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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86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1.18 06:00
조회
87
추천
1
글자
11쪽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DUMMY

「아주 전쟁터에서 막! 적들이 뛰어나오고 있는데 능숙한 총 솜씨로 쾅쾅! 하면서 적들을 그냥 모조리 쏴 버렸죠.」

「오호, 그게 정말인가? 자제 철포도 다룰 줄 안다고? 대단한데?」

「예, 아주 잘 다뤘죠. 얼마나 잘 다뤘으면 조선에 있는 친구한테도 총 쏘는 법을 가르쳐 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글러먹었습니다. 금나라 아세요? 요즘 명나라랑 싸우고 있는 여진족이 세운 나라가 있는데 어휴 그 놈들한테서 도망치다가 화살을 맞은 적이 있어서 이제 몇 발은 쏠 수 있어도 총을 오랫동안 정조준하고 있진 못합니다.」

「자네 금나라라는 곳도 다녀왔었나?」

「아이, 그럼요! 제가 평생 걸어 다닌 거리만 따져 봐도 족히 10만 리는 될 겁니다! 열도를 빙빙 5번은 왕복하고도 남을 걸요?」

「크하하! 이 친구 아주 재미있는 친구일세! 데려오길 잘 했구먼!」


하루는 매일 저녁 높으신 나리들 앞에서 자신이 오래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면서 그들의 호응을 얻었다. 처음에는 다들 갑자기 튀어나온 하루가 산킨코타이 행렬에 들어온 것을 기분 나쁘게 생각했으나 이제는 오히려 매일 밤 같이 저녁식사를 하면서 웃고 떠들었다.


「그나저나 조선의 사신으로 왔을 때가 좋은가? 아니면 지금 내 산킨코타이 행렬로 있을 때가 좋은가?」

「아휴, 당연히 우리 나고야 성주님과 나리들과 함께 있는 지금이 훨씬 좋죠.」

「푸핫! 이 사람 못하는 말이 없구먼 그래. 그 때의 행렬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데 아주 꿀 바른 소리도 잘 하는 군!」

「아무튼 불청객이었던 저를 이렇게 잘 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야말로 매일 저녁에 심심하지 않게 조선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니까 아주 지루할 틈이 없어서 좋아. 앞으로도 에도에 갈 때까지 잘 부탁하네.」


에도에 가는 행렬은 오늘도 하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즐겁게 보낸 뒤 다들 숙소로 들어가 잠을 잘 준비를 했다. 아무리 하루의 즐거운 이야기가 쉼 없이 줄줄 나온다고 하지만 에도까지의 여정은 멀기 때문에 늦은 밤까지 여유부릴 수는 없었다.


‘흠, 그럼 나도 이만 자볼까?’


하루도 배정받은 작은 방에 들어가서 혼자 잠자리에 누웠다. 처음에는 하나 때문에 반강제로 산킨코타이 행렬에 들어오게 돼서 매우 당황스럽고 어이없었지만 이제는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하나와 직접 만나서 얘기한 적은 없어도 서로 마주치게 되면 눈인사라도 나누는 것이 예전에 나고야에서 자신을 쫓아냈던 하나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도대체 걔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하루는 하나의 변화된 태도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지 굉장히 궁금했지만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조선통신사로 3번이나 방문했던 에도(지금의 도쿄)에 도착했다.


‘여기는 언제나 북적거리는 군. 하긴 한 나라의 중심지니까.’


하루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큰 도시는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구경꾼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분주하게 이동하는 사람들, 일상적인 수다를 떠는 사람들 등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에 따라 정신없이 살고 있었다.


「나고야도 큰 성이지만 에도에 비하면 될 것이 아니군요.」

「원래도 사람이 많은 곳이었지만 불과 한 세대 만에 더욱 북적북적한 곳이 되었군.」

「맞습니다. 제가 조선에서 회답사로 처음 왔을 때보다 더 정신없어 졌어요.」

「아, 자네도 에도에 몇 번 왔었겠구먼? 한양이 사람이 많은가 에도가 사람이 많은가?」

「제가 봤을 때는 한양보단 에도가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한양은 아무래도 도성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니 성벽 안에는 백성들도 많지만 관료나 병사들도 많이 있죠. 궁궐안을 오가는 관료만 수백 명이고, 궁녀나 환관들의 숫자도 수백이니까요.」

「그래? 조선은 일본과는 뭔가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이 꽤 차이나나 보군.」

「일본처럼 영향력이 가장 큰 영주인 ‘쇼군’이 통치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왕조에서 나온 왕으로부터 모든 권련이 나오니까요.」

「그렇군. 일본의 황제는 영주들에게 관직을 내려줄 때에나 힘이 있지 실질적으로 영향력이 있는데 조선의 천자는 그렇지 않은가 보구나.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조선에 한 번 사신으로 가고 싶군.」


에도에 들어온 나고야성의 나리들은 말을 타면서 하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칼을 찬 무사들이 길을 잘 터줬기 때문에 무리 없이 도쿠가와 막부의 중심지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곧 있으면, 주군께선 쇼군이신 도쿠가와 히데타다님을 만나게 되겠군.」

「궁금한 게 있는데 나고야 성의 성주님은 쇼군님과 어떤 관계이시기에 큰 형님이라고 부르시는 건가요?」

「주군이신 도쿠가와 요시나요님과 쇼군이신 도쿠가와 히데타다님은 실제로 형제지간이시다. 주군께서는 전 쇼군이신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9번째 아들, 현 쇼군님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삼남이다.」

「아하. 실제로 형제셨군요.」

「친형제는 아니시다. 아버지는 같아도 어머니는 다르시지.」

「그렇구나.」

「저도 주군을 몇 년 모셨지만 두 분께서 친한 형제인지 사이 나쁜 형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직접 만나봐야 알겠지. 과연 좋은 관계일지 나쁜 관계일지는 말이야. 부디 무리한 요구나 하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산킨코타이 행렬은 도착을 하자마자 잡다한 이야기는 일체 나누지 않고 옷을 정복으로 갈아입고 예를 갖춘 다음 쇼군을 만날 준비를 했다. 도쿠가와 요시나요는 나고야 성과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에서 가져온 특산품들을 우선 도쿠가와 히데타다에게 전달했고 뒤 이어서 정복을 입은 채로 친서를 들고 천천히 들어섰다.


비록 형제라고는 하지만 일본 내 최고의 실세 2명이 대면은 뭔가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히데타다는 동생을 반기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소. 아우여.」

「아닙니다. 진즉에 찾아와서 인사를 드렸어야 되었는데 형님... 아니 쇼군께서 쇼군이 되신 뒤로 지금까지 몇 번 찾아오지 않았으니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오와리 번(나고야 성이 포함된 에도시대 행정구역)은 무탈하더냐?」

「물론이죠.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고 거둬드리는 세수도 괜찮습니다. 이게 다 아버지와 형님...아니 쇼군께서 오사카전투에서 승리하시고 새롭게 에도막부를 세우셔서 일본열도를 평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거 참 좋은 소식이군.」

「쇼군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뭐,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도쿠가와 가문이 힘이 막강하니 더 이상 큰 전쟁도, 큰 기 싸움도 벌이지 않고도 비교적 쉽게 일본열도를 잘 굴러가게 만들 수 있으니까.」


둘 사이에 이런저런 안부가 오고갔으나 팽팽한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둘 사이의 대화가 끝나자 한 시중이 요시나요가 가져온 친서를 읽은 다음 히데타다에게 전달했다. 친서의 내용은 매우 우호적인 것들로 적혀있었고 쇼군을 생각하는 마음과 더불어 이복형제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사적인 감정도 녹아 있었다. 친서를 받아들고는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본 히데타다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입을 열었다.


「네 갸륵한 뜻 잘 이해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기에 이곳까지 굳이 찾아올 이유도 없는데 앞장서서 산킨코타이 행렬을 이끌고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얼마나 우리가문과 막부를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쇼군께서 그렇게 헤아려주시니 오와리 번을 다스리는 저도 기쁘군요.」

「아무튼 이렇게 만난 것도 오랜만이고 먼 길 찾아온 손님인데 오늘은 맘 편히 놀고 마시자. 일정이 끝나는 대로 만찬을 준비시켜 놓겠다.」


팽팽한 긴장감과 달리 둘 사이에는 우호적인 이야기만 오고갔고 공식일정은 큰 탈 없이 마무리 되었다. 산킨코타이 행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한층 편안해진 마음으로 히데타다가 열어준 저녁 만찬에 참여했다.


「우와! 맛있겠다!」

「얼마 만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거야!」

「이거 밤새 먹어도 모자라겠어!」

「뭐 먼저 먹어야 하나? 생선구이? 아니면 찜요리?」


고단했던 장거리 여정과 긴장감 흐르는 공식일정들이 끝이 나고 맘편히 진수성찬을 즐기게 된 나리들과 수행원들은 모두 입에 침이 잔뜩 고였다.


「자자, 음식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잔뜩 있으니까 걱정들 하지 마시고. 다들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았소. 건배 한 번 합시다! 건배!」

「쇼군께 감사드리며 건배!」

「건배!」

「건배!」


도쿠가와 히데타다는 만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건배를 권했고 이에 다들 작고 매끈한 사발에 채워져 있는 술을 단숨에 비웠다. 분위기는 점점 흥겨워지기 시작했고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음식과 술맛을 더욱 돋아 주었다.


「푸하하하! 이 얼마만의 폭식인가!」

「먹어도, 먹어도 음식이 줄지가 않아!」

「여기 술 좀 더 가져다주시게!」

「크허허헑! 취한다!」


흥겨워진 술판 속에서 도쿠가와 요시나요는 자신을 따르는 젊은 가신 아사타카를 불러내면서 말을 건냈다.


「아주 기분이 좋구나! 그렇지 않느냐 아사타카?」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주군, 어쩐 일로 저를 갑자기 찾으셨습니까?」

「자네의 그 작은어머니인가 하시는 분 있지 않은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샤미센(三味線) 연주를 한 번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보게. 분위기도 좋은데 우리 측에서도 한 번 쇼군께 음악을 오려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

「아. 알겠습니다. 작은 어머님께 한 번 말씀을 드려보죠.」


아사타카는 하나에게 다가와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말씀드렸고 하나는 이를 승낙했다. 잠시 뒤 가무가 끝나자 수수한 기모노를 입은 하나는 샤미센을 들고 중앙으로 나왔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쇼군과 나리들께 인사를 드린 뒤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젊었을 때부터 오랫동안 다룬 악기인지라 가볍고 경쾌하게 울리는 그녀의 연주소리는 연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정말이지 대단한 여인이로군.」

「신분이 낮다는 것만 아니면 내 죽은 정실부인들 대신해서 집으로 들였을 텐데 말이야.」

「마치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는 것만 같은 연주였습니다.」


주변에서 하나의 연주에 대한 호평들이 쏟아져 나왔고 하나는 주변에 있는 나리들께 가볍게 인사를 했다.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는 하나의 눈에 하루가 나타났고 하나는 조심스럽게 하루의 자리에 뭔가를 올려놓고 한 마디 말을 한 다음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미안했어! 내가 사과할게.」

「뭐라고?」


하나의 손에서 떨어진 물건은 예전에 하루가 오래전에 만들어줬던 목걸이의 낡아서 끊어진 끈의 일부와 그녀가 적은 작은 편지가 있었다.


「아니, 이건?」


하나가 흘리고 간 물건을 바라보면서 시끄러운 연회장 속에서 홀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잠시 뒤 눈가가 촉촉해 졌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 김장이니 뭐니 아주 안팎으로 일이 많아서 연재를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번 처럼 장기 연재중단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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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1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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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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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5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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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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