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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8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2.06 09:49
조회
51
추천
1
글자
12쪽

159.또 한 번의 전운(2)

DUMMY

[1633년 인조 11년에 상평청을 설치하고 상평통보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한다. 나아가 1635년 인조 13년 음력 7월 14일에 상평청에서 화폐 사용이 확대를 위한 실천 조항들을 마련해 임금에게 아뢰었다. -인조실록-]


“전하, 다음은 상평청에서 올라온 장계이옵니다.”

“흐음. 그럼 어디.”


인조는 상평청에서 올라온 장계를 천천히 읽어본 다음에 대신들에게 말했다.


“해서, 동전을 더욱 많이 주조해서 전국에 유통하겠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전하.”

“그동안 과인이 명에 의해서 조선통보와 상평통보를 주조한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오?”

“아뢰옵기 송구스러우나 한양과 인근 큰 성 안에서만 동전을 이용할 뿐 아직도 저작거리와 백성들은 면포와 쌀 등을 거래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사옵니다. 강원도까지 대동법이 확장되어 상업 활동이 활발해진 이후로 이런저런 다양한 거래가 많은데 쌀과 면포로 거래를 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온지라.”

“아울러 거래를 하는데 있어서 그 값어치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조선팔도 어디에서나 동일한 값어치로 유통될 수 있는 화폐가 대거 보급된다면 백성들의 거래는 물론 조세를 거둬 드릴 때도 한결 수월해 질 것이옵니다.”


인조는 상평청 관료들과 호조판서의 말을 듣고 사농공상의 나라 조선에서 상업이 활성화 된다는 것이 조금 꺼려지긴 했지만 그렇지 않아도 넉넉지 않은 조선의 국고상황과 언제 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 조세의 확보와 상업의 활성화는 나름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동전주조에 대해서 윤허했다.


“호판을 비롯한 경들의 뜻이 그러하다면 동전을 주조하는 것을 윤허하겠소. 허나 국방이나 다른 공업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구리를 사용하여 주조토록 하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다음은 전세제도와 관련된 영정법에 대한 내용이옵니다.”

“가져와 보시오.”


의제는 다른 내용으로 넘어갔고 조선에는 상평통보가 적극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짠! 이것 봐라!”

“이게 뭐야. 동전이잖아?”

“엄청 반짝반짝하지? 이번에 새로 발행한 동전이래?”

“뭐라고 쓰여 있는 거야?”

“상.평.통.보 라고 적혀있는 것 같은데 아마?”

“오호, 이제 일본에서처럼 편하게 상거래를 할 수 있는 건가? 그동안 은자 아니면 면포라서 거래하는데 여간 불편한 점이 없이 않았는데.”

“일본에서는 동전을 써?”

“응, 내가 몇 년 전에 일본에 갔을 때 새로운 동전과 금속덩어리들을 만들어서 상거래를 하고 있더라고.”

“그래? 상업에 있어서는 일본이 조선보다 한 수 위인가 보군.”


돈은 풀면 돌고 도는 법 평양성에 있는 하루와 친구들의 손에도 새롭게 만들어 번쩍번쩍하게 황갈색으로 빛나는 상평통보가 들어왔다. 은자로 거래를 할 때 있었던 불편함을 해소하기에 있어서 황동으로 만든 동전은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아이고 새 동전도 들어왔겠다. 돈을 얼마나 모았는지 세어볼까?”

“하루는 뭐 돈을 벌어도 쓰지 않으니까 많이 모았을 테지.”

“맞아. 정묘년에 몇 푼 남겨두고 탈탈 털린 뒤부터 또 다시 악착같이 모았으니까 분명 높으신 양반행세를 하면서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나, 둘, 셋, 넷”


하루는 정묘호란 때 여진족들한테 돈을 대부분 털려버린 이후로 망연자실했으나 하나한테 의기양양하게 돌아가서 남은 생을 행복하게 보내겠다는 생각만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으니 작은 나무함을 꽉 채우고 남는 양이었다.


“은자 70냥은 넘는군. 이정도면 1~2년 안에 일본으로 당당히 건너갈 수 있겠어.”

“사람들이 쌀밥은 못 먹어도 남령초(담배) 맛에 들린 사람들은 돈을 빌려서라도 피워버리니 돈이 잘 모여질 수밖에.”

“그게 다겠어? 새로 도전했던 인삼농사도 잘 되어가고 있지, 땅도 잔뜩 샀지 오랑캐들이 쳐들어와서 땅 팔은 몰락양반네는 어디론가 끌려가서 소식도 없지. 덕분에 수령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돈 조금 쥐어주니까 양반놈들이 떠넘긴 역들도 안 해도 되잖아.”

“목표가 원래 은자 100냥 이었는데 조금 꿈을 줄여야겠어.”

“뭘 꿈을 줄여 임마. 우리들이 은자 10냥씩만 너한테 주면 끝 아니야?”

“평양성에서 부농이 된 우리들이 1년에 그 정도 못 벌겠어?”

“그래, 당장 내년에 일본으로 넘어가면 되겠네.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이제 일본에서 네 애인이랑 평생 행복하게 살아.”

“그래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하기야. 내 나이 벌써 60이구나. 허허 세월 참.”


하루와 친구들은 평양성 내의 부농계열에 들어갔다. 가족이 늘어나는 만큼 땅도 계속해서 넓혔고 하루가 완전히 까막눈이 아니기에 글 좀 배웠다는 양반과 지주들의 사기에도 걸려들지 않았다. 또 하루가 조선으로 돌아온 뒤부터는 남령초를 비롯해서 심는 상품성 작물마다 매년 풍년이라 매년 갑절씩 성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벼슬아치들이 아닌 이상 고을 양반과 아전들도 하루와 친구들을 함부로 여기지 못했고 가끔가다 큰 잔치가 있으면 초대도 하는 정도로 민가에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다는 신분일 뿐 당시 지역사람들에게는 기근 때 쌀도 나눠줘서 평판도 좋았다. 이들은 명문가나 양반이 아닐 뿐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새롭게 생긴 지위를 누리는 자들이었다.


“내년 되면 그냥 일본으로 가버려!”

“에이 그래도 조선에서 생긴 인연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 사람이 우리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야?”

“그래도 그렇지 나이가 환갑인데 몇 살까지 살 줄 알고?”

“내가 지금 이 나이에도 40~50근은 거뜬히 들어 올리는 거 보면 적어도 미수(米壽, 88세)까지는 살 거 같은데?”

“푸하하하! 미수는 둘째 치고 증손자 볼 수 있는 일흔까지만 살아도 대단한 장수 한 거지!”

“하루답지 않게 장수에 있어서는 욕심이 과한 거 아니야?”

“그럼!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일본에서 기다려 주고 있는 애인도 있는데 죽고 싶겠어!”


하루가 세어 본 돈들을 다시 정리하고 있는 동안 친구들은 이런저런 농을 던지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중 마루네 집으로 한 백발노인이 들어섰다.


“이 사람들 나만 버려두고 무슨 그런 재미난 얘기들을 하는 거야?”

“엥? 김충선 대장님?”

“아이고, 이게 얼마만입니까!”

“요즘 여진족들이 자꾸 별짓거리 다 하고 있다고 해서 북방의 경계를 한 번 다녀온 다음에 돌아가는 길에 들렀지. 너희들은 대장님이 그립지도 않았냐? 하루를 빼면 안동까지 내려와서 얼굴 한 번 비친 사람이 없어. 사람 서운하게 말이야.”

“아주 농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잘 되어서 돈 버는데 정신 팔려서 그렇죠.”

“어디 돈 얼마나 잔뜩 모았는지 한 번 보여줄 수 있나?”


하루는 덮으려던 자신의 보물 상자를 열어서 김충선에게 보여주었고 수많은 은자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김충선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관직에 오른 적도 없고 농사만 짓는 양인들이 내가 평생 모은 돈과 비슷한 양의 돈을 갖고 있다니. 자네들 실로 대단한 만석꾼들이었군!”

“그럼요. 저희가 얼마나 유명한 부농들인데요.”

“단, 한 가지 다른 점은 다른 만석꾼들은 쌀을 잔뜩 쌓아놓지만 우리는 남령초와 인삼 등을 쌓아 놓습니다.”

“허허, 그래. 돈 버는 재주도 대단한 재주지. 그러면 그 잔뜩 벌은 돈으로 어디 오늘 밥 한 끼 사주면 안 되겠나?”

“물론이죠!”


하루와 친구들은 재빨리 하고 있던 일들을 정리한 다음에 주막으로 향했다. 주모한테 새로 만든 번쩍번쩍한 상평통보 수십 개를 쥐어주면서 팔도에서 가장 맛있는 진수성찬을 차려달라고 하니 온갖 재료를 시장에서 구해 와서 상다리를 10번은 고쳐도 모자랄 만큼 휘어지게 한상을 차려왔다.


“별로 차린 거는 없지만 주신 액수에 맞게 차려 봤어요.”

“이게 다 뭐야? 아이고 주모 음식하시다가 쓰러질 뻔 하셨겠에요.”

“이야, 이거 뭐 대궐 안에서 연회를 할 때도 이렇게 푸짐하게 나오지는 않는데.”

“다 못 먹으면 어떡하죠?”

“한 사람당 밥 다섯 공기씩은 먹을 수 있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60넘은 노인네들인데 그게 가능하겠냐!”

“크크크크, 남을 거 같으면 주막에 있는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주면 되지. 일단 먹어보자!”


닭고기, 돼지고기, 조기구이, 황태, 각종 전, 계란요리, 부침개, 잉어탕, 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 그리고 고봉밥과 접시 하나에 가득 쌓아올린 인절미까지. 그야말로 임금님 수라상 같은 밥상이었다.


다들 청주를 따른 다음에 건배를 하고 음식들을 꿀떡꿀떡 집어 먹었다. 맛없는 음식이 하나도 없었지만 양과 종류가 너무나도 많은 나머지 늙은 사내 다섯이 해결하기에는 역시 너무나도 과한 양이었다.


“어휴, 주모 벌써 배가 차기 시작했는데 건드리지 않은 음식들은 다른 손님들에게 나눠주세요.”

“맞아요. 먹을 거 남기면 벌 받는다고요.”

“이 사람들이 젊었을 때는 밥을 열 사발씩은 먹었지 않는가? 왜 다들 실력이 줄었어?”

“그러는 대장님도 아직 밥이 산더미처럼 남으셨는데요?”

“아이고, 이러단 끝이 없겠어. 수정과나 차 있나요? 이제 떡이나 먹으면서 담소나 나눕시다.”


음식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것도 있었지만 할아버지가 된 다섯 사내들의 식성은 30년 전 젊었을 때만 못했다. 먹는 시간은 지난번보다 오래 걸렸지만 양은 줄어들었고. 술도 금방 취했다.


때문에 이미 손을 댄 음식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먹어보았고 입에 닿지 않은 새 음식들은 주막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늙어서 죽는 게 아니라 배 터져서 죽겠습니다.”

“음냐... 잘 먹었다.”

“이제 차나 한 잔 마시면서 수다나 떨죠.”

“그래. 그간 못한 이야기다 다 나눠보자고?”


따뜻한 대추차가 나왔고 떡과 차를 먹고 마시면서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술술 꺼냈다. 밥을 꿀떡꿀떡 먹을 때와 달리 취기가 살살 내려가면서 여유롭게 오고가는 대화 속에서는 지난 세월 동안 있었던 별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아잇! 손자 녀석이 어찌나 정신없게 뛰어다니던지. 내가 전투에 나갔을 때도 그렇게 부산스럽게 움직이지는 않았는데!”

“푸하하하! 우리 손자들도 마찬가지야!”

“팔도에 있는 모든 애들이 그런가 보군요.”

“그래도 손자, 손녀들이랑 정신없이 장난치고 놀다보면 이 몸은 늙었지만 다시 젊어진 느낌이 든단 말이지? 잊고 지냈던 동심들도 조금씩 찾는 느낌이고.”

“그건 맞는 말이죠. 마치 우리가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


수다의 주 내용은 가족이야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지도 한참이 지났고 정묘호란 이후로 큰 전투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먼저 전쟁이나 전투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아이고, 잘 얻어먹었네.”

“대장! 오랜만에 정말 재밌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노인들만의 대화 시간도 있어야 하지요!”

“본래 내가 전해주고 싶은 소식이 있긴 했는데 분위기도 분위기인지라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고.”

“네?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고?”

“곧 알게 될 테니 오늘은 그냥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가자고.”


김충선은 헤어지기 전에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는 말을 했다. 그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나쁜 소식인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다들 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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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1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2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7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6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3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0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7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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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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