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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남 님의 서재입니다.

신세계로부터 : 씨앗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도리푸
작품등록일 :
2022.01.17 14:35
최근연재일 :
2022.05.13 05:56
연재수 :
1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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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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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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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17 무안혈맹(3)

DUMMY

차에 타기 이전부터 상기된 얼굴로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을 바라보고 있던 박지은은, 자신을 부르는 유현의 목소리에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랐다.


눈으로 본 것이 진정 현실인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막강했던 유현의 무위. 어젯밤 이들이 나타난 이후로, 희망과 걱정이 치열하게 다투던 박지은의 머릿속은, 조금씩 희망을 더 가져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물들고 있었다.


“제 얘기는..”


박지은이 말끝을 흐리며 흘끗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은 운전석에 앉아있는 부맹주 임지환을 향해 있었다.


“야. 차 세워.”


그러자 박지은이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아차린 윤필이 임지환에게 말했다.


차량은 논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꽤 널찍한 길 중간에 멈춰 섰다. 윤필이 차에서 내려 임지환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임지환은 쭈뼛거리며 차에서 내려, 논 한가운데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임지환을 알아본 곳곳의 경계병들에게서 격한 반응들이 들려왔다.


“야 이 새끼야! 어디서 농땡이 부리고 있어!”

“어이 거기 차 씨! 똑바로 일 안 해? 낫 움직이는 거 다 보여!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란 말이야!”


유현의 예상대로 경계병들이 감시하고 있었던 것은, 농지를 침범해오는 외부세력이 아니라 농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역민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경계병들은 자신들의 상관인 임지환을 발견하자마자, 더욱 열심히 업무를 하는 행세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필은 자신과 임지환을 흘끗 거리며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선을 느꼈다. 은근하게 쏟아지는 그 눈빛들은 두려움과, 원망, 그리고 경멸을 담고 있었다.


“허..”


윤필은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으로 어수선해진 주변을 둘러보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는지 손바닥으로 임지환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따악!


“끄윽!!”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어수선했던 넓은 논에 순식간에 정적이 짙게 깔렸다.


그 엄청난 힘에 상체를 가누지 못하고 머리를 숙인 채 휘청거리던 임지환을 향해, 윤필은 들고 있던 지팡이를 힘껏 휘둘렀다.


퍼억!


“꺼업!!”


풀썩


황금빛으로 물든 논 한가운데로 거꾸러진 임지환은, 뻘로 지저분하게 된 얼굴과 손으로 엉거주춤 다시 논을 기어올라왔다.


그러자, 망루에 앉아 그늘 아래에서 지역민들을 감시하고 있던 경계병들이 황급히 망루에서 내려와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 오지 마!”


임지환의 다급한 목소리가 달려오던 경계병들을 멈춰 세웠다. 경계병들은 누렇게 익은 벼들을 쓰러뜨리며 급하게 달려오던 발걸음을 멈추고, 임지환과 어젯밤 찾아온 지팡이를 들고 있는 마법사를 번갈아 봤다. 이들의 손에는 칼과 창 등 다양한 무기들이 이미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하며, 가을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괜히 이 새끼들 화만 더 돋우면 나만 좆된다..’


약아빠진 판단력이었지만, 임지환의 생각이 맞았다. 눈앞의 마법사가 대단하다는 소문도 이미 들었던 터였고, 그가 아니더라도 눈에 보이는 수십 명의 경계병들 모두가 달려들더라도, 차 안의 유현 단 한 사람에게 준비운동거리조차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괘.. 괜찮다. 아무 일도 아니니까.. 그.. 그래! 적들! 각자 자리에서, 외부에서 올지 모르는 적들을 경계해라!”


모여들었던 경계병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흙투성이가 되어 있는 부맹주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가라고!”


결국 임지환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경계병들은 자신들이 쓰러트렸던 익은 벼들을 다시 밟으며, 망루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참.. 이런 거 보면 어처구니가 없으면서, 재미있단 말이야?”


임지환을 내려다보는 윤필의 한쪽 입꼬리가 각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아.. 그게..”

“부맹주.”

“예.. 예!”


윤필이 다리를 쪼그려, 부맹주와 눈높이를 맞춰 앉았다.


“너희들. 주민들까지 동원해서 연기를 한 이유가 뭘까?”

“연기..라기 보다는..”

“내가 맞춰볼까?”

“...”


윤필의 하얀 얼굴이 창백하게 빛을 내며, 임지환의 눈앞까지 가까이 왔다.


“나무의 씨앗을 받고 싶었던 거야. 그렇지?”

“아.. 하하. 그게.. 전부 연기는 아니고..”


따악


윤필의 손바닥이 무릎을 꿇고 있는 임지환의 이마를 경쾌한 소리를 내며 가격했다. 임지환은 변명을 뱉으려던 입을 굳게 다물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짓고서 윤필을 바라봤다.


“그런데 네놈이 생각하기에도, 이게 좀 웃겼던 거지.”

“예..?”

“그냥 뺏을 수 있는 것을 왜..? 너희는 마나웨폰을 사용하는 강자도 부하로 부릴 정도로 강한 조직인데,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해서 그 씨앗을 얻어야만 하는 것인가 했던 거지.”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임지환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윤필은 올렸던 입꼬리를 내리고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그의 얼굴을 보며 긴장하고 있던 임지환이 어느새 올라와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윤필의 손가락을 발견한 순간, 하얗고 밝은 빛줄기가 임지환의 몸에 흡수되듯이 빠르게 사라졌다.


파짓! 파즈즈즈.


“끄읍...”


털썩!


바닥에 쓰러져 기절한 임지환에게서 지린내와 구린내가 동시에 풍겨 오기 시작했다.


“어후.. 이 새끼 괄약근이 형편이 없네.”


찰싹!


임지환은 뺨을 세게 얻어맞자,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끄아아아!! 마.. 맞습니다! 마법사님 말씀이 모두 맞습니다!”

“맞아?”

“네네!! 맞습니다! 제발..”


다시금 자신을 향하는 윤필의 검지에, 임지환은 식겁한 얼굴로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간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 참.. 이걸 시간 낭비라 해야 할지.. 시간을 잘 썼다고 해야 할지..”


윤필이 풍겨 오는 구린내에 코를 살짝 막고서 몸을 일으켰다. 차 안에서는 나머지 세 사람이 박지은의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


다시 마을로 돌아온 차량이 공터로 들어오는 순간, 순식간에 백여 명의 무사들이 차량 주위를 빙 둘러쌌다.


차가 멈춰 서자, 차량 위에 매달려 있던 임지환이 식은땀을 잔뜩 흘린 모습으로, 내려와 부들거리는 팔다리를 간신히 가누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를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아아! 형.. 형!! 으흐흑!!”


그런 임지환을 바라보는 무안혈맹의 맹주 임윤환의 눈빛이 점점 차갑게 식어, 운전석에 앉아있는 유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아! 네 동생 몸에서 쒯구린내가 나서 말이야. 도저히 차에 태울 수가 있어야지.”


뒷좌석 문을 열고 내린 윤필이 지팡이를 바닥에 찍으며 임윤환을 향해 말했다.


“...”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이들을 노려보던 임윤환이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임지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왜 셋뿐이냐? 김해리 그년은 어디로 갔지?”

“아.. 몰라.. 갑자기 사라졌어.”


눈물과 콧물이 말라붙은 얼굴로 임지환이 가까이 다가오자, 임윤환의 근처에서 안타까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이들도 코를 틀어쥐며 인상을 찌푸렸다.


“보.. 본부로 가서 얼른 씻기나 해라.”

“알았어.. 저 새끼들 다 죽여줘 형. 할 수 있지?”


차에서 내린 세 사람을 노려보는 임지환의 입술이 분노 때문인지, 탈진 때문인지 심하게 부들거렸다.


“그래.. 알았으니 빨리.. 가 인마!”


임지환이 그들을 지나서 거리를 벌렸을 때쯤, 임윤환과 그 측근들은 코 주변으로 가져갔던 손을 내리고 서대문 연합의 세 사람을 향해 무기를 뽑아 들었다. 그중에는 조금 전에 유현의 검에 실신했던 김 군도 끼어 있었다.


“저 새끼 진짜 멀쩡해 보이네? 네가 보기엔 어떠냐 케이디?”


윤필의 말대로 정수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기절해 있던 김 군은 아무런 부상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저 정도 치유마법이야 기본이죠 뭐.”


케이디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자, 옷소매로 코를 막고 있던 맹주가 손을 내렸다.


“우리.. 서대문 연합의 사자들께서 이렇게나 배은망덕한 개자식들이실 줄은 몰랐군요.”


임윤환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고서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


“따뜻한 잠자리와 맛있는 식사. 편안하게 머무를 장소까지 제공한 우리 무안혈맹에게 보답은 하지 못할망정..”

“네놈이 원한 보답이 이건가?”


유현이 임윤환의 말을 끊으며 품에서 꺼낸 씨앗들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의 온화하고 자애로운 표정은 간 데 없이, 임윤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마치 짙은 탐욕이 얼굴로 흘러넘친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하.. 홍윤상의 얘기가 사실이었군. 그 자식에게도 넘긴 씨앗이라면, 나에게도 그 씨앗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되는데? 내가 책임지고 이 지역의 주민들을 이볼버로 만들도록 하지.”


하지만 유현은 그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품 안으로 씨앗을 갈무리했다.


“...!!”

“미안하지만, 너희는 자격이 없어. 나무를 갖고 싶다면, 청해문이 가진 나무를 노리는 게 더 빠를 거야.”


유현의 말에 맹주의 눈이 희번덕이며, 얼굴 가득 차오른 노기를 한숨으로 뱉어냈다.


“후우.. 그래. 김 군이 너에게 상대도 안 될 정도라 들었으니, 네놈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겠다. 그렇지만 말이야..”


스르릉.


서서히 앞으로 향하는 맹주의 옆으로, 검을 빼어 든 무사들이 한껏 긴장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우리 무안혈맹이 그 대단하다는 청해문을 곁에 두고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을 무시해서는 안 되지..”


그때, 맹주의 손이 무사들 머리 위를 훑고 지나가며 탁하고 흐릿한 빛을 뿜었다. 그러자 그 빛을 맞은 무사들이 큰 기침을 몇 번 쿨럭이더니, 상기된 얼굴을 한 채, 세 사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기침을 한 이들은 호흡을 내쉬면서도, 미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저게 바로 박지은이 얘기한 그 마법인가 보군?”


눈을 가늘게 뜬 윤필의 말에, 눈을 찡그리며 그들을 살피던 케이디가 입을 열었다.


“맞네요. 저 빛에 쏘이자마자, 엄청난 각성 상태에 빠진 것 같아요.”

“뭐 얼마나 강해지려나?”

“나도 잘 몰라요. 반응속도, 힘.. 이런 것들이 향상되겠죠. 저 김 군이라는 녀석이 리더에게 호되게 당하고도 다시 나타난 걸 보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을 지도..”

“흥.. 애쓰네.”


윤필은 피식 웃으며, 흉흉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무안혈맹의 이볼버들을 천천히 살피기 시작했다.


“마법사는 몇 명 없어 보이고.. 야 케이디. 이번엔 해리가 없으니까, 내 주위에서 멀리 떨어지지 말라고. 알았어?”

“예예.”


그때, 가장 앞에서 거친 숨을 내쉬던 무사 십여 명이 빠른 속도로 세 사람을 향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


쾅!


박지은의 방패에 검이 막힌 이볼버가 뒤로 튕겨져 나가며 균형을 잃었다.


파아아악!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화살이 살별의 시위를 떠나 마지막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그 무사를 쓰러트렸다.


“후우.. 정말 해리 씨 말대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이볼버들이 거의 모두 빠져나갔네요.”


박지은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인 김해리는 쓰러진 무사의 몸에서 열쇠를 찾아낸 뒤, 곧장 박지은의 뒤를 따라 달렸다.


“삼촌!”


박지은이 유리로 된 회의실의 문을 두들기며, 힘 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를 불렀다.


“지은이..? 이게 무슨 일이냐?”

“시간 없어요 삼촌. 지금 당장 주은이 데리고 무안을 뜰 거예요.”

“뭐라고?!”


박지은은 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다시 어딘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고, 아이는 놀란 눈을 하고 유리창 밖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아빠!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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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p.19 인간의 영역(1) 22.04.19 55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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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Ep.18 태백산의 마녀(3) 22.04.15 58 2 12쪽
84 Ep.18 태백산의 마녀(2) 22.04.14 72 3 13쪽
83 Ep.18 태백산의 마녀(1) 22.04.13 64 3 11쪽
82 Ep.17 무안혈맹(4) 22.04.12 63 3 11쪽
» Ep.17 무안혈맹(3) 22.04.11 61 3 12쪽
80 Ep.17 무안혈맹(2) 22.04.09 63 2 11쪽
79 Ep.17 무안혈맹(1) 22.04.08 74 3 12쪽
78 Ep.16 전운(7) 22.04.07 6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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