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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396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9.11.30 23:34
조회
60
추천
1
글자
11쪽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DUMMY

「주군, 나고야로 돌아가실 날이 머지않았군요.」

「그래. 이제 나의 성인 나고야로 돌아가야지.」

「그나저나 쇼군께서 아직 주군과 오와리 번에 대해서 뭔가를 요구하지 않았는데 과연 무탈하게 이번 일정이 잘 마무리 될까요?」

「나도 그게 약간 걱정이긴 하지만 지금가지 큰형님께서 하시는 걸 보면 그렇게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찾아뵌 거라서 큰 탈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리들이 괜한 걱정을 한 것이었어.」

「역시 그렇겠죠? 우리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거겠죠?」


도쿠가와 요시나요와 그의 가신들은 돌아갈 날이 다가오자 산킨코타이 일정이 나름 잘 정리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들을 내쉬었다. 무리한 요고나 부당한 대우를 하지는 않았으니 이복형제이긴 해도 같은 아버지의 자식이라는 점에서 알게 모르게 혈연이나 형제간의 우애가 작용했는가 싶었다.


「오빠, 안녕.」

「어, 그래.」

「별거 아니지만 이거라도 먹어.」

「고마워 잘 먹을게.」


나고야 성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와 질수록 하루와 하나 사이에 꼬여있던 관계도 점점 풀어지기 시작했다. 서로 마주치면 간단하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거나 지금처럼 하나가 하루에게 소소한 간식거리를 전해주곤 했다. 그녀의 사과는 자신이 너무 냉담하게 하루를 대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리고 하루는 이러한 하나를 은연중에 용서해줬다.


그렇게 에도에서의 날들이 끝이 났고 돌아가기 직전의 마지막 일정에서 요시나요와 그의 가신들은 도쿠가와 히테타다와 함께 얼굴을 마주했다.


「쇼군께서 저와 제 가신들을 그리고 수행원들까지 이렇게 환대해 주셨기에 에도에서 무탈하고 즐겁게 지내다가 돌아갑니다.」

「내 아우와 아우의 가신들 그리고 산킨코타이 행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내 작은 호의에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고마울 뿐이오.」

「해서 말인데? 내 아우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쇼군으로서 작은 부탁을 하나 하고 싶은데?」

「부탁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시는 것인지?」


요시나요는 형님 히데타다의 눈을 바라보았다. 동생이 형을 바라보는 친근한 눈빛으로 히데타다를 바라보았으나 돌아오는 그의 예상과는 답변은 정반대였다.


「나고야 성에 돌아가시거든 아들들 중 하나를 에도로 보내시오. 그게 이 형이 아우에게 명하는 한 가지 부탁이오.」

「네? 제 아들 중 하나를 보내라고요?」

「그렇소. 지금부터 6개월 이내에 아들하나를 에도로 보내주시오. 내 에도에서 요시나요를 대해 줬던 것처럼 1년 동안 극진히 대해주겠소.」

「하지만...」

「내 특별히 아우여서 장남이나 정실부인을 보내오라고 하지 않는 것이오. 그저 아들들 중 한 명만 보내면 됩니다. 오와리 번의 번주께서 편안대로 보내오시면 되오. 원래라면 비용도 번주께서 다 부담하셔야 겠지만 비용은 특별히 에도막부에서도 조금 부담해 주겠소. 기간만 지켜주신다면야 내 아우한테 더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겠소.」

「큰형님... 아니 쇼군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큰 호의를 내려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요시나요는 히데타다에게 대꾸를 하고 싶었지만 더 부당한 요구를 해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순간적으로 쇼군의 요구에 응했다. 오히려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것인데 아들 중 아무나 한 명이라면 그나마 신경을 써준 처사이기 때문에 괜히 신경싸움을 했다가 더 강한 요구를 해 온다면 오히려 그것이 손해였다.


때문에 히데타다의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맞는 일이었고, 요시나요는 얼굴이 살짝 굳은 채로 공손하게 고개 숙여 히데타다의 명을 받아드렸다. 요시나요의 가신들도 주군의 모습을 보고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당시 일본열도 내 도쿠가와 가문의 최고의 권력자 2명이었지만 이 둘 사이에도 확실한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들어난 순간이었다.


「내 아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 오히려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형님이 너무 우리를 잘 대해줘서 말이지.」

「주군. 너무 심난해하지 마십쇼. 이 정도에서 끝난 게 다행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해야지. 정실부인이나 장남을 인질로 잡아두는 경우도 있는데 아들 중 아무나 한 명이면 형님께서 그나마 인심을 베푸신 거지.」

「이제 공식일정도 다 끝났고 쇼군의 요구는 나고야 성으로 돌아가서 생각하시죠. 그간 고생 많으셨는데 푹 쉬다가 내일 돌아갑시다.」

「그래야지. 다들 고생 많았네.」


요시나요와 그의 가신들은 히데타다의 요구에 다소 실망하고 절망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아무 일도 없이 끝나는 것이 더 이상하다는 듯 툭툭 털어내며 숙소로 몸을 옮겼다. 산킨코타이 행령의 에도에서의 밤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에도에서의 첫 끼니만은 못했지만 꽤나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나왔고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요시나요와 그의 가신들은 각자 나름대로 식사를 했고 수행원들도 맛있게 밥을 먹었다.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다들 취기가 살짝 올라올 정도로만 마셨다. 낮에 있었던 히데타다의 요구 때문도 있었고 내일부터는 다시 나고야로 되돌아가는 긴 여정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하루도 내일부터는 먼 길을 떠나야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밥을 든든하게 먹고 탁주를 한 사발 들이켜서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마친 다음 소화를 시킬 겸 또 이제 살면서 더 이상 에도에는 올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천히 오랫동안 숙소와 그 주위를 뱅뱅 돌았다.


‘에도는 정말 대도시구나. 내 살면서 북경이나 구라파(유럽)에 있는 도성들에 가지 않는 이상 에도보다 큰 곳은 볼 일이 없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한참을 걷고 있던 하루의 귀에 낯익은 여인의 목소리가 문을 건너서 들려왔다.


「에도에서 큰 탈 없이 일이 잘 끝나서 다행이야.」

「그래도 작은 어머님께서 샤미센 연주로 높으신 나리들의 귀를 황홀하게 해드리지 않았습니까?」

「호호호. 20년 넘게 다뤄온 악기인데 그정도로 못하면 오히려 부끄러운 거지.」

「헤헤, 그것도 맞는 말이군요. 아무튼 내일부터는 돌아가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그래, 왔으니 돌아가는 때도 있어야 하지 않겠니. 너도 어서 돌아가서 쉬렴.」

「그러면 소녀는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았다.」


문이 열려졌고 그 안에 있던 젊은 수행원 여인과 나이 많은 하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당신은? 여기에 왜 찾아오신 겁니까! 나고야에서도 그렇고!」

「그게... 그냥 지나가다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서 잠시 멈춰서 있던 것뿐이오. 실례가 되었다면 나도 이만 돌아가 보겠소...」

「잠깐!」


당황한 하루가 서둘러서 자리를 뜨려는 순간 하나가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당신이랑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올까요? 나는 괜찮으니 너는 갈 길을 가거라. 어차피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사람이라 괜찮아. 너도 에도에 오는 동안 저 사람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듣지 않았느냐?」

「하지만... 작은 어머님 혼자 다 큰 남성과 계시다가 폭행이라도 당하시면...」

「이 사람 그럴 사람 절대 아니야. 오히려 실수라면 내가 했지. 뭐해요! 어서 들어오시지 않고? 빨리 들어와요!」


하나는 밖에 계속 서 있는 하루를 재촉했고 어린 수행원은 빠르게 옆 숙소로 돌려보냈다. 하루도 뭔가를 결심했다는 표정을 짓고 방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문을 닫았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오묘한 분위기가 흘러갔고 꽤 오랜 기간 정적인 시간이 흘러갔다가 뭔가에 이끌린 듯 동시에 입을 열었다.


「미안해!」

「미안해!」


둘은 동시에 같은 말이 나왔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붉어졌다가 이윽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핫!」

「뭐야, 내가 먼저 말하려고 그랬는데!」

「당연히 오빠가 먼저 말했어야지! 사과의 편지는 내가 먼저 오빠에게 줬잖아!」

「먼저 나한테 큰 소리 치면서 쫓아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이게! 다 늙어가지고 아직도 열다섯 살 때처럼 장난 칠거야!」

「에헤이, 그 때는 내가 쑥스러워서 장난도 제대로 못했지!」

「이게 끝까지 그럴 거야! 어떻게 40년 전이랑 달라진 모습이 하다도 없어!」

「그러는 너도 40년 전이랑 달라진 모습이 없는 걸?」


둘은 이렇게 오랜만에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으면서 떠들다가 웃으면서 완전히 화해의 말을 이어나갔다.


「암튼 내가 미안했어. 오빠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하고 말이야.」

「아니야. 내가 오히려 미안해 아무런 소식도 없이 오랜 세월을 기다리게 했던 내가 나쁜 남자지. 난 네 손에 맞아 죽어도 상관없다.」

「그러면 진짜 지금 맞아 죽어볼래?」

「히익, 미안해!」

「으이그, 이런 남자의 고백을 받아줬던 내가 바보였지.」

「뭐어? 그러면 지금 후회하고 있는 거야?」

「후회 많이 했지! 항상 보고 싶어서 내가 죽는 줄 알았다!」

「40년 동안 달라졌네... 애가 무서워졌어.」

「오빠는 40년 전처럼 계속 소심한 바보거든!」


둘은 또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으면서 사이좋은 연인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다가 진정을 한 뒤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목걸이는...」

「아차. 맞아. 정신없이 웃다보니 까먹고 있었어.」


하나는 자신의 품속에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망가진 목걸이를 꺼냈다. 색깔이 많이 바랬고 끈히 삭아서 다 부스러기가 되어버렸지만 옥돌의 모양은 하루가 40여 년 전에 하나에게 전해줬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오빠가 다시 만들어줄게. 이리로 와봐.」

「응. 알았어.」


하루는 하나가 건네준 옥돌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서 고운 비단실로 엮여진 형형색색의 끈을 꺼내서 단단히 쪼이고 묶으며 금세 장터에 나가서 팔아도 바로 팔릴 만큼 아름다운 목걸이를 만들었다.


「자, 이제 새것 같지?」

「응, 그렇네.」

「가까이 와봐. 오빠가 목에 걸어줄게.」

「에이, 다 늙어가지고 쑥스럽게. 뭘 그렇게 까지...」

「아까는 나를 때려죽인다고 하더니 이제는 또 그런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거절하는 거야? 안되겠구먼? 그냥 자러 가봐야겠어?」


하루는 은근슬쩍 돌아가려는 척을 했고 하나는 이런 하루를 어린아이가 오빠의 옷자락을 붙잡듯이 꽉 쥐고 애절하게 말했다.


「아니야. 아직 돌아가지 말고 해주려던 거 끝까지 해줘. 그리고 계속 있어줘.」

「흠, 그렇게 나와야지.」


하루는 하나의 뒤로 걸어가서 새롭게 엮은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줬다. 새색시가 선물을 받는 모습처럼 수줍은 그녀와 흐뭇하면서도 부끄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신혼부부 같은 모습이었다.


그 이후로도 하루와 하나는 어릴 적 이야기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들을 하면서 행복한 밤을 보냈다.


작가의말

결국 또 살아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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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마지막회.마지막 여정(5)-잘 살았소이다. 19.12.28 249 1 13쪽
169 169.마지막 여정(4)-조선과 작별하다. 19.12.26 134 1 12쪽
168 168.마지막 여정(3)-일본으로 떠나다. +2 19.12.23 142 2 11쪽
167 167.마지막 여정(2)-임금을 만나다. 19.12.20 103 1 13쪽
166 166.마지막 여정(1)-영웅 마루 19.12.18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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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163.병자호란(3)-항복 19.12.13 7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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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159.또 한 번의 전운(2) 19.12.06 52 1 12쪽
158 158.또 한 번의 전운(1)-불안한 양국 관계 19.12.04 57 1 11쪽
157 157.다시 집으로 19.12.02 74 1 12쪽
» 156.산킨코타이(3)-일정의 끝 19.11.30 61 1 11쪽
155 155.산킨코타이(2)-두 이복형제의 만남 19.11.18 88 1 11쪽
154 154.산킨코타이(1)-합류 19.11.11 66 1 11쪽
153 153.옥새를 찾아라! 19.11.07 54 1 12쪽
152 152.일본행(4)-보내드리다. 19.11.06 69 1 11쪽
151 151.일본행(3)-식어버린... +1 19.11.05 78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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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149.일본행(1)-김충선의 조언 19.11.02 73 1 12쪽
148 148.대기근과 고난(3)-어머니의 장례 19.11.01 61 1 11쪽
147 147.대기근과 고난(2) 19.07.16 8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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