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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연재수 :
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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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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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글자수 :
492,474

작성
22.06.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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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DUMMY

동굴 입구, 나무를 겹겹이 쌓아 올린 나지막한 탑 위에 죽은 당가의 무사1이 검은색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누워있다.


터벅! 터벅!


횃불을 든 당천위가 탑을 향해 걸어가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자는 듯 누워있는 무사1을 바라보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들고 있던 횃불을 탑을 향해 던진다.


탁! 화르르!


나무로 쌓아 올린 탑이 타오른다.

타오르는 불꽃을 뒤로하고 당천위가 돌아서선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굳게 닫힌 입을 연다.


“형제의 복수를 끝내기 전까지 당가는 현 시간부로 이곳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지합니다. 이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무진인과 마검에게 묵례를 하곤 당가의 나머지 열아홉 명의 인원과 함께 당천위가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하∼”


자기 잘못인 양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현무진인과 담담히 타는 불꽃을 바라보는 마검.


이번 당가 소속 무사의 죽음에 동굴 안 사람들의 분위기는 한동안 무겁고 침울했다.

하지만 이런 침울한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강수는 세 명의 사부와의 고된 수련으로 매일 매일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특히 오전에 마검과의 중검 수련과 저녁때 있는 송현과의 쾌검 수련은 전혀 상반된 수련이기에 하루에 두 가지 수련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겨운데, 마검에 대한 송현의 자격지심까지 더해지자 강수는 매일 초주검이 되어 겨우겨우 잠들곤 했다.

그나마 강수에게 다행인 건 마검과 송현의 수련 중간에 현무진인과의 수련 시간이 있어 잠시나마 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현무진인과의 수련 시간이 마냥 쉬운 것만은 또 아니었다.

현무진인은 강수에게 물처럼 유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태극검의 기본 정신과 이치(理致)를 가르쳐주었는데, 아무래도 자신과의 수련 전후로 육체적으로 힘든 수련을 하는 강수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주로 강수와 서로의 말을 주고받는 토론형식을 취하였다.


이 때문에 강수는 몸은 쉴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다른 수련보다 조금 더 피곤함을 느꼈지만, 현무진인과의 수련 시간은 꿀맛 같은 휴식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렇듯 세 명의 사부를 두다 보니 강수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올 때쯤이면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과 지칠 대로 지친 정신을 힘겹게 다잡고 오기 일쑤였다.

이런 강수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소혜사태는 강수의 누이인 미려가 식당 일을 마치고 오기 전까지 지쳐 잠든 강수의 몸을 주물러 주며 뭉친 근육과 혈을 풀어주었다.

오늘도 지쳐 잠든 강수의 뭉친 근육과 혈을 풀어주다가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에 가만히 빈 허공을 바라보다, 일과를 마치고 들어오는 남궁연을 보곤 얼른 눈물을 닦는다.


“아이고 또 아이들 생각나나 보네. 한동안 안 울더니. 하여간 누나 청승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남궁연이 침상에 앉아 검을 빼 들곤 습관처럼 마른 천으로 검을 닦기 시작한다.


“고생했다.”

“고생은 뭐 저만 하나요. 그나저나 오늘은 미려가 좀 늦네요?”

“아무래도 금의위 친구들이 없으니까. 그렇겠지.”

“하긴 그렇겠네요.”


남궁연과의 대화가 흐지부지 끝나자 소혜사태가 다시 강수를 주무르기 시작하고 길었던 하루도 그렇게 지나간다.


이렇듯 소혜사태와 주위 사람들이 강수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일 때 미려 또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고민하여 우선 먹을 거라도 신경 쓰자는 생각에, 고기 위주로 먹이려 몰래 주방에서 빼돌린 고기를 숙소로 가져와 자는 강수를 깨워 먹였다.


강수는 이런 미려의 행동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곤욕스러웠다.

왜냐하면, 대부분 미려가 가지고 오는 고기는 이곳에서 처음 보는 동물들의 고기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맛이 더럽게 없었다.

마치 질긴 가죽을 씹는 식감에, 무맛이랄까.

하지만 이곳의 열악한 환경에 대다수 사람은 없어서 못 먹는 형편이었기에 강수는 아무런 불평 없이 미려가 가져다주는 고기를 먹었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하루가 다르게 강수의 몸에는 근육이 붙고, 볼에는 살도 도톰하게 자리를 잡아갔다.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이 있었던 직후부터 사냥과 채집을 위해 동굴 밖으로 나갈 때는 따로 인원을 분리하거나 조를 나누지 않고 하나의 조로 운영을 하면서 경계를 이전보다 더욱 철저히 하였다.

이로 인해, 이전보다 사냥을 통해 얻은 동물의 양과 먹을 수 있는 채집 물의 양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사람들에게 배식할 수 있는 음식의 양도 따라 줄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강한 고수, 다시 말해 자신이 속한 문파의 선배나 자기 상관이 생명을 담보로 구해온 귀중한 식량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반인들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에 식사 배급에 있어 양이 적더라도 절대로 불만을 드러내거나 인상을 쓰는 일은 하지 않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분명 미려가 가져다주는 고기가 줄거나 아니면 없으리라 생각하던 강수는 그 양이 줄거나 가지고 오는 횟수가 전과 다르지 않자 은근슬쩍 미려에게 어떻게 고기를 구했냐고 물었다.


“누나! 이 고기 어디서 난 거야?”


고기가 먹기 싫어서 그런가 하고 미려가 매섭게 쏘아보자 강수가 두 손을 흔들며 잽싸게 고기를 한 점 입에 집어넣는다.


“아웅! 아니 요즘 먹을거리가 다들 부족하다고 하는 것 같아서.”

“아무리 부족해도 내가 어떻게든 구해 올 테니까.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먹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 알았어?”

“응. 누나! 알았어.”


미려의 눈치를 보며 슬쩍 다시 고기 한 점을 입에 넣는다.

이때 단검을 닦고 있던 미려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어 강수를 쳐다본다.


“아! 참 그리고 혹시 몰라 다시 한번 말하는데. 지금 너를 가르치는 세분 모두는 이전 세상이었으면 절대 너를 이렇듯 가르치지도 않았을 거며 더욱이 지금과 같이 세분 모두가 너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꿈에서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임을 항시 명심하고 세분이 가르쳐주는 것이 뭐가 되었든 절대로 빼먹거나 잊지 말고 열심히 배우고 익혀! 알았지?”

“저번에도 알았다고 했는데, 누나는 참. 근데 누나! 누나가 취웅 할아버지한테 배우는 무공은 어떤 무공이야?”

“그런 건 함부로 묻거나 답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난번에 말한 것 같은데.”

“누나하고 난 가족이잖아. 그래도 안 되는 거야?”

“어! 안 돼. 특히 다른 사람에게 배운 무공이라면 무공을 가르쳐준 당사자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고 알려주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응 알았어. 근데 조금은 서운하다.”


미려가 강수의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쥐어박는다. 딱!


“서운하긴 뭐가 서운해 요놈아! 어서 먹기나 해.”

“이거 먹는 게 절대 쉬운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알아서 먹을 테니까 그만 누나 일 봐.”

“너 먹기 싫다고 버리면 알아서 해.”

“누나가 어떻게 구해 온 건데 버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그래 누나는.”

“하여간 알아서 해. 나 씻고 올 테니까. 다 먹고 잘 준비해 알았지?”

“어 알았어. 어서 씻고 오기나 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강수를 노려보며 잘 닦인 단검을 검집에 넣고는 미려가 숙소 밖으로 나간다.

미려가 나가자 입술을 씰룩거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는 강수, 남은 고기를 보곤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 점 집어 다시 입에 넣고는 질겅질겅! 씹는다.


남녀가 같은 공간에 오랜 시간 함께 하게 되면 일어나는 일이 사랑이다.

아무리 척박하고 힘든 환경이라도 사랑이라는 씨앗은 싹을 틔우듯, 이곳 청춘들도 서로의 사랑을 찾아 꿀벌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하면서 자신의 단짝을 찾아 사랑의 싹을 틔우기 위해 무공수련만큼이나 남모를 노력을 기울였다.


모두가 짝을 찾을 수 없기에 무수히 많은 실패와 그런 실패 속에서 만들어진 소소한 이야기들로 인해 이곳의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찾아가던 사람들의 귀에 어느 날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 전해지는데, 그것은 첫 번째 사랑을 쟁취한 이가 등장했고,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니라 남궁세가의 남궁연과 마검대 부 단주 한청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그런 농담은 하지도 말라는 듯 말한 이에게 핀잔을 주었다.

마교의 마검대와 정파 소속인 남궁세가의 여식이 사랑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있고 채 하루가 지나기 전 둘이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사실로 드러나자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둘의 첫 인연은 채집 조로 외부로 나가는 남궁연에게 미려가 강수의 먹거리를 부탁하면서였다.

강수의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조금 깊은 곳으로 들어가던 남궁연의 앞에 머리가 여럿 달린 대형 파충류(히드라)가 나타나고 이에 곤욕을 치르던 남궁연을 발견한 한청이 남궁연을 도와주게 되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아무런 호감이 없는 남궁연을 한청이 도와줬을 리는 만무하다.

한청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궁연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날도 한청은 조금씩 경계 범위를 이탈하는 남궁연을 몰래 따라가다 도마뱀에게 곤욕을 치르는 남궁연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여섯 살이 되던 해에 마검대에 뽑혀 그 이후로는 마검대 대원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연애라는 감정을 겪어 본 적 없는 한청에게 남궁연에 대한 이런 감정은 그냥 사치일 뿐이었다.

한청은 가슴에 묻고 잊으려 했다.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래서였을까? 한청은 그날 남궁연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과 남궁연을 연결해줄 연결고리, 바로 강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솔직히 처음 둘의 인연도 따지고 보면 강수에게 줄 고기를 구하기 위해 벌어진 일 아닌가 말이다.


그날 이후 한청은 강수에게 어떻게든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 아닌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채집을 나갈 때면 항시 남궁연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런 한청의 마음을 안 것일까? 남궁연이 두 달이 지나갈 때쯤 한청의 마음을 받아 주었다.


정파와 마교의 남녀가 사랑한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아무도 생각 못 한 일이 벌어지자 현무진인과 마검은 난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남녀의 사랑 문제에 이래라저래라 나선다는 게 둘은 못마땅했다.


마검의 숙소, 현무진인과 마검이 찻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이미 벌어진 일이다.”

“인정해주자는 말인가?”

“아니, 모른 척하자는 말이다.”


피식! 입가에 미소를 띤 현무진인이 조용히 찻잔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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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7 1 11쪽
»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1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6 2 9쪽
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90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2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4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30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5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8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5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2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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