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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97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2.07 23:39
조회
57
추천
1
글자
12쪽

160.또 한 번의 전운(3)

DUMMY

[1635년 음력 12월 30일 홍타이지가 그동안 조선이 위반한 사실들을 조목조목 들어 항의하는 국서를 보내왔다. -인조실록-]


“근데 정말 김충선 대장님이 하신 말씀이 사실일까?”

“머지않아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 말이야?”

“아니 지금처럼 이렇게 풍요롭고 평화로웠던 적이 있어? 농사도 잘 되지, 가혹한 횡포들도 별로 없지, 관리나 수령들이 못살게 굴지도 않지.”

“그건 그런데 가장 평화로웠던 순간에 갑자기 큰 난리가 터졌잖아. 임진년에 너희들이 쳐들어 왔을 때도 그랬다고!”

“뭐! 이게 열도인의 무서움을 보여줄까!”

“푸핫! 일본말도 못하는 열도사람이 어디 있어!”


마루가 임진왜란 때 일본이 침략전쟁이 시작되었던 순간을 비유했을 때 장난삼아 한 얘기에 켄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가 이윽고 하루가 옆에서 웃어 버리자 다 같이 웃는 분위기로 금방 와해되었다. 임진년 전쟁 때문에 조선과 일본 양측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가? 비참한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노인들의 회상에서는 그 날의 참상은 참으로 차갑고 날카로웠다.


“아무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면 우리도 대비를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대비 어떻게 대비를 해?”

“우리가 칼이 있어 총이 있어? 갖고 있는 재산이나 빼앗기지 않게 땅속 깊이 묻어 놓거나 비상용 쌀이라도 죽통 같은 곳에 꽁꽁 밀폐시켜서 바위 밑에 숨겨 놔야 하는 거 아니야?”

“맞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

“그러면 할 일 없을 때마다 돈이라도 묻어놔야겠군.”


정묘호란 때 겪었던 기억들이 있었기 때문에 또 여진족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값진 물건은 다 훔쳐갈까 두려워 재물을 지키기 위한 방비는 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근데, 값진 물건이야 땅 파서 숨겨 놓으면 된다고 해도. 심하에 포로로 잡혀갔을 때처럼 끌려가게 돼버린다면 어떡하지?”

“흠... 그러게... 역시 김충선 대장이 말씀하신 것처럼 무기를 숨겨 놓은 곳을 찾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고서야 우리가 기마병들을 이길 방법이 없으니 말이야.”


몇 달 전에 김층선이 했던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 이게 내가 말하려고 했던 이야기에 필요한 거야. 아주 중요한 지도야.]

[아니, 이게 다 뭡니까? 딱 봐도 북쪽 국경 넘어 지역들이고, 중간중간에 각기표시가 되어 있네요?]

[표시가 되어있는 부분은 무기가 숨겨져 있는 부분이지.]

[예? 무기를 숨겨놔요?]

[그래. 지금의 조선에서는 1년에 1000정이 넘는 조총을 만들고 있지. 지금까지 만들어진 조총의 수만 봐도 관군을 포함해서 군역을 하는 청년들 중에서 총을 다룰 수 있는 자들에게 다 쥐어주고도 남는 숫자지. 그 중에서 내가 조금 오래되었지만 상태가 좋은 조총들을 내가 확보해서 항아리 하나당 조총 10정씩 10개의 항아리를 만약을 대비해서 북쪽 국경 넘어에 묻어 놓으라고 시켰단다.]


김충선이 말한 이야기는 병기와 관련된 기밀이었다. 조총 100자루를 만약을 대비해 국경 밖에 묻어 놓은 것이다.


[아니, 언제 그런 것을 다 준비하신 겁니까?]

[내가 조선에서 병역으로 일한지만 수십 년이다. 아직도 현장에 있는 부하들이 수십은 되고 말이야. 때문에 조총이나 비격진천뢰 기타 작은 총통들을 모아서 항아리에 기름종이와 솜 등을 꾸겨 넣어 병기가 상하지 않도록 해서 묻어 놨다.]

[이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근데 지도만 봐서는 도대체 어디에다가 무기를 묻어놨는지 저희가 알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그거라면 걱정 말게 이 그림을 봐봐. 모든 무기는 지금 이 그림처럼 소나무 세 그루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 길이가 4척 이상이 되는 자연스러운 화강암 비석을 세워놨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모든 지역은 평평한 지역에 있으며 눈이 많이 쌓여도 쉽게 찾을 수 있을 게야. 비석에는 보일랑 말랑하게 쇠 금(金)에 채울 충(充)이라는 글자가 앞뒤로 새겨져 있다네.]

[두 글자를 합치면 총(銃) 이군요.]

[맞네. 역시 하루군은 똑똑하군.]


김충선은 다른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말했는데 그것들은 무기를 묻어둔 곳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 하나같이 소나무 3그루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었고 자연에서 굴러다닐 법한 화강암이 주변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한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왜 그런 중요한 내용을 왜 저희들한테 얘기해 주시는 겁니까?]

[자네들은 조총을 오래 다뤄봤기 때문에 실력이 조금 녹슬기는 했어도 조선최고의 포수들이야. 만약에 지난번 하루와 마루처럼 여진족한테 붙잡혀서 국경 밖으로 끌려갈 일이 생기거든, 또 주변에 그렇게 포로로 붙잡혀 온 사람들이 있다면 자네들이 총과 폭탄들을 꺼내 사람들을 구해주게. 물론 나 역시 이 외에도 자잘한 준비들은 계속하고 있네. 구라파(유럽)의 화란국(네덜란드)에서 혼 박연이라는 자와 신식화포 제작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있으니 말이야.]

[정말 늘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계셨군요.]

[당연히 그래야지. 여진족의 힘은 점점 강성해지고 있고, 이에 반해서 조선은 7년간의 전쟁과 정묘년의 호란 그리고 잠깐의 대기근으로 인해서 국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니 말이야. 이 상황에서 정묘년 때보다 훨씬 많은 병사들이 조선에 침입한다고 생각해보게 아직도 대비하고 준비할게 많은 것이 현실이야. 부디 그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말일세.]


김충선은 오랫동안 무관으로 지내온 그는 앞으로 금나라의 상황을 꾸준히 접하고 있었고 언제 전쟁이 일어나도 모를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비밀리에 다른 무관들과 더불어 이런저런 대비책을 세우고 이미 실행단계에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소나무 세 그루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고, 화강암 비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 조총과 무기들이 묻혀 있다.”

“맞아.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었지.”

“근데 지금 조총을 집어 든다고 한들 우리가 제대로 쏠 수나 있을까?”

“그건 해봐야 알겠지. 머리는 까먹어도 몸은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아무튼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기원해야겠지만 김충선 대장이 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해.”

“나도...”


올해 수확이 제법 좋아서 기분은 좋았으나 몇 달 전에 김충선이 들려준 이야기를 생각하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오히려 불안해졌다. 그래서 하루와 친구들은 대비할 수 있는 대로 돈을 숨기고 식량을 비축해 두기로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금나라.


〔흐음. 우리 만능 통역관 어드의 말대로 조선에 예법으로 사신을 주고받아서 평화롭기는 했다. 허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어. 조선이 오히려 거만해지고 있지 않은가?〕

〔폐하의 말씀에는 저도 동의하옵니다.〕

〔허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겠느냐!〕

〔폐하 지금당장 소장이 병사를 이끌고 가서 저들을 벌하겠나이다!〕

〔어허, 촐콘자네는 병사를 다루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그 과격한 성격이 너무 문제일세. 조선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가?〕

〔예, 원한이 있지요. 그것도 아주 큰 원한이 말입니다.〕

〔자네가 뭐 때문에 그렇게 조선과 악감정이 있는지 우리들은 모르겠다만 여기 있는 장수와 신하들 중에서 조선에 원한이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조선놈들 만큼 악랄하고 믿지 못하는 족속들은 없사옵니다! 폐하 부디 병사들을!〕


촐콘은 오랫동안 조선에 대규모 무력침공을 하지 않은 것에 엄청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해서 식량상황도 넉넉지 않을뿐더러 명과의 마찰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조선에까지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촐콘을 제외한 모든 신하와 장수들이 다 조금씩은 꺼려하고 있는 방법이었다.


〔이번에는 짐이 직접 방법을 제시하겠다.〕

〔폐하!〕

〔그동안 조선의 병사들이 우리 대금의 영역에 침범했던 사실들, 금나라의 예법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사신과 예물을 보내온 경우, 만주지역에서 조선인들이 불법으로 벌목을 해간 경우들을 모조리 적어서 조선으로 보낼 것이다.〕

〔하오나!〕

〔촐콘 자네의 마음은 알겠으나 짐은 명분 없는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글을 잘 적는 신하들은 지금부터 닷새내로 조선의 잘못했던 사건들을 모조리 적어서 대금의 국서로 조선에 보내도록 하여라〕

〔폐하. 본부 받들겠나이다.〕


홍타이지는 우선 조선을 다시 압박함으로써 점점 불안해지는 와중에 전쟁의 대의명분을 찾고 조선을 침입하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글을 잘 쓰는 관료들로부터 그간 조선의 모든 잘못들을 기록한 국서가 완성되었고 칸의 도장이 찍힌 국서는 한해의 마지막 날에 조선에 도착했다.


“이... 이게 무슨! 내 이 오랑캐 놈들을 그냥!”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자네들도 한 번 읽어보시오! 과인이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소! 한 해를 잘 마무리 짓고 내일이면 경사스러운 새해가 밝아오는데 이런 무례한 서신을 보내오다니!”

“전하, 소신 잠시 실례 좀...”


도승지는 임금이 읽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금의 국서를 들고 와서 천천히 대신들 앞에서 읽어보았고 그 국서의 내용을 알게 된 신하들은 모두 얼굴이 붉어지고 입에서는 험한 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전하, 이 예법도 모르고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들은 기억도 못하는 북쪽 오랑캐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마시옵소서.”

“맞사옵니다! 잠시 몇 번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줬다가 금세 이렇게 돌변하는 저들을 더 이상 믿고 대화를 나눌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그러면 과인보고 어찌하란 말이오? 당장 내일 경사스러운 연초부터 과인이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저들을 공격하라는 것이오?”

“소신들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오라. 이에 응당한 외교를 펼쳐야 된다고 생각하옵니다.”

“허면 누가 이 경거망동하고 허장성세한 오랑캐의 국서에 답을 할 것이오?”

“신이 하겠사옵니다.”


임금이 말을 끝내자마자 자신이 답서를 쓰겠다고 말한 자가 있으니 그는 바로 김상헌이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김상헌이 아닌 신이 하겠사옵니다.”

“지난번에 오랑캐와의 교화를 주장했던 최명길의 말을 들으면 저들은 또 다시 조선을 우습게 알 것이옵니다. 부디 이번에는 소신이 답서를 쓰겠나이다.”

“괜히 연초부터 오랑캐들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지 않겠사옵니까? 부디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번 답서는 김상헌이 쓰도록 하여라.”

“전하의 성은에 감사하오며, 온 힘을 다해 저들의 태도를 경질할 수 있는 답서를 쓰겠나이다.”


인조는 이번에는 김상헌의 손을 들어줬고 김상헌은 고개 숙여 인조에게 절을 했다.


김상헌은 금의 비난성 국서에 비빌 수 있을 만큼 거친 표현들이 들어있는 글을 써서 임금에게 올렸고 약간의 수정이 거친 뒤에 금으로 답서가 전해졌다.


1636년. 연초부터 조선과 금나라 사이의 관계는 좋지 않았고, 이후로도 계속 관계가 악화되어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은 많이 늦긴 했지만 토요일 연재는 지켜냈습니다... 앞으로도 연재 날짜 꼭 지켜서 12월 25일 완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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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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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9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8 1 11쪽
»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8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4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1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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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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