘기를 들으며 나무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나무가.. 그 광휘의 나무라는 건가요? 저런 위험한 물건을 이 동네에 가져온 저의가 뭡니까? 당장 저 넋 나간 놈 말고도 이 지역엔 조직이 세 개나 더 있습니다.”


그때, 심윤혜가 앞으로 나섰다. 심윤혜는 공중을 천천히 유영하며 그들 앞에 내려섰다. 그러자 동시에 나무와 같은 호박색의 빛을 뿜어내는 지팡이가 더욱 환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녀의 신비로운 외모와 신비로운 행색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선으로 닫혀있던 그녀의 두 입술이 떼어졌다.


“너희들은 들으라.”


쿵.


그녀의 말에는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 지역민들은 놀라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윤필은 그 위압감이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유백색의 빛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땅의 어떤 존재들보다 오래된 존재. 그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는 자. 너희들이 저 산의 마녀라 부르는 자이다.”


꽈르르릉 콰쾅!


심윤혜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지팡이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번쩍였다. 그 빛이 어찌나 밝은지 어둑어둑해지던 시장이 밝은 빛으로 새하얗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태백산 바로 아래에 붙어있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절대 모를 수가 없는 빛이었다.


“으아악!”

“아이고..”


거주민들 모두가 놀라, 바닥으로 몸을 바짝 엎드렸다.


“다들 마법에 익숙하지가 않은가 보군.. 그냥 번개 마법일 뿐인데 말이야.”

“윤혜의 신비로운 분위기도 한몫하는 거겠죠.”


윤필의 말에 김해리가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엎드려 있던 지역민들 중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똑바로 심윤혜를 바라보더니, 몸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호오..?”


그 모습에 서대문의 세 사람 모두가 놀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특히 김해리의 얼굴이 눈에 띌 정도로 환하게 밝아졌다. 그렇게 몸을 일으킨 자들 중에서 한 남자가 심윤혜를 바라보며, 떨리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 저.. 마녀께서 이곳까지는 왜 오신 겁니까?”


지역민들의 입장에서 태백산의 마녀는 반자련의 침략을 막아주는 방파제 같은 역할이었지만, 그들 역시 마녀의 영역으로는 절대 다가가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말을 뱉었다.


심윤혜 역시 하나둘씩 일어나는 지역민들을 보며 의외라는 눈빛으로 김해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지팡이를 든 손을 뻗었다. 호박색 빛을 은은하게 발산하는 그녀의 지팡이의 움직임에 따라, 광장 한가운데의 흙이 떠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빛을 발하는 광휘의 나무가 자리를 잡았다.


“그.. 그 나무를 심으면! 그것을 여기에 심으면, 다른 지역의 조직들이 우리 울진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겁니다.”


심윤혜는 용기를 내서 얘기를 하고 있는 남자를 아무런 대답 없이 바라봤다. 남자는 대답 없는 심윤혜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울진을.. 어떻게 하시려는 겁니까?”

“너희들은 나무가 세상에 빛을 뿌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남자는 심윤혜의 대답을 예상했다는 듯이 바로 얘기를 이어갔다.


“우리는 감당할 수 있는 위협 속에서 버텨왔습니다. 울진의 네 조직들.. 우습게도 그 자식들 역시 대부분 우리 도시의 지역민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이었고, 식구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인간은 누구나 타락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저 나무 때문에 타락할 겁니다..”

“타락하거라.”

“예..?”

“너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심윤혜는 나무의 곁으로 가 지팡이를 든 손에 마나를 집중했다.


그러자 지팡이에서부터 시작된 호박색의 빛과 나무가 발산하는 빛이 감응하듯 더욱 밝아졌다가 살짝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


“인간은 누구나 타락할 수 있는 존재. 너희는 자신들이 타락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한데.. 어째서..?”

“그렇지만 너희들은 타락한 가족들과 친구들을 상대로 싸웠다. 그것이 너희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용기다. 그리하여 나는 너희들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광휘의 나무는 광장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는지, 나뭇잎 스치는 소리를 내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앞으로도 타락하고 또 자정하여라. 너희가 감당 못할 위협이나 위기에 맞닥뜨렸을 때. 그때는 내가 나서서 너희를 지키겠다.”


심윤혜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몸을 낮췄다. 그의 뒤로 일어섰던 다른 지역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윤혜의 이마에서 강렬하게 빛나던 유백색의 빛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


조아라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검을 휘둘렀다. 가벼운 몸놀림과 유려한 검의 선들. 가진 실력에 비해 무척이나 대비되는 수줍은 얼굴을 한 소녀.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유현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아.. 끝났습니다. 대사부님.”


유현의 앞에서 검무를 마친 조아라가 쑥스러운 얼굴로 검을 검집에 넣으며 말했다.


“대사부라니.. 그냥 스승님이라고 불러.”


유현 역시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경직된 표정으로 말했다.


“도일 아저씨도 스승님인데.. 스승님의 스승님이면..”

“괜찮아. 복잡한 것보다는 그게 편하니까. 아라를 직접 가르쳐보니까.. 도일이 형이 대단하다고 하던 이유를 알겠어. 너는 정말 타고났구나.”


훅 들어오는 칭찬에 조아라가 민망해하며 고개를 숙이던 그때, 두 사람이 있던 연무실로 한 무리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하지연과 이현호였다.


“준비 다 됐어요 현이 씨.”

“아 네. 곧 가겠습니다.”


유현이 하지연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대답하자, 하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혼자서 위험하시지 않으실까요?”


조아라의 걱정에 유현은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나를 도와줄 수 있을 만큼 아라가 강해진다면, 꼭 도움을 청할게.”

“네..”


터억.


유현의 손이 조아라의 머리 위를 감쌌다.


“..?”

“크흠.. 뭐.. 칭찬 겸. 격려 겸 해서.”


조아라는 그런 유현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지연은 비상 연락이 가능한 위성 전화와 서해바다가 자세하게 묘사된 지도가 담긴 가방을 유현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위험에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부탁한 일이니까.”

“위험하면 무조건 도망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그런 유현을 배웅하기 위해 나온 서대문 연합의 식구들 모두가 그 모습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유현은 권도일의 어깨를 툭 하고 치고는 서쪽을 향해 자세를 잡았다.


콰앙!!


해가 떨어지고 있는 서쪽 하늘로, 유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점이 되어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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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p.19 인간의 영역(4) 22.04.22 52 2 12쪽
90 Ep.19 인간의 영역(3) 22.04.21 52 3 13쪽
89 Ep.19 인간의 영역(2) 22.04.20 48 2 14쪽
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5 3 12쪽
87 Ep.18 태백산의 마녀(5) 22.04.18 63 3 12쪽
86 Ep.18 태백산의 마녀(4) 22.04.16 52 2 13쪽
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2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4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3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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