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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9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2.11 06:00
조회
58
추천
1
글자
11쪽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DUMMY

[1636년 음력 12월 13일 적병이 안주에 이르렀다고 김자점이 급보를 전하다. 이윽고 다음날 적병이 이미 송도를 지났다는 개성 유수의 급보가 들어왔고, 급히 파천하기로 결정한 뒤 저녁에 숭례문에 이르렀다. 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에 최명길이 적진으로 가서 화친을 청하며 시간을 끌었고 임금과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인조실록-]


“화포장이 서양식 대포는 잘 만들어지고 있나?”

“반제엘프(물론) 홍이포야 뭐 재료가 충분하니 모양은 비슷하게 만들 순 있슙니다. 다만 성능이 어떨지 모르니 그게 문제지여.”

“자네도 이제 조선어 발음이 완벽해졌구먼. 그래 계속 수고해주게 박연.”

“알겠슙니다.”


화포장이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붉은빛 머리칼에 오똑하게 솟은 콧대를 자랑하고 동양인과는 다른 밝은 빛깔의 눈동자를 갖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강제로 귀화한 서양인 박연이었다. 이미 조선에서 관직도 받고 결혼도 한 몸이지만 고향생각이 안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자신의 재능이 먼 이국땅에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하며 그는 홍이포와 조총 개조에 심혈을 기우렸다.


“아차. 이건 김충선 장군이 자네에게 보내는 편지네. 안동에서 꼭 전해달라고 하셨어.”

“김충선 장군?”

“아 왜 자네도 몇 번 만나지 않았는가? 일본에서 조선으로 귀화한 장군님 말일세.”

“아아. 압니다. 알아여. 저와 조총과 총통에 대해서도 몇 번 이야기를 나눴슙니다.”

“그래? 아무튼 여기 있네.”


박연은 하던 일을 마저 끝내고 김충선이 보낸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에는 화포개발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북방의 여진족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지만 뒤에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슬픔을 불러 일으켰다. 김충선도 그렇고 박연도 그렇고 자신의 고국을 버리고 이국땅에서 정착해서 살아가고 있으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클 수밖에 없을 터. 박연은 김충선이 보낸 편지를 읽고 나서 펑펑 울며 기도했다.


“엘로이 엘로이 라마 사박타니(주여, 주여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제가 타국에서 심히 고통스럽나이다!”


박연은 슬피 울었다.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김충선이 있었기에 위로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떠오르는 고향생각에 너무나도 슬펐다.


한편, 한양에서는


“전하, 일본으로 보낸 조선통신사가 일본 본주(혼슈)에 잘 도착하여 공무를 수행중이라 하옵니다.”

“그거 좋은 소식이구려. 북쪽 오랑캐들이 난리를 부리는 마당에 왜와 사이가 나빠지는 것을 과인은 원치 않습니다. 일본과의 관계가 앞으로도 우호적이기를 희망합니다.”

“새로 도입된 영정법 역시 잘 시행되어서 지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하옵니다.”

“수차례 전쟁과 잦아진 기근으로 인해서 지주들의 피해가 크오. 공정한 세법으로 부담은 줄어들고 안정적으로 세수가 들어와 국고가 찬다면 이 나라가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이라 과인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궁궐 안에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정사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좋은 소식들이 들려오면 나쁜 소식도 필히 들어오게 되는 법.


“전하! 전하! 어서 몸을 피하셔야 하옵니다!”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오?”

“북쪽의 오랑캐들의 국경을 넘어 들어왔다고 하옵니다! 서둘러 옥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시옵소서!”

“안주? 평안도의 중심을 지나버렸단 말이오? 아니 어떻게 적들이 그리 멀리까지 들어오고 나서야 적이 국경을 넘어 침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오!”

“적들은 큰 성들은 놔두고 싸움을 피하면서 곧 장 한양으로 내려오는 듯 보입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양에 도착할 것입니다. 어서 필요한 것들만 챙겨서 몸을 옮기시옵소서.”

“세상에...”


홍타이지는 지난 번 정묘호란 때 일일이 성을 격파하면서 내려갔던 것이 병사들이 피해도 많이 입고 조선왕과 신하들이 대피하여 항쟁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용골대를 비롯한 청의 장수들에게 불필요한 싸움을 최대한 피하고 곧바로 조선왕이 있는 한양으로 진격하라고 한 것이다.


벌써 평양 근처까지 적들이 쳐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한 조선의 조정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임금을 안전하게 파천시키고 강화도로 몸을 옮길 것을 동의해서 서둘러 산성으로 들어가 항쟁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적절한 항쟁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청의 병사들은 재빠르게 남하했다.


“전하! 전하! 개성에서 보내온 급보이옵니다!”

“말해라!”

“적들이 벌써 송도(개성의 옛 지명)를 지났다고 하옵니다! 서두르십쇼! 빨리 서두르시옵소서! 곧 한양에 저들이 도착할 것이옵니다. 강화도로 갈 시간도 없사옵니다!”

“뭐야! 안주를 지났다는 소식이 들려 온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소, 그런데 이번에는 송도를 지났다고? 강화도로 갈 수도 없고? 허억... 허어억...”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전하! 적들이 이곳에 들이 닥치기 전에 서둘러 남한산성으로 들어가야 하옵니다! 전하!”


적들이 개성을 지나 한양까지는 고작 수십 리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한겨울이었기에 강도 꽁꽁 얼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빨리 진격한 이유도 있었다. 몇 시간 내로 자신을 노리는 청의 병사들이 한양에 당도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이제 막 숭례문을 지나가고 있던 인조는 숨이 턱 막혔고 금방이라도 뒷목을 잡고 쓰러질 것만 같았다. 신하들은 임금에게 달려들어 겨우겨우 임금이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전하. 정신 차리십시오!”

“명길...”

“전하. 이 모든 일은 소신의 불충으로부터 비롯된 일이옵니다. 소신 혼자 적진으로 뛰어 들어가 저들과 화친을 의논하고 오겠나이다.”

“명길... 그래도 그것은 위험하오.”

“못난 소신의 목숨은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설마 저들이 아무리 예법을 모르는 오랑캐라 할지라도 한 나라의 판서를 맘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죽이겠나이까. 소신이 홀로 저들과 화친을 논의하는 동안 전하와 조정 대신들은 서둘러 남한산성을 파천하시옵소서.”

“그럼 부탁하겠네. 꼭 살아서만 돌아와 주게.”

“말을 하나 주시오! 전하. 다녀오겠사옵니다!”


최명길은 말을 타고 홀로 북쪽으로 달려갔다. 반면 신하들은 얼어있는 한강을 건너서 남한산성으로 급히 몸을 옮겼다. 그제야 조선의 모든 대신들은 정말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아니. 왜 저렇게 사람들이 분주한 거지?”

“그러게 말이야.”

“이보시오. 이보시오 아전나리 높으신 분들이 왜 저렇게 분주하신 겁니까?”

“이 사람들이! 지금 전쟁이 났소! 전쟁이!”

“예? 전쟁이요?”

“오랑캐들이 조선으로 쳐 들어왔소! 벌써 적병들이 한양 근처까지 도착했단 말이오!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할 시간 없습니다. 저는 이만...”

“어! 어! 잠시만! 에이 저 사람이 진짜.”


같은 시간 평양에서는 관청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왜 이리 분주한지 궁금했던 마루가 직접 다가가서 말을 건넸는데 돌아오는 것은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잠깐. 전쟁이 났다고?”

“아니, 전쟁이 났다는데 왜 이렇게 여기는 아무런 피해도 없는 걸까?”

“그러게, 벌서 적들이 한양 가까이에 도착했다는데...”

“우리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거 뭐야.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가족들이랑 대피를 하자고!”

“아... 예전에 대피했던 그 굴속으로?”

“그래! 거기가 아니고서야 목숨을 부지하지 좋은 곳이 어디 있겠어? 아무도 모르는 곳이고 말이야!”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고는 보일 수 없을 만큼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평양성이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공직자들의 모습을 보면 분명 뭔 일이 터진 것은 확실했다.


“얘들아! 빨리 짐 챙겨라! 빨리!”

“아니 갑자기 무슨 짐을 챙겨요? 어디 가야 해요?”

“이것들아 전쟁이야! 전쟁이라고!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에이, 전쟁이 났는데 무슨 적들이 단 한 명도 돌아 다니지 않아요?”

“이놈이? 적들이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기 전에 빨리 도망가야 될 거 아니야! 어서 식량이랑 꼭 필요한 것들 챙겨들고 따라 나와! 어서!”


하루와 친구들은 서둘러 가족들을 데리고 나왔고 자식과 손자, 손녀들은 이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집안 최고 어른들의 다급한 행동을 보고 의아하긴 했지만 끌려 나와서 평양성 밖으로 이동했다.


〔너는 누구냐!〕

“조선의 이조판서 최명길이라 하오!”

〔최명길? 조선에서 여러 판서직을 두루 맡은 그 최명길이라 하면 분명 우리도 여러 번 들은 바가 있다! 헌데 네놈이 왜 적진 한 가운데로 찾아온 것이냐?〕

“그대들과 화친을 이야기하려고 왔소!”

〔하? 화친?〕


용골대는 활을 집어 들었고 최명길을 향해 조준했다. 갑작스러운 용골대의 행동에 청의 병사들도 당황했지만 최명길은 당황한 기색 없이 당당하게 말을 타고 50여보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용골대는 활시위를 꽉 잡아 당겼다 놓았고 하나의 화살이 재빠르게 날아가 최명길의 왼쪽 뺨 옆으로 한 뼘 정도를 사이에 두고 스쳐 지나갔다.


“그대의 나라는 한 나라의 판서를 이리 대하는 것이오?”

〔내가 좀 무례하긴 했소. 내 화살을 피하지도 않다니 당신의 용기와 나라에 대한 충정만은 높이 평가하겠소. 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오.〕

“어떻게 하면 그대들과 화친을 맺을 수 있겠소! 나는 그것을 논하려고 한양에서부터 이렇게 달려왔소.”

〔이미 말과 글로 화친을 맺기에는 너무나도 늦어 버렸소. 그대의 나라의 왕자들 중 하나를 우리 대청제국의 볼모로 보냄과 동시에 조선 국왕의 직접 청과 군신의 관계를 맺는다는 국서를 보내오지 않는 이상 불가할 것이오.〕

“허면... 그 소리는?”

〔그렇소. 만약 그렇게 못하겠다면 우리는 무력으로라도 조선국왕의 항복을 받아낼 수밖에 없다는 소리. 이번 협상은 결렬이오. 이만 돌아가 보시오!〕


당초에 큰 기대 없이 달려왔지만 역시나 화친을 맺을 수 없었다. 최명길은 용골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다음에 뒤돌아서 말을 몰아 천천히 멀어졌다. 용골대는 이러한 최명길의 모습을 지켜봤다.


〔대장. 저렇게 그냥 보내버려도 되는 것입니까?〕

〔놔더라. 저렇게 적진에 홀로 들어와서 협상을 버릴 정도의 강직하고 충직한 신하를 이 자리에서 죽인다면 분명 조선왕은 분노할 것이고 더욱 끈질기게 항쟁할 것이다. 우리는 그저 조선이라는 나라를 무력으로라도 압박해서 조선을 청의 신하의 나라로 만들면 된다.〕


협상은 결렬 되었고. 최명길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청군은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선왕들이시어... 도저히 저는 선왕들을 볼 면목이 없사옵니다...”


같은 시각 인조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산성 안으로 들어갔다. 인조와 신하들은 남한산성으로 몸을 옮겼고. 추운 한겨울에 너무나도 힘들고 처절한 조선의 항쟁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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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3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9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8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4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0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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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151.일본행(3)-식어버린... +1 19.11.05 7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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