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82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1.04 06:00
조회
53
추천
1
글자
12쪽

150.일본행(2)-일본인 상인

DUMMY

“하룻밤 잘 신세 졌습니다.”

“그래, 조선으로 귀국할 때도 내가 대구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만나자고. 먼 길 조심하고!”

“넵! 대장님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계십쇼.”


하루는 김충선에게 인사를 한 뒤 또 먼 길 여행을 나섰다. 굽이굽이 굽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어디선가 바다냄새가 나는 듯싶었다. 그리고 성문이 나타났고 동래성에 도착했다.


“내가 처음에 조선 땅을 밟았을 때는 금방이라도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루는 동래성벽을 지나쳐 오면서 임진왜란 때 조선 땅을 밟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걷는 김에 포구가 있는 곳 까지 좀 더 걸어가서 잠을 자려는 생각이었다.


“내일 대마도로 가는 배가 있습니까?”

“대마도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장사치긴 해도 대마도에는 1달에 1~2번 정도만 갑니다. 바람만 잘 타면 이틀이면 가긴 하는데 지금 당장 가는 배는 없소. 빨리 출항해야 열흘 뒤에나 가능할 것 같은데.”

“네? 열흘이요?”


하루는 포구에서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뱃밥 좀 꽤나 먹은 것 같은 노인에게 다가가 대마도로 가는 배가 있는지 여쭤보았다. 하지만 노인의 입에서 친절하지만 반쯤 가래가 섞인 말로 들려오는 답은 하루를 실망시킬 뿐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빨리 일본으로 넘어가셔야 되는 일이라도 있으시오?”

“네, 빨리 갈 수 있으면 빨리 가는 것이 좋죠. 개인 사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러면 차라리 두모포에 있는 왜관을 찾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거기 왜관에는 못해도 1주일에 1~2척은 배가 오고가니까 말이오.”

“두모포요?”

“그렇소. 여기서 반나절만 걸어가면 나을 거요. 거길 가면 조선과 일본을 오가며 무역하는 일본인 장사치들이 많으니 차라리 두모포로 가서 배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두모포 왜관. 하루는 서둘러 주변 주막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잠을 잔 뒤 아침일찍 일어나서 두모포에 있는 왜관으로 향했다. 정말 얼마 걷지 않아서 일본의 냄새가 몰려오는 기와건물들에 도착했다.


두모포 왜관은 좁은 곳에 빼곡하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있던 왜관들이 사라진 뒤 조선과 일본사이 마땅한 교류처가 없다가 국교를 회복하면서 1607년 두모포에 다시 세워진 곳으로 일본에서 조선과 무역하기 위해 몰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건물들이 자꾸 세워져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죄송합니다. 여기가 두모포 왜관이 맞죠.”

“예. 그론데 누구시죠? 조손사람? 입은 옷은 조손사람이 맞는데 생기신 곳은 열도사람 같기도 하고...”

“아하, 일본인이시군요! 그럼, 저도 일본어를 쓰겠습니다.” 「대마도로 가는 배를 구할 수 있습니까?」

「뭐야. 일본사람이셨습니까? 조선말도 잘하시고 일본어도 하실 수 있으시네요?」

「네, 어쩌다보니까 일본에서 조선으로 넘어와서 좀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일이 생겨서 일본으로 가야 되는데 대마도로 가는 배가 있는지요.」


하루가 왜관에서 분주하게 물건 나르는 것을 지시하고 있는 조금 지위가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조선어를 어눌하게 하는 것이 딱 봐도 일본인이었다. 이에 하루가 약간 녹슬긴 했어도 일본 현지인에 준하는 일본어를 구사하자 말을 들은 일본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은 원래 일본인이라고 소개하는 하루의 말을 듣고는 같은 열도사람이라는 것에 동질감이 생겨서 그 일본인은 친절하게 답변을 해줬다.


「그럼요. 지금 여기 나르고 있는 물건들이 다 조선에서 일본으로 팔러가는 물건들을 실어 나르는 겁니다. 다른 건 몰라도 조선 인삼이랑 책들은 귀한 상품들이죠.」

「와! 그러면 언제쯤 출항하나요?」

「여기 있는 물건들을 다 실으면 출항합니다. 아마 늦어도 내일 오후에는 바다로 나갈 것 같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얻어 탈 수 있을까요? 뱃삯은 드리겠습니다.」


그 일본인이 가리키는 곳에는 제법 큰 무역선이 있었다. 하루가 단번에 제대로 길을 찾아온 것이었다. 일본상인은 잠시 망설이는 듯 했으나 하루의 승선을 기분 좋게 허락했다.


「좋습니다. 보아하니 먼 길 걸어오신 것 같은데 일본으로 가는 바닷길 도와드리겠습니다.」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목적지는 어디시죠? 대마도? 아니면 그것보다 더 멀리?」

「대마도 보다도 훨씬 멀죠. 나가시노입니다.」

「나가시노? 나가시노가 어디지? 헤헤헤, 하도 바닷길만 다니다 보니 작은 성들 이름은 기억을 못해서.」

「혼슈(본토)의 나고야보다 동쪽에 있는 작은 성입니다.」


하루가 해주는 말을 듣자 상인은 하루의 종착점이 엄청나게 멀리까지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또 한 번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그렇게나 멀리요?」

「그래서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바다를 거쳐 물건을 옮겨 팔아먹는 장사치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종착지는 오사카에요. 거기서 물건을 팔고 다시 일본의 소공예품들을 갖고 여기 조선 두모포로 오죠. 때문에 오사카까지만 데려다 드릴 수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럼 저야 더 감사합니다! 대마도에서 또 어떻게 해야 일본 본토로 넘어갈 수 있나 걱정하고 있는데 아이고! 감사합니다! 뱃삯은 두둑하게 드리겠습니다!」


하루는 오사카까지 데려다 준다는 말을 듣고 너무나도 신났다. 일본 본토까지 넘어가는 일이 순식간에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한 나머지 하루는 일본상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연신 숙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일본상인은 너무 고마워하는 조선복장의 상투를 튼 중년 일본인을 보고 조금 쑥스러워했다.


「이거, 비록 제가 장사꾼이지만 같은 열도인을 보니까 뭔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르는 군요. 반드시 오사카까지 무사히 모셔드리겠습니다.」

「저야 고맙죠. 그러면 저는 별 건 아니지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오늘 저녁은 제가 사겠습니다. 막걸리 좋아하십니까?」

「막걸리도 좋지만 제가 직접 부하들을 시켜서 회를 한 사발 썰어 드리고 싶은데. 오랜만에 일식은 어떠신지요?」

「하하! 좋지요!」


성격 좋은 일본상인을 만난 덕분에 하루의 일본행은 순탄해졌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즐겁게 인연을 엮은 하루와 일본상인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를 집어 먹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미나토(湊,항구)라고 합니다.」

「이야, 성함부터 바다와 관련되신 멋진 분이시네요!」

「우리 조선에 사는 일본인의 성함은 무엇입니까?」

「하루(春,봄)입니다. 조선에서도 그냥 하루라고 불리면서 살았지요.」

「푸하하하! 사내답게 생기신 것과 다르게 이름은 여성스럽네요?」

「뭐라고요?」

「아... 아닙니다. 제가 초면인 사람한테 실례를 저질렀나 보군요.」

「풋! 아니요. 제 친구들도 처음에 제 이름을 듣고 다 그렇게 놀렸습니다! 이름에 계집애 같긴 하죠?」


하루와 일본상인 미나토는 그렇게 초면부터 즐겁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식사를 마쳤다.


다음날 점심이 되자 배에 물건이 다 실렸고 배는 닻을 올리고 밧줄을 풀어서 먼 바다로 출항했다.


「이렇게 한 번 일본 오사카부터 조선까지 왕복을 하고나면 많이 벌 때는 은자 100냥을 법니다.」

「은자 100냥이요? 아이고, 부자셨구나. 어쩐지 배의 크기도 남달랐습니다. 마치 큰 기와집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것 같이 보였어요.」

「크크크 제 배가 아무리 커도 그 정도는 아니죠. 그래도 이 정도는 벌어야 우리 선원들 먹을 돈, 입을 돈 그리고 식솔들에게 돌아갈 것들까지 해줄 수 있죠. 선원들이나 육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한테 은자 1냥씩만 줘도 머리수가 많아서 은자 40~50냥은 금방 나갑니다. 남은 30~40냥 가지고 또 새로운 물건을 구입해서 실어 나르고, 팔고 그러죠.」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제가 돈은 좀 많이 갖고 있는 편이라 하루씨한테 뱃삯은 많이 받지 않을 겁니다.」

「예? 그러면 괜히 제가 미안해지는데...」

「하하하하, 괜찮습니다. 다만 나중에 좋은 상품거리가 생기면 저한테 슬쩍 알려주세요. 보아하니 하루씨는 조선에 오래 살아서 조선 안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조선에 아직 전해지지 않은 물건들을 팔아보세요. 일본은 서양이랑 교류를 하니까 남령초(담배)나 고구마, 감자, 고추같이 조선에서 나지 않는 상품을 옮겨서 대박을 터뜨리면 엄청날 것 같은데?」

「오호,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요. 참고하겠습니다.」


하루는 미나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뱃길로 바다를 건넜다. 동쪽으로 갈수록 과거 자신이 청춘이었을 때 건너왔던 험준했던 바다가 생각났다. 그 때는 무슨 패기로 바다를 건너왔을지... 그래도 바다를 건너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인물이 남아있어서 그렇지...


대마도를 거치고 일본의 크고작은 섬들과 큐슈와 시코구를 지나 좁은 해협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에 미나토와도 많이 친해졌고 틈틈이 사고파는 물건들을 함께 나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친분이 두터워졌다.


「웁! 우웁!」

「저런 이번에도 배 멀민가요?」

「네, 배를 탈 때마다 이러네요. 역시 미나토씨처럼 반평생을 배에서 살아온 사람은 거센 파도에도 끄덕하지 않는군요.」

「하하하! 그럼 뱃밥을 열다섯 살 때부터 지금까지 30년이나 먹었는데요. 아무튼 조금만 참으십쇼. 이제 사나흘 뒤면 오사카에 도착합니다. 육지에 도착하면 몸을 좀 쉬셨다가 나가시노인가? 거기로 가시는 것이 좋겠어요.」

「네, 그게 좋겠습니다.」


한 달을 배와 육지를 번갈아가면서 살아가다보니 이제 며칠 뒤에는 드디어 오사카에 도착한다. 종착지가 가까워지자 하루뿐만 아니라 미나토와 배의 선원들도 모두 마음이 편안해 졌다.


「그나저나 실례가 될 까봐 아직도 물어보지 못했네요. 나가시노에는 무슨 이유로 가시는 것인지? 혹시 나가시노가 고향이세요?」


하루와 제법 친해진 미나토는 하루가 일본 본토. 그것도 하필이면 큰 성도 아니고 작은 도시인 나가시노에 가는 이유가 궁금했다.


「네, 제 고향이 나가시노 맞습니다.」

「아하, 그러면 더 늙으시기 전에 고향 땅 한 번 밟아 보시려고 그러는 거구나!」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어요. 제가 늘 조심조심 품고 다니는 물건이 사실은 어머니의 유골함입니다.」

「네? 유골함이요?」

「미리 말씀드리지 않아서 죄송해요. 실은 아버지는 고향 나가시노에 묻혀계시고 어머니는 몇 년 전 조선통신사와 함께 조선으로 넘어오셨다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래도 못난 불효자가 마지막으로 효도해 보겠다고 어머니를 아버지가 계신 나가시노에 함께 묻어 드리고자 고향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아...」


미나토는 당황할 때마다 짓는 커다랗게 휘둥그레진 눈을 하면서 잠시 당황하는 듯 했으나 이내 위로와 격려섞인 말을 해주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하루씨의 그 선한 뜻만큼은 저도 이해됩니다.」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설마 유골과 함께 배를 탔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신 것 같은데.」

「푸하하하! 아닙니다. 더 심한 것도 많이 봤습니다. 배 안에 실어 나른 물건들 중에는 죽어서 박제된 호랑이도 있었고 손님들 중에는 사람 해골바가지를 수집하는 이상한 파계승도 있었는데요, 뭘? 하루씨의 어머님의 마지막을 모실 수 있어서 오히려 영광입니다.」

「미나토씨... 역시 좋은 분이에요.」

「오히려 그렇게 효도할 수 있는 하루씨가 부럽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함께 배 위에서 생활하다가 태풍이 왔을 때 아버지가 비바람에 휩쓸려서 망망대해에서 그만...」


미나토는 자신의 과거가 생각나서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하루는 왜 당황했어도 화내지 않았는지를 곧바로 이해했고 미나토의 등을 토닥이면서 불효에 대한 서로의 고통을 쓰다듬어 내렸다.


그렇게 점점 오사카에 가까워졌다.


작가의말

한일 관계가 악화되었어도...

하루는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속작! + Q&A 20.01.08 79 0 -
공지 완결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19.12.02 68 0 -
공지 작품 소개3, 등장인물(*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18.10.29 644 0 -
공지 작품 소개2, 글의 특징 +2 18.05.20 781 0 -
공지 작품소개 (1) +3 18.05.19 1,345 0 -
171 뒷 이야기(소설을 시작할 때부터 끝낼 때까지 조니한테 있었던 일) +2 20.01.03 191 1 7쪽
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1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2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165 165.병자호란(5)-쫓는 자, 쫓기는 자 19.12.16 66 1 17쪽
164 164.병자호란(4)-포로가 될 것인가... 19.12.14 56 1 14쪽
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162 162.병자호란(2)-몸을 옮기다. 19.12.11 58 1 11쪽
161 161.병자호란(1)-조선을 쳐야만 하겠노라. 19.12.09 117 1 11쪽
160 160.또 한 번의 전운(3) 19.12.07 57 1 12쪽
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1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6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3 1 12쪽
156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0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7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152 152.일본행(4)-보내드리다. 19.11.06 69 1 11쪽
151 151.일본행(3)-식어버린... +1 19.11.05 78 1 11쪽
» 150.일본행(2)-일본인 상인 19.11.04 54 1 12쪽
149 149.일본행(1)-김충선의 조언 19.11.02 72 1 12쪽
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147 147.대기근과 고난(2) 19.07.16 82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