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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89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1.11 23:37
조회
65
추천
1
글자
11쪽

154.산킨코타이(1)-합류

DUMMY

[에도시대 막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산킨코타이(참근교대, 參勤交代)제도가 있었다. 에도막부 때의 산킨코타이는 자발적인 참여 형대로 진행되었으나 1635년부터는 모든 지역의 영주, 성주들이 에도(지금의 도쿄)로 직접 방문하고 처나 자식을 인질로 에도에 두고 오는 정기적인 제도가 되었다.]


「비켜라! 나고야 성의 성주님과 나리들께서 행차하신다!」

「이 놈들이! 나리들께서 머나 먼 에도까지 가셔야 하는데 빨리 비키지 않고 뭐 하는 짓들이야!」

「아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알았으면 저리 꺼져!」


나고야 성에서 기다란 행렬이 이어졌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도쿠가와 가문의 에도막부의 세력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에도로 산킨코타이를 다녀오는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나고야 성의 성주와 제법 직급이 있는 자들은 에도로 향하는 먼 여정을 떠났다. 이런저런 분위기 때문에 마지못해 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터라 에도로 가는 여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나고야 성의 성주는 도쿠가와 가문에게 잘못 보여서 아내를 에도에 인질로 두고 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켜라 이놈아!」

「......」

「이 놈이 비키라고 하지 않았느냐? 높으신 나리들께서 지나가고 있는데 죽고 싶은 게냐!」

「......」

「하? 정녕 네 놈이 피를 봐야지 정신을 차리려나 보구나! 좋다! 계속 비키지 않는 다면 네 놈의 목을 내가 쳐 내도록 하겠다! 다섯을 셀 때까지 자리를 비켜라! 하나! 둘!」


한 중년의 사내가 나고야 성에서 빠져나온 나리들의 행렬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앞서나와 길을 터고 있었던 하급 사무라이들은 나리들께 혹여 진노하셔서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떨어질까 두려워 다소 거칠지만 사람들을 밀쳐내며 막히지 않는 대로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한 중년 사내가 길 한가운데를 맥없이 걸어와서 떡 하니 가로막고 있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었다. 하급 사무라이들이 칼을 뽑아서 위협을 했으나 남자는 겁을 먹고 사과를 하며 길을 비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제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다음에 한 마디 툭 내 던졌다.


「이 사람 이정도 살았으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을 지탱해 줄 희망이 없으니 그대들이 목을 쳐 준다면야 고맙게 여기겠소.」

「뭐라는 거야? 이 춈마게(일본식 상투)도 이상하게 한 아저씨가! 정말로 큰 일 당하고 싶어?」

「찌른다! 정말로 찔러 버릴 꺼야!」

「하하... 이미 사나 죽으나... 무섭지 않소. 그저 조선에 남아 있는 친구들이 두려울 뿐.」

「조선? 뭐라는 거야? 생긴 건 열도사람인데 조선이라니!」

「허 참! 이런 미친놈을 봤나! 마지막이야? 말 한마디만 더 잘못하면 바로 목이 날아갈 줄 알아!」

「허허... 허허허...」


보통 이정도 했으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죄송하다고 울부짖으면서 길을 비켜줘야 정상인데 오히려 대놓고 죽여 달라고 하니 오히려 이 사람이 뭔가 싶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멀쩡한 사람이 목숨을 가져가도 좋다고 당당하게 양반다리를 펴고 앉아 있을까?


너무 나도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중년 남성이 혹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거나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자신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기에 쉽사리 칼로 목을 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에도로 향하는 산킨코타이 행렬이 다가왔고 이윽고 길이 막히자 뒤에 있던 나리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야! 잘 가다가 왜 갑자기 멈춰선 것이냐!」

「걸리적 거리는 녀석이 있으면 그냥 무력으로라도 옆으로 끌어 내버려!」

「나리, 저 그러니까. 아이 갑자기 뭔 중년 아저씨 한 명이 길 한가운데에서 그그 자기를 죽여 달라고 하는 거 있죠?」

「그럼 그냥 죽여버려!」

「근데 행색도 그렇고 뭔가 단순히 죽이고 말고 할...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정지해 버린 채 기다리고 있기에 높으신 나리들은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께 산킨코타이 행렬에 참여한 하나도 갑자기 멈춰선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타고 있던 작은 가마에서 목을 내밀고 상황을 살펴보았다.


「아니? 저...저게 미쳤나!」


행렬을 멈추게 만든 중년남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하나는 깜짝 놀라서 수행원들에게 가마에서 내려달라고 했고 서둘러 그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니, 왜 여기까지 오셔서 이러시는 거예요! 높으신 나리들이 화나셔서 잘못하면 진짜로 죽는다고요!」

「허허... 나한테는 이제 살아갈 목적ㅇ...?」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이 바보 멍청이!」

「뭐야? 하나 네가 왜 여기서 나와?」


한 여인하나가 뛰어나가서 상황을 해결하려 하자 모든 나리들이 일제히 상황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서 이를 바라보았다.


「저 계집은 누구냐?」

「네, 영주님의 충신 중 하나인 아사타카의 소실 어머니 이십니다.」

「아, 그 음악을 비롯해서 다양한 잡재주가 뛰어나시다는 여인?」

「맞습니다, 주군.」

「일개 여인도 나서서 길을 트기 위해 애 쓰는데 너희들은 뭐 하고 있느냐? 가서 상황을 잘 살피고 당장 길을 트던지 길을 새로 뚫던지 해라!」

「알겠습니다!」


상황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자 나리들 중 하나가 중급 사무라이들을 보내서 이 꽉 막힌 상황을 해결하려고 했다. 저벅저벅 걸어서 이상한 중년 사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 미쳤어? 저기 더 높은 사람들이 걸어오고 있잖아? 빨리 비켜드려!」

「하하... 비켜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니. 내 삶에 너라는 목표가 사라졌는데 더 이상 사는 의미가 없어. 그냥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오빠 정말!」


하나는 화가 난 나머지 중년 사내의 뺨을 쌔게 후려갈겼다. 싸대기를 맞은 중년남성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하나는 울면서 얘기 했다.


「하루오빠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사람이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나약해 졌어!」

「나같이 별 볼일 없는 남자를 나름 명성을 찾은 너랑 어떻게 견줄 수 있겠어...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바보! 나한테 험한 말 하나 들었다고 이렇게 포기하는 거야!」

「널 고생시키기만 한 초라한 남자인데...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든 내 잘못이 크지... 미안하다, 이렇게 밖에 하지 못해서...」


하루와 하나가 서로 작은 목소리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동안 중급 사무라이들이 매서운 눈빛을 하며 다가왔고 하루에게 길을 가로막은 연유를 물었다.


「네 이놈! 뭐가 불만이라서 높으신 분들이 행차하고 있는데 길을 가로막는 것이냐!」

「무사님, 이 사람은 죄가 없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나씨?」

「이분은 저와 같은 고향에서 자랐던 분입니다. 헌데 좋지 않은 일들을 겪으셔서 잠시 정신이 나가셨던 것뿐입니다. 지금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셨어요.」

「네 이놈! 그게 사실이냐!」

「그래, 조선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일본에 묻혀계신 아버지와 합장하기 위해서 3000리가 넘는 길을 걸어 왔소. 어머니는 잘 보내드렸으나 내 불효에 세상을 다 읽은 것 같아서 잠시 이성을 잃은 것뿐이오.」

「퉤! 알겠다. 네 개인적인 사정을 잘 알았으니 이만 길을 비켜라!」


하루는 이성을 되찾고 길을 비켜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한 뒤 길을 비키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나가 하루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오빠! 떠나기 전에 내 사과도 듣고 가야 할 거 아니야!」

「그...그건 또 뭔 개소리야?」

「내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지? 오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희망을 품으면서 살아왔을 텐데... 내가 명예니 뭐니 해서 오빠를 너무 홀대했어... 멀리서 힘들게 찾아왔는데.」


하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더니 뒤 돌아서서 나고야의 성주에게까지 들리도록 소리쳤다.


「이 분도 산킨코타이 행렬에 함께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자 행렬에 있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더니 하나를 행렬에 포함시키도록 한 그녀가 모셨던 주군의 장남 아사타카가 말을 타고 다가와 물었다.


「작은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런 남자를 산킨코타이 행렬에 끼워 넣다니!」

「걱정하지 마세요, 작은 주군님. 이분은 조선회답사로 임시관직을 받고 일본에 3번이나 오셨던 분입니다. 때문에 에도에도 3번이나 다녀오셨죠.」

「네? 정말이요? 아저씨 맞습니까?」

「음... 뭐, 지금은 평민에 불과하지만 한참 잘 나갔을 때는 꽤나 높으신 대감, 영감님들의 수행원으로 있었기에 에도막부에 들어가서 쇼군을 잠깐 본 적도 있습니다.」

「뭐시? 그 정도라고요?」

「조선말도 잘하시고 이런저런 정세들도 잘 알고 계신 분이에요. 작은 주군님 어떻게 안 될까요?」


하루의 나름 화려한 경력을 전해들을 아사타카는 말머리를 돌려, 나고야 성의 성주 도쿠가와 요시나요(德川義直)에게 가서 이 사실을 전했다.


「주군. 긴 시간 지체를 시켜서 죄송하지만 저 중년의 사내 보통 분이 아니십니다.」

「뭐야? 저딴 50살은 넘어 보이는 아저씨가 뭐가 대단하다는 거야?」

「조선에서 회답사로 일본에 3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다합니다. 심지어 잘나가는 수행원이었을 때는 에도에서 쇼군을 잠깐 마주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뭐라고? 쇼군을? 나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큰 형님 도쿠가와 히데타다(德川秀忠)님을 만나본 적도 있다고! 보기보다 대단한 사람이었구만 그래?」

「주군,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길을 가로막아서 시간을 지연시킨 값을 받아먹어야지? 에잇! 우리 행렬에 포함시켜라! 하다못해 재미있는 옛날얘기라도 들려주겠지!」


요시나요는 에도로 가는 행렬에 하루가 합류할 것을 명했다. 얼떨결에 에도로 가는 산킨고카이 행렬에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어리둥절 했지만 이윽고 당나귀 한 마리가 자신에게 끌려왔고 한 하급무사가 말했다.


「타시지요. 성주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하하... 이럴 것 까진 없는데...성주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세요.」


하루는 행렬에 갑작스럽게 포함되었으니 모든 것이 당혹스러울 뿐이었다. 그것보다도 하나가 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는지 그 사실도 당혹스럽긴 그지없었다.


‘하나가 도대체 왜 나서서 나를 구해준거지? 나를 홀대했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하루는 당나귀를 타고 다시 머리를 틀어 동쪽으로 나아가면서 계속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다. 죽다가 살아난 것보다도 하나가 보여줬던 반응이 얼마 전 나고야에서 재회했을 때와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산킨코타이 행렬은 이렇게 큰 고민에 빠진 하루를 데리고 에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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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뒷 이야기(소설을 시작할 때부터 끝낼 때까지 조니한테 있었던 일) +2 20.01.03 191 1 7쪽
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2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8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3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0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6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152 152.일본행(4)-보내드리다. 19.11.06 69 1 11쪽
151 151.일본행(3)-식어버린... +1 19.11.05 78 1 11쪽
150 150.일본행(2)-일본인 상인 19.11.04 54 1 12쪽
149 149.일본행(1)-김충선의 조언 19.11.02 72 1 12쪽
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147 147.대기근과 고난(2) 19.07.16 8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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