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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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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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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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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474

작성
22.05.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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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DUMMY

어느덧 동굴을 떠나 이동을 시작한 지도 서른 번의 밤이 지났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이 펼쳐지는 울창한 숲과 하루걸러 한 번씩 행렬을 공격하는 괴생물체(오크, 오우거)들, 그리고 밤이 되면 찾아오는 극한의 추위는 변함없이 사람들을 괴롭게 하였다.


하지만 처음 동굴을 떠나 이동을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일반인들의 표정과 행동에는 약간의 여유와 삶에 대한 희망이 묻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각 문파의 사람들이 자파의 내공심법을 익히는 일반인들에게 괴생물체의 공격에서 혼자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파의 무공을 전수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강수는 이곳에서 무공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부터 조금씩이지만 어지럼증도 차츰 나아지고 허약했던 몸 또한 건강해지자 이전 삶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열의까지도 마음 한편에 품게 되었다.

강수의 이러한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송현이다.

송현은 처음부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강수에게 무공을 가르치기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열과 성의를 다해 강수에게 무공을 가르쳐주었다.


송현을 모르던 미려가 처음엔 송현이 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강수에게 무공을 가르칠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 아닌 노력을 기울여보았지만, 결론은 송현이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 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미려는 그런 송현이 감사하고 고마웠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답례하려 노력했다.


붉은 달이 끝도 없이 펼쳐진 울창한 숲 너머로 서서히 기운다.

하∼ 선두에서 말을 타고 가던 마검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뿜어지자 뒤에서 걸어오던 마검대의 단주인 공손진이 마검의 옆으로 달려와 고개를 숙인다.


“숙영지 정찰조를 내보내겠습니다. 부교주님!”

“알았다.”

“넵!”


공손진이 고개를 돌려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단주 한청에게 눈짓을 보내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청과 십여 명의 마검 대원들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반 시진이 지났을까? 널찍하고 자 정리된 평지로 행렬의 선두가 들어오고 이에 맞춰 늘 하던 일인 듯 사람들이 숙영에 필요한 일을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분주한 사람들과는 달리 숙영지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는 송현이 보는 앞에서 강수가 삼재검법을 펼쳐 보이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처음 검을 잡을 때만 해도 세로, 가로 긋기와 찌르기 이 세 가지 방향으로 검을 나누어 각기 하나의 방향으로만 단편적으로 검을 휘두르던 강수가 지금은 세 가지 검의 움직임을 마치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해 진짜 하나의 검법인 양 검을 휘두른다.

그리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세 가지의 검의 움직임이 서로 다르게 조합되어 십여 가지의 형태로 강수의 손끝에서 하나하나 펼쳐진다.


“하∼ 하∼”


시간이 지날수록 강수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힘이 달리는 듯 미세하게 검을 든 팔과 다리가 떨려온다.


“아직은 근력이 모자라는구나.”


강수를 지켜보던 송현이 아쉬운 듯 말을 내뱉다가 아무런 떨림이 없는 강수의 검 끝에 시선이 꽂히자 신기한 듯 미소를 짓는다.


반각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송현에게 배운 삼재검법의 모든 동작이 끝나자 강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들고 있던 목검을 마치 검집에 집어넣듯 옆구리에 나 있는 동그란 홈에 끼워 넣고는 절도있게 송현 앞으로 걸어와 고개를 숙여 보이곤 마치 잘했다는 칭찬을 듣길 기대하는 눈빛으로 송현을 바라본다.

장난꾸러기 같은 강수의 모습에 송현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게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잘했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게냐? 아니면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이 듣고 싶은 게냐?”


강수가 머리를 긁적인다.


“헤헤! 뭐 그냥 잘했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사부님.”

“그래 잘했다. 됐냐? 이놈아!”

“네. 감사합니다. 사부님.”

“그래. 하지만 이제 겨우 삼재검법의 형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일 뿐이니, 자만 말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노력하길 바란다. 알겠느냐?”

“네 사부님.”

“그럼 오늘은 이만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가자꾸나.”

“잠시만요. 주변 정리 좀 하고요.”

“그래, 같이 하자 꾸나.”


주변을 정리하고는 송현과 함께 식당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강수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현무진인과 취웅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본다.


“저 친구 참 별나군! 이런 곳에서 저리도 열심히 남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 말일세.”

“그렇군요.”

“전에 내가 알아보니까 이곳에 오기 전 점창파 내에서도 저랬다더군. 근데 신기한 건 말일세. 남들보다 무위도 떨어지고 무공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남을 잘 가르친다나 뭐라나. 하여간 별난 친구라네. 저 친구.”

“사람이 타고난 것이 다 다르듯, 저 친구는 남을 가르치는 데 좋은 점이 많은 것 같군요. 뭐 그러니 삼재검법에 분광검법(分光劍法)의 묘리를 교묘하게 심은 것이겠지만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삼재검법에 분광검법의 묘리를 심다니?”

“제가 보기에는 좀 전에 아이가 펼쳐 보인 삼재검법에는 분광검법의 쾌의 묘리가 군데군데 숨겨져 있더군요.”

“그게 그럼. 아∼ 그래서 저 아이가 펼쳐 보인 삼재검법의 가로, 세로 베기가 찌르기와 같은 속도로 움직였던 거군 그래. 허∼허. 처음에는 왜 그런가 했다가 그냥 별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그게 그런 거였어. 참 대단한 친구군, 그려. 근데 점창파는 어찌 저런 친구를 못 알아보고 이런 곳에 보냈을꼬. 쯧쯧!”


안타까운 듯 혀를 차는 취웅과는 달리 현무진인의 두 눈은 걸어가고 있는 강수의 등을 바라본다.

마치 재미난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근데 말입니다. 전 강수 저 아이가 더 특이해 보이더군요.”

“특이하지. 암 매우 특이하고말고.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곳에서 저 아이가 가장 특이할걸.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저 아이 특이한 거.”

“네 잘 알지요.”

“내 한가지 자네에게 하지 않은 말이 있는데, 저 아이 말이네. 만약에 이곳에 오지 않았으면 얼마 못 가 죽었을 것이네.”


현무진인이 무언가를 아는 듯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에 취웅이 말을 이어 나간다.


“우리에겐 이곳이 마치 지옥처럼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지만, 저 아이에겐 삶을 연장해준 아주 고마운 곳이라는 것이 참 웃기지 않는가? 난 말일세. 운명이라는 걸 믿지는 않지만 말이네. 저 아이 강수와 이곳은 뭐랄까? 묘한 무언가가 있지, 싶네.”

“그렇군요.”

“근데 자네는 저 아이에 대해서 알 만큼 알면서 또 무엇이 특이하다는 것인가?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문제라도 저 아이에게 있는 것인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전 단지 저 아이가 삼재검법을 펼칠 때, 칼끝에 떨림이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칼끝에 떨림이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취웅이 말끝을 흐리며 쳐다보자 현무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검을 움직일 때 미세하게 떨림이 발생하고 그 떨림이 가장 크게 일어나는 곳이 칼끝인데 저 아이의 칼끝은 그런 떨림이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아∼그건 내 전에 저 아이에게 얼핏 듣긴 했는데, 그게 그러니까···. 뭐라더라? 그래! 여타 주변의 움직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칼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움직여야 그나마 어지럼증도 안 느끼고 검을 움직일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하더구먼. 그러니 당연히 칼끝에 떨림도 없는 것이겠지. 아니 그런가?”

“그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취웅 선배는”

“그럼 자네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인가?”

“불가능하기야 하겠습니까. 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특이하다는 것이고요.”

“허허 참 자네가 그리 말을 하니 내 더는 뭐라 할 말이 없구먼. 근데 칼끝에 떨림이 없는 것이 뭐 어떻다는 것인가? 좋다는 것인가 아니면 나쁘다는 것인가?”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식사나 하러 가시지요!”

“에이 사람 싱겁기는···. 알았네. 우선 밥이나 먹으러 가세.”


취웅과 현무진인이 티격태격 식당을 향해 걸어간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곳에서의 삶이 이전 세상에서의 삶보다 힘들지 모르지만, 강수에게는 아니었다.

이전 세상에서는 언제나 혼자였기에 항상 죽어라 일해야 겨우 밥을 얻어먹고 살 수 있었고, 여덟 살이 되던 해 혼자가 되어 잘 걷지도 못하고 땅바닥을 기며 겨우겨우 생을 지탱하는 강수를 그 누구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단지 말을 알아듣는 생명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취웅의 배려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아홉 명의 누나들 틈에 외로울 새가 없이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또한 이전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누군가의 제자가 되어 무공이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강수는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힘들게 하루를 버틴다면 강수는 현재를 즐기며 제발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게 해달라 빌고 또 빌 뿐이었다.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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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화. 흐르는 시간과 강수의 성장 그리고 움직이는 금의위. (1) 22.06.16 177 1 11쪽
38 38화.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2.06.15 180 1 11쪽
37 37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2) 22.06.14 176 2 9쪽
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90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1 1 11쪽
»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3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3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4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29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5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8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39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14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8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4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1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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