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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92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2.02 06:00
조회
73
추천
1
글자
12쪽

157.다시 집으로

DUMMY

「하루? 저기 있는 큰 나무가 무슨 나무인줄 아느냐?」

「네, 벚나무가 아닙니까? 조선통신사로 왔을 때 본 기억이 납니다.」

「저 거대한 벚나무에서 꽃이 피면 아주 아름답지! 아마 일본 열도에서 저렇게 큰 벚나무는 이 나고야성 인근에 있는 저 나무 말고는 없을 거야.」

「조선에도 저렇게 큰 벚나무는 제주도나 궁궐 안에만 있을 겁니다.」

「그렇지? 나무 둘레만 해도 덩치 큰 장정 둘이 팔을 잡고 둘러야 할 정도니 말이야. 아마 이 땅위에 백년 아니 이백년은 저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겠지.」


나고야 성에 들어가기 전에 한 그루의 거대한 벚나무가 있었다. 길에서 약 200보정도 떨어진 언덕 위에 한그루의 왕벚나무는 언제 어떻게 싹을 틔웠는지는 몰라도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들보다도 압도적으로 커서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그 벚나무를 보면서 나고야성에 입성을 했다,


「주군 먼 길 다녀오시느라 노고 많으셨습니다.」

「너희야 말로 주인 없는 성을 지키느라 고생 많았다. 역시 나고야 성이 내 보금자리인가 보군. 아무리 크고 화려한 에도의 건물들도 이토록 나를 포근하게 맞이해 주지는 못했어.」

「소식은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쇼군께서 무리한 요구를 해오셨다고요?」

「뭐,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야. 자네는 내가 오자마자 그런 소리만 하는 건가?」

「저는 그저 주군의 심신이 너무 부담이 되실까 걱정이 돼서...」

「이 사람아. 내가 그 정도 요구가지고 휘청거릴 사람으로 보이나? 암튼 오늘은 조용히 보내고 싶으니 산킨코타이 행렬에 참가한 전원의 짐을 정리하는 것이나 도와줘라.」


산키코타이 행렬을 마치고 몇 달 만에 돌아온 요시나요와 그의 가신들, 수행원들은 모두 짐을 풀어놓고 지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갖은 피로를 호소했다.


「이제, 우리가 다시 헤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군.」

「벌써 그런 소리 하지 마.」

「너 너무 서운해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말은 그렇게 했어도 오사카에서 미나토가 출항하는 시간을 맞추려면 적어도 닷새는 너랑 함께 있어야 해.」

「그러면 며칠 더 있어줄 거야?」

「물론이지. 이 값진 순간을 매우 의미 있게 보내겠다고 맹세할게.」

「고마워 오빠.」

「나야 고맙지. 네 덕분에 맛있는 음식들도 많이 먹고 살아 생전에 에도에 한 번 더 다녀왔으니 말이야.」


하루와 하나는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기 전에 꼭 껴안은 다음에 헤어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하루가 이전에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방문했을 때도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애인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맞이하고 싶지 않지만 슬금슬금 다가왔다.


하루와 하나는 뜻 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매일 일정시간을 서로 만나서 차도 마시고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보냈다. 조선통신사로 방문했을 때는 조선귀국 일정이 빽빽했기 때문에 이토록 길고 여유롭게 추억을 쌓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길어봤자 일주일의 시간은 화살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돌아갈 준비를 마친 하루는 하나의 집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벌써 여기에 7일이나 있었어. 좀 더 있긴 했지만 이제 내일은 정말로 돌아 가야해.」

「그건 너무 싫어... 2달 주기로 온다고 그랬나? 그러면 2달만 더 있다가 돌아가면 안 될까?」

「나도 그러고 싶어. 그렇지만 조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걸...」

「도대체 하늘은 오빠와 나 사이의 운명을 왜 이렇게 나눠 놓으셨을까...」

「다 오빠 잘못이지... 그냥 농사나 지으면서 살았으면 이렇게 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저 나가시노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바보같이 무사가 되겠다고 날 뛰어서.」


하루는 언젠가는 조선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자신의 처지가 모두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잘못된 선택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푹 숙이고 하나의 눈을 제대로 마주보지 못했다. 농사꾼이 무사가 되는 길을 걷지 않았다면 조선에 건너가서 전쟁을 했을 일도 없었을 테고 여진족에게 인질로 끌려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부모님과 따뜻한 밥을 지어 먹으면서 두 분 마음고생을 시키지 않았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애인을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마음에 대못을 박으며 기다리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자책하고 있는 하루를 보고 하나가 손을 붙잡으며 한마디 말로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래서 오빠 지금 후회하는 거야!」

「후회..?」

「내 마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했으면서! 조선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들었다 놨다 했을 거면서! 그 많은 일을 저질러 놓고 지금 혼자서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고 있는 거냐고!」

「내가... 후회하고 있다고...?」


하루는 하나의 말을 듣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그렇게 개탄스럽고 후회할 일인가.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인가. 왜 살면서 악재가 계속해서 겹치는 것인가. 인생에서 제대로 풀린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인가. 왜 그런 것인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계속 나쁜 일의 연속인 것인가.


하나는 방황하고 있는 하루의 눈빛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정신을 집중시키고 소리쳤다.


「정말로 인생을 후회한다고? 오빠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오빠 때문에 얼마나 행복했는데? 생각해봐. 오빠가 영향을 준 사람들 다 오빠 때문에 행복해 하고 있을 거라고.」

「행복했다고? 나를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이? 바로 앞에 있는 너의 행복도 책임지지 못하고 있는 내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고?」「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오히려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긴 해도 지금 이순간까지도 무척이나 설레고 떨려. 조선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거야.」

「정말이야? 진짜야?」

「물론이지! 안 그랬으면 내가 이미 오빠를 잊어버리고 잘 난 다른 사람과 결혼했겠지! 조선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오빠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나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오빠를 기다려주고, 반겨주고, 다가와 줬을까?」


하나의 말, 하나의 눈빛을 본 하루는 구슬같은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 자신이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과거의 행적들을 하나하나 회상해 내면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릴 거야. 지금까지 그래왔듯 기다릴 거야. 그러니 제발 죽기 전에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가 돼서 돌아와 줘.」

「정말, 기다려 줄 거야?」

「이 오빠야! 지금까지 30년 기다려 준 게 아까워서라도 내가 죽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

「그러면 내가 반드시 가장 멋진 남자가 돼서 돌아올게. 기다려줘.」

「물론이지! 오빠도 알지? 성 주변에 엄청 큰 벚나무가 있다는 거? 매년 봄마다 그 벚나무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반드시. 반드시 약속을 지킬게.」

「말없이도 잘 돌아와 준 오빠니까 마지막 약속도 잘 지켜줄 거라 믿어!」


하나는 하루의 품에 쏙 들어와 안겼고 하루는 이런 하나를 꼭 안아주면서 서로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죽기 전에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며 이 둘은 따뜻한 이별을 했다.




「어? 하루 아저씨? 하루씨 맞으시죠?」

「아이고, 이 얼마 만에 만나는 겁니까, 미나토씨.」

「여름에 헤어지고 겨울이 되어서야 만나네요. 저는 가을에 나타나시지 않으시기에 다른 배를 타고 이미 조선으로 돌아가신 줄 알았습니다.」

「하하, 사정이 있어서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이 에도까지 다녀오는 길입니다.」

「그러셨구나. 어떻게 일본에서 별 탈은 없으셨나요?」

「별 탈은 무슨. 오히려 모든 일들이 잘 끝나서 기쁠 따름이지요. 대신 조선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이 많으니 새해선물로 집에 돌아가야겠습니다.」

「마침 출항하기 직전에 잘 맞춰서 오셨습니다. 그러면 가봅시다! 조선으로!」


오사카의 항구에서 많은 물건이 실려 있는 무역선을 등지고 육지에서 이런저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던 미나토와 재회를 하게 되었다. 미나토는 반갑게 하루를 맞이해 주며 곧 배가 출항할 것이라 말했고 하루와 함께 배에 오른 뒤 닻을 올리고 돛을 펴서 먼 바다로 나아갔다.


겨울바다는 여름바다와 달리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긴 했으나 태풍처럼 험난한 자연재해는 덮치지 않았으니 오히려 잔잔해서 좋았다. 무역선이라서 여기저기 섰다가다를 반복했지만 작은 배보다야 큰 배가 안정적이고 사람들도 많아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렇게 일본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미나토와 그의 선원들과 주고 받다보니 어드 덧 대마도를 지나 부산에 있는 왜관에 도착했다. 날씨는 추워졌지만 마음은 더 따뜻해졌다.


「이번에도 저를 잘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 말로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선원들도 다들 하루씨를 좋아하고요. 앞으로도 일본 가실 일 있으면 날짜만 잘 맞춰서 나와 주시면 공짜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저야 고맙죠. 아마 몇 년 안에 또 배를 타러 올 겁니다. 그럼 그 때까지 장사가 더 번창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계십쇼.」

「하루씨도 잘 가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하루는 거의 반년 만에 조선 땅을 밟았다. 하루는 부지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남아있는 돈으로 나귀나 말을 빌려 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가지고 있는 짐도 별로 없었기에 부지런히 두발로 쭉쭉 걸어 나갔다.


“아이고 이게 누구야! 어머니는 잘 보내드렸어?”

“예, 잘 보내드렸습니다.”

“자네 안색이 많이 좋아졌군. 근심걱정이 다 사라진 듯하네.”

“정말요? 김충선 대장께서 그리 말해 주시니까 괜히 기분이 좋아지네요.”

“자네 좋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이라니까? 나처럼 할아버지 괴롭히는 손주녀석들 없어서 그런가?”


하루는 올라가면서 중간에 김충선을 만났다. 김충선은 하루를 기쁘게 맞이해 줬고 극진히 대접하며 겨울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하루는 또 다시 부지런히 북쪽으로 걸어갔고 한강을 건너고 도성을 지나 대동강을 건너고 평양성에 도착했다.


“야야! 날씨도 추운데 옷을 제대로 입고 뛰어놀아야지! 그러다 감기 걸릴라!”

“할아버지 저는 건강해서 괜찮다고요!”

“이 녀석이? 동장군이 꽝꽝 얼려서 귓불이라도 떼어가야 정신을 차리려고! 빨리 와서 옷 제대로 입어! 옷 제대로 안 입으면 밖으로 나가서 놀지도 못하게 할 거야!”

“싫어요! 싫다고요!”


마루의 손자 중 하나가 집밖으로 속옷만 입은 채 뛰어나왔고 눈밭인 추운 바깥에 감기라도 걸릴라 마루는 정신없이 손자의 꽁무니를 쫓아 뛰어나왔다.


“이놈! 할아버지 말씀 잘 들어야지.”

“앗. 고모부 할아버지?”

“잡았다 이...놈? 아니, 하루? 아이고 이 친구야! 드디어 돌아왔구먼.”

“잘 지내고 있었는가?”

“당연히 잘 지내고 있었지 이 친구야! 아이고 손 좀 한 번 잡아보자. 어휴, 손 차가운 것 보소. 작은 며느리야! 당장 화로에 불 좀 새로 피워 놔라. 하루 삼촌 손 얼어터지겠다!”

“네? 하루 삼촌이 오셨다고요?”

“그래, 잘 지내고 있었니? 아주 집안이 이전보다 더 시끌시끌해진 것이 별 문제는 없는 거 같은데?”

“자자, 날씨가 추우니까 일단 방안에 들어와서 얘기 하자고. 넌 또 어딜 도망가려고 그래? 먼 길 다녀오신 고모부 할아버지한테 문안인사 드려야지! 어? 하루야 너 왜 갑자기 울어?”

“허허허, 아무것도 아니야.”


하루는 눈물을 훔치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계속 가슴속에서 뭔가가 계속 치고 올라왔다.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어.’


작가의말

나를 기다려 주는 친구 하나만 있다면 좋으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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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뒷 이야기(소설을 시작할 때부터 끝낼 때까지 조니한테 있었던 일) +2 20.01.03 191 1 7쪽
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3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8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 157.다시 집으로 19.12.02 74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0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6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152 152.일본행(4)-보내드리다. 19.11.06 69 1 11쪽
151 151.일본행(3)-식어버린... +1 19.11.05 78 1 11쪽
150 150.일본행(2)-일본인 상인 19.11.04 54 1 12쪽
149 149.일본행(1)-김충선의 조언 19.11.02 72 1 12쪽
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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