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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8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02.23 23:16
조회
128
추천
1
글자
12쪽

146.대기근과 고난(1)-병정대기근 극복

DUMMY

[1626년과 1627년 두 해에 거쳐서 조선에는 병정대기근이 발생했다. 이 대기근의 여파는 무려 4년이나 지속되며 1629년까지 함경도를 제외한 조선의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와 아사자들을 남겼다.]


“여기에는 뭐 하러 찾아왔느냐? 왜 죄인이 이제는 반역까지 꽤했으니 사약을 받으라고 하더냐?”

“아니옵니다. 전하께옵서 광해군 대감께서 밥도 잘 드시지 않으시고, 몸이 많이 상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친히 탕약과 고기를 하사하셨기에 저희들은 그것을 대감께 전해드리기 위해 왔을 뿐이옵니다.”

“흥, 역모사건에 내가 연류 되어있다는 소문 때문에 조정이 발칵 뒤집어져서 금방이라도 나를 죽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못하는 구나?”

“그야. 광해군 대감께옵서. 매일을 통곡하시며 보낸다는 소식이 곧 바로 조정과 왕실에 전달되었기 때문에 주상전하와 신하들의 마음을 움직이셨기 때문이지요.”


1628년 새해가 밝자마자 허유, 유효립 등의 역모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자들을 추포해서 심문하자 광해군이 연류 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전달이 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주도로 유배되어 있던 광해군이 매일 잠도 못자고 밥도 먹지 않으며 통곡을 하며 지낸다는 소식이 전달된 뒤로 광해군에 대한 동정과 함께 역모사건은 조용히 종결되었다.


“여기, 주상전하께서 대감께 보내주신 고기와 탕약이옵니다. 부디 잘 챙겨 드시고 쾌차하시길 바라옵니다.”

“쳇, 조선 팔도가 기근에 허덕이고 있고 그 와중에 작년에는 오랑캐까지 쳐들어왔는데 무능했던 임금인 내가 이런 것을 맘 편히 먹을 수 있겠느냐? 차라리 주변에 있는 제주도민들에게 나눠주도록 하여라.”

“하오나, 대감!”

“한양에 있는 왕께서도 기근 때문에 힘들어할 테지. 신하들 역시 대책들을 세우고 백성들을 구휼하고 있을 테고 말이다. 나라고 한 때 조선의 임금이었는데 지금 같은 대기근속에서 마음이 편하겠느냐? 눈앞에서 백성들이 굶어죽고 있고 배고픔에 통곡소리가 들리는데 말이다! 제주도민들에게 나눠주기 싫다면 네가 다 먹어라! 나는 먹을 생각이 없다!”


광해군은 백성들이 극심한 배고픔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어찌 자신만이 이런 특혜를 누릴 수 있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를 멀리서부터 가져온 신하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고 다시 반도에 있는 한양이나 하삼도로 가져갈 수는 없는 일이니 그냥 제주도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조선에 찾아온 대기근은 1626년 병인년과 1627년 정묘년 2년에 거쳐서 함경도지역을 제외하고 2년 연속으로 대흉작을 불러왔다.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2년간 평작에 미치지 못하는 흉년이 이어지면서 많은 백성들이 고통 받고 힘들어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은 비단 하루와 친구들, 그리고 그의 가족들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자연재해였다.


“아이고, 마늘이 다 말라서 지푸라기가 되어버렸네. 뽑아버리던가 해야지 소용없겠다.”

“다른 논밭과 달리 우리 땅에서는 평작은 넘는 풍작이었는데... 올해는 우리도 피해갈 수 없나보군.”

“그래도 우리는 쌓아놓은 재물이라도 오랑캐들한테 다 잃지 않고 어느 정도 남아있으니 어떻게든 저녁에 배라도 쓰다듬으면서 살지. 주변을 봐봐 가끔가다가 어린아이나 노인들이 굶어 죽었다는 소문이 들어오잖아?”

“하기야. 주변사람들만 봐도 요 2년 동안 다들 홀쭉해졌지. 먹지 못했으니 힘이 없어서 밭도 제대로 관리 못하고 땅은 기운을 잃은 지 오래니 겨우 씨앗을 뿌려 놓으면 싹이 나오자마자 말라비틀어지니 말이야.”

“에휴, 어째 이런 재난만 계속해서 찾아오는지 모르겠네.”


하루와 친구들은 서로의 논과 밭에서 말라비틀어진 농작물들을 뽑아 내던지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들은 그래도 평소보다 양은 줄였어도 부족하지 않게 밥을 먹기 때문에 한숨만 쉬는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다른 농민들의 입에서는 앓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서 주변 농민들의 몸은 십 몇 근의 몸무게가 줄어있어 뼈가 들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모두다 아이고아이고 소리를 내뱉으며 힘없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겨우 논밭을 갈고 농작물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얘, 가서 밭에다 다른 것 심을 씨앗을 사오너라.”

“이렇게 말라버린 밭에 도대체 어떤 작물을 심어요?”

“그나마 마늘이나 대파 같은 애들보다는 깨 같은 종류가 물이 덜 들어가니. 이런저런 깨 씨앗들을 사가지고 오너라. 아 늦가을에 뭐라도 건져 봐야하지 않겠어?”

“에휴, 농작물이 다 말라버려서 이제 할 일도 없군. 우리먼저 들어가 볼 테니까. 너희들은 씨앗을 사가지고 돌아오렴. 그래도 할 일없이 버티기 보다는 빨리 다른 작물이라도 심어봐야지.”


마루는 자식들에게 심부름을 시켜놓고 농기구들을 정리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이고, 큰일이야. 집에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자네는 그래도 쌀 한줌이라도 남아있지. 나는 이제 집에 야채 말곤 남은 것이 없네.”

“이렇게 먹을 것이 없던 적은 왜놈들이 처 들어 온 뒤에 유일할 거야.”

“에고고, 언제쯤 이런 비극이 지나갈지....”

“그러게 말이야.”


주변에 있는 마른 몸을 겨우 지탱하고 일어서서 현실에 탄식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그나마 멀쩡하게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마루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비단 마루뿐만 아니라 하루와 친구들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그의 눈빛은 사람으로서의 동정과 안타까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전하, 그제 말씀 하신대로 기근이 찾아오지 않은 평안도 일대의 쌀을 피해가 막심한 평안도와 하삼도 지역으로 일단 보냈사옵니다.”

“그래, 얼마나 많은 쌀이 진휼청(백성들에게 쌀을 나눠줘 구휼하기 위해 설치되는 관청)에 들어왔느냐?”

“아뢰옵기 황송하지만... 평안도에서 보내온 쌀로는 부족한 면이 있사옵니다. 아직도 백성들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최소한 쌀 삼사천석은 더 필요할 성 싶사옵니다.”

“삼천? 세상에 그런 많은 쌀을 어디서 구한단 말이냐?”

“전하, 방금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이익빈이라는 전직관료가 자신이 갖고 있는 쌀 일천 석과 면포 40필을 헌납했다 하옵니다.”

“오호! 그것이 정말 사실이오? 이런 위급한 순간에 그의 공로가 참으로 대단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부유한 양인들이나 여러 관료들의 자제들이 백성들을 구휼하는데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옵니다.”

“나라가 굶주림의 어둠에 풍전등화와 같은 시점에 참으로 의인들이 많아서 다행이오. 여봐라! 이번 기근을 막기 위해 왕실도 최선을 다할 터이니 여러 대신관료들도 함께 힘써서 이겨 나가도록 합시다!”


굶주림의 저주가 조선에 내려지고 있을 때 조선이 망하지 않고 지탱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익빈과 같은 자신의 재산을 풀어서 백성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고자 하는 양반이나 지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조는 이익빈을 크게 칭찬했으며 조정 관료들도 힘써서 백성들을 구제하는데 노력했다. 의미 없는 당쟁이 종종 이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아버지, 깨 사가지고 왔습니다. 심을 수 있는 깨라고는 하는데 이거 상태가 영 별로인데요?”

“맞아요. 2년 동안 땅이 워낙 말랐어야죠.”

“한 번 더 심부름을 다녀올 수 있겠느냐?”

“예? 아이,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저녁에 심부름을 또 시키세요!”

“그럼 아버지가 직접 다녀오마. 하루야 우리가 다녀오자.”

“그래.”

“아니, 뭘 사시러 가시는데요? 곧 있으면 해도 떨어지는데 말이에요!”

“뭐긴 뭐야. 쌀 한 석을 사러 간다!”

“아니, 갑자기 쌀을 한 석씩이나 사러 가신다고요? 집에 아직도 쌀이 잔뜩 남아있는데?”

“몰라 이 녀석들아. 하늘과 땅이 나라를 버려서 주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우리만 밥 먹고 사냐?”


하루와 마루는 수레를 이끌고 집을 나섰다. 쌀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소리를 들은 자식들은 순간 당황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선 마루를 쫓아와서 수레를 대신 끌어갔다.


“이 녀석들 너희들도 고을 주민들이 안타까운 게지?”

“예, 저희들이야. 오랑캐가 왔어도 재물을 지켰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잖아요?”

“게다가 그 명나라에서 온 가짜 장수 목아진가 모문용돌이간가 그 사람이 하도 부하들을 내륙으로 데려와 약탈을 해갔어야죠.”

“그래, 우리야 잠시 배고프긴 해도 하루 이상 굶은 적은 없지 않느냐? 우리만 살아남을 수는 없는 일이지.”

“자, 빨리 쌀을 구해보자!”


마루의 아들 셋까지 합세해서 다섯 남자들은 쌀을 구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한 땅 많고 만석꾼인 양반의 집에 도착했다.


“아니, 너희들은 뭐야? 쌀 빌리려 왔느냐? 지금 가뭄이 오래 되서 쌀을 빌리면 가을에 2배로 갚아야 되는데 그럴 능력은 되겠느냐?”

“아니요. 저희는 쌀을 사러 왔습니다.”

“쌀을 사러 왔다고? 하긴 딱 봐도 보틍 농민들과는 얼굴에 기름기가 남아있는 것이 어느 정도 사는 집안인가 보구나? 그래 얼마나 사러 왔느냐? 요즘 쌀이 귀해서 쉽게 내어주진 못한다!”

“한 석입니다!”

“뭐? 한 되도 아니고 한 말도 아니라 한 석? 정말로 한 석이나 사러 온 것이냐? 좋아 가격을 듣고 놀라지 말거라! 상급 면포로 10필은 줘야 될 것이다!”

“그러면 이정도면 되겠군요. 여기 은자 석 냥입니다.”

“아니, 은자 세 냥씩이나? 그럼 오히려 내가 거스름돈을....”

“거스름돈은 필요 없고 넘치는 돈 만큼 쌀이나 더 주십쇼.”


욕심 많은 고리대금 양반은 은자 세 개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하는 하루의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아무리 제법 부유한 농민이라고 해도 은자 세 개면 비단옷에 옥가락지 심지어 집이나 땅도 살 수 있을 만큼 큰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는 게 쌀이었던 만석꾼 양반은 낄낄 거리면서 빨리 노비를 시켜 쌀을 실케 시켰다.


“킥킥! 뭘 농사지어서 은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좋소! 내 그대들이 이렇게 대단한 패기를 지니신 줄은 몰라봤습니다! 내, 두둑하게 좋은 쌀로 챙겨드리죠. 여봐라! 저 수레에 쌀 1석 반을 실어드려라!”

“고맙습니다. 나리께서도 올해는 풍작이시길 빕니다.”


쌀을 구매한 가족들은 묵직해진 수레를 이끌고 수백걸음을 걸은 다음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소리쳤다.


“쌀을 나눠드리겠습니다! 돈은 주시지 않아도 되니! 모두 나오셔서 쌀을 가져 가십쇼!”

“자자, 많이 있습니다. 한 가족 당 한 되씩 나눠드릴 터이니. 줄을 서서 기다리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집만 배부를 순 없어서 나눠드리는 겁니다!”


쌀을 나눠준다는 소리를 들은 동네 사람들은 모두 우르르 나와서 물어 봤다.


“정말로, 쌀을 그냥 나눠 주시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바가지를 가져 오십쇼.”

“여기요! 쌀 좀 담아주세요!”

“예예, 여기 한 되 가득 담아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이고,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배고픈 시절에 먹을 것을 주시다니.”

“아닙니다. 다 같이 잘 살자는 의미에서 나눈 것입니다. 자자, 줄을 서세요! 세치기 하시지 마세요! 쌀은 많이 남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예, 아주머니네 댁도 행복하십쇼!”


가족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 주었다. 은자 석 냥. 그 돈은 사실 하루가 일본에 가기 위해 작년 가족의 밭에서 농사지은 돈을 모두 합한 돈이었지만 하루는 그 돈을 당장 눈앞의 사람들을 구제해 주기 위해서 헌납했다.


이름 없는 의인들의 헌납과 헌신 속에서 평양성 한 마을의 백성들은 배고픔은 잊을 수 있었다.


하루는 이렇게 나누고 베풀면 언젠가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리라 생각하며 한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오히려 고난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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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50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6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3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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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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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8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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