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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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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3
추천수 :
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5.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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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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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DUMMY

갑자기 살수의 기척이 느껴지자 놀란 송현이 살수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을 노려보다 순간 자신도 어이가 없었는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헛웃음을 짓는다.


“이곳에 살수라. 어이가 없구나!”

“왜 그러세요?”

“아니다. 내 요즘 무리를 했더니 헛것이 느껴지는구나. 자 그럼 다시 설명하자면 말이다. 네가 펼치는 삼재검법은···.”


어렴풋이 들려오는 송현의 목소리에 개구리처럼 막사 그림자에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던 미려가 슬그머니 몸을 움직여 처음 둘을 지켜보던 바위 뒤에 도착해 살짝 거칠어진 숨을 안정시키다 말고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뭐야 저 인간, 절정 아니었어? 어떻게 나를 느낀 거지. 초절정은 돼야 은참을 깰 수 있다던데. 이상하네. 내가 잘못 알았나?”


고개를 갸웃거리곤 거칠어진 숨이 안정되자 다시 은참을 펼쳐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주방 일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항상 지나가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몸을 틀어 한적한 곳에 이르자 미려가 주변을 살피고는 미리 준비해 두었던 야행복으로 갈아입고는 어둠속에 몸을 숨긴다.


점창파 숙소, 송현은 없고 이대 제자들 네 명만이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정욱 너는 누가 제일 예쁘다는 것이냐?”

“아무래도 소혜사태가 난 제일 예쁘다고 보네.”


정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염백, 정욱의 옆에 앉은 적무상을 고갯짓으로 가리킨다.


“적무상 넌”

“나도.”


정무상에 말에 이번에는 염백이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남철현을 툭 친다.


“그럼 넌?”

“난 금의위에 있는 이름을 모르지만 하여간 그 처자가 제일 예쁘다고 봐. 뭐 너희들은 아직 못 봤으니까 모르겠지만 말이야.”

“진짜 그렇게 예쁘냐?”

“어! 예뻐. 근데 송현 사형은 어디 가신 거냐?”

“이 암동에서 가면 어딜 가셨겠냐. 당연히 그 꼬마한테 갔겠지.”


염백이 투덜거린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철현도 한마디 거든다.


“하여간 사형도 문제야. 왜 아무 상관도 없는 그런 꼬맹이한테 무공을 못 가르쳐줘서 그리 안달인지 참. 뭐 그래서 우리가 좀 편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럼 된 거지 뭐가 그리 불만이냐? 난 솔직히 그 꼬맹이가 있어서 이곳 생활이 너무 좋구먼. 사형한테 시달리지 않고, 니들은 안 그러냐?”

“그렇긴 하지.”


염백의 말에 도정욱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때 무상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야! 됐고. 이제 그만 떠들고 심법 수련이나 하자. 송현 사형 올 때 됐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지 염백이 다시 금의위 처자이야기를 꺼낸다.


“이번 달이 지나면 금의위가 다시 암동으로 오는 건가?”

“왜 금의위 처자 기다리게?”

“예쁘다며, 그럼 이 형님이 당연히 한번 봐야지.”

“지랄 그만하고 빨리 앉아라. 송현 사형 오면 정말 난리 난다.”

“알았다. 알았어.”


염백을 마지막으로 다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점창파의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위, 검은 물체가 순간 일렁거리다 곧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 송현과 점창파 이대 제자 네 명이 각자 엉성하게 나무로 만든 널찍한 식판을 들고 배식을 하는 곳으로 걸어간다.

밥과 기타 두세 가지의 반찬을 배식받은 송현이 마지막으로 습관처럼 국을 배식하는 사람 앞에 멈춰서는 식판을 내민다.


우두둑!


커다란 고깃덩어리 몇 점과 기타 건더기가 알차게 든 국이 송현의 식판 위에 담긴다.


“와∼”


송현의 뒤에 있던 점창파 이대 제자들이 오래간만에 보는 커다란 고깃덩어리에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지르고 송현 본인도 놀랐는지 국을 배식하는 여인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선다.

커다란 국자를 들고 있던 미려가 화사한 미소와 함께 그런 송현에게 고개를 숙인다.


“강수가 제 동생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예···. 저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런 미려의 말에 송현은 쑥스러운지 미려의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곤 말까지 더듬거리며 허둥지둥 식판을 들고 빈자리를 찾아 몸을 돌린다.


‘강수가 누구냐?’

‘나도 모르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점창파 이대 제자들이 서로 전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탕! 탕! “다음요.”


커다란 국자로 국이 담긴 통을 두드리는 미려의 행동에 점창파 염백이 전음을 나누다 말고 슬그머니 식판을 내밀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국 통에 국자를 담가 휘휘! 휘젓고는 이내 미려가 허여멀건 한 국을 한 움큼 퍼 염백의 식판 위에 쪼르륵! 따른다.

달라도 너무나 다른 국의 모습에 염백이 멍하니 미려를 보며 두 눈을 껌벅인다.

마치 자신한테 왜 이러냐는 눈빛으로.


“뭐죠?”

“저기 저도 점창파인데요.”

“그런데요.”

“아니 그게 그러니까 고기가···.”

“다음.” 탕! 탕!


염백이 식판을 들고 멀뚱히 서서 미려를 쳐다보며 갈 생각을 하지 않자 뒤에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던 무림인들이 왜 안가냐고 투덜거린다.


“아니 왜 안 가는 거야?”

“저기요. 우리도 밥 좀 먹읍시다.”


점창파 이대 제자 정욱이 염백의 옆구리를 꾹 찌르고 억울한 표정의 염백이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스무 번의 저녁이 지나갔다.

이번에는 동굴 입구에 있던 마교가 암동으로 오게 되고 정파의 무림인들이 동굴 입구로 향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송현과 강수는 이별 아닌 이별을 하게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송현은 떠나면서 앞으로 자신이 다시 이곳으로 올 때까지 삼재검법은 형을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는 일성(一成)의 단계까지 오를 것과 앞으로 강수가 혼자 수련해야 할 것들을 잘 정리해주고 동굴 입구로 떠나갔다.


강수는 그렇게 송현이 떠나자 혼자라는 생각에 하루 반나절 우울함에 젖어 힘들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암동으로 돌아온 해월이와 다른 금의위 누나들에게 시달리게 되자 금세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에 온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간의 개념이 없는 사람들은 대략 짐작만 할 뿐 정확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물론 동굴 입구에 주둔해 있는 사람들은 붉은 달의 뜨고 짐을 보며 그나마 시간의 흐름 정도는 느끼며 지낼 수 있었지만, 암동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열흘 이란 기간을 정한 것도 저녁밥을 먹는 횟수, 그러니까 열 번 저녁밥을 먹으면 열흘이 지났다고 생각하고 동굴 입구와 암동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교대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두세 번의 교대가 채 이루어지지 않아 바뀌게 되었다.


현무진인의 숙소, 현무진인과 취웅, 마검 그리고 동굴 입구에 나가 있던 임장군이 앉아 있고 그 앞에 방 숙수가 조금은 주눅이 든 얼굴로 서 있다.


“그래서 식량이 얼마나 남았다는 것인가? 방 숙수!”


취웅의 물음에 방 숙수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비비 꼰다.


“그게 그러니까···. 저번에 제가 8개월 치 남았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랬지.”

“근데 이번에 제가 자세히 살펴보니, 6개월 치밖에 안 남은 것으로 확인이 되어···. 죄송합니다. 제가 일일이 살펴보았어야 했는데, 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그만 실수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자네는 어찌 그런 중대한 일을 실수를 한단 말인가?”


쿵! 취웅의 호통에 방 숙수가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제가 철저히 살피겠습니다. 정말 입니다요.”

“하∼ 그만 일어나시게.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감사합니다. 현무진인님!”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방 숙수를 무시하듯 현무진인의 시선이 임호연 장군에게 향한다.


“음∼ 이곳 동굴에서 나가는 것은 어떠신지요?”

“너무 위험하지 않겠나?”


이때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마검이 툭 말을 내뱉는다.


“그럼 이곳에서 굶어 죽기라도 하자는 말인가?”

“굶어 죽긴. 동굴 앞 숲만 들어가도 먹을게 천지구만.”


마검의 말에 취웅이 이죽거린다.

그러자 살며시 눈꼬리가 올라간 마검의 시선이 취웅을 향하고 이를 느낀 취웅이 슬그머니 눈을 내리깐다.


“물론 취웅님 말씀대로 이곳 동굴에서 살아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던 곳으로 가려면 위험하더라도 동굴을 벗어나 길을 찾는 게 현시점에서는 옳은 선택이지 싶습니다.”

“뭐 그렇긴 한데.”


도움을 청하듯 슬쩍 취웅이 현무진인을 쳐다본다.


“그럼 나가는 것으로 하시지요.”

“엥! 자네 왜 그러나? 그러다 큰일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 것을요.”

“에고 자네까지 그리 생각한다면 어쩌겠나 그래야지. 알았네. 그렇게 하세나.”


푸념하듯 말을 하다 여전히 무릎 꿇고 앉아 있던 방 숙수가 눈에 들어오자 취웅이 버럭 성질을 낸다.


“알아들었으면 어여 가서 준비하지 않고 여기서 뭐 하는 것인가? 자네! 어찌 혼이 한번 나 봐야 정신을 차릴 텐가?”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요.”


방 숙수가 나가고 넷은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 네 사람은 결정된 사항을 모든 이들에게 알렸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라고 명령하였다.

세 사람의 갑작스런 명령에 사람들은 동요했다.

하지만 극한의 이곳 환경에서의 생존이라는 대명제에 사람들의 동요는 금세 묻혔다.


우선 사람들은 서둘러 추위를 견디기 위한 옷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거나 아니면 직접 만드는데, 온 힘을 쏟았고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러갔다.


동굴 입구, 수십 대의 수레와 긴장된 표정의 사람들이 길게 늘어져 서 있다.

행렬의 맨 앞 검은 말 위에 앉아 있는 마검의 팔이 천천히 하늘을 향해 올려졌다 앞을 가리키며 툭! 말을 배를 찬다.


다그닥! 다그닥!


마검이 탄 말이 움직이자 이를 보고 있던 마검대의 단주 공손진이 뒤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친다.


“출발!”


하나둘 움직이는 수레와 그런 수레의 움직임에 발을 맞춰 사람들이 걷기 시작한다.

미지의 영역으로 그렇게 사람들은 첫발을 내디뎠다.


행렬의 중간 주방용품이 가득 실린 수레의 옆에서 걷던 미려가 비틀비틀 걸어가는 강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흘끗 쳐다본다.


“어지러우면 그만 수레에 타.”

“괜찮아 누나.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적응하려면 이렇게 걷는 게 나아.”

“힘들면 언제든 말해 괜히 나중에 아프다고 하지 말고. 알았지?”

“응 알았어. 누나!”


온갖 천이라는 천은 모두 덧대 만든 두툼한 옷을 입은 강수가 뒤뚱뒤뚱 걸어가며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미려는 다시 주변을 경계하며 강수의 옆에 딱 붙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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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8 1 11쪽
38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1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6 2 9쪽
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8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90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90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2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4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4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5 1 10쪽
»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4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30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6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9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40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9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5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2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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