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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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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글자수 :
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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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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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18 태백산의 마녀(1)

DUMMY

해양경찰청 구조대의 헬기 조종사 출신 장세호는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도 믿기 힘든 장면에, 얼굴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헬기에서 내린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세 사람은 덤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김해리와 박지은이 건네는 헤드셋과 마이크를 착용했다.


분명 전속력으로 날아가고 있는 헬기를 바로 아래에서 같은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던 흙판.


‘알아서 헬기에 올라탈 거라더니.. 저런 게 가능할 줄이야..’


이볼버들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그들의 기상천외한 능력들이 온 세상에 알려졌고, 지금도 새로운 능력자들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들을 보이고 있지만, 하늘을 날다니? 이런 능력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우와! 아저씨들 마법의 양탄자 타고 온 거예요?”


장세호의 딸 장주은이 막 올라온 세 사람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하하하. 그래 네가 주은이구나. 맞아! 아저씨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왔지.”


윤필이 아이의 천진한 미소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대답했다.


“양탄자는 어디로 갔어요?”

“아아.. 아쉽게도 이 아저씨 양탄자는 일회용이란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렴! 친환경이니까 말이야.”


윤필의 말에 케이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의 상상력을 해치는 말은 하지 마세요 윤필 씨. 주은아. 양탄자는 저기 구름 너머에서 잘 쫓아오고 있단다. 주은이도 양탄자 타보고 싶니?”

“네! 저도 타보고 싶어요.”

“그래 착하게 말 잘 들으면 아저씨가 양탄자 태워 줄게.”

“와! 정말요?”


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모두의 헤드셋으로 전해졌다.


“야이.. 씨. 이 뻔뻔한 유학생 놈아. 왜 내 마법 가지고, 생색은 네가 내고 지랄이야..”

“어허. 애가 듣습니다 윤필 씨. 주은이 귀 막아. 에베베.”

“아오.. 저걸 그냥..”


윤필이 가자미눈을 뜨고 케이디를 노려보던 그때, 김해리는 광휘의 검날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확인하는 유현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요 오빠? 검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겼어요?”


김해리의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유현에게로 집중되었다. 유현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검은 멀쩡해. 혹시나 해서 살펴봤어. 마지막 일격.. 엄청난 힘이 느껴졌었거든.”


유현이 살피던 검을 검집에 넣으며 얘기를 이어갔다.


“자칫 윤필이나 케이디가 동시에 부상을 입었다면,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갔을지도 모르겠어.”


유현의 얘기대로 무안혈맹의 맹주 임윤환의 능력은 굉장히 폭발적이면서도 효과적이었다. 동시에 자기 파괴적인 면이 양날의 검이 되어, 결국 스스로 발목을 잡은 꼴이 되었지만. 윤필의 마법 능력과 지팡이의 힘이 아니었다면, 그들에게 도리어 당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유현은 그러한 가능성을 김 군과 마지막 일 합을 나누던 그때, 느꼈던 것이다.


유현의 얘기에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 헬기의 창밖을 내려다보던 아이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언니! 뭐가 쫓아와요! 엄청 빨라요!”


아이의 얘기에 바깥을 내려다본 박지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얕은 산을 해치며, 맹렬한 속도로 헬기를 따라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앞의 나무들을 마치 갈대 쓰러트리듯 쳐내며 달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붉은빛이 도는 갈색의 털 뭉치였다.


이에 헬기가 급하게 너른 평지를 찾아 착륙했고, 박지은은 아무르를 향해 놀랍고 또 미안한 표정으로 달려갔다. 아무르는 온 힘을 다해서 쫓아오느라 침을 질질 흘리며 숨을 헐떡였고, 박지은을 보자마자 원망 섞인 울음소리를 냈다.


“워우우..”

“그래그래. 미안해 아무르. 내가 잘못했어.”


박지은의 품에 안겨 있던 아무르는 그들을 바라보던 유현에게도 천천히 걸어와, 마치 서운함을 표현하듯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이 정도면 키워야 하는 거 아니냐 유현?”


윤필이 놀랍다는 표정으로 유현에게 말하자, 유현 역시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르의 털을 쓰다듬었다.


*


“이대로 쭉 태백산 방향으로 가면 되나요 사자님들?”


헬기의 조종간을 잡고 있는 장세호가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일행들에게 물었다.


“네. 일단 그렇게 해주세요.”


김해리가 장세호를 향해 대답하자, 윤필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이라니.. 이제 어디를 가도, 다들 우리를 알아본다는 얘기인가?”

“하아.. 도끼광인이라니..”


케이디의 푸념 섞인 한숨에 윤필 역시 남 일 같지 않은 표정으로 낯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헬기는 챙겨왔던 연료의 충전, 그리고 가까운 거점에 들러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잠시 내려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북동쪽을 향해 날았다. 중간중간 황당한 눈으로 상공을 바라보는 조직들이 간혹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이 닿기에 헬기는 너무 높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헬기는 아름다운 호수 위를 지나기 시작했다.


“여기가 충주호예요?”


마치 물에 잠긴 지구에 높은 산봉우리들만 간신히 고개를 내민 것 같은 풍경에 김해리가 감탄을 하며 밖을 내다봤다.


“너무 예쁘다. 그럼 이제 곧 제천이겠네요?”


김해리의 말에 유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헬기를 타고 계속해서 이동한다면, 반자련이 점령한 강원도 일대 위를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은 장 씨 부녀와 박지은을 제천의 이다솔에게 부탁하고서 육로로 이동하는 것을 택했다.


헬기로 여기까지 이동한 것만 해도 엄청나게 시간을 단축한 것이기에, 다들 이견 없이 의견을 일치했다.


투두두두두두.


엄청나게 큰 군용 헬기 소리가 제천시 상공을 울렸고, 헬기는 제천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종합운동장으로 여유 있게 착지했다.


헬기가 착지하는 것을 바라보던 제천의 관계자들이 헬기에서 내린 유현과 일행들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이며 다가왔다.


“유현 님. 어서 오십시오. 대장님께 말씀은 전해 들었습니다.”

“예. 고 차장님이시죠? 반갑습니다.”


유현이 자리에 없는 이다솔을 찾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고 차장이라 불린 주름이 서글서글한 중년 남자는 얇은 입술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대장님은 지금 강원도 인접지역에 상주하고 계십니다. 지금 반자련 영역 접경지는 모두 최고 경계태세에 들어가서 말이죠..”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예상보다 빠르게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 유현이 심각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아.. 그 얘기는 못 들으셨습니까?”

“무슨..”

“얼마 전에 반자련 1중대와 서대문의 타격대들 사이에서 전면전이 일어났습니다..”

“...!!”

“반자련의 회장까지 모습을 드러낸.. 큰 전투였지요. 그 자리에 저희 대장님과 돈의검 님도 있으셨고요.”


고 차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모두가 놀랐지만, 연합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유현이 가장 놀란 얼굴로 고 차장을 향해 재차 질문했다.


“...저희 쪽 타격대원들은 무사합니까?”

“아.. 그게.. 1타격대장 이현호 님이 큰 부상을 입으셨다고 들었습니다..”

“...”

“그래도 저희 대장님께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부상이라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예. 감사합니다.”


고 차장의 말에 작게나마 한숨을 내뱉은 유현이었지만, 여전히 미간 사이의 주름은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일행들은 간단한 식사와 잠시 정비의 시간을 갖고, 제천의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태백산의 영역으로 가장 빠르게 넘어가는 길을 숙지한 뒤, 다시 떠날 채비를 시작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려 하고 있는 오후. 일행들은 박지은 그리고 장 씨 부녀와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제천을 빠져나가는 길목 위에 섰다.


쉬익. 탁.


윤필의 흙판을 타고서 하늘을 날던 아이가 땅으로 사뿐히 내려와, 바람에 날린 눈물을 닦으며, 신이 난 표정으로 제 아비를 향해 폭하고 안겼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신세는 잊지 않고 꼭 갚겠습니다. 사자님들.”


장세호가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일행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지은을 향해 섰다.


“아무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똑똑하고 후각이 대단한 녀석이니까, 사람들을 잘 피해서 여기로 잘 올 거예요. 제가 제천의 사람들에게 말해 놓았으니, 세 사람, 그리고 아무르까지 제천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오.”

“네. 삼촌 말대로 이 은혜. 반드시 갚겠습니다. 사자님들도 무사히 일을 마치시고.. 다시 뵙는 날까지..”


목이 매였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는 박지은의 어깨를 김해리가 토닥이고 나서, 일행들이 한곳에 모이자 윤필이 지팡이를 잡은 손에 마나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케이디는 해맑은 표정으로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주은아. 아저씨들 양탄자 타고 갈게! 나중에 또 태워 줄게!”

“이 새끼가 끝까지 내 마법을 가지고..”

“자 출발!”


그렇게 네 사람은 제천의 오른쪽으로 펼쳐진 험준한 소백산맥을 향해 빠르게 날아 사라졌다.


*


“우와.. 여기 산세가 무슨.. 확실히 강원도 근처로 오니까, 전라도의 평지는 무슨 아기 살결처럼 느껴지네.”


마치 누군가가 깎아 올려놓은 것처럼 뾰족한 봉우리들을 자랑하는 산맥들. 그 압도적인 자연의 기세는 평지만 눈에 가득히 펼쳐져 있던 전라도와는 또 다른 의미로 대단했다.


“저 봉우리들 좀 봐요. 하나, 둘, 셋.. 아홉 개? 무슨 봉우리들이 저렇게 사이좋게 아홉 개나 솟아올라있죠?”

“그러게요. 여기 지도상으로도 봉우리 아홉 개가 나란히 쭉 이어져 있어요.”


자연 속에 들어와 더 신이 난 듯 보이는 케이디가 단양의 명소 중 하나인 구봉팔문을 바라보며 외치자, 김해리가 지도를 펼쳐 다음 이동경로를 확인하며 걸었다.


“이제 저기 보이는 큰 봉우리를 넘어서 북동쪽으로 조금만 가면 부석사라는 절이 나오고요. 그 절만 지나면 고 차장님이 말씀하신 태백산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돼요.”

“하아.. 이제 곧 이 아름다운 녀석과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건가..”


윤필이 검은 지팡이를 하얀 볼에 비비며, 격하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유현은 김해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조금만 가면..’


태백산은 마나시대 이후, 누구도 범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절대적인 마법사. 태백산의 마녀라 불리는 자의 영역.


흑무단장 심윤혜가 지고의 존재라 부르는 존재는 그와 동일 인물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태백산의 마녀와 같은 영역 안에서 공존하는 인물. 뭐가 됐든 태백산의 마녀와 관련이 있는 자라는 얘기였다.


‘어쩌면 세상의 비밀에 조금 더 근접한 존재일까...’


태백산 방향을 향해 발걸음을 딛는 유현의 심장이 조금씩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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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3 3 13쪽
»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5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4 3 11쪽
81 Ep.17 무안혈맹(3) 22.04.11 62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4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5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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