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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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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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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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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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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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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2화. 미려의 정체. (4)

DUMMY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서로 협조도 하고 같이 정찰도 돌고 그랬지만 어느 정도 이곳 생활에 적응이 되자 다시 이전 세상에서 그랬듯 마교와 정파 그리고 금의위, 셋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절대로 어울릴 수 없다는 듯 각자의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들끼리만 어울리며 생활하였다.

특히 마교와 정파는 서로 마주치기도 싫다는 듯 식사 시간까지 따로 정하고 그 시간 이외에는 절대로 식당을 이용하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이곳 상황이 너무 나빠 어떻게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정파와 마교의 관계를 발전시키려 현무진인과 마검은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 자신부터가 이미 뼛속까지 자신들이 속한 곳의 가치관에 젖어 있다는 것을 서로가 인식하고는 더는 바꾸려 노력하지 않았다.

단 관계는 지금같이 하되, 절대로 무력 충돌은 안 된다는 점을 각 소속 정파와 마교 소속 마검대에게 주지시키고 또 주지시켰다.


마교와 정파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적대적인 사이라면 금의위는 이전 세상에서 그랬듯 두 세력 모두에게 무시 아닌 무시를 당하는 그런 신세였다.

그래서일까? 금의위 군인들은 이곳에서도 은연중에 두 세력의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조금은 위축된 생활을 하였다.


일 년이 넘어 반년이 더 지난 지금, 이러한 모습은 강수에 눈에 좀처럼 이해하지 못할 정말 괴상한 일로 비추어졌지만, 누구에게도 물을 수는 없었다.


암동으로 돌아오고 열 번의 저녁, 미려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고개를 숙이곤 손목을 까딱이며 오늘 송현에게 배운 분광검법의 동작을 연습하고 있던 강수의 시야에 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누군가의 발이 저벅! 들어와 멈춰 선다.


“어!”


놀란 강수가 발을 따라 조심스레 고개를 들자 무표정한 얼굴의 한청이 강수를 쳐다본다.


“오랜만이구나.”

“아! 네. 안녕하세요! 부단주님.”

“미안한데 누님한테 오늘 남은 밥이 있으면 좀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봐 주겠느냐?”

“아! 네. 잠시만요.”


강수가 일어나 뒤뚱뒤뚱 식당 뒤에 붙어있는 주방으로 걸어가 안으로 들어가고 뒷짐을 지고선 한청이 강수가 나오길 기다린다.

잠시 후 강수가 밥과 반찬이 담긴 나무로 만든 쟁반을 들고 뒤뚱거리며 주방에서 나오자 이를 본 한청이 순간 강수에게 달려가 강수가 든 쟁반을 받아주려 하다 멈칫! 오른발 끝에 줬던 힘을 풀고는 강수를 기다린다.


“오늘 남은 반찬이 이게 다라고 누나가 죄송하다고 전해달래요.”


강수가 쟁반을 내밀자 한청이 마검대답지 않게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니다. 굶어도 할 말이 없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내 항시 감사해한다고 꼭 누님에게 전해드리도록 하여라. 알겠느냐?”

“네. 부단주님.”

“그래.”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뒤돌아 가려던 한청이 걸음을 멈추곤 뒤돌아 강수를 쳐다본다.


“아까 보니 검술 연습을 하던 것 같던데, 그리 팔만 연습하면 자칫 나쁜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밸 수 있으니 차라리 심상(心象) 수련을 하도록 해라.”

“심상 수련을 말입니까?”

“그래.”

“네. 조언 감사합니다.”


조언에 감사하다는 강수의 말에 한청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한 가지 더 너에게 조언을 하마. 앞으로 우리 마교인을 보거든 감사한다거나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왜요?”

“왜냐? 그건 너의 사부나 정파 나부랭이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지 마라. 그리고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우리 또한 너에게 뭐라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알겠느냐?”


눈치를 보며 강수가 대답을 안 하고 한청의 시선을 피한다.

피식! 한청이 입가에 더욱 짙은 미소를 그리며 귀엽다는 듯 강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그럼 난 이만 가보마.”


걸어가는 한청의 뒷모습을 보며 강수가 입술을 실룩거리곤 이내 한청이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의자에 앉는다.


“아니 애들도 아니고 왜 저리 싸우는지 참. 그냥 화해하고 편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 근데 누나는 또 왜 안 나와, 빨리 가자니까. 하여간 해월 누나만 만나면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에∼구 내 팔자야. 근데 심상 수련은 어떻게 하는 거지? 사부님한테 물어봐야 하나? 그래 내일 사부님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오랜만에 만난 해월과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강수와 오늘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미려가 숙소로 향한다.


“해월이가 그러는데, 요즘 금의위 분위기가 말이 아니란다.”

“왜?”

“수련 성과가 생각보다 잘 안 나오나 봐. 빨리 강해져야 경화의 복수도 할 수 있을 텐데 걱정이다.”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 건데?”

“음∼ 해월이가 동굴로 돌아오기 전에 절정에 올랐으니까. 그게···. 그러니까 헤헤!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보다는 다들 강해져야겠지. 그래야 후회가 없을 테니까.”

“후회가 없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누나?”


강수의 질문에 미려가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강수를 쳐다보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강수의 모습에 피식! 미소를 짓고는 강수의 머리를 헝클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군인이나 무림인들은 모두 싸우는 것이 직업이자 삶인 사람들이거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보다 약자와도 강자와도 싸우게 되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지. 근데 말이야 적이 정해지고 그 적이 나보다 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안 죽기 위해 최선을 다해 수련해야겠지. 뭐 그래도 죽으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그래, 지금 금의위가 딱 그런 상황인 거야.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 이기든가 아니면 죽임을 당하던가. 그러니 후회가 남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고. 이제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응! 근데 꼭 싸워야 하는 거야? 피하거나 아니면 그냥 지금 같이 살면 안 되는 거야?”

“그럼 경화와 다른 금의위 대원들의 죽음은 없던 것으로 하고?”

“아니 그건 아니고.”

“만약에 금의위가 이대로 모른 채 넘어간다면 다른 정파와 마교 두 세력이 금의위를 어떻게 볼 것 같아?”

“그거야···.”

“지금보다 더 심하게 무시하고 업신여기겠지.”

“근데 누나! 마교 형들이랑 정파 형들은 왜 금의위 형 누나들을 무시하는 거야? 그리고 마교 형들이랑 정파 형들은 왜 또 그렇게 사이가 나쁜 거고?”


뭐라 입을 열려다 피식! 미려가 미소를 지으며 살짝 벌어지려던 입술을 다문다.

그래서일까? 강수가 살짝 목소리를 높인다.


“아! 맞다. 아까도 마검대 한청 부단주님이 내가 이렇게 앉아서 팔로만 검술 연습을 하니까 그러면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다고 하면서 심상 수련을 하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고맙습니다. 이러니까 웃으면서 그런 말 하지 말라는 거야. 정파 형들한테 혼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내가 대답을 안 했단 말이지. 하여간 난 도무지 이해가 안 돼. 다 큰 어른들이 왜 그렇게 꽁한지. 벌써 여기 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싸우고 그래. 안 그래? 누나!”


강수의 장황한 말에 미려가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우곤 가만히 강수를 바라본다.


“그건 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내가 뭘 모르는데? 나 다 알거든.”

“그럼 다 아니까 더는 이야기해줄 필요 없겠네.”

“아니야 누나 해줘. 내가 알고 있는 것하고 다를 수 있으니까, 해줘도 돼. 누나! 어서 말해봐. 응! 누나.”

“싫은데. 다 아는데 해줘서 뭐 해. 괜히 내 입만 아프게.”

“누나 내가 다리 일각(一角) 동안 주물러 줄게. 말해주라 응! 누나.”


미려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살피고는 바로 앞에 조그만 바위를 보며.


“숙소에 가면 소혜사태 언니하고 궁연 언니가 있어 이야기하기 좀 그러니까. 우리 저기 가서 앉아서 이야기할까?”

“어 그러자 누나.”


조그마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 미려와 강수가 바위 위에 흙을 털고 앉는다.

이때 미려가 두꺼운 겉옷 주머니에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에 작은 사과 모양의 과일을 꺼내 강수에게 내민다.


“먹어.”

“우∼와 이거 어디서 난 거야? 누나!”

“이번에 궁연 언니가 운반조로 나갔다가 너 주라고 몰래 가지고 온 거야. 그러니 나중에 궁연 언니 보거든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꼭 말해야 해. 알았지?"

“어 누나. 알았어. 꼭 말할게.”


사과 모양의 과일을 한입 크게 베어 물고는 맛이 있는지 미려를 보며 밝게 미소 짓는다.


“자∼ 그러면 어디서부터 말을 해줄까. 그래 정파와 마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맞겠다. 아까 네가 그랬지 왜 화해를 안 하냐고.”

“어.”

“음 화해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화해를 못 하는 것 아닐까?”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아삭! 들고 있던 사과 모양의 과일을 강수가 다시 한입 베어 문다.


“강수야. 만약에 강수 너는 너의 부모나 형제 아니면 너와 정말 친한 사람을 죽인 그런 사람과 화해 할 수 있어?”

“아니,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잘 모르겠다. 누나.”

“그럼 그런 일이 열 번 아니 수백 번 반복되었다면 어떨까? 화해하고 서로 용서할 수 있을까?”

“그건···. 못하겠지.”

“근데 지금 마교와 정파 사이가 그래. 수없이 싸웠고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어. 물론 그 중엔 가족도 있고 친구 그리고 동료와 사랑하던 연인도 있었을 거야. 그런데 쉽게 화해가 될까? 아니 절대로 못 할걸.”

“아∼ 그렇구나. 근데 누나 마교와 정파 사람들은 왜 싸우게 된 거야? 처음부터 싸우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아닌가?”


조금 남은 사과 모양의 과일의 씨까지 입속에 털어놓곤 와그작! 와그작! 씹어 먹는다.


“그건 나도 정확히 몰라. 하지만 싸움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어. 근데 보통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이 다른 집단에 의해 침해받거나. 아니면 반대로 다른 집단의 이익을 빼앗으려고 하다 발생하지. 그리고 마교와 정파의 싸움도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라고 난 생각해.”

“그럼 누나 말대로라면 돈 때문에 저렇게 싸운다는 거야! 에고 난 또 뭐 대단한 거 가지고 싸운다고. 한심하다 그지? 누나!”

“네가 더 한심하거든. 이 바보야!”


미려가 강수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쥐어박는다.


“아야! 왜 때려 그리고 나 바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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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7 1 11쪽
38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0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5 2 9쪽
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89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1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3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29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5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8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4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1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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