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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21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나르21
작품등록일 :
2022.05.11 12:25
최근연재일 :
2022.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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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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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2,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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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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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4화. 이름을 갖다.(2)

DUMMY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현무진인이 살며시 감았던 눈을 뜨곤 앞에 놓인 찻잔에 차를 따른다.


또르륵!


찻잔에 차가 차오르자 천막 입구를 가리고 있던 천을 취웅이 확! 젖혀지며 천막 안으로 들어선다.

별반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들고 있던 주전자를 현무진인이 내려놓는다.


“오셨습니까.”

“태양 때문이네. 태양.”


자리에 앉으며 현무진인이 조금 전에 따라 놓은 차를 취웅이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태양이라, 그럼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발생한 문제로 보시는 겁니까?”

“맞네. 우리야 심법을 통해 외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운을 받아들이니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이지만. 일반 사람들은 태양이 아니면 양기를 받아들일 만한 마땅한 대체물이 없지 않은가? 우리가 생각이 짧았네. 그려”

“허허 어찌 그런 당연한 것을 놓쳤는지···.”


또르륵! 빈 취웅의 찻잔에 현무진인이 차를 따른다.

입맛을 다시며 취웅이 말을 잇는다.


“그것뿐만이 아니네. 이곳에 달이 몇 개인가? 두 개 아닌가. 그럼 당연히 음기가 강하지 않겠나. 내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못한 것인지 참. 내가 너무 한심스럽네.”

“그럼 치료 방법은 심법을 전수하는 것이겠군요.”

“뭐 그렇다고 봐야지. 에구 근데 다른 인간들이 협조할지 모르겠구먼, 그려.”


취웅의 말에 갑자기 얼마 전 취웅의 부탁을 거절한 것이 떠오르자 현무진인의 양 볼이 살짝 불그스름하게 달아오른다.


“제가 잘 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알았네. 그럼 내 자네만 믿네.”


다음날 현무진인의 요청으로 동굴 입구에 있던 마검과 금의위 임호연 장군, 그리고 각 문파의 수뇌부들이 모인 긴급회의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현무진인과 취웅은 이번 변괴에 대한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하여 모두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내공심법이라는 것이 함부로 외부인에게 알려줄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보니 다들 선뜻 나서지 못하고 서로 눈치만 보며 머뭇거렸고 이에 현무진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자파나 자신이 알고 있는 내공심법을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네. 해서 내 하나 의견을 내고 싶은데 괜찮겠는가?”


현무진인의 말에 자신이 속한 문파에 혹시라도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까 봐 무림인들은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서로 눈치를 보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임호연 장군이 현무진인을 도우러 먼저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어차피 뾰족한 방법이 다들 없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런가. 알았네! 그럼 내 의견을 말하겠네. 나는 말일세 하나의 문파나 한 사람만이 자파 혹은 자신의 심법을 공개하는 것은 차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네. 해서 여기 있는 모든 문파와 금의위 그리고 마교가 각기 일정 비율로 일반 사람들을 나눠 심법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는데, 다들 어떠한가?”


각파의 수장들이 현무진인과 눈이 마주칠까? 고개를 숙이거나 돌린다.

이에 길을 잃은 현무진인의 시선이 마검에게 향하고 왠지 거부하리라 생각했던 마검이 피식! 미소를 짓는다.


“그렇게 하지.”

“고맙네.”

“자자 다른 의견이 없는 것 같으니 현무진인의 의견대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네. 모두 알겠는가?”


느닷없는 마검의 동의와 취웅의 다그침에 눈치를 보던 이들도 하는 수 없다는 듯 하나둘 고개를 끄덕인다.

현무진인과 취웅은 모두에게 삼일간의 말미를 주고 각자 소속된 문파별로 일반인들에게 가르치게 될 심법을 선별해오라고 당부하곤 그렇게 회의를 마무리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가고 취웅과 둘만 남게 된 현무진인은 얼마 전 취웅이 심법을 전수해달라고 했지만, 자신이 거절한 아이에 관해 은근슬쩍 물었다.


“아∼ 그 아이 말인가? 아이쿠 내 정신 좀 보게. 내가 말 안 했나? 이번 일도 다 그 아이 때문에 알게 된 것이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 아이 때문이라니···.”

“그게 말하자면 길다네. 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뭐라도 고마움을 표현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꼬. 혹시 자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이나 먹을 거 가지고 있는 것 없나?”


취웅의 물음에 현무진인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자네한테 있을 리가 없겠지. 가만있자! 그럼 누구한테 부탁을 하나!”


혼자 횡설수설하던 취웅이 벌떡 일어나 천막을 나서자 궁금함에 현무진인도 따라 천막을 나선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어디서 구했는지 취웅의 한 손에는 새끼줄에 엮인 달걀 세 개가 들려있고 그런 취웅의 옆엔 현무진인이 함께 걷고 있다.


“허허 거참 그런 신기한 일도 다 있군요.”

“처음에는 나도 믿을 수가 없어서 그냥 아이가 충격을 심하게 받아서 그런가 했네. 그런데 환자들의 환부가 아무는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린 게 아니겠나. 그래 아이한테 다시 자세히 물어봤지.”

“그래 뭐라고 하던가요?”


평소와 다르게 급하게 되묻는 현무진인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취웅이 빼꼼한 표정을 지으며 목이 마른다는 듯, 한 손으로 목을 부여잡는다.


“오늘따라 목이 아주 쓰리군, 그래. 어험. 자네 혹시 백주 있지 않나? 백주 한잔하면 좋아지겠는데 말이야.”

“한 병 내어 드릴 테니 어서 말씀 좀 해주시지요.”

“그게 그러니까 말이네. 이전 세상에서보다 열 배는 느리게 보인다고 하더군.”


순간 취웅에 말에 현무진인의 발걸음이 몸짓 멈췄다가 다시 걸음을 옮긴다.


“물론 이곳의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흐르기야 하겠냐마는, 하여간 그 아이는 그렇게 말을 했다네. 열 배 느리게 보인다고. 뭐 처음에 나도 그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참 많이 했다네. 아! 그리고 그 아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또 가관이네. 내 자네에게 말을 했나? 그게 그러니까 말이지···.”

“열 배라. 열 배···.”


이후 취웅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지 현무진인은 속으로 계속 열 배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걸었다.


천장과 벽에 뜨문뜨문 빛을 내는 돌이 박혀있어 굳이 암동에 많은 수의 횃불을 켜놓지 않아도 생활하는 데 있어 크게 지장이 없었지만 두 곳의 경계초소와 식당이 있는 곳에는 항시 횃불을 켜놔 다른 곳보다 몇 배는 밝았다.


어디서 구했는지 어른 주먹만 한 빛을 내는 구체(球體)를 옆에 놓고 앉아 검지를 눈앞에서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남자아이, 멀리서부터 들리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손에 쥐고 있던 천으로 얼른 다시 두 눈을 가리곤 고개를 갸웃거린다.


“일반 사람은 아니고 누구지? 할아버진가? 할아버지세요?”

“어∼그래 나다. 나.”

“안녕하세요. 근데 오늘은 웬일이세요?”

“웬일은 그냥 너한테 줄 게 있어서 왔지. 자 받아라.”


손에 들고 있던 달걀을 남자아이 앞으로 내민다.

그러자 무언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에 남자아이가 손으로 더듬거리다 손에 무언가 잡히자,


“이게 뭐예요?”

“달걀이다. 전에 네가 해준 말 때문에 이 할아비가 걱정하던 일이 잘 풀려서 주는 것이니 나중에 누나 오면 쪄달라고 해서 먹던 그냥 먹던 그건 네 녀석이 알아서 하거라.”

“주시니까 고맙긴 한데, 제가 언제 할아버지께 무슨 도움을 드렸던가요?”

“그게 그러니까···.”


여태껏 걸어오면서 현무진인에게 했던 말을 다시 되풀이하려 하니 귀찮기도 하고 입도 말라 손을 휘휘 내젓는다.


“하여간 그런 게 있으니까 그렇게 알아두어라. 그리고 여기 너에게 물을 것이 있어 같이 온 분이 계시니 전에 나한테 했던 이곳의 시간에 대해서 네가 알고 있는 대로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저 안녕하세요. 제가 지금은 앞을 볼 수가 없어서 인사가 늦었습니다.”


허공에다 대고 남자아이가 꾸벅 인사를 한다.


“그래. 반갑구나. 나는 현무라고 한다. 편하게 현무 할아버지라 부르거라.”

“네. 현무 할아버지.”

“그래, 그럼 먼저 너는 왜 이곳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는 건데요. 그래서 제가 어지러운 거고요.”

“아 그렇구나. 나의 질문이 잘못되었구나. 그럼 이리 한번 물어보마···.”


이렇게 시작된 현무진인과 강수의 이야기는 서로가 알고, 느끼는 것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이어갔고 둘의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에는 현무진인과 취웅의 표정은 이전보다 눈에 띄게 어두워져 있었다.


기약한 삼 일이 흘러갔다.

각파의 수장들이 하나둘씩 마지못한 표정을 지으며 환자들이 모여 있는 취웅의 천막 앞으로 모였지만 다들 서로의 눈치만 볼뿐 선뜻 먼저 나서서 환자들에게 심법을 가르치는 이는 없었다.


일부러 알아서 하라는 듯 일각(1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 취웅과 현무진인은 환자들이 모여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 달라진 것 없이 멀뚱히 서서는 서로의 눈치만 보는 각파 수장들의 모습에 취웅이 걸어오며 혀를 찼다.


“쯧쯧쯧! 어찌 저리 못났을꼬. 저 사람들이 없다면 지들이 이리 편안하게 이곳에서 지낼 성싶은 건지, 엥!”


취웅의 말에 현무진인의 얼굴이 다시 붉게 달아오른다.

그래서였을까? 조금은 미안한 표정의 현무진인이 걷던 걸음을 멈추곤 취웅을 보며 고개를 숙인다.


“선배님. 제가 며칠 전에 큰 실수를 했습니다. 용서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뚱딴지같은 현무진인의 모습에 취웅이 뚱한 표정을 짓는다.


“자네가 무슨 실수를 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우리 사이에 무슨 용서를 하고 그러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되는 것을.”


취웅의 마음이 느껴져서일까? 현무진인의 표정이 다시 밝아진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니 자네가 정이 그리 미안하다면 나중에 남은 백주나 한 잔 주면 좋고. 하하하!”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둘은 그렇게 병원 천막을 향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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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바싸고의 두 번째 습격. (1) 22.06.13 178 1 11쪽
35 35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2) 22.06.11 177 1 10쪽
34 34화. 송현, 현무진인, 마검 그리고 강수. (1) 22.06.10 187 1 11쪽
33 33화. 미려의 정체. (5) 22.06.09 184 1 16쪽
32 32화. 미려의 정체. (4) 22.06.08 189 2 11쪽
31 31화. 미려의 정체. (3) 22.06.07 190 0 10쪽
30 30화. 미려의 정체. (2) +2 22.06.06 189 1 9쪽
29 29화. 미려의 정체. (1) 22.06.04 191 1 9쪽
28 28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4) 22.06.03 189 1 12쪽
27 27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3) 22.06.02 198 1 10쪽
26 26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2) 22.06.01 202 1 11쪽
25 25화. 마족 바싸고의 습격. (1) +1 22.05.31 224 2 10쪽
24 24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3) 22.05.30 214 2 12쪽
23 23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2) 22.05.28 215 1 10쪽
22 22화. 암동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 (1) 22.05.27 223 3 11쪽
21 21화. 이름을 갖다.(9) 22.05.26 221 2 10쪽
20 20화. 이름을 갖다.(8) 22.05.25 226 4 10쪽
19 19화. 이름을 갖다.(7) 22.05.24 230 3 9쪽
18 18화. 이름을 갖다.(6) 22.05.23 236 3 9쪽
17 17화. 이름을 갖다.(5) 22.05.21 239 2 12쪽
16 16화. 이름을 갖다.(4) 22.05.20 240 1 10쪽
15 15화. 이름을 갖다.(3) 22.05.19 247 2 12쪽
» 14화. 이름을 갖다.(2) 22.05.18 249 3 10쪽
13 13화. 이름을 갖다.(1) 22.05.17 255 3 10쪽
12 12화. 변화의 시작 +1 22.05.16 272 2 13쪽
11 11화. 정찰조. 22.05.14 264 2 10쪽
10 10화. 정찰조. 22.05.14 27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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